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선순환시키는 스타트업 투자

얼마 전에 포스팅한 내용에서 나는 VC 사업의 본질은 결국 돈을 버는 것이라고 했다. 돈 버는 건 중요하고, 특히 자본주의 세상에 사는 모두에게 돈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너무 당연하지만, 합법적인 방법으로 벌어야 하고, 이왕이면 사회에도 기여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더 좋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VC 투자라는 업은 돈의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효용가치를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돈을 가장 바람직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단 돈을 버는 입장에서 한번 보자. 벤처 투자는 말 그대로 모험자본인 만큼, 성공보단 실패할 확률이 큰, 고리스크 투자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전 세계 VC 투자 실적을 장기적으로 트래킹하고 통계를 내보면, 수익률과 실적 면에서는 우리가 아는 그나마 안전한 부동산이나 상장주식 투자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진 않는다. 평균적으로 봤을 땐 다른 투자와 비슷한 수익률이 발생하지만, 상위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다른 투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벤처투자가 높다.

돈을 투자받는 입장에서도 한 번 보면 좋을 것 같다. 돈이 좋은 창업가에게 투자되고, 이들이 잘 돼서 다시 투자자에게 회수되기까지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이게 오늘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다. 일단 스트롱을 비롯해서, 내가 아는 모든 VC들은 깨끗한 돈으로 투자한다. 우리에게 출자하는 LP들은 정직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고, 번 돈에 대해서는 정직하게 세금을 내고, 이 자금을 우리에게 준다. 우리도 이 돈을 정직하고 합법적인 사업을 하는 창업가들에게 투자한다. 이들은 이 돈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어떤 이들은 성공해서 우리가 투자한 금액보다 훨씬 큰 수익을 창출한다. 이 수익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고, 우리에게 자금을 제공한 LP들에게도 돌아간다. 이런 성공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돈이 더 큰 돈을 벌어서 벤처 생태계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 이 돈이 다시 스타트업에 투자되고, 큰돈을 번 창업가들은 다시 사업을 하거나 좋은 곳에 또 투자한다.

그런데 잘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사업은 망하고, 이 사업에 투자된 금액은 그냥 증발해버린다. 실은, 바로 위에서 말했던 성공사례보단 실패사례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이렇게만 보면 내가 주장하는 돈의 선순환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현상을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정량화하긴 힘들지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정성적인 작용과 반작용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서, 한 스타트업에 자금이 투입되면, 그 돈은 누군가의 꿈을 현실화하는 데 사용된다. 꿈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이 더 좋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이들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러한 총체적인 노력은 모두에게 엄청난 배움과 동시에 좋은 경험을 만들어 준다. 이런 노력, 배움, 그리고 경험은 사업의 성공과 실패 여부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지는데, 이 모든 것의 시작을 가능케 한 건 바로 회사에 투입된 투자금이다. 궁극적으로 이 벤처투자금은 더 좋은 사람들이 더 좋은 배움과 경험을 기반으로 더 좋은 사회와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다.

성공적인 엑싯을 한 창업가와 이 회사에서 일했던 직원분들은 이들의 배움과 경험을 기반으로 다시 회사를 만들고, 본인들이 번 돈을 다른 회사에 투자하기도 하고, 다른 창업가들을 멘토링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한 나라의 경제와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 엑싯하지 못하고 실패한 창업가와 이 회사에서 일했던 직원분들도 이들의 배움과 경험을 기반으로 계속 도전하고 노력하는 걸 나는 많이 봤다. 이런 도전정신과 선한 노력 또한 한 나라의 경제와 사회를 더욱더 강화할 수 있다.

요새 같이 힘든 시기엔, 스트롱 포트폴리오 대표님들이나, 내가 가깝게 교류하는 프라이머 회사 대표님들을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저렇게 힘들게 사업을 하는지, 가끔은 이렇게 사서 고생하는 걸 보면 내가 답답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남들이 입으로만 불평 불만할 때, 이들은 행동으로 뭔가를 직접 하고 있고, 이런 노력은 진심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이런 분들을 적극 돕고, 이런 분들이 더 많아지기 위해서는 우리 같은 투자자들이 돈을 더 풀어야 한다. 벤처 투자야말로 돈을 선순환시키는 가장 좋은 투자라고 나는 생각한다.

시간과 복리

같은 사업을 5년 이상 하고 있는 창업가 중, 아직도 product market fit을 제대로 못 찾았거나, 아니면 핏은 찾았지만, 성장이 너무 더디면, 어느 순간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스스로 물어보는 순간이 올 것이다. 스타트업의 생리를 잘 모르는 분들은 이런 창업가들에게 5년밖에 안 했는데 너무 빨리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냐면서 그냥 계속하라고 하는데, 이런 분들은 초기 스타트업에서의 5년이 얼마나 처참한지 잘 몰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직접 해보지 않은 분들은 모르는데, 스타트업은 정말 힘들다.

우리 투자사 대표들도 이런 상황에 놓인 분들이 요새 꽤 많다. 야심 차게 시작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돈은 항상 쪼들리고, 제품 출시에 걸리는 시간은 항상 더 오래 걸리고(어떤 팀은 출시도 아직 못하고 있다), 사람 관리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더 어렵다. 말만 대표이사지, 회사의 잡일을 도맡아서 하는 사람이고, 머리로 일하는 줄 알았는데, 초기 몇 년 동안은 머리보단 몸을 더 많이 써서, 퇴근하면 하루 종일 막노동한 것과 같이 온몸이 녹초가 되는 경험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매우 많다.

그래도 이들은 회사의 주인이라서 긍정의 힘으로 버티는 걸 자주 봤지만, 오랫동안 큰 성장이나 성과 없이 일하는 직원분들에게 이 상황은 훨씬 더 스트레스풀할 것이다. 뭔가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생각하고 합류했는데, 힘들기만 하고 그만큼의 보람이 없다면 우리 회사가 정말로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심각한 의문이 생길 것이다. 여기에 불을 더 지르는 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다니는 스타트업은 투자도 잘 받고, 고속 성장해서, 나만 발전이 없고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이런 직원분들이 대표이사에게 계속 불안, 불만과 회의감을 표현하면 대표이사도 이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방황하는, 길을 잃는 순간이다.

요새 이런 고민을 하는 창업가와 대표들을 나는 많이 만난다. 몇 년 동안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데 – 이 글에서는 그냥 “5년”을 기준이라고 했는데, 2년이 될 수도 있고 10년이 될 수도 있다 – 이미 어느 정도의 투자를 받았지만, 아직도 프로덕트 마켓 핏을 못 찾았다면, 이분들에겐 아마도 방향을 잘 못 잡고 있는 거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린다. 하지만, 핏을 어느 정도 찾아서 매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시장에서의 브랜딩도 어느 정도 되어 가고 있지만, 폭발적인 성장 곡선을 수년 동안 만들지 못해서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겐 나는 시간과 복리의 힘을 믿어보라고 조언한다.

그냥 단순한 기능 몇 가지 만들어서, 운 좋게 돈 좀 벌고 빠질 계획으로 창업했다면 모르겠지만, 시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서 사업을 해보기 위해서 창업했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걸 처음부터 인정하고, 하는 일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 때마다 이 사실을 스스로 각인시켜야 한다. 스타트업에서는 completing이라는 말보단 building과 shipping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말 그대로 한 번 만들어 놓고 완성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출시하고, 또 출시하고, 그리고 계속 만들고 또 만들기를 반복해야 하는, 아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업을 했고, 뭔가 길을 찾았지만, 성장이 더디다면, 무조건 시간의 힘을 믿어야 한다.

시간의 힘을 믿고 있다면, 복리의 힘 또한 믿어야 한다. 한 번에 대박 나는 건 이 세상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동안의 출시, 노력, 운, 우연,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융합된 게 차곡차곡, 아주 느리게 쌓이고, 또 쌓이다가, 소위 말하는 임계질량(=critical mass)에 도달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이게 복리 이자랑 동일한 원리라고 생각한다.

무에서 시작했는데 복리가 쌓여서 폭발하기 위해선 무조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없으면 복리의 원리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가 있다면, 신을 믿어야 한다. 창업을 했다면 시간의 힘을 믿고, 복리의 힘을 믿어야 한다.

유통채널의 진화

우리가 투자한 많은 이커머스 스타트업을 가까이서 보면서 배운게 하나 있다면, 온라인으로 뭔가를 파는 게 쉬워 보이지만, 실은 굉장히 어렵다는 사실이다. 쉬워 보이는 이유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까페24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코딩을 못 해도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 수 있고, 여기에 내가 팔고 싶은 물건을 등록해서 판매하면 매출이 발생하니까, 겉으로 보면 그래도 상대적으로 빨리 셋업해서 매출을 빨리 만들 수 있는 사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쉽게 셋업해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건 맞다. 그리고 거의 설립하자마자 매출이 발생하는 것도 맞다. 그래서 아마도 직장인들이 너도나도 부업으로 쇼핑몰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하지만, 이걸 직접 해 본 분들이라면, 실은 굉장히 어려워서 대부분 얼마 안 가서 포기한다.

만약 이 단계를 지나서 어느 정도의 제품력을 기반으로 약간의 브랜딩이 만들어졌다면,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온라인 마케팅을 시도한다. 실은 모든 이커머스 업체들에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다른 유통업체를 통하지 않고, 이렇게 직접 내가 우리 고객들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고객과의 접점이 생기고, 이들에 대한 데이터도 많이 확보하면서, 계속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신제품이 나와도 성장하고 확장하는 게 수월하다. 그런데 계속 우리가 직접 온라인으로 고객에게 판매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온라인 마케팅의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지면서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쟁사도 계속 출현하고, 이들이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면,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은 더욱더 낮아진다. 가끔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아도 구언효과와 바이럴로만 시장을 다 먹어버리는 회사들이 나오는데, 요샌 이런 회사는 정말 드물다.

그래서 결국 이들은 다른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 입점한다. 식품을 판매하면 마켓 컬리, 화장품이면 올리브영, 그리고 모든 제품을 취급하는 쿠팡 같은 곳들이 이런 대형 플랫폼/마켓플레이스다. 미국이라면 아마존에 대부분 입점할 것이다. 이런 대형 플랫폼을 통해서 우리 제품을 판매하면 노출과 트래픽은 극대화되지만,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점이 잘 안 생기고, 우리 브랜드를 고객이 잘 기억 못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예를 들면, 나도 마켓컬리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제품 이름은 잘 안 보고 그냥 마켓컬리에서 구매한 제품이라는 것만 기억한다.) 그리고 사업적으로 더 좋지 않은 건 남의 채널을 통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통행료(=수수료)를 내야하고, 이 수수료 또한 상황에 따라 매우 늦게 받는 경우가 있다. 노출이 잘 되고, 판매가 어느 정도 되지만, 결국엔 돈은 못 벌고, 이 돈 또한 늦게 받는 경우가 있어서 회사의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누가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마케팅을 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 단계까지 왔다면 그래도 외형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장하는 비즈니스가 됐을 것이고, 이런 성장을 이해하는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은 높아졌을 것이다. 이후에는 계속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계속 외부 플랫폼과 유통채널을 통해서 제품을 판매하는데, 이 비즈니스의 특성상 주문과 납기를 맞추기 위해서 초기 제조 비용이 들어가고, 여기저기서 다양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반면, 수금은 늦어지기 때문에, 수익성과 현금흐름의 개선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어쨌든 성장을 멈출 순 없기 때문에, 그동안 온라인 위주의 판매를 하다가 결국엔 오프라인 채널로도 확장하는 걸 우린 많이 봤다. 오프라인 채널은 또 다른 어려운 사업이지만, 편의점과 같은 궁극의 오프라인 채널에 입점하면 외형적인 매출 규모는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오프라인 채널은 수익성의 면에서는 주로 최악인 경우가 많다. 수수료가 높고, 원치 않는 프로모션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우리 투자사를 비롯한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오프라인은 돈을 버는 목적보단, 브랜드와 제품의 노출을 위해서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여러 곳에서 노출이 되면서 브랜딩이 확고해진 제품이 실제로 많이 있고, 이를 통해서 크게 성장하고 투자를 받은 곳도 있지만, 반대로 수익성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어떤 경우에는 마이너스가 발생해서 오프라인 채널에서 완전히 발을 뺀 곳도 있다.

실은 여기까지 와서,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 고민하고 있다면, 그래도 월 매출이 수 억 ~ 수십억 원 단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단순한 제품보단 더 큰 브랜드와 사업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을 단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고민을 계속하면서, 오프라인에서 발자취를 계속 넓혀가면서, 여기서 발생한 규모로 원가를 계속 낮추면서 수익성을 개선하는 곳도 있고, 온라인을 오히려 더 강화하면서 고객과의 끈끈한 접점을 만들어서 계속 이들에게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어떤 D2C 스타트업은 결국 유통채널단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제조원가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체 공장을 만들어서 수익성을 대폭 개선한다.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듯이, 한가지의 정답은 없다.

그래도 내가 봤을 때, D2C 스타트업의 가장 이상적인 성장은 온라인 판매이다. 최고의 제품과 가장 창의적인 마케팅으로 우리를 사랑하는 고객과의 끈끈한 접점을 만들면서 D2C 왕국을 만드는 게 갈수록 힘들어지곤 있지만, 이런 성장을 할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살아가기

누구나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건 매우 어렵다. 특히, 조회수를 늘려야지만 팔로잉과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튜브에서는 좋은 콘텐츠보단 쓰레기가 훨씬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삶에 의미를 주는)목적이 있는 콘텐츠(purpose driven contents)’를 만드는 우리 투자사 Jubilee Media에서 최근에 “한국에서 흑인으로 살기란?(What Is It Like To Be Black In South Korea?)”이라는 영상을 만들어서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특정 커뮤니티의 다양한 시각을 알아보기 위한 사회적 실험의 일환으로서 만들어졌는데, 한국에서 많이 알려진 샘 오취리를 포함해서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는 6명의 흑인 또는 흑인계의 남녀가 그동안 한국에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에 관해서 물어보고, 각자의 느낌과 생각을 세련되고 재치 있는 영상으로 만들었다. 20분이 조금 넘는 영상이라서 짧진 않지만,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 특히 아직도 편견이 존재하는 유색인종 – 사는 건 어떤 느낌인지 평소에 궁금했던 분들이라면, 상당히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외국에서 좀 살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영상을 보면서 내가 아직도 이해해야 할 게 이 세상에는 참 많다고 느꼈고 한국에서 태어났고 다른 한국인과 외모가 다르지 않은 한 사람으로서,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많이 배웠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샘 오취리의 흑인 발언 사건에 대해서도 미디어의 내용만 봤을 땐 이 친구가 좀 심했다고 생각도 했지만, 또 이 영상에서 샘의 발언을 들어보니까, 역시 모든 이야기에는 여러 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솔하게 판단하지 말고, 모든 내용을 열린 마음으로 잘 들어보고 판단해야겠다는 반성도 살짝 했다.

영상을 다 본 후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이들의 생각과 의견에 공감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100% 다 동의 하는 건 아니다. 만약에 내가 이 영상에 직접 출연했다면, 나도 몇 가지에 대해선 반박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이건 그냥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기 때문에, 누가 맞고 틀리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의견을 존중하면서 듣고, 수용할 수 있냐가 핵심이다.

그래도 내가 여기에 출연한 분들에게 느꼈던 감정은 고마움이었다. 한국은 이제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봐도 신경도 안 쓰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누가 영어를 해도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글로벌 국가가 됐다.(참고로, 20년 전만 해도 지하철에서 누가 영어를 하면, 모든 사람들이 다 쳐다봤었다.) 하지만, 이 영상을 보면서 느낀 건, 아직도 full globalization으로 가려면 우리가 해결하고, 이해하고, 수용해야 하는 점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물론, full globalization이 좋냐를 따진다면, 이건 또 다른 주제가 되겠지만. 내가 이들의 입장에 있었다면, 과연 나는 낯선 나라에서 가끔은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수용할 수 없는 시선과 의견들을 매일 접하면서 살 수 있을지 큰 의문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 출연한 6명 모두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이 훨씬 더 컸고, 한국인들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넘쳐흘렀다. 나는 이런 분들이 앞으로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유오피스, 공유하우스가 요새 많이 유행하는데, 어떻게 보면 한 나라는 세상에서 가장 큰 공유하우스이자 공유오피스인 것 같다.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함께 살아가야지만 우리에겐 밝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영상의 댓글도 매우 다양하고 인사이트풀하다. 그냥 밑도 끝도 없는 hate 댓글도 있지만, 대부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내용들이고, 이 정도로 수준 높은 코멘트들이 달린 걸 보면, Jubilee Media에서 이 콘텐츠 자체를 잘 기획하고,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K-제조 2.0 – part 2

바로 이전 글 ‘K-제조 2.0 – part 1‘에서 한국이 원래 제조 강국이고, 화장품같이 누구나 다 한국이 잘 만드는 걸 아는 분야도 있지만, 콘택트렌즈나 콘돔과 같이 우리가 잘 몰랐던 분야도 한국이 제조를 잘한다는 내용에 대해서 적어봤다. 이런 새로운 분야의 스타트업에 우리가 투자하면서 계속 스스로 물어봤던 건, “그러면 왜 이 렌즈나 콘돔을 직접 생산하는 한국의 제조업체에서 본인들의 브랜드를 잘 만들어서 직접 판매하지 않을까?” , “이미 우리 투자사들이 이 공장에 OEM 생산을 맡기고 자신들의 브랜드로 잘 판매하고 있는데, 이걸 생산업체에서 직접 하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동일한 제품인데.”와 같은 질문이었다.

그리고 실사를 하면서 공장에 이 질문을 직접 했는데, 해외 시장에 대해서는 대부분 그냥 본인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이미 한국에서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업체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 제품을 엄청난 브랜드로 키우고, 대단한 이커머스 플레이를 할 의지가 별로 없었다.

여기서 우린 기회를 봤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제품 중 한국에서 가장 싸고, 빠르고, 품질 좋게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 상당히 많이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제조업체가 어디에, 얼마만큼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하지만, 이런 양질의 제조업체에서 만든 Made in Korea 제품을 북미 시장에서 잘 판매할 수 있다면, Dollar Shave Club과 같은 유니콘 스타트업이 여러 개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미 전 글에서 언급했던 우리 투자사들이 이 작업을 하고 있고, 아직 엄청나게 큰 회사로 성장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이런 가능성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미국 시장을 잘 알고, 영어가 가능하고, 미국에서 좋은 인재 채용이 가능한 이런 창업가들은 한국의 제조 공장과 글로벌 시장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고, 이런 분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면, 한국이 가진 작은 시장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훨씬 더 큰 글로벌 시장을 가장 잘 만든 제품으로 공략할 수 있는 공식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스타트업들이 크게 성장하면, 역으로 한국의 제조 업체를 인수하면, 업계에서 말하는 수직 통합을 통해서 더 큰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이런 사례를 우리가 직접 경험해보진 못 했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K-제조 2.0이 시작됐다. 이런 긍정적인 움직임을 통해서 한국이 계속 제조의 강국으로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