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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벅 2018년 정리

tumblbug 2018우리 투자사 텀블벅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가 후원되고 있다. 작년에는 보상형 크라우드펀딩 누적 후원금이 550억 원을 넘었고, 펀딩에 성공한 프로젝트가 9,000개가 넘었다. 이렇게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다 보니, 어떤 트렌드가 유행했는지를 데이터를 통해서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분석해볼 수 있는데, 다음은 2018년도 텀블벅에서 가장 유행했던 10대 트렌드이다. 텀블벅이 대한민국 유행을 반영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방향성은 제시해 줄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텀블벅 2018년도 결산은 여기서 볼 수 있다.

1/ 북펀딩 – 687건이 출간 성공으로 이어졌다. 괄목할만한 프로젝트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인데, 백세희 작가는 이 책으로 서점가 에세이 열풍을 이끌며 독립출판 최대 성공 사례가 되었다
2/ 팬과함께 – 크라잉넛, 미미시스터즈 같은 유명 밴드의 컴백, 또는 인기 유투버 대도서관의 굿즈 판매 등이 대표적인 프로젝트였다
3/ 패션붐 – 1,394 건의 패션 펀딩이 성공으로 이어졌다. 옷, 신발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대량생산에 도입하기 전에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동시에 고객을 사전 확보하는 좋은 플랫폼으로 텀블벅이 사용된다
4/ 셀프케어 –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점 ‘나’한테 투자하는 사회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
5/ 지구생각 – 친환경, 업사이클링, 비건 등이 굉장히 hot 했던 이슈였고, 아마도 올해는 더욱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6/ 우리집막내 – 반려동물을 ‘키운다’에서 반려동물과 ‘같이 산다’로 인식의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는 트렌드를 잘 반영하듯이 다양한 프로젝트가 펀딩에 성공했다
7/ 밀레니얼 저널리즘 – ‘미투’와 같은 남들이 잘 말하지 않는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려는 밀레니얼 창작자들의 프로젝트가 돋보였다
8/ 작은 영웅 –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하지만, 생활 속에서 발휘하는 용기로 감동을 주는 분들의 이야기가 많은 사랑을 받은 한 해였다
9/ 동네의 재발견 – 우리한테 익숙한 동네와 골목이 갖고 있는 오래된 이야기와 문화의 가치를 많은 창작자들이 선보였다
10/ 창작길잡이 – 누구나 창작에 도전해서 나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 주는 가이드가 인기가 있었던 걸 보면, 앞으로는 1인 창작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라는 트렌드가 보인다

나는 위의 10대 트렌드에 속하는 모든 프로젝트를 펀딩 하진 않았지만, 이 중 몇 개는 했다. 텀블벅 존재의 기반이 되는 철학은 “천 명의 진정한 팬만 있으면 모든 창작자들이 굶지 않고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인데, 이 철학이 모든 프로젝트에 그대로 반영되는 거 같다. 다들 유행에 따라 모두 비슷한 것을 좋아하던 시대는 지고, 모두 나만의 창작자를 발굴하고 이들을 후원함으로써 나만의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가는 시대가 왔다는 트렌드를 2018년의 텀블벅 프로젝트가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트렌드는 앞으로 더욱더 가속화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텀블벅>

실리콘비치 – LA

silicon beach작년 마지막 날 12월 31일 이코노미 조선에 “제2의 실리콘밸리 LA ‘실리콘비치’를 가다” 라는 커버스토리 아래 9개의 특집 글이 실렸다. 실은 나도 모르는 사실들, 그리고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실리콘밸리는 불변의 창업 메카지만, 이와는 또 다른, 바다가 있는 실리콘비치 LA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내 스트롱 파트너, 일명 LA의 ‘미다스 손’ , 존 남의 통찰력 깊고 흥미로운 인터뷰도 있고, LA 스타트업 생태계를 한 눈에 보여주는 인포그래픽도 있다. 이 외에 우리 펀드의 LP이자, 자신이 창업한 화장품 회사 NYX Cosmetics를 로레알에 5,000억 원 이상에 매각한 토니 고, 그리고 우리 투자사 라엘의 스토리도 있다.

이 글의 큰 주제 중, 내가 동의하기 힘든 게 한 가지 있다면, 이 글의 소제목 “실리콘밸리, 파티는 끝났다”가 시사하듯이, 전체 맥락이 마치 실리콘밸리는 이제 더 이상의 혁신이 일어나기 힘들고 좋은 인재들이 떠나고 있다는 것 같은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LA, 뉴욕, 시애틀, 서울 등과 같은 새로운 곳에서 빠른 발전과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실리콘밸리는 항상 실리콘밸리일 것이다.

<이미지 출처 = 이코노미조선>

Going Global

얼마 전에 뉴욕에서 오는 비행기에서 JYP의 박진영 씨를 봤다. 좌석은 다른 섹션이어서 비행기에서는 이야기는 못 했지만, 가방 찾는 걸 기다리면서 인사도 하고 그냥 몇 마디 나눴다. 박진영 씨는 나를 기억 못 하지만, 실은 나는 예전에 LA에서 뮤직쉐이크를 할 때, 그때 박진영 씨가 원더걸스 미국 진출을 시도했었는데, 원더걸스와의 협업 때문에 캐주얼하게 인사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은 케이팝이 굉장히 커졌고, 싸이가 살짝 다진 길을 BTS가 뻥 뚫고 있어서 케이팝의 위상이 매우 커졌지만, 당시만 해도 아직 미국에서는 그냥 작은 동양 아이들이 열심히 율동하는 정도였던 거 같다. 이때 SM의 보아가 미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잘 못 했고, JYP의 원더걸스도 시도했지만, 결국은 잘 안 됐다.

지금은 SM, JYP, YG 모두 엄청나게 큰 회사로 성장했고, 이수만 씨, 박진영 씨, 양현석 씨는 연예인이라기보단 기업인이자 투자자로 더 유명해진 거 같다. 나는 실은 계속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연예인들과 기획사 대표들이 마치 글로벌 시장의 문들 계속 두드리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과 우리 같은 VC와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물어본 건 아니지만, 지인을 통해서 들었던 이수만 씨와 박진영 씨가 생각하는 보아와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 실패 원인은, 우리가 주로 느끼는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실패 원인과 상당히 흡사한 점이 많다. 실은 그 이유는 딱히 이거 다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복합적이고, 솔직히 말해서 나도 정확히 모르겠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안다면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이 북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사례가 많이 나올 텐데, 아직은 거의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스트롱 투자사 중 한국에서 시작한 한국 회사가 북미 시장에 제대로, 합법적으로, 성공적으로 글로벌 진출한 사례는 아직 하나도 없다. 그만큼 어려운 거 같다.

언어와 같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부터 시작해서, 문화, 규모의 경쟁, 채용, 네트워크 등등…. 한국과 미국에 투자하는 VC한테 물어보면, 글로벌 시장 진출이 어려운 이유가 백만 가지는 나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투자자나 스타트업 모두 계속 글로벌 문을 두드리며,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자원을 투자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우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고, 하지 않아도 되는 실수와 낭비가 발생할 것이다. 이걸 그때마다 손가락질하면서 욕하면, 더 이상의 시도도 없고, 더 이상의 발전도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은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하다. 굉장히 많이. 1~2년 해서 된다면, 모든 한국 회사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생각해봐라? 내가 태어났고, 교육받고, 직장생활을 하고, 사회생활을 한,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문화권에 있고, 한 다리 걸치면 모든 사람을 다 안다는, 이 작은 땅 한국에서조차 1등 비즈니스를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렵다. 그런데 언어도 모르고, 사람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완전히 새로운 나라와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누군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도했는데, 대박 실패하면, 우리 대부분은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잠시 잊어버리고, 그냥 그 회사와 대표가 뭘 못 했고, 그렇게 하면 안 되고 등등…비난하고 욕하기 바쁘다.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정말 터무니없는 뻘짓이 아니었다면, 그래도 그 사람은 최소한 시도라도 했고,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리고 잘 안 됐을망정, 어쨌든 시도하기 전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조금 더 가까워졌을 것이다. BTS가 요새 해외에서 잘 나간다. 왜 보아랑 원더걸스는 – 그리고 우리가 전혀 모르는 수많은 아이돌도 – 실패했는데, BTS는 잘하고 있을까? 실은 나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그 누구도 잘 모를 것이다. BTS 본인들도 잘 모르니까.

하지만, 계속하다 보면, 뭔가 배움이 있고, 발전이 있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료 POC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안 나는데, 2011년도였던 거 같다. 뮤직쉐이크의 랜덤 음악 작곡 기능을 하드웨어에 장착해서 조금 고급 장난감으로 만들면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었고, 이 컨셉이 시장에서 통할지 궁금해서 장난감 박람회에 몇 번 나갔다. 여기서 장난감 관련 회사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중에 디즈니에서 연구개발(R&D)를 담당하고 있는 Disney Imagineering 분들을 만났다. 실은 이 부서의 주 업무는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월드 테마파크의 시설과 기구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건데, 디즈니 지적재산권을 이용해서 장난감 만드는 업무도 같이 하고 있었다.

같은 LA에 있었고, 마침 디즈니도 자사 애니메이션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을 다양한 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우리는 간단한 키보드가 장착되고, 이 키보드를 이용해서 다양한 디즈니 음악 리믹스 버전을 자동으로 또는 쉽게 만들 수 있는 장난감에 관해서 이야기 했다. 그리고, 실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POC(Proof of Concept) 제작인데, 하드웨어는 디즈니의 협력사가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는 우리가 만들어서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도 스타트업들이 대기업과 POC를 많이 진행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은 본인들이 만들고 있는 제품이 정말 현업에서 필요한 제품인지, 그리고 창업할 때 예상했던 것 만큼 시장이 존재하는지를 테스트해보기 위해서이다. 물론, 잘 되면, 그 대기업이 우리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대량으로 구매할 기회도 있고, 운이 조금 더 좋으면, 회사를 통째로 인수해버릴 수도 있다. 또한, 우리보다 경험도 많고, 시장을 잘 알고 있는 대기업 담당자들의 현실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아서 우리 제품에 잘 녹일 기회이기도 하고, 회사 연혁에 “S 기업과 POC 진행” 한 줄을 더 추가할 수도 있다. 우리한테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대부분 무료로 진행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무료로 진행하는 게 정말 맞는 방법일까? 위에서 말한 디즈니와의 POC는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디즈니에서 먼저 견적을 요청해왔다. 그리고 같은 LA에 있었지만, Disney Imagineering 사무실과 하드웨어를 프로토타이핑 해주는 협력사까지 차로 이동하는 주유비, 만약에 비행기를 타고 출장을 가야 한다면 비행기 표와 호텔체재비까지 다 제공해주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이게 우리만을 위한 예외사항이 아니라, 그냥 회사에서 POC를 진행하는 스탠다드한 프로세스였다. 실은, 최종 견적은 우리가 처음 제시한 견적보다는 깎였지만, 소중한 회사의 자원을 이 POC에 할애하면서 뮤직쉐이크에 최대한 손해가 가지 않게 하는 우리의 의지이자, 디즈니의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결국 POC만 하고, 실제 제품에 적용되진 않았는데, 만약에 이걸 무료로 진행했다면 정말 회사에는 시간 낭비로 끝났을 것이다.

한국도 POC를 요청하는 기업들이 비용을 기꺼이 지급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이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들한테는 1년에 하는 수백 개 POC 중 하나겠지만, 이 POC를 하는 스타트업은 여기에 회사의 모든 자원, 피, 땀, 그리고 꿈을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이게 잘 되면 대기업과 계약을 맺고, 크게 성장할 기회가 주어지겠지만, 그건 그때 까서 고민하고 기뻐할 일이다. 그리고 내 경험에 의하면, 본인의 실적을 만들고 회사 내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대기업 담당자는 스타트업한테 말도 안 되는 장밋빛 그림을 팔고, 무료POC를 진행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정말로 진지하게 스타트업의 기술을 검토하고 있고, POC를 하고 싶으면, 시키는 사람도 어느 정도 의지와 책임감을 보여야 하는데, 그 최소한의 성의는 유료 POC에서 시작한다. 스타트업 대표들도 POC를 진행하게 되면, 당당하게 비용을 요구해야 한다.

내 탓

나는 학부 때 기계공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졸업은 다른 과로 했지만, 스탠포드 대학원 입학도 기계공학으로 했다. 그래서 스탠포드 기계과 동문이 많고, 이 중 많은 분이 한국의 대학에서 기계공학과 교수님으로 교편을 잡고 있다. 선배 중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님이 계시는데, 이 분의 요청으로 얼마 전에 학생들한테 창업에 대해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끝나고 어떤 학생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미국에서 뮤직쉐이크라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5년 동안 운영하셨는데, 지금 돌이켜보시면 잘 안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이 요동쳤다. 이렇게 많은 회사에 투자했고, 투자사 대표들한테 마치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듯이, 이래라저래라 훈수도 두고, 학생들 앞에서 잘난척하면서 강연까지 하는데, 왜 나는 내가 했던 비즈니스는 성공시키지 못했을까?

실은, 이 질문에 대해서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워튼을 중퇴하고 야심 차게 LA로 이사해서 거의 5년 동안 내가 생각할 수 있던 모든 걸 시도해봐서 후회는 없지만, 그래도 뮤직쉐이크를 더 잘 성장시키지 못한 건 마음이 아프다. 내가 이 비즈니스를 지금 다시 처음부터 한다면, 뭘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 다양한 상상을 하면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방법들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다면 이건 이렇게 해야지”라고 다짐을 하곤 한다. 2008년 말 금융위기만 없었다면, 중간에 사업이 꺾이지 않아서, 뮤직쉐이크는 지금쯤 큰 사용자제작음악 서비스가 됐을 것이다. Flash 기술이 더 발전했다면, 웹 버전을 더 빨리 출시해서, 애플리케이션을 PC에 설치하는 걸 싫어하는 미국 사용자들이 그냥 bounce 돼서 떠나는 걸 속수무책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을 텐데. 미국과 한국, 양쪽에 팀을 운영하는 어려움을 미리 알았다면, 그냥 한쪽에만 집중했을 텐데. 비즈니스가 더 크고, 매출이 거의 100% 발생하는 미국 시장에 제대로 된 개발팀을 만들어서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듣고 반영하면서 product iteration을 했으면, 진짜로 좋은 서비스를 만들었을 텐데. 음원 라이센싱에 대해서 잘 아는 인력을 초반에 채용했으면, 이 바닥에 대해서 공부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CAC와 LTV 개념을 더 빨리 배우고, 최적화할 방법을 더 많이 시도했으면, 마케팅을 더 잘 했을 텐데. 더 열심히 할 걸, 더 허리띠를 졸라맬걸, 더 많은 이메일을 쓸 걸, 더 많은 투자자를 만날 걸 등등….

실은, 위에서 언급한 것 하나하나에 모두 변명과 핑계를 갖다 붙일 수 있다. 나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고, 경기, 파트너, 투자자, 기술 등 남 탓만 하면 내 속은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뮤직쉐이크를 성장시키지 못한 이유는 100% 다 내가 잘 못 했기 때문이다. 모두 다 힘든 시기였고,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생각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지만, 이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내가 고전하고 있던 2008년~2012년, 이 기간 동안 대박 난 스타트업도 많다. 왜 이들은 잘 됐고, 우리는 못 했을까. 내가 잘 못 했기 때문이다.

위의 학생이 질문하고 한 3초 동안 이 모든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그 학생한테 나는 “잘 안 된 이유는 간단하죠. 사업을 하고 있던 제가 잘 못 했기 때문이에요. 영어로 하면 ‘I fucked up’이죠.”라고 대답했다. 내 사업이나 인생이 잘 안 풀리면, 그건 부모님 탓도, 나라 탓도,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내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