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웃기

지난 며칠 동안 Y Combinator에서 창업가들에게 보낸, 좋은 시절이 끝나가니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라는 이메일이 우리나라에서도 공유되면서 큰 화제가 됐었다. 이미 많은 분이 내용을 정독했을 텐데, 요약하자면 13년간의 스타트업 호황이 끝나가니까 이젠 허리띠 졸라매고 돈 아끼면서 비즈니스 모델 빨리 강화해서 돈을 벌든지 아니면 내년 말까지 쓸 수 있는 펀딩을 빨리 확보해놓으라는 내용이다. 이 외에 세쿼이아 캐피탈에서도 비슷한 말을 하고 있고, 한국 VC들도 급랭하는 시장에 대한 경고를 너도나도 앞다퉈서 하고 있다.

나도 이 내용에 모두 동의한다. 실은, 이 상황은 이미 예견됐던 건데, 모든 악재가 그렇듯이 예고 없이, 그리고 전방위적으로 와서 놀란 거지, 경제 위기 자체를 예상 못 했던 건 아니다. 팬데믹이 시작한 후, 글로벌 경기가 무너질 거라고 대부분 경제학자가 예측하면서 경고의 메시지를 시장에 보냈다. 그리고 그때도 많은 VC가 조심하라는 말을 수없이 했다(나 포함). 하지만, 고민하고 시간 투자해서 이런 경고음을 보낸 노력이 민망할 정도로, 경기가 나빠지긴커녕, 오히려 그 누구도 상상치 못할 정도로 경기는 과열되면서, 시장에는 돈이 넘쳐흘렀다.

2021년도 한 해에만, 전 세계의 벤처투자금 $620B이 무려 9,000개가 넘는 딜에 투입됐고, 이는 과거 벤처투자의 모든 기록을 큰 차이로 경신한 숫자이다. 작년 한 해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돈지랄”이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정말로 유동성이 넘쳐흘렀고, 말은 안 되지만 “현금이 제일 싸다”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물론, 이런 돈지랄을 보고, 누구나 다 끝은 좋지 않을 거라는 걸 예측하지만, “내가 아무리 비싸게 사도, 다른 사람이 더 비싸게 살 거야”라는 생각으로 계속 시장이 과열됐던 것 같다.

그리고 결국엔 이 모든 게 한 번에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조정모드로 돌입하고 있다.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도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펀딩은 어떻게, 언제 해야 할지, 그리고 스트롱이 보는 현재 상황은 어떤지 최근에 많이 물어보고 있고, 나도 다른 VC와 비슷한 경고의 메시지 외엔 다른 말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2020년 4월에 나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극단적 조치‘라는 포스팅을 통해서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조건 사전에 비용 절감하고 사람을 해고해야 한다는 강력한 이야기를 했는데, 결론적으로 보면 이건 좀 틀린 조언이긴 했다. 왜냐하면, 모두가 다 우려했던 글로벌 쇼크 수준의 불경기가 오진 않았고, 단지 몇 달 동안 코로나19 쇼크만 있었고, 이후에 시장은 더 과열된 돈지랄로 보복 컴백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어떨까? 나는 경제학자는 아니라서 이번에도 틀릴 수 있겠지만 – 그런데, 경제학자들도 항상 틀린다 – 이번엔 모든 객관적인 수치가 꽤 심각한 글로벌 경제 쇼크로 향하는 것 같다. 불경기, 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전쟁, 환율 폭등 등, 이미 경제 위기는 시작됐는데, 그동안 다들 현실을 부정하면서 돈 수도꼭지를 펑펑 틀고 있었다. 이제 돈줄이 메마르기 시작했는데, 이번 위기는 과거 금융 위기와 같이 갑자기 모든 게 한 방에 무너지는 양상을 보이진 않을 것 같다. 과거의 글로벌 위기는 대부분 블랙스완의 성격이 있었는데, 이번 쇼크는 이미 모두가 어느 정도 예견했던 시장의 조정이라서 오히려 아주 천천히 조정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천천히 금융 위기가 오면, 좋은 점은 위기를 제대로 알아차리기도 전에 다시 호황이 온다고 하는데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요새 내가 우리 대표님들에게 드리는 조언은 그냥 평소 하던 대로 돈 아끼면서 사업하고 – 우리 투자사들은 펑펑 쓸 돈이 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 사람 채용 신중하게 하고, 되도록 신사업 시작하지 말고 기존 사업에서 돈 더 벌자 이다. 그렇게 버티면서 그냥 자주 웃으면 된다.

남 탓 하지 말기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오래된 병 중 하나가 남을 탓하는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이건 한국 사회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전 세계인에게 해당하긴 하는데, 그냥 내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사회에 남 탓하는 문화가 조금 더 많이 퍼져있는 것 같다.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그래도 조금은 더 유연한 사고를 하고 있고,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성향이 강한 분들이라서 남 탓하는 분위기가 여기엔 덜 하지만, 최근에 내가 느꼈던 몇 가지 생각을 기록해본다.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높진 않았다. 일단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해서 잘 몰랐고, 잘 모르기 때문에 투자할만한 시장으로서의 매력도가 낮았다. 그래서 우리도 잠재 해외 LP들을 만날 때 가장 고생하고 시간을 많이 썼던 부분이 한국이 투자할만한 시장이고, 한국에도 정말 좋은 tech 스타트업이 많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한국에서도 유니콘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한국의 이미지도 좋아지면서, 이런 노력이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시장을 아예 모르면, 질문 자체를 못 하는데, 한국이라는 시장에 대한 지식이 생기자, 해외 투자자들은 더 많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중 exit 관련 지적을 가장 많이 받았다. 아무리 좋은 회사가 많이 나와도 이들이 exit 할 수 있는 시장이 없다면 투자자로서는 매력도가 많이 떨어지는데, 한국은 지금도 exit 시장이 유니콘이 나오는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고, 몇 년 전에는 정말 약했다. 하지만, 시간이 걸릴 뿐이지, 한국도 exit 시장이 생기고 있고, 좋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IPO 시장도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고,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 또는 큰 스타트업의 다른 작은 스타트업 인수 사례가 조금씩 나오고 있고, 인수 가격도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큰 회사들의 생각이 굳이 돈 써서 다른 회사를 인수할 바에야 본인들이 직접 하는 거였는데, 직접 해보니 그냥 다른 회사 인수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싸고 스트레스 덜 받는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직접 하기보단 인수하는 것도 좋은 옵션이라는 개념은 있지만, 아직은 최대한 싸게 인수하려고 한다. 아마도 이 생각도 시간이 지나면서 희석될 것이고, 제값을 주고 회사를 인수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더 많이 인수하지 않고, 인수해도 너무 싸게 한다고 불평들을 많이 한다. 그리고 스타트업 대표들이 이런 대기업을 욕하고 탓한다. 나는 솔직히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는데, 비싸게 인수되지 못하는 스타트업 자신을 탓해야 한다. 사는 사람이 물건의 가격이 100만 원이라고 하면, 그건 100만 원짜리 물건이다. 시장에서 그 가격 이상 지불할 의향이 없는데, 혼자서만 가격이 1억 원이라고 우기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

이게 싫으면, 그냥 회사를 팔지 않으면 된다. 더 비싸게 회사를 팔고 싶고, 그 가격을 인수자에게 주장하고 싶으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면 된다. 시장은 냉정하고, 시장에서 정하는 게 회사의 가격이니, 남 탓하지 말고, 남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큰 가치와 높은 가격을 정당화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해야 한다.

믿음이 필요한 순간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 내가 존경하는 워렌 버핏이 항상 하는 말이, 머리로 투자해야지, 가슴으로 투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잘 봐야 하고, 시장을 잘 분석해야 하고, 냉정한 이성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우리같이 남의 돈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에겐. 나도 투자를 시작할 땐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고, 냉철함을 기반으로 투자 철학을 나름 몇 가지 정했다.

그런데 그동안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계속하면서, 몇 가지 기술적 변곡점을 경험했고, 몇 년마다 한 번씩 오는 큰 technological cycle을 겪어보니, 데이터와 머리로만 투자하는 게 어쩌면 최선의 전략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아니, 요샌 오히려 이렇게 투자하면 초기 투자는 잘 못하고, 우리가 원하는 홈런 투자는 더욱더 못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이젠 어느 정도 믿음으로 굳어지기까지 했다.

우린 매일 다양한 딜을 검토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요샌 이 중 절반 정도가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들이다. 전에는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면, 그냥 보지도 않았다. 아는 분야의 사업만 봐도 너무 많은데, 굳이 모르는 분야의 사업을 공부하고 분석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는 내가 모르는 사업은 그냥 안 좋은 사업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모르는 분야의 스타트업이 훨씬 더 많이 생겼고, 더 이상 이 회사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내가 모르는 사업이지만, 그렇다고 나쁜 사업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배우는데 한 3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그 이후엔 내가 모르는 분야라도 최대한 많이 공부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당시엔 시간을 좀 투자하면, 몰랐던 사업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길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했다.

이젠 내가 아무리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해도, 자신감이 생길 만큼 이해할 수 없는 사업과 창업가를 간혹 만난다. 그리고 이런 카테고리의 사업이 더 많아지고 있고,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검토하는 딜들이 워낙 많아지고 있고, 새로운 기술과 사업이 매일 매일 새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나도 조금씩 스스로 변화를 주기 시작했고, ‘변하지 않는 유일한 건 변화 그 자체’라는 아주 진부한 이 말을 온 몸으로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

올해 시작하자마자 우린 정말 많은 회사에 투자했는데, 이 회사들 처음 미팅하고 내가 내부적으로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잘 이해가 안 가네요” , “와, 이런 걸 정말로 사람들이 돈 내고 사용한다고?” , “뭐, 저런 사업이 다 있지?” 등과 같은 의심과 회의감 가득 찬 질문이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했던 건, 이런 의심을 버리고, 대신 의심을 호기심으로 대체했다. 이렇게 하니까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그리고 이 호기심을 기반으로 이 창업가와 비즈니스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공부와 고민을 했다. 물론, 100%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에는 믿기로 했고, 이 믿음을 기반으로 투자했다.

우리가 만약에 특정 분야에만 투자하고, 그 분야의 여러 가지 수치와 공식이 이미 존재한다면, 이 글 초반에 이야기했던 냉정한 데이터 기반의 투자, 업종의 충분한 이해, 그리고 다각도에서의 분석이 유의미하다. 하지만, 수치가 없고,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라서 공식 또한 존재하지 않는 분야라면, 완벽하게 이해하기 전에 일단 믿어야 한다. 그리고 이 믿음이 이해를 뛰어넘을 수 있을 때는 투자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의심하지 말고 대신 호기심을 갖자. 호기심이 생기면 더 공부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100% 이해하기 전에 믿음을 갖자. 아멘.

자산으로서의 디지털 자산

이 내용에 관해서 쓰기 시작한 게 몇 주 전인데, 그동안 다른 글들을 쓴다고 마무리를 못 했었다. 실제로 마무리하는 와중에 알고 스테이블코인 테라/루나 사고가 터져서, 이걸 올리지 말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현재 시장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 혹시나 동의하지 않더라도 나한테 증오 이메일은 안 보내면 좋겠다.

전에 The New Consumer의 “Consumer Trends 2022 Report” 라는 보고서에 대한 을 쓴 적이 있는데, 여기엔 흥미로운 내용들이 상당히 많았다. 내가 특히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MZ 세대들의 Digital Money 현황인데, 다음과 같은 차트가 있었다.

<출처: Consumer Trends Survey / Consumer Trends 2022 Report>

설문 조사한 미국의 MZ 세대 중 21%가 이더리움, 13%가 비트코인, 그리고 11%가 NFT를 2021년도에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차트이다.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을 더 많이 구매했다는 게 처음에는 약간 의외였지만, NFT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ETH가 필요하니까 이런 숫자가 나온 것 같다. 어쨌든 이 차트는 꽤 인상적이었다. 설문조사를 한 모든 개개인의 사정이나 상황을 알 수 없지만, 내가 처음 투자에 입문했을 때 샀던 건 주식이었는데, MZ 세대들은 주식이나 부동산을 그냥 건너뛰고 바로 디지털 자산으로 투자에 입문하고 있다는 시장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2013년도에 코빗에 투자하면서 비트코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딱 이 두 가지 디지털 자산에만 투자했다. 알트코인이 엄청나게 많이 나왔고, 이후에 ICO 광풍이 불었을 때도 그냥 이 두 가지 자산에만 관심을 가졌다. 아직 다른 디지털 자산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대부분 망할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생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고, 2020년도부터 다른 디지털 자산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Cardano/ADA도 조금씩 사보고, Polkadot/DOT도 사고, 심지어는 ApeCoin도 사면서 전통적인 자산을 다각화하듯이 디지털 자산도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좀 해야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 봤을 때 디지털 자산으로서 의미가 있는 암호화폐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포트폴리오 다각화/분산화 전략 면에서는 이제는 어느 정도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 디지털 자산이 정말로 자산이 되고 있다는 확신이 매일 매일 강해지고 있기도 하다.

흔히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고 하고,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이 금과 비트코인을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하는데, MZ 세대에겐 비트코인이 정말로 금일지도 모르고,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어쩌면 우리가 아는 금덩어리 자체가 뭔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치, MZ 세대가 VHS 비디오와 워크맨이 뭔지 모르듯이.

이런 각도에서 보면, 디지털 자산은 앞으로 부동산, 주식, 현금 등과 같은 실제 자산으로 인식될 확률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빛나는 별

젊은 친구들이 요새도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선배들이 해주던 조언 중 “네가 뭘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굴 아는 게 중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20대 중반에는 솔직히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이해했지만, contextual한 의미는 사회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회생활도 좀 하고, 인생의 단 맛 보단 쓴 맛을 더 보면서, 인맥과 네트워크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여러 가지 상황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게 됐다.

그래서 나도 한때는 나 자신을 단련하고 나만의 지식을 쌓고 실력을 키우기보단, 나보다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서 백방 노력하기도 했다. 유명한 사람들이 모이는 이벤트를 한국이나 미국에서 일부러 찾아다녔고, LA에서 뮤직쉐이크를 하던 시절에는 한 해에 거의 100개 이벤트에 참여했던 적도 있었다. 가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인맥을 인위적으로 넓히기 위해 열심히 명함을 수집했고, 나중에 혹시나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 이런 이벤트에는 나같이 인맥을 쌓아서 많은 사람을 안다는 사실만을 능력으로 여기는 사람들밖에 없다는걸.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 나 포함 – 대부분 속 빈 강정이고, 자기 실력은 없으면서, “그 사람이 저랑 친해요” , “제 고등학교 친구의 친구예요” , “제 초등학교 친구와 그분이 같은 교회 다녔어요”와 비슷한 말만 하는 걸 경험했다.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창업가들은 이런 이벤트에서 네트워킹할 시간에 제품을 만들거나 고객을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1년에 100개가 넘는 이벤트에서 낭비한 시간에 내 실력을 쌓았다면, 내가 오히려 남들이 이런 이벤트에서 만나고 싶어 하는 그런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순간부터 나는 네트워킹을 증오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남을 통해서 내 가치를 올리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뭘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굴 아는 게 중요하다.”라는 말이 많이 틀렸고, 누굴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뭘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되도록 이 말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들이 내 목소리를 듣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사람씩 찾아가서 이들의 귀에 속삭이는 게 아니다. 훈련과 단련을 통해 성량을 키워서 내 목소리를 전 세계에 울려 퍼트리는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가 내 목소리를 확실히 듣게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내 실력과 능력을 쌓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실력도 없이 무조건 아는 사람과 네트워크, 즉 남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항상 한계에 부딪힌다. 그리고 누구 안다는 사람 중, 그 사람과 정말로 친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과학적으로는 자체 발광하는 별은 없는 거로 알고 있지만, 스스로 빛나는 별이야말로 누구나 다 북극성같이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가장 좋은 별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남에 의존하는 loud loser와 오롯이 자신의 실력으로 대결하는 quiet winner로도 표현할 수도 있다.

Loud loser가 아닌, quiet winner가 될 수 있는 스스로 빛나는 하루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