라엘 B2B 생리대 구독서비스

rael아마존 베스트셀러 라엘 유기농 생리대를 판매하는 우리 투자사 라엘이 최근에 기업의 여성 직원 복지를 위한 B2B 생리대 구독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세한 제안서는 여기서 받아볼 수 있는데, 서비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기업에서 큰 부담 없이 월 216,000원으로 시작할 수 있는 여성 생리대 복지 서비스
–가입한 기업들은 매월 정기배송으로 라엘 생리대를 받아보며, 무상제공되는 세련된 디자인의 생리대박스를 원하시는 공간에 자유롭게 비치하실 수 있음
–직원 수나 필요에 따라 수량은 변경할 수 있고 언제든 취소가 가능
*가입문의 및 상담 : 라엘코리아 장현지 매니저(jessica@getrael.com) / 070-4895-2783

휴지와 스낵과 같은 비품이 어느 회사에나 있듯이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생필품인 생리대가 회사에 준비되어 있다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여성복지 서비스에 대한 확실한 기업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이미 많은 기업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이 서비스에 구독하고 있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지만, 오래전부터 여성의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에 대해 고민해 온 라엘 창업팀의 자랑스러운 취지이기도 하다.

텀블벅 2018년 정리

tumblbug 2018우리 투자사 텀블벅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가 후원되고 있다. 작년에는 보상형 크라우드펀딩 누적 후원금이 550억 원을 넘었고, 펀딩에 성공한 프로젝트가 9,000개가 넘었다. 이렇게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다 보니, 어떤 트렌드가 유행했는지를 데이터를 통해서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분석해볼 수 있는데, 다음은 2018년도 텀블벅에서 가장 유행했던 10대 트렌드이다. 텀블벅이 대한민국 유행을 반영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방향성은 제시해 줄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텀블벅 2018년도 결산은 여기서 볼 수 있다.

1/ 북펀딩 – 687건이 출간 성공으로 이어졌다. 괄목할만한 프로젝트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인데, 백세희 작가는 이 책으로 서점가 에세이 열풍을 이끌며 독립출판 최대 성공 사례가 되었다
2/ 팬과함께 – 크라잉넛, 미미시스터즈 같은 유명 밴드의 컴백, 또는 인기 유투버 대도서관의 굿즈 판매 등이 대표적인 프로젝트였다
3/ 패션붐 – 1,394 건의 패션 펀딩이 성공으로 이어졌다. 옷, 신발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대량생산에 도입하기 전에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동시에 고객을 사전 확보하는 좋은 플랫폼으로 텀블벅이 사용된다
4/ 셀프케어 –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점 ‘나’한테 투자하는 사회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
5/ 지구생각 – 친환경, 업사이클링, 비건 등이 굉장히 hot 했던 이슈였고, 아마도 올해는 더욱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6/ 우리집막내 – 반려동물을 ‘키운다’에서 반려동물과 ‘같이 산다’로 인식의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는 트렌드를 잘 반영하듯이 다양한 프로젝트가 펀딩에 성공했다
7/ 밀레니얼 저널리즘 – ‘미투’와 같은 남들이 잘 말하지 않는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려는 밀레니얼 창작자들의 프로젝트가 돋보였다
8/ 작은 영웅 –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하지만, 생활 속에서 발휘하는 용기로 감동을 주는 분들의 이야기가 많은 사랑을 받은 한 해였다
9/ 동네의 재발견 – 우리한테 익숙한 동네와 골목이 갖고 있는 오래된 이야기와 문화의 가치를 많은 창작자들이 선보였다
10/ 창작길잡이 – 누구나 창작에 도전해서 나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 주는 가이드가 인기가 있었던 걸 보면, 앞으로는 1인 창작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라는 트렌드가 보인다

나는 위의 10대 트렌드에 속하는 모든 프로젝트를 펀딩 하진 않았지만, 이 중 몇 개는 했다. 텀블벅 존재의 기반이 되는 철학은 “천 명의 진정한 팬만 있으면 모든 창작자들이 굶지 않고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인데, 이 철학이 모든 프로젝트에 그대로 반영되는 거 같다. 다들 유행에 따라 모두 비슷한 것을 좋아하던 시대는 지고, 모두 나만의 창작자를 발굴하고 이들을 후원함으로써 나만의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가는 시대가 왔다는 트렌드를 2018년의 텀블벅 프로젝트가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트렌드는 앞으로 더욱더 가속화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텀블벅>

가격책정

내가 만나는 많은 창업가들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가격’이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무형의 자산을 판매하는 비즈니스나, 소비재를 만들어서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비즈니스나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한다. 가격을 책정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고, MBA 가면, 이 주제만 다루는 과목이 여러 개 있을 정도로 복잡하지만, 기본적인 정책은 바로 그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높게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이 차이가 클수록 더 많이 팔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판매 가격을 비용보다 무작정 높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경쟁 때문이다. 유일하게 우리만 제공하고, 우리 아니면 절대로 만들지 못하는 제품을 판매한다면, 독점이기 때문에 가격을 마음대로 책정할 수 있지만, 우리 주변에 이런 비즈니스는 거의 없다. 올리브영 같은 가게에 가면 마스크팩 종류가 수십, 수백가지가 있는데, 대부분 가격은 1,000원 ~ 2,000원 이다. 비슷한 제품이기 때문에, 우리만 가격을 높이면 아무도 안 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장 당 10,000원 하는 마스크팩도 시장에서는 볼 수 있는데, 굉장히 비싸고 탁월한 효과가 있는 재료를 사용하거나, SK-II와 같은 고급 화장품 회사에서 만들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는 제품의 품질이 좋기 때문에 더 비싸게 판매하고, 후자의 경우는 브랜드파워로 더 비싸게 판매하는 경우다(좋은 브랜드가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소프트웨어도 이와 크게 다르진 않을 거 같다. 마이크로소프트같이 독점적인 위치에 있으면, 솔직히 부르는 게 값이고, 특히 윈도우스나 오피스가 필요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생산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값이 정말 터무니없이 비싸지만 않다면 구매를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최근에 Windows 외의 다른 좋은 품질의 OS도 많이 등장했고, 오피스를 대체할만한 무료 사무용 소프트웨어도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이크로소프트라는 브랜드 때문인지, 아직도 기업에서는 오피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아직도 PC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제품을 애용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품질면에서도 아직 마이크로소프트가 월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갓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브랜드는 없기 때문에,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이 고객한테 얼만큼의 가치를 제공하는지를 기반으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와 비슷한 분야의 회사가 제공하는 비슷한 제품의 가격 또한 고려해야 한다. 만약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라면, 제조업보다 제조원가의 장점은 있기 때문에 – 소프트웨어는 한 카피 만드는거랑 백만 카피 만드는거랑 제조원가는 비슷하다. 요새는 웹으로 뿌리는 SaaS라서 더욱더 그렇다. 즉, 한계비용이 제로라는 장점이 존재한다 – 조금 더 가격을 하향 조정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래서 내가 아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은 복잡한 계산을 통해서 가격을 산정하기보단, 일단 우리와 비슷한 외국계와 국산 소프트웨어 회사의 가격 정책과 거의 같게 가거나, 이들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책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실은, 이 방법이 가장 쉽고, 판매할 때도 편하다. “우린 우리 경쟁사 A 사보다 더 저렴합니다”가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투자사들도 이런 방법을 자주 사용한다.

뭐, 이렇게 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그래도 가격을 책정할 때 우리 소프트웨어가 고객한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원화로 한 번 산정해보는 연습을 해보면 좋다고 생각한다. 가령, 업무를 자동화해주는 B2B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라면, 우리 소프트웨어를 기업이 도입하면 일 년에 얼마 정도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지 계산해 보고, 이 비용을 12로 나눈 금액을 매달 기업에 과금해 볼 수 있다. 만약에 콜센터를 자동화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특정 기업이 사용해서, 콜센터 직원 수를 10명에서 5명으로 줄일 수 있고, 콜센터 직원 한 명의 연봉이 5,000만 원이라면, 우리 소프트웨어는 한 해에 2.5억 원의 인건비를 절감해준다. 매달 약 2,100만 원을 절감해줄 수 있고, 이 회사 사장님한테 우리 소프트웨어 월 사용료를 2,100만 원 과금할 수 있다.

실은 위의 시나리오는 좀 이상적이긴 하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런 논리가 통하겠지만, 아직 B2B 소프트웨어를 돈을 내고 사용한다는 개념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한국 같은 곳에서는 1년에 2.5억 원 절감 효과가 명확해도, 이 정도 금액을 소프트웨어 사용료로 지급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장님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기본적으로 이런 논리로 고객을 설득하고, 결국 좀 깎더라도 일단 이 금액에서 네고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달에 2,100만 원을 절감해주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면서, 월 20만 원을 과금하는 건 정말 멍청하고, 매출을 스스로 차 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물론, 말도 안 되게 낮은 가격으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해도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 위에서 말 한대로 한계비용이 거의 제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가격을 낮게 책정해서 엄청나게 많은 기업을 고객으로 만들어서 규모의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회사도 있다. 나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위에서 내가 말 한대로, 우리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가 고객에게 확실한 가치를 제공하고, 그 가치가 우리 경쟁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보다 명확하게 월등한 고급 가치라면, 가격을 굳이 낮추지 않더라도 고객은 기꺼이 돈을 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제대로 된 가격을 받으면서 볼륨까지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정말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고객이 구매하지 않는, 그런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면, 우리가 고객한테 제공하는 가치가 높지 않고, 우리 제품 가격 대비 그 가치가 낮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다면 가격을 인하해야 하지만, 명확하게 정량화할 수 있는 가치가 존재한다면, 오히려 가격을 인상하는 것도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프라이머 14기 데모데이

49599643_945902542418199_8963428233710141440_n나도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프라이머 14기 데모데이가 내일 건설회관에서 열린다. 해마다 두 번씩 하는 이 행사에 이제 나도 익숙해질 때가 됐지만, 할 때마다 힘들고 항상 새롭다. 무엇보다도, 데모데이 할 때마다 설레고 흥분된다. VC들과 이야기해보면, 가끔 이젠 투자할만한 회사가 한국에는 없고 더는 새로운 비즈니스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하는 분이 있는데, 이분들이 프라이머 회사들을 보면 그런 말이 쏙 들어갈 것이다.

내일 발표하는 10개의 회사 중, 나는 3개 회사 대표님들과 3개월 이상 같이 밀접하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어떤 회사는 이미 제품도 있고, 고객도 있고, 매출도 있었지만, 어떤 회사는 아직도 제품을 개발 중이다. B2C 회사도 있고, B2B 회사도 있고, 국내 시장이 타겟인 회사도 있고 세계 시장이 타겟인 회사도 있다. 즉, 모두 다르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이렇게 해야 된다는 공식 같은 건 없다. 실은 나도 이 회사들과 같이 일을 시작할 때는 무척 고민이 많이 됐다. 이 분들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고민하면서 만드는 비즈니스에 대해서 내가 뭘 안다고 이들을 ‘멘토링’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다. 그래서 내가 이 회사들과 같이 일했던 3개월 동안, 이 3명의 창업가가 나한테도 배운 게 있지만, 실은 내가 이분들한테 배운 게 훨씬 더 많다. 오히려 나한테 아주 값진 시간이었다.

데모데이 발표를 위해서 총 3번의 리허설/연습을 하는데, 매번 리허설할 때마다 인간의 능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첫 번째 리허설 발표 연습하는걸 보면, 과연 이분들이 그 큰 무대 위에서 발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강한 의심이 들지만, 세 번째 리허설에서는 그 의심이 완전히 없어지고, 강한 자신감으로 바뀐다. 결국, 뭐든지 열심히 연습하고, 무조건 하면 된다.

데모데이 신청은 무료이며, 여기를 통해서 신청하면 된다. 많은 분들이 와서 즐거운 시간 보내면 좋겠다. 나는 분명히 즐길 것이다.

암호화폐 – 2018년 이후

굳이 여기서 말하지 않아도, 요새 크립토 시장은 아주 작살났다고 하는게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작년 초 암호화폐 시장이 뜨거웠을 때, 너도나도 이 시장으로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이게 불과 1년 전이라는 게 놀라울 정도로, 단시간 내에 이렇게 많은 up and down이 – 지난 12개월 동안은 거의 down 이었다 – 있었던 시장은 내 기억으로는 없었던 거 같다. 정말 개나 소나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사고팔기를 미친듯이 했고, 이는 블록체인 같은 건 들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는 일반인들한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나랑 같은 VC 업계의 투자자 중, 100년에 한 번 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모든 걸 뒤로 하고 크립토에 올 인 한 분들도 꽤 많다. 창업가들도 기존에 하던 걸 다 멈추고, 회사의 방향을 ICO와 암호화폐로 돌린 분들도 상당히 많은 거로 알고 있다.

그동안 암호화폐 시총은 거의 90% 떨어진 거 같다. 그리고 크립토 시장은 현재 핵겨울에 꽁꽁 얼어있다. 이 와중에, 아직도 계속 블록체인과 크립토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고, 투자하고, 개발하고 있는 분도 있지만, 많은 분이 “이게 아닌가 봐” 라는 생각을 하면서 원래 하던 분야로 돌아가거나, 다시 next big thing을 찾고 있는 거로 알고 있다. 실은, 나는 개인적으로는 더 추운 겨울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트코인 가격인 $1,000 이하로 떨어져야지 정말로 이 분야를 믿고, 제대로 사업할 창업가와 투자자들을 주축으로 다시 한번 크립토의 전성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암호화폐 시총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비트코인 가격이 $5,000 이하로 떨어지고, 또 $4,000 이하로 떨어지는 걸 목격하면서, 역시 시장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더는 그 어떤 시장을 예측하는데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가 2018년도에 만났던 수많은 수학, 통계학, 공학, 경제학 박사들 중 암호화폐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하던 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수학적으로 비트코인은 절대로 $5,000 이하로 떨어질 수 없다는 말이었다. 실은, 워낙 머리도 좋고, 연구도 많이 하고, 나보다 시장을 잘 아는 분들이고, 이 예측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학적 논리를 너무 자신 있게 제공해서, 나도 그런 줄 알았다. 그리고 한동안은 이게 맞는 거 같았다. 5,000 달러 이하로 떨어질 거 같으면, 다시 반등했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4,000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나한테 절대로 5,000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 없다고 했던 위의 많은 분이 이젠 암호화폐 분야를 떠나서 다른 걸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너무 당연하지만, 나도 모르겠다 🙂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은 대략 이렇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이에 익숙지 않은 대중과 시장이 여기에 적응하려면,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새로움의 정도가 클수록 이 저항은 더욱더 크다. 중앙화에 익숙했던 세상이, 지금까지 알고, 경험한 세상과 가치를 완전히 부정하는 탈중앙화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려면 엄청난 저항을 지속적으로 극복해야 하고, 이 과정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저항이 너무 크면, 변화는 완전히 덮이고 소멸된다. 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도 이 새로운 노력은 소멸된다. 저항이 강해지거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변화와 새로움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믿음 또한 약해지고, 이 믿음의 네트워크가 소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요새 보고 느끼는 암호화폐 시장 바닥은 아직도 활발하다. 변화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의 의지는 매우 강하다. 이 ‘의지’라는 게 무슨 독립운동하는 사람들의 그런 의지라기보단, 기술의 의지라고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아직 블록체인은 어리고 갈 길이 멀다. 마치 전화선을 이용해서 인터넷에 접속해야 했던 다이얼업 모뎀 시대와 비슷한 거 같다. 아직 속도, 확장성, 변동성, 개발자 네트워크, 개발자 도구 등이 턱없이 부족하고 미약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분명히 세상이 바뀔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많은 똑똑한 개발자들이 시간 날 때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연구하고, 테스팅하면서 아직 구체화 된 건 없지만, 지속적인 개선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다 보면 언젠가는 블록체인계의 오라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가 나오고, 그 이후에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실은, 우린 코빗에 투자하면서 2013년도에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눈을 뜨게 됐고, 이는 한국에서는 꽤 이른 편이었지만, 나는 한 번도 암호화폐에 모든 걸 올인 한 적은 없다. 대단한 기술이고, 앞으로 엄청나게 크게 될 거라고 믿고 있지만, 그렇다고 블록체인이 아닌 다른 분야가 없어지거나, 시장이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장을 정말 믿어서 암호화폐에 올인한 창업가와 투자자들이 조금만 더 참고 계속 이 게임을 했으면 한다. 투자가 되어야지만, 좋은 개발자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은, 시장이 전반적으로 죽었기 때문에, 투자하기에는 이만큼 좋은 시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올라가면 다시 내려오는 게 시장이지만,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는 것도 시장인데, 위에서 말한 대로 이걸 우리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계속 이 시장에 있으면, 시장이 내려갈 때는 같이 추락하지만, 시장이 올라갈 때는 그만큼 빨리 같이 올라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