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생각

얼마 전에 우리 투자사 아이오가 2번째 제품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시작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이미 목표 금액을 훌쩍 뛰어넘었지만, 나는 솔직히 조금은 불안하다. 우리가 많은 하드웨어 업체에 투자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의 직, 간접적인 경험으로 봤을 때, 하드웨어 제조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은 궁극적으로 성공보다는 그렇게 안 될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크라우드펀딩 캠페인 자체는 절대적인 금액 면에서 성공적으로 종료되더라도, 실제 대량 생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너무 험난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내 경험과 생각을 여기 몇 자 적어본다.

일단, 크라우드펀딩 목표 금액을 설정하는 게 쉽지 않다. 많이 모으면 당연히 좋지만, 터무니없이 높게 설정하면, 목표 금액을 달성하지 못한다. 킥스타터나 텀블벅같이 fixed 방법을 사용하면, 목표 금액에 도달하지 못하면,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어떤 캠페인은 일부러 목표 금액을 아주 낮게 설정해서, 초과달성을 한다. 금액을 낮게 설정해서 목표를 초과하는 게 좋아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또한 나름대로 문제가 있다. 크라우드펀딩이라는 게 사람의 심리와 결제의 편리함을 교묘하게 이용하는데, 이미 목표 금액을 달성한 프로젝트는 추가 펀딩을 많이 못 받을 확률이 높다. 즉, “이 프로젝트는 이미 목표를 달성해서 내가 굳이 안 도와줘도 양산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난 그냥 아직 목표 달성 못 한 다른 프로젝트를 펀딩해야겠네.”라는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실제로 필요한 금액의 절반이나 60% 정도만을 목표로 설정해서 달성하지만, 실제 하드웨어 양산을 위한 금액까지는 못 미친 채로 캠페인을 종료한다. 물론, 후원자들은 캠페인이 성공했으니까, 일정에 차질없이 그 신기한 물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한다.

또 다른 가장 흔한 문제는 양산이다. 완제품이 아닌 프로토타입 하나 만드는거와 완제품 수 천 개를 대량 생산하는 거는 완전히 다르다. 대량 생산을 하게 되면 부품, 물류, 그리고 공급망이 상당히 복잡해지는데, 대부분의 하드웨어 크라우드펀딩 오너들은 이런 것들을 잘 관리하고 핸들링할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이 없다. 수제 햄버거 하나를 잘 요리해서 한 명의 고객에게 서빙하는거는 쉬울 수 있지만, 1,000명의 고객한테 1,000개의 수제 햄버거를 정해진 시간 안에 준비해서 서빙하려면, 재료를 대량 구매하고, 음식을 만들고, 각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고(고기만 해도 raw/medium/well-done으로 나누어서 구워야 한다), 햄버거를 식지 않게 배달하려면 엄청난 계획과 자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대량으로 뭔가를 준비하다 보면, 항상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발생한다.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다 보면, 각각의 후원자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우리 회사와 제품에 대해 나쁜 소문을 낼 수 있는 영향력이 있으므로 특히 조심해야 한다. 얼마 전에 내가 접한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하드웨어제품에 대한 나쁜 피드백은, 내가 이 제품을 구매하지 않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불확실성을 다루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이런 재앙을 완전히 봉쇄할 수는 없겠지만, 하드웨어 크라우드펀딩 계획을 하고 있다면, 흔히 말하는 BOM(Bill of Materials: 자재명세서)에 대해서 잘 이해해야 한다. 아주 단순한 하드웨어라도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이 30개~50개 정도가 있을 텐데, 각 부품을 어디서 공급받는지, 부품의 가격은 얼마인지, 최소주문 수량은 얼마인지 등에 대한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만약에 이 중 특정 부품의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면, 전체 제조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봐야 하고, 특정 부품의 스펙에 조금이라도 차이가 난다면, 최종 완제품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은 없는지 – 특히, 비용면에서 – 등의 고민을 사전에 충분히 해봐야 한다.

내가 경험한 또 한가지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특정 제품을 만들기 위한 자금을 모집하지만, 이 제품을 만드는 궁극적인 목적은 제품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인데, 많은 창업가가 이 부분을 쉽게 간과한다는 점이다.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한 번이라도 후원해봤다면, 처음 접할 때 “와우! 이런 걸 만들다니!”라는 놀라움으로 펀딩을 했을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한 두 번 사용해보고 – 제품이 양산된다면 – 잊어버리는 그런 제품이라는 것도 경험해 봤을 것이다. 그냥 단순히 몇 번 사용하고 버리는 제품이 아닌, 장기적인 가치를 제공하면서, 진정한 팬덤을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단순히 하드웨어 제품을 스마트폰과 연동시키거나,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데, ‘스마트’라는 이름을 붙여서 억지로 하드웨어를 만들다 보면, 비즈니스보다는 제품을 만들 확률이 더 커지고, 단순 제품은 지속성이 모자라기 때문에 성장하기 어렵다.

하드웨어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는 이 외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돈도 없고, 과거 성공경력도 없는 창업가가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면, 크라우드펀딩만큼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플랫폼은 없다. 나는 오히려, 양산을 위한 비용을 모집하기보다는, 아이디어를 검증받고, 초기의 얼리어답터 팬층을 형성하기 위해서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캠페인이 성공한다면, 위에서 말한 문제점들에 대해서 잘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서 실제로 좋은 비즈니스를 만드는 사례도 하나씩 나오고 있다.

우리가 투자한 대부분의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크게 성장하지 못했지만, 그런데도 항상 희망을 품으면서 텀블벅이나 킥스타터의 프로젝트를 보는 이유이다.

유리 평판

broken-glass요새 실리콘밸리 남성 투자자들의 평판이 무너지고 있다. 그것도 완전히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워낙 이슈화가 되었고, 한국 미디어에서도 많이 보도되어서, 기사를 접한 분들은 잘 알겠지만, 여성 창업가를 포함한, 스타트업 커뮤니티 여성들과의 신체적, 성적인 문제 때문에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정말 난리도 아니다. 이 중,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투자자들도 있지만, 피해자인 여성 중에도 내가 아는 분들이 있다.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솔직히 말해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했다고 밀어붙이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만, ‘돈’이라는 – 어떻게 보면 돈 없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가들한테는 그 어떤 것 보다 힘 있는 – 권력을 가진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나는 다시 한번 ‘평판’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했고, 나도 앞으로 정말 신중하게 행동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인 미국의 남성 투자자들은 현재까지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힘들게,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평판인데, 이 모든 게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나는걸 보면서, 평판이라는 건 영원할 수 없고, 오히려 언젠가는 깨질 수 있는 위험에 항상 노출된, 쌓는 것도 힘들지만, 지키는 건 더욱더 어려운 모래성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VC들의 성희롱 사건과 같이 한방에 깨질 수도 있지만, 작은 크랙들이 누적되어 깨지는 유리와도 비슷한 거 같다.

실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요새 미디어에서 많이 보도되고 있다. 남들이 한 마리 팔 때, 두 마리씩 팔아서 갑부가 된 치킨집 사장의 성추행 사건이나, 일본의 작은 피자 브랜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행과 갑질 논란은 거의 30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힘들게 쌓은 평판을 한 방에 무너뜨렸다.

VC나 스타트업도 평판이 매우 중요한 비즈니스이다. 어떻게 보면, 평판이 전부인 비즈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하지만, 워낙 소셜미디어나 온라인상에서 목소리가 크고, 활동이 활발한 사람들로 구성된 그룹이기 때문에, 이 바닥에서의 평판이야말로 언제가 산산조각이 날 수 있는 진짜 유리평판이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평판 관련 포스팅을 하면, 이게 정말 불같이 퍼지는데, 내용의 사실 여부가 판명이 나기도 전에 이미 그 사람은 공공의 적이 된다. 내용이 사실이 아니거나, 또는 거짓으로 판명이 나더라도, 이미 그 피해는 엎질러진 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평판을 쌓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만, 그 평판을 계속 유지하는 건 더욱더 힘들다. 항상 신중해야 하고, 내가 하는 일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그래도 피해를 볼 수 있는 세상에 우린 살고 있다.

<이미지 출처 = All Class Glass>

SegWit2x – 비트코인 세력 다툼

Bitcoin-segwit2x비트코인과 가상화폐에 관심 있다면, 요새 비트코인 동네에서 뭔가 큰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 것이다. 워낙 빠르게 변하고, 기술도 계속 진화해서, 나는 그냥 껍데기만 알고 세세한 건 잘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이고, 비트코인에 대해서 가끔 포스팅해서 그런지, 만나는 사람마다 나한테 “요새 비트코인 무슨 일 있나요?”라고 물어본다.

비트코인의 바탕을 이루는 블록체인의 크기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몇 번 썼다. 블록체인의 블록 사이즈는 1MB인데, 이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대한 해킹이나 사이버 공격을 예방하려고 일부러 이렇게 작게 만들었다. 그런데, 블록 사이즈의 한계 때문에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거래량도 제한되는데, 이 상태로는 비트코인이 비자(Visa)와 같이 거대하고 효율적인 결제 시스템이 될 수가 없다. 그리고, 거래량이 증가할수록 거래를 승인하는데 필요한 채굴작업도 비싸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두 개의 다른 제안이 있다. 한쪽은 그냥 간단하게 블록 사이즈를 더 크게 만들자고 하는데, 이는 마치 자동차가 너무 많아져서 교통체증이 심하니, 도로의 차선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비슷하다. 이 주장은 주로 채굴을 업으로 하는 쪽의 주장이고, 전 세계에서 채굴을 가장 많이 하는 중국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교통량이 증가한다고 무작정 차선을 확장하는 게 정답은 아니다. 차량흐름을 최적화하거나, 대로변의 작은 길들을 활용해서 해결할 수도 있다. 이게 바로 비트코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주장하는 방법이다. 이들이 제안하는 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체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거래량 일부를 메인 블록체인 외부에서 처리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을 SegWit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방법을 채택한다면, 지금까지 채굴을 위해서 엄청난 투자를 한 중국 마이너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으므로, 이들이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 두 파벌이 최근에 조금씩 양보를 하면서 합의한 게 SegWit2x이다. SegWit을 도입하지만, 동시에 블록 사이즈도 2배로(=2MB) 늘리는 방법이다. SegWit2x 소프트웨어는 이미 배포되었고, 이미 80% 이상의 마이너들이 도입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로써 SegWit은 적용되었고, 블록 사이즈를 2배로 늘리는 일이 남았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의 일정은 여기에 잘 설명되어 있다.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아마도 모두가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인 split은 일어나지 않고 – 이더와 같이 비트코인도 두 개의 코인으로 분할하는 –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더욱 더 강력하게 진화할 거 같다.

실은, 이는 기술적인 논쟁이라기보다는, 우리가 흔히 정치판에서 보는 세력과 이권 다툼이라고 보는 게 맞다. 비트코인이라는 같은 당에서도 서로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싸우고 있는 두 파벌을 보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정치판과 같이, 서로 싸우면서도, split이 일어나면 비트코인 커뮤니티에 큰 혼란이 발생할게 뻔히 보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더리움이라는 다른 당에 뒤지기 싫어서, SegWit2x라는 임시해결책을 선택한 것도 어찌나 우리 삶과 이렇게 비슷한지 참 신기하다.

<이미지 출처 = Bittiraha.fi>

같이 성장하기

얼마 전에 우리 투자사 대표랑 단둘이 저녁을 꽤 길게 먹을 기회가 있었다. 창업 전에 대기업 생활을 오래 했고, (나름)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 결정을 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용감하게 시작했고, 모든 벤처가 그렇듯이, 어려운 과정을 자주 경험하면서 이제 2년째 사업을 잘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이젠 몹시 어려운 시점은 지난 거 같고, 회사가 망할 걱정보다는 성장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일에 대한 이야기를 훨씬 더 많이 했다. 내 기억으로는, 사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이 분은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공동창업자를 어떻게, 어디서 찾을지, 제품 개발은 어떻게 하고, 돈은 어디서 받고, 지분은 어떻게 분배하는지와 같은 Startup 101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당시에 나도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 그러면서 제품이 개발되고, 팀이 커지고, 고객도 생겼다. 힘들었지만, 운 좋게 펀딩도 잘 받으면서, 비즈니스가 성장했고, 이 대표이사는 아마추어 창업자에서 좋은 비즈니스맨으로 성장을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우리는 창업 초기의 걱정거리가 아니라, 회사가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우리는 기업문화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다. 정말로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데, 매일 야근하는 게 과연 회사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 이 대표는 걱정하고 있었다. 물론, 모두가 좋아서 스스로 야근을 하고 있지만, 대표이사의 입장에서 이걸 좋아해야 하는 게 맞을지, 아니면 좋은 기업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청산해야 할 악습인지에 대해서 우린 이야기했다. 채용에 대해 이야기도 했다. 대표이사의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건데, 이 ‘좋은 사람’의 기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80%만 만족하는 사람을 뽑아서 나머지 20%를 회사가 채워줘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100% 만족하지 못 하는 사람은, 아무리 가능성이 보여도, 현재 단계에서는 채용하지 않는 게 맞는 건지에 대해서 우린 이야기했다.

실은, 나도 기업 문화나 시기적절한 채용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할 정도의 회사를 운영해본 적이 없고, 우리가 투자한 대부분 회사도 아직은 이 단계까지 성장하지 못해서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주지는 못했지만, 나도 오랜만에 구멍가게 사고방식을 벗어나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의 사고방식으로 다양한 고민을 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한 2년 만에 이 대표이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온실에서 자란 월급쟁이가 짧은 기간 동안 산전수전 다 경험하면서 제법 프로페셔널한 비즈니스맨이 되었고, 이 전체 과정을 같이 했다는 거에 대해서 난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했다. 물론, 이렇게 성장한 비즈니스와 대표이사를 가까운 곳에서 보면서 나도 많이 배웠고, 조금은 다른 방향이지만, 나도 같이 성장했다.

우리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가 투자하는 건 투자금이라기보다는, 좋은 창업가와 좋은 비즈니스를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면서, 한 수 배우기 위한 수업료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업료를 내고, 많이 배우고 있다는 생각을 요새 상당히 많이 한다. 바로 위에서 말한 이런 사례같이.

듣기만 해도 힘이 나는 단어, ‘도전’

rockybalboa도전. 벤처 쪽에서 일하면, 이 말 정말 많이 듣는다. 그리고 또 많이 사용들 한다. 너무 많이 쓰이는 단어지만, 도전이란 말은 누구에게나 매번 큰 희망과 에너지를 준다. 며칠 전에 ‘SBS 스페셜’ 478회 ‘성신제의 달콤한 인생‘ 편을 보고 나는 도전이라는 단어가 주는 짜릿하고 찌릿한 느낌을 다시 한번 깊게 경험했다.

성신제. 내 나이 또래 분 중 이 이름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것이다. ‘성신제 피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토종 피자 프랜차이즈였고, 솔직히 (개인적으로) 맛은 별로였지만, 독특한 재료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파격적인 시도를 많이 한 외식업체였다. 솔직히 나는 성신제 대표는 성신제 피자만 창업한 줄 알았는데, 이보다 훨씬 더 깊은 비즈니스 경험이 있는 분이다. ‘피자헛’을 한국으로 가져온, 그래서 피자라는 음식이 매우 생소했던 1984년에 한국에 피자를 소개한 분이고, 이후 성공과 실패를 통해서 천당과 지옥을 9번이나 왔다 갔다 한, 한국 외식업계에 한 획을 그은 사업가다. 그동안 엄청난 돈도 벌었지만, 이후 계속되는 실패로 모두 다 날렸고, 지금은 70의 나이에 케이크 사업을 다시 시작한 1인 창업가이다. 궁금해서 성신제를 검색해보니,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나름 엘리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그에게 “어떻게, 그리고 왜 그 나이에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냐?”라고 묻는다. 이 분은 넘어지면, 계속 자빠져있거나, 아니면 다시 일어나거나, 두 가지 옵션밖에 없는데, 자빠져 있으면 죽는 거니까, 다시 일어나는 방법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하면서 오늘도 묵묵히 세계 최고의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서 베이킹을 하고 있다.

왜 난 이 실패한 아저씨 이야기를 잠도 안 자고 봤을까?(난 보통 11시 전에 잔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정말 불행한 이야기인데, 왜 가슴이 벅찼을까? 잠자리에서도 왜 와이프한테 계속 성신제 대표 같은 분이 성공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잠이 들었을까? 넘어지면 또 일어나고, 또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어떻게 보면 인간을 위대하게 만드는 이 도전정신 때문인 거 같다. 좀 식상하고, 촌스럽고, 올드하지만, 난 이런 스토리가 좋다. 아직도 가슴이 벅차다. 요새 수 십억 원의 빚을 갚기 위해서 처절하게 노력하고 있는 연예인 이상민 씨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돼서 더 짠했던 거 같다.

<이미지 출처 = Total Roc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