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우리 회사와 남의 회사

그 어떤 것도 공식화할 수 없는 게 ‘투자’라는 게임인 거 같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창업가를 선택하는 기준도 항상 다르고, 지금 검토하는 게 잘 될 만한 비즈니스인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라는 것도 없다. 나도 자주 말하지만, 이 일을 하면 할수록 어떤 창업가들이 좋은 창업가인지, 그리고 어떤 비즈니스가 성공할 비즈니스인지에 대한 판단이 더욱 힘들어진다. 이런 거시적인 부분에서의 판단도 힘들고, 실제 미시적인 디테일로 들어가면 공식화할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회사의 밸류에이션이다. 창업한 지 1년도 안 된, 직장 경험이 없는 젊은 팀이 만든 매출이 없는 회사는 과연 얼마짜리 회사일까?

회사가 어느 정도 굴러가서 현금흐름이 명확하고, 미래의 현금흐름이 예측 가능해지면 DCF(=Discounted Cash Flow)와 같은 기업금융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 회사의 가치를 산정할 수 있다. 내가 만난 스타트업 중 이런 방법을 사용해서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정하는 회사들이 더러 있다. 물론, 내가 봤을때는 말이 안 되는 수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밸류에이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앞으로 5년 동안 너무 극적으로 성장하는 그림을 그리는 이런 창업가들한테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권장하거나, 어떻게 이런 성장을 할 수 있는지 나를 조금 더 설득해달라고 부탁한다. 며칠 뒤에 다시 만나보거나 이메일로 연락해보면 어떤 창업가들은 조금은 더 수긍이 가능한 밸류에이션을 말한다. 하지만, 어떤 창업가들은 기존 밸류에이션을 끝까지 고수하면서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들을 제시한다.

이럴 때 가장 많이 듣는 건, “우리가 속한 분야에서 지금 가장 잘하고 있는 회사가 창업 후 초기 5년 동안 매년 200% 성장했습니다.” , “저희랑 비슷한 회사의 창업 2년 후의 밸류에이션이 이 정도였는데, 우리는 후발주자이니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등과 같은 말인데, 항상 남의 회사와 비교를 해서 우리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실은 이런 방법을 CCA(=Comparable Company Analysis)라고 한다. 가치를 매기기 힘든 스타트업의 경우 비슷한 산업군의 기업 또는 유사한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기업을 벤치마킹해서 밸류에이션을 정하는 방법인데 나는 이 방법으로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을 정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창업가도 전에 만난 기억이 난다. 새로운 개념의 소셜미디어를 만든다고 주장하는 분인데 – 실은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여기서는 넘어가기로 한다 – 과거 창업 경험도 없고, 제대로 된 팀도 없는 상태였다. 제품도 개발 중이라서 뭔가를 보고 판단하기가 상당히 모호한 단계였는데 이 분이 스스로 부여한 밸류에이션은 80억이었다. 왜 80억이냐고 물어보니까, “우리 비즈니스와 페이스북이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페이스북이 창업 초창기에 받았던 밸류에이션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랑 마크 저커버그랑 능력 면에서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좀 기가 차고 웃음도 났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분이라서 이야기는 좀 하고 미팅을 끝냈다. 참고로 이 비즈니스에 우리는 투자하지 않았고, 그 이후에 관련 소식이 안 들리는 거 보면 사업을 제대로 시작도 못 한 거 같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이고, 우리 회사는 우리 회사이다. 즉, 남이 받은 밸류에이션은 그 회사의 밸류에이션이고 우리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우리 회사의 밸류에이션이다. 아무리 비슷한 분야, 비슷한 단계, 비슷한 비즈니스 같지만,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 보면 비슷한 점 보다는 다른 점들이 훨씬 더 많다. 그러므로 남의 밸류에이션을 보면서 우리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산정하는 건 시간 낭비이자 부질없는 짓이다.

끝까지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 전자상거래 하시는 분과 대화하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대표님, 요새 이커머스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가 않습니다. 저희도 투자를 좀 했는데, 이커머스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많은 투자자들이 깨닫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요새 전반적으로 이 분야 회사들의 밸류에이션이 하향조정되는 추세이거든요.”
그런데, 비슷한 분야의 회사들의 대한 밸류에이션을 주야장천 주장하시던 분이 한다는 말이 “아, 우리 회사는 조금 달라요. 이커머스 방식도 다르고, 비즈니스 모델도 다르기 때문에 그런 프레임을 적용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였다.

남의 회사랑 우리 회사는 다르다.

본질에 대해서

골프를 안 치는 분들도 리우 올림픽에서 박인비 선수가 달성한 커리어 골든슬램에(=4개의 메이저 대회를 ‘그랜드슬램’이라 하는데, 이 4개 대회를 모두 우승하고, 올림픽까지 우승하면 골든슬램 달성이라고 한다) 대해서는 이제는 귀가 아플 정도로 많이 들었을 것이다. 골프를 좀 치는 사람들이라면 이게 얼마나 달성하기 힘든 기록인지는 잘 알 것이다. 엄청난 역사를 새로 쓴 박인비 선수, 박세리 감독 그리고 한국 여자 골퍼들한테 진심으로 존경심을 보낸다.

나는 개인적으로 박인비 선수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박인비 선수의 스윙은 ‘폼’을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골프라는 게임에서 봤을 때,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정석 폼은 아니다. 백스윙도 연결성이 부족하고, 체중 이동도 어딘가 조금 어색해 보이고, 눈으로 봤을 때 뭔가 시원해지지 않아서 그런지 내가 즐겨 보는 선수는 아니다(운동 선수 치고는 체중이 과한 것도 한몫을 한다). 실은 많은 골퍼들이 박인비 선수의 스윙을 보고 다들 한마디씩은 하면서 뭔가 좀 이상하다고 지적하는 걸 나도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지적질은 거기서 멈춘다. 왜냐하면, 골프는 작은 공을 막대기로 쳐서 남들보다 더 적은 타수로 구멍에 집어넣는 게임이고, 폼이 좋든 나쁘든 더 낮은 점수로 18홀을 끝내면 장땡이기 때문이다. 이 맥락에서 봤을 때 박인비 선수만큼 이 게임을 잘하는 사람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박인비 선수가 리디아 고를 제치고 아주 가뿐하게 금메달 따는 걸 보고 앞으로 더는 이 선수의 스윙에 대한 지적질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비즈니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들을 볼 수 있다. 경험의 유무를 떠나서, 우리 모두에게는 겉만 보면 절대로 안 될 거 같은 비즈니스들의 고정관념들이 나름 머릿속에 박혀있다. 논리적이지 못한 사장, 학벌이 없는 창업가, 왠지 이상한 비즈니스 모델 등….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게 아니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이런 껍데기가 아니라 이 회사가 얼마나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고객을 확보하고, 이 고객들이 기꺼이 돈을 쓰게 만드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박인비 선수와는 완전히 반대의 선수들도 있다. 외모는 화려하고 스윙도 FM인 골퍼들도 많은데, 막상 가장 중요한 수치인 점수가 별로다. 아무리 폼이 좋고 스윙이 좋아도 골프라는 게임에서는 점수가 높으면 우승하지 못한다. 이런 비즈니스들도 많다. 엄청난 경력과 학벌의 창업팀이 수십억 원의 펀딩을 받은 사례들이 우리 주변에도 꽤 있다. TV나 지하철역에 비싼 광고를 집행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비즈니스의 성공에 대해서 확신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비즈니스의 본질 자체가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경우가 많다.

내가 전에 블로깅 했던 샤크 탱크 일화도 똑같다. 잘 나가는 투자자들이 “저게 과연 될까?” , “내 경험에 의하면 저런 아줌마들은 사업 성공 방정식에 들어갈 자리가 없는데” , “말하는거나, 생긴 거나, 사고하는 게 스타트업을 잘 할 것 같지는 않은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모두 다 한마디씩 지적을 했다. 나도 이 방송을 보면서 이들과 똑같은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비즈니스는 결국 고객들을 확보하고 매출을 만들면 이길 수 있는 간단한 게임이고, 이 게임에서 이 아줌마 CEO는 월등하게 잘하고 있었다.

샤도우 복싱에 대한 과거 글도 비슷한 맥락이다. 화려한 샤도우 복싱이랑 링에서의 실전은 완전히 다르다. 복싱의 본질은 상대방을 제대로 쳐서 쓰러뜨리는 거다. 외모와 자세가 아무리 둔해 보이고, 투박해 보여도 펀치를 잘 날려서 쓰러뜨리고 이기면 이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다.

우리는 껍데기를 꿰뚫어서 그 안에 들어있는 본질을 파악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본질 외의 나머지 모든 것들은 잡음이다.

답은 항상 가까이 있다

스트롱 투자사를 포함, 많은 스타트업을 만나면 자신의 비즈니스 보다 남의 비즈니스에 더 신경을 쓰고 관심을 두는 대표이사들이 은근히 많다. 잘 팔고 있는 제품의 가격을 갑자기 낮추거나, 고객들이 유용하게 사용하는 서비스의 방향을 갑자기 바꾸는 회사들이 있어서 그 이유를 물어보면 거의 100% 경쟁사들 때문이라고 한다. 경쟁사가 제품을 훨씬 더 싸게 판매하기 시작해서 우리도 가격을 그만큼 낮추었고, 경쟁사가 갑자기 B2C 제품을 출시해서 B2B 비즈니스를 잘하고 있었지만, 우리도 B2C로 전략을 수정했다고 한다.

이런 분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아쉬울 때가 많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 비즈니스, 내 고객들, 내 직원들 생각만 해도 잘 될까 말까 한데 사장의 초점이 우리 내부가 아니라 외부의 경쟁사에 집중되어 있으면 결과는 솔직히 안 봐도 뻔하다. 이렇게 하다 보면 내 비즈니스를,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내가 원하는 페이스에, 내가 타겟하는 고객군을 대상으로 전개하는 게 아니라 남의 비즈니스가 내 비즈니스를 결정하기 때문에 방향성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우리가 다른 회사들보다 더 높은 가격에 좋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면, 그리고 기꺼이 이런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 고객군이 존재한다면, 우리 경쟁사들이 저가정책을 구사해도 굳이 우리가 가격을 이만큼 내릴 필요가 있을까?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하고, 장기적인 비전이 있다면, 경쟁사들이 우리와 다른 전략을 구사해도 우리는 그냥 우리만의 방향을 추구하면 된다. 남들이 하는 건 그들의 전략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전략이 있는데 왜 경쟁사들이 하는 모든 것을 따라 하는지 가끔은 이해가 안 간다.

이런 내 생각을 일반화해서 모든 창업가에게 적용 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잘 실행하고 성장하는 좋은 팀들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이렇게 자기 고객을 챙기기 전에 경쟁사의 동향만을 관찰하는 창업가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그 해결책을 항상 외부에서 찾으려고 한다. 회사의 매출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면, 경쟁사만 신경 쓰는 대표이사는 그 원인을 다른 경쟁사들의 저가정책에서 찾으려고 한다. 경쟁사가 가격을 후려쳐서 우리 고객들이 다른 회사에서 돈을 쓴다는 논리이다. 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제일 쉽고 속 편하다. 그리고 피상적으로는 이게 원인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마도 내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 회사의 제품에 문제가 있거나, 서비스의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또는 고객관리가 미흡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리의 고객과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시장과 소통을 해야지 찾을 수 있다. 경쟁사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그 순간, 우리는 그냥 남의 비즈니스를 따라 하는 스타트업이 되는 것이다.

솔직히 비즈니스 역사를 공부해보면, 경쟁사 때문에 망한 회사들 보다 내부의 문제점들 때문에 망한 회사들이 더 많다. 남이 하면 더 잘 하는 거 같고, 남의 떡이 더 커 보이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창업을 했고, 우리 비즈니스의 본질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물어보고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 회사의 문제이지, 경쟁사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사가 아니라 우리 회사 내부를 보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답은 항상 가까이 있다.

확실한 맺고 끊음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나는 맺고 끊음을 확실하게 하는 편이다. 미국에서는 이런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맺고 끊는걸 너무 칼 같이 하면 살아가는게 쉽지 않다는걸 많이 느낀다. 자신의 생각대로 소신있게 살기 보다는 남의 눈치만 죽어라 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보다는 “내가 이걸 하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이기 때문에 누군가 너무 확실하게 맺고 끊으면 조금 이상하고 불쾌하게 생각한다는걸 많이 느꼈다.

그래서 이런 맺고 끊는거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나한테 이에 대해서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일이 있었다. 좀 바쁘고 유명한 분과 연락해야하는 일이 생겨서 주위에 이 분을 아는 사람들을 찾아봤는데,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은 없고 한 다리 걸러서 이 분을 아는 사람을 소개 받았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바쁘시겠지만 꼭 소개를 부탁했고, 오늘 중으로 본인이 알아보겠다고 했다. 반나절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서 (내가 급했기 때문에)다시 한번 연락을 해보니까 바빠서 아직 연락을 못 해봤다면서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바로 알아보겠다고 했다. 역시 그 다음날도 깜깜 무소식이라서 문자로 연락을 해보니까 계속 조금만 기다려 보라고 하다가 결국 연락이 두절됐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분도 자기가 친한 사람이 나를 소개해줬기 때문에 차마 거절은 못했고, 남한테 싫은 소리 하기도 싫고 좋은게 좋은거니까 도와주겠다고 해놓고 그냥 대충 뭉갰던거 같다. 실은 이런거 너무 싫은데, 혹시나 나도 다른 사람들한테 이렇게 하고 있지는 않았나 라는 생각을 했다. 거절하는게 괜히 껄끄러워서 승낙을 했지만, 막상 하려니까 귀찮거나 내 능력 밖의 일이라서 상대방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무시하고 뭉개지는 않았는가? 안 그랬던거 같지만 혹시 나한테 그런 경험을 했다면 늦게나마 이 글을 통해서 사과드린다.

그래서 역시 확실하게 맺고 끊는게 나한테도 좋지만 남들한테도 훨씬 더 건강한 태도라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하기 싫거나,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남의 지위나 사정과는 상관없이 과감하게 끊어 버리는게 다른 사람이 더 이상의 미련을 갖지 않고 인생을 생산적으로 살 수 있게 해주는 지름길이다. 이와는 반대로 내가 해주겠다고 했으면 최선을 다해서 맺으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그냥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태도를 취하면 서로를 위해서 좋을게 하나도 없다.

위에서 말했던 그 분이 나한테 애초부터 “그 사람을 알고 있지만, 바쁜 사람이라서 시간을 빼앗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개를 못 해드리겠어요.” 라고 말을 했으면 나는 더 이상의 미련없이 다른 방법을 찾았을텐데 괜히 며칠 낭비를 했으니까 그 분은 나한테도 손해를 끼친것이다.

도와주기 싫으면 단칼에 거절하고, 도와주겠다고 했으면 진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자.

[리블로그] 시작은 항상 어려워

screen-shot-2014-01-23-at-7-23-03-pm일을 함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건 역시 ‘시작’ 그 자체이다. 워튼 MBA 중퇴를 시작으로 남들이 무모하다고 생각하고, 나도 자신이 없고 두려웠던 일들을 지르기 시작한지 이제 거의 10년이 다 되어간다. 나름대로 여러가지 일들을 질렀다고 생각하는데, 지른 후에 일을 진행하면서 수습하는것도 항상 힘들었지만 역시 가장 힘들었던건 두려움과 공포감을 극복하고모른척하고 그 일들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제 왠만한 새로운 일들에 대해선 두려움도 별로 없고, 고민하지 않고 그냥 시작하는데 매우 익숙해져 있다고 나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건 항상 망설여진다. 실은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고, 과거보다는 조금은 더 편안한 위치에 올라와 있을수록 잃을게 많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사리게 된다.

얼마전에 새로운 일들을 시작해야 하는데 지르지 못하고 계속 계산하고 망설이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어떻게 보면 나는 일반인들 보다는 리스크를 환영하는 편이고, 하나부터 열까지 따지지 않고 지르는 습관을 그동안 몸에 익혀왔지만 그래도 시작하는거는 – 즉, 첫 번째 발걸음을 내딛는 – 여전히 공포스러웠다. 잠도 며칠 설쳤다. 그러다가 전에 내가 쓴 글을 읽고 다시 한 번 용기를 얻었고, 신념의 도약으로 시작을 했다. 시작하고 나니 역시 그 이후 일들은 항상 그랬듯이 알아서 잘 수습하고 있다.

역시 시작은 항상 어렵다. 모든 일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건 시작이다. 하지만, 일을 진행시키려면 누구나 다 시작을 해야한다.

[과거글: 첫번째 발걸음 (The first step)]

영화 “인디아나 존스 3: 최후의 성전”을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 보신 분들은 영화 막판에 다음 장면을 기억하실 거다. 최후의 성전이 보관되어 있는 요르단 페트라 사원에 인디아나 일행은 도착하지만, 성배를 찾기 위해서는 3가지 관문을 통과해야한다. 그 중 마지막 관문은 성배가 있는 건너편 계곡으로 가는건데, 여기서 인디아나 존스는 신에 대한 믿음, 아버지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신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눈을 꽉 감고 까마득한 낭떠러지로 몸을 맏긴다. 떨어질것만 같던 계곡에는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다리가 있었고, 인디아나 존스는 무사히 이 다리를 통해서 성배가 안치된 곳으로 갈 수 있었다.
바로 ‘신념의 도약 (The Leap of Faith)’ 이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구속을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남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하지만, 막상 편하고 안정적으로 일하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만의 비즈니스를 시작할때 밀려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나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함을 극복하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나 또한 그 상황을 여러번 경험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그런 상황이 어렵다는걸 잘 알고 있다. 어떻게 보면 마치 위에서 말한 인디아나 존스가 바닥이 보이지 않던 컴컴한 계곡으로 첫발을 내디미는 힘든 결정의 순간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나한테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신념의 도약’의 순간을 공유하자면, 2008년도에 잘 다니던 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원 워튼 스쿨을 그만두고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LA로 이사가서 벤처를 해야하냐 말아야하냐 결정해야했던 순간이었다. 일단 나는 한국에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MBA 2년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서 머나먼 미국땅으로 왔었다. 또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 이제는 가족이 있었고, 결혼과 함께 새로운 extended family (처가집)의 멤버가 된 상태였다. 잘 다니던 학교를 때려치우는 이유에 대해서 가족들한테는 뭐라고 설명할 것이며, 이 행동을 어떻게 스스로에게 정당화 할 것인가.
당시 내 심정을 나는 내 책 <스타트업 바이블>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잘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아직 검증도 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을 미국에서 혼자 운영하라니,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본능처럼 나를 엄습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만 졸업해도 앞으로 편하게 살 수 있을 텐데, 굳이 불 속으로 뛰어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아내와 부모님 그리고 장인어른, 장모님께는 대체 뭐라고 말씀드린단 말인가? 답을 찾지 못한 나는 결정을 미루고 또 미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학교를 그만두면서까지 뮤직쉐이크를 책임져야 할 이유는 여전히 찾을 수 없었지만,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기회를 포기한 것에 대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하고 몇 번이고 자문했지만, 그때마다 대답은 ‘No’였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 내 마음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열병에 종지부를 찍을 날이 온 것인지도 몰랐다.
2008년 2월 20일, 나는 와튼 스쿨에 휴학계를 냈다. 그리고 범죄의 도시 필라델피아를 떠나 햇살이 쏟아지는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 뮤직쉐이크의 미국 지사를 차렸다.

이 글을 어떤 분들이 읽는지는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짐작하건데 그 중 많은 분들이 내가 몇 년 전에 했던 고민을 하는걸로 알고 있다. 남을 위해서 일하기보다는 스스로 창업을 하고는 싶지만, 막상 이런저런 계산을 해보면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서 갈등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을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자기 사업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분들이 어디있겠냐…
그런 분들을 위해서 내가 여기서 말하는 ‘첫번째 발걸음’을 내디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확인해야할 것들을 몇가지만 간단하게 공유해본다:

1. 후회 비용 – 경제학에서 우리는 기회비용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내가 MBA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2억원이라는 등록금이 필요한데, 실제 비용은 그 이상이다. 왜냐하면, 2년 동안 MBA를 하지 않고 직장에서 일을 하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비용을 우리는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후회 비용은 “내가 지금 창업을 하지 않고 그냥 직장 생활을 하면, 10년 후에 나는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그리고 그때 가서 후회하는데 소모되는 내 정신적 스트레스가 (비용) 그동안 내가 벌 수 있었던 연봉과 직장생활에서 얻는 만족감/후회감 보다 더 클까 또는 적을까?”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을 때 과연 내 대답은 어떨지를 잘 판단해야한다. 나의 경우, 결론은 너무나도 뻔했다. 나는 후회라는 단어 자체를 너무나도 싫어했으니까.

2. 가족들의 동의 – 싱글이라면 상관없지만 처자식이 있다면, 이 첫번째 발걸음을 내디기 전에 반드시 그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히, 와이프의 동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간혹, 주위에 미혼남녀가 “부모님이 반대하셔서요..”라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부모님이 반대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과 우유부단함을 부모님 탓으로 돌리는 거겠지
나 또한 결정을 하기전에 와이프한테 100% 허락과 동의를 받은 후에 움직였다. 뭐, 반대했어도 어떻게 해서든 설득을 했겠지만 ㅎㅎ. 가족도 설득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사업을 한단 말인가. 그리고, 창업도 좋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거는 가족이라는걸 잊지 말자. 가족을 불행하게 만드는 결정은 안하는게 좋다.

3. 솔직해지기 -MBTI란 성격유형검사가 있다. 많은 기업에서 필수적으로 시키는 test인데 나도 두번 한적이 있는거 같다.이 테스트를 하면서 내가 느꼈던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성향을 정확하게 기입하기 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성향을 기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내성적인 사람은 테스트의 결과가 외향적인 성향이 나올 수 있도록 성향을 기입하는 경우를 더 많이 봤다.
솔직히 이런 테스트야 거짓말을 해도 상관 없다. 하지만, 신념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한테 1000% 솔직해져야 한다. 과연 내가 이걸 할 자신이 있을까? 그리고 죽이되던 밥이되던 죽을 각오로 덤빌 준비는 되었는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냉정하고 솔직하게 물어봐야한다.

4. No room for Plan B – 많은 사람들이 일을 시작해보기도 전에 ‘혹시 이게 안되면’이라는 생각을 전제로 plan B를 항상 만들어 놓는다. 물론, 일이란게 하다 보면 안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차선책을 마련해 두는건 훌륭하고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차선책은 도움보다는 방해만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차선책이 있다는걸 알면 반드시 그 차선책 쪽으로 발걸음을 향하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 이었지만 워튼에서 MBA 한학기를 하면서도 이런 성향을 다시 한번 느낄 수가 있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MBA 학위를 취득한 후에 커리어를 바꾸고 싶어한다. 전직 엔지니어들은 졸업 후 월가에서 투자은행가나 경영 컨설턴트를 꿈꾸는 이들도 많았는데, 이들의 커리어 전략을 보면 “뱅킹이나 컨설팅을 하고는 싶지만, 나는 그쪽 경험이 없기 때문에 혹시 나중에 인터뷰해서 안될 경우를 대비해서 차선책으로 다른 IT 회사랑 인터뷰를 해야지.”가 굉장히 많다. 내가 장담하건데 이런 친구들은 모두 본인들이 원하는 뱅킹이나 컨설팅보다는 차선책의 직장을 얻게될 것이다. 인간은 항상 더 편하고 수월한 방법을 택하기 때문이다.

5. 계산은 금물 – 이걸 하는게 과연 맞을까 하면서 비용 대비 효과와 같은 이런저런 계산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계산은 절대 금물이다. 왜냐하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하는건 수학적으로 절대로 계산이 안나오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친 짓이고, 결과는 항상 “그냥 현재 다니는 직장이나 잘 다니자”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그냥 지르는 수밖에 없다. 하느님을 찾든, 부처님을 부르든 신념을 가져라.

영화 “인디아나 존스3: 최후의 성전”의 결말에서 인디아나 존스는 결국 성배를 찾지만, 유감스럽게도 집으로 가지고 오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참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쩌면 성배를 찾는 과정에서 성배 그 자체보다 더 갚진 경험과 재산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위에서 말한 오랫동안 연을 끊고 살았던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그리고 신에 대한 경외심 등이 그런것이다. 그럼 나는?
인디아나와 마찬가지로 나도 아직까지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불행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나는 지금도 가끔 워튼을 휴학하고 뮤직쉐이크를 시작한게 과연 잘한 결정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때 학교를 제대로 졸업하고 MBA를 취득했다면 지금쯤 내 삶이 어떻게 되었을까…물론,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어딘가에서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을 하면서 바쁘게 살고 있겠지. 지금 보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결국엔 윗사람들 따까리나 하면서 시키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남들이 그려놓은 시작점과 결승점을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물론, 지금으로써는 어떤 선택이 옳았는지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아마도 한 10년 후에나 알게 되겠지. 중요한거는 현재 나는 나의 선택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서 일하는걸 모두에게 해보라도 당당하게 권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이, 창업을 함에 있어서는 첫번째 발걸음이 – the first step – 가장 두렵고 힘들다. 하지만, 일단 첫걸음을 내디면 두번째, 세번째 그리고 그 이후의 걸음들은 그닥 힘들지 않을것이다. 아니, 힘들더라도 계곡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계속 앞으로 나갈 것이다.

남들이 뭐라하던,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을 신경쓰지말고 그 첫번째 발걸음을 질러라. 그리고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해라.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인디아나 존스와 같이 신념의 도약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미지 출처 = https://tborash.wordpress.com/2014/01/23/the-early-adopters-dilem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