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ing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 Going

요샌 사무실 출근도 안 하고 집에서 Zoom 화면만 보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회사에 주로 투자하고, 대략 직장에서 어떤 일이 돌아가는지는 우리 와이프도 알고 있지만, 요새 24시간 나랑 집에 있다 보니, 내가 우리 투자사들과 하는 대화를 많이 듣고, 어떤 회사가 잘하고 있고, 어떤 회사가 힘든지, 대략 파악하고 있다. 남편 하는 일이 겉으로 보면 아주 번드르르하고, (비록 남의 돈이지만)수 억 단위의 돈을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멋진 VC라고 알고 있었는데, 막상 온종일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돈 버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회사들 어렵고, 망하고 있고, 곧 망할 것 같은 회사 대표들과 정신과 상담하듯 이야기하는 내용밖에 없어서 굉장히 놀라고 신기해하는 거 같다.

“오빠 투자해서 돈 버는 사람 아니었어? 무슨 119 소방대원 같은데?”라는 말을 할 정도로 요새 코로나바이러스가 몇몇 우리 투자사들에 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그리고, 이미 전에 내가 여러 번 말했듯이, 이걸 내가 어떻게 해줄 순 없다. 그 누구도 예상 못 했던 팬데믹이 왔고, 투자자나 창업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냥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가 그나마 해줄 수 있는 건, 그냥 옆에서 정신적 말동무가 되어 주는 건데, 모든 회사가 다르고 모든 창업가의 스토리가 다르지만, 정말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

어떤 대표는 그동안 같이 고생하고 모든 걸 함께 했던 팀원의 절반을 해고했고, 어떤 대표는 사업의 방향을 크게 피봇했고, 어떤 대표는 원래 없는 살림으로 사업했지만,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분들과 통화나 줌 미팅이 끝나면 나도 온갖 생각으로 먹먹해진다. 나도 이 정도인데, 대표님들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오갈지, 그리고 잠은 제대로 자고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솔직히 우리 투자금도 걱정이 되긴 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걱정되는 건, 인생을 바쳐서 힘겹게 쌓아놓은 탑이, 내가 통제하지 못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바이러스와 이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걸 보는 이 들의 정신건강이다.

그래도 이 암울한 현실에서도 나는 매일 빛을 보고 있다. 우리 투자사 대표들은 모두 내가 존경하고, 잘하시는 분이라는 걸 알고 있고, 이 때문에 투자를 했는데, 이 위기는 이분들을 내가 다시 보게 되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대단한 분들이라는 확신을 하게 해줬다. 주도적으로 직원을 – 많게는 절반 이상 – 해고하는 건 말만큼 쉽지 않고, 진정한 리더는 해고를 할 수 있는 용감한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이걸 바로 하는 결단력과 용기에 일단 한번 놀랐다. 또한, 당황하거나 우왕좌왕 하지 않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탄성과 회복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말이 유연한 대처지, 어떤 대표는 그동안 하던 비즈니스를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방향을 찾기도 했다. 대기업이라면 절대로 못 했을 것이고, 하더라도 수개월이 걸릴 일을, 이분들은 하루 만에 한 것이다.

이런 대표들에게 내가 헌사 하고 싶은 노래가 하나 있다. Billy Ocean의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 Going”이다. 노래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면, “상황이 힘들어지면, 강인한 사람들은 더 강인해진다.”이다. 좀 오래된 곡이지만, you will enjoy it.

통제 못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통제 할 수 있는 거에만 집중하자. 그러다가 망할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시원하게 한 번 싸워보자. 사업가답게, 대표답게, 용감하고 떳떳하게 온몸으로 부딪쳐보자. 결과와는 상관없이 모두가 다 나중에 술잔을 기울이면서 웃을 수 있도록.

과학적 접근

15855218523302월 초에 읽었던 기사 중, 구글이 어떻게 구글만의 방식으로 직원들의 식습관과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꽤 긴 미디엄 글이긴 하지만, 정말 재미있고, 유용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다.

글 전체를 번역할 순 없지만, 여기서 내가 이해했던 내용을 좀 공유해보고 싶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구글 식당에서 실제로 밥을 먹어봤거나, 아니면 먹어본 친구나, 친구의 친구가 있을 것이다. 요샌 웬만한 실리콘밸리 회사에는 직원 혜택과 복지를 위해서 무료, 또는 매우 저렴한 구내 식당이 다 있지만, 2000년 도 초반에만 해도 이게 일반적인 건 아니었고, 어떻게 보면 구글이 시작한 거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구글 구내 식당에서 밥 먹은걸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자랑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너무 일반적인 게 됐지만 – 그리고 페이스북과 같은, 그 이후에 창업된 회사는 더 좋기 때문에 – 몇 년 전만해도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밥 먹은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사람이 정말 많을 정도로, 구글의 구내 식당은 맛있었고, 획기적이었고, 그냥 쿨 했다.

많은 구글러들이 구글을 그만두지 못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구글의 공짜 음식을 손꼽는다. 특히, 맛도 좋지만, 건강하고, 건강한 음식은 맛이 없다는 개념을 깨기 위해서 구글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게 이 기사의 핵심이다. 음식을 맛있게 요리하기 위한 노력도 엄청나게 하고 있지만, 음식은 입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눈으로 보기 때문에, 음식을 프레젠테이션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실험을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뉴욕 사무실 카페는 다른 회사 식당과 똑같이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접시의 지름이 25㎝다. 이는 보통 식당에서 사용하는 30센티미터 접시보다 작다. 그리고 부페 줄의 시작부분에는 항상 채소가 있는데, 고기나 디저트에 도달할 시점에는 접시 자체가 가득 찼기 때문에, 고기 섭취가 자연스럽게 줄어들도록 설계해놨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부리또의 무게는 283g인데, 이는 치포틀레와 같은 식당에서 제공하는 부리또 무게보다 60%나 가볍다. 이 모든 게 우연히 설계된 건 아니다. 구글만의 체계적인 방법으로 마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A/B 테스팅을 하듯이, 식당에서 다양한 테스팅을 해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가장 건강하게, 구글 직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공식을 만든 노력의 결과이다.

간식거리에도 구글은 이런 시도를 한다. 휴게실과 카페에 있는 커피머신에서 커피가 만들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40초인데, 이 40초 동안 대부분의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하고 기계 주변에서 기다린다. 아주 위험한 40초라고 하는데, 이 시간 동안 눈에 보이는 주전부리는 손으로 막 집어서 먹기 때문이다. 원래는 커피기계 주변에 쿠키, 초콜릿, 과일 등이 있었는데, 대부분 사람은 시각적, 심리적인 이유로 과일보단 몸에 좋지 않은 과자나 초콜릿을 선택한다. 그래서, 구글은 커피기계로부터 간식거리를 조금 더 멀리 배치해봤다. 원래는 2m 반경 안에 있었는데, 이걸 5m로 재배치 했고, 실은 4걸음 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간식 소비 확률이 거의 20%나 감소했다. 대부분의 구글러가 하루에 커피 3잔을 먹는다는 걸 고려하면, 이렇게 간단한 변화만으로 체중조절과 비만감소에 지대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구글 카페에서 간식거리를 커피기계에서 멀리 배치했고, 대신 가까운 곳에 싱싱한 과일 바구니를 배치했다. 음료수도 비슷한 방법으로 재배치 했다. 휴게실이나 카페에 있는 냉장고 유리문의 하단은 반투명 처리를 했고, 이 부분에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수를 배치하고, 투명한 유리문을 통해서는 물이 보이게 했다. 물론, 탄산음료가 냉장고 안에 있다는건 모두 다 알고 있지만, 이렇게 하면 탄산음료 대신 물을 더 많이 마시는 결과가 만들어 진다.

실은 이런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서 구글러들의 건강이나 체형에 어떤 긍정적인 정량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이 글에 없었지만, 분명히 이런 데이터 또한 구글에서는 관리하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구글이 한 건 단순히 건강한 음식의 맛과 질을 향상한 게 아니다. 구글은 거의 20만 명 되는 직원을 대상으로 1년 253일, 하루에 3번, 살아있는 체계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빠른 product iteration을 통해서 전 세계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듯이, food tech 분야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학적 접근이라는 말을 우리는 좋아하는데, 음식 분야나 다른 soft한 분야에도 이런 과학적 접근이 많이 시도되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참여의 의의

1584658007999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주춤하고 있고, 스타트업 쪽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경기 자체가 너무 불안해서 일단 VC든 스타트업이든 자금을 모두 조심스럽게 집행하고 있고, 사람을 만나는 게 불안하니, 투자 미팅이나 실사 또한 보통때보단 훨씬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 한국 사무실이 있는 구글캠퍼스서울도 지금 3주째 문을 닫아서, 우리 모두 집에서 근무하면서 이메일/Zoom/전화로 모든 업무를 해결하고 있다.

악셀러레이터의 대표주자 Y Combinator도 어쩌면 올해 여름 배치는 완전히 온라인/리모트로 진행한다고 발표했고, 내가 벤처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프라이머 또한 최근 배치 데모데이를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이번에 새로 모집하는 17기 인터뷰 또한 모두 화상미팅을 통해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국이 어렵다고 창업의 열기가 사라지진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번에 모집하는 프라이머 기수에 지원한 회사와 창업가의 수는 역대 최고였고, 오히려 역사적으로 힘들고,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진짜 좋은 회사들이 많이 창업됐다는 걸 알고 있는 듯, 더욱더 좋은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창업가들이 많다는걸 요새 느끼고 있다. 비록 Zoom을 통한 화상미팅으로 대부분 만나고 있지만, 느낌과 눈빛은 모니터 화면을 통해서도 잘 전달되고 있다.

이번에 나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프라이머에 지원한 30개 이상의 회사와 인터뷰를 했다. 요새는 한국의 창업가들도 질적으로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이미 스타트업 경험이 있거나, 현재 좋은 수치를 만들고 있는 회사를 운영하는 분들도 많이 지원한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 경험없고, 스타트업이란 용어조차 생소한, 첫 번째 창업하는 first time entrepreneur들이 많다. 오히려 나는 이런 분들과 대화하는 게 더 즐겁다. 아직 경험이 없다는 명확한 단점이 있지만, 이걸 반대로 해석해보면 경험이 없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과 태도가 완전히 오픈되어 있다는 명확한 장점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러 질문을 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항상 하는 질문은 “왜 프라이머에 지원하셨나요? 저희한테 원하는 게 뭔가요?” 인데, 이 질문에 대한 답도 매번 다르고, 꽤 재미있다. 이번에도 다양했는데, 꽤 많이 들었던 답변이고, 투자자로서의 내 마음을 감동하게 했던 답변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모든 투자자들이 제가 하는 게 어리석고, 가능성이 없다고 해서, 그동안 좀 많이 우울했고, 자존감이 낮아졌습니다. 그런데, 프라이머는 조금 달랐습니다. 서류 통과하고, 이렇게 파트너분들이 미팅을 신청해주시고, 좋은 시장이고, 좋은 팀이고, 가능성이 있다고 해주는 이런 말 자체가 저한테는 너무 자극되고, 도움이 되고, 영광입니다.”

올림픽의 가장 중요하고 거룩한 의의는 참여 그 자체이다. 금메달 중요하다. 하지만, 메달보다 중요한 건 바로 올림픽에 참여하는 그 자체이다. 나는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유니콘도 좋고, 성장도 좋고, 밸류에이션도 좋고, 다 좋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참여 그 자체이다. 성공도 좋고, 실패도 좋고, 다 좋다. 하지만 참여하는 거 자체가 의미가 있다.

여기서 초기투자자들이 하는 역할이 매우 크다. 지금은 서툴고, 모자라지만,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면, 용기를 줘야 한다. 그래서 계속 이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머무르면서, 창업가 기질을 연마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고, 더 좋은 팀원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치어리딩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창업부터 성공해서 대박이 나는 사례를 우리도 가끔 목격하지만, 이렇게 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처음에는 서툴고 미숙하지만, 계속 실패하고, 시도하고 다듬다 보면, 그리고 운이 좋으면, 좋은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확률이 더 높다.

창업가들도 남의 말에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의 칭찬을 받고, 더 많은 사람이, “그 비즈니스 말 되네”라는 말을 한다면, 어쩌면 그렇게 커질 비즈니스가 아닐지도 모르니, 옆에서 욕하고, 밟고, 깎아내리고, 우울하게 만들어도, 참여 자체에 의의를 두고 계속 시도하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개밥 핥아먹기

나는 과거에도 “자기 개밥 먹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이 용어를 잘 알 텐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이 말의 의미는 내가 만든 제품을 내가 직접 사용해본다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거지만, 요새도 나는 자주 놀라는 게, 너무나 많은 대표이사가 본인이 만든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사용하지 않고, 어떤 기능이 있는지 잘 모르고, 나 같은 투자자가 간혹 창업가보다 그들의 제품을 더 많이 사용하고, 어떤 기능이 있고, 어떤 버그가 있는지 더 잘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창업가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쉽지 않고, 디테일이 떨어지는 제품은 시장의 buy-in을 못 받기 때문에, 이런 제품과 회사는 절대로 성공할 수가 없다.

내가 요새도 자주 사용하는 예시인데,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이렇게 커지고 많은 사용자의 인정을 받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회사의 대표들이 제품을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사용하면서 본인들이 만든 개밥을 먹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요새도 페이스북에서 살고 있다. 그러면서, 모든 기능을 다 사용해보면서 수시로 제품과 개발 팀에게 피드백을 준다. 잭 도시도 트위터를 항상 사용하면서 개밥을 열심히 먹는다. 며칠 전에 내가 포스팅했던 에어비앤비의 공동창업가이자 대표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벌써 수년째 집 없이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집을 장기대여해서 살고 있다. 이 수준으로 창업가들이 자기가 만든 개밥을 직접 먹어봐야지만, 최고의 개밥을 만들 수 있는 건 불변의 진리인데, 너무나 많은 창업가들이 – 우리 스트롱 투자사 대표들 포함 – 이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건 투자자로서 아주 아쉽다.

2월 초에 오랜만에 LA 출장 갔다가 우리 투자사 Polydrops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 회사는 미래지향적인 소형 캠핑트레일러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미국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한인 유학생 부부가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들인데, 나는 이 팀이 개밥 먹는 걸 보고 엄청나게 감명받았다. 일단, 회사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부부가 워낙 캠핑을 좋아해서, 졸업 후 취업자리를 알아보기 전에, 몇 개월 동안 미국을 돌아다니면서 캠핑을 하기로 했고, 본인들이 건축을 공부했고, 미래형 주거 공간이라는 주제를 학교에서 공부하기도 했기 때문에, 캠핑트레일러를 직접 만들어서 캠핑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그래서 나무와 스티로폼으로 직접 두 분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트레일러를 만들어서 미국 횡단 여행을 떠났다. 3개월 이상 노마드 생활을 해봤는데, 직접 만든 트레일러가 꽤 쓸만하게 고장도 안 나고 잘 버텨줬고,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이 트레일러를 보는 사람마다 “디자인이 너무 예쁘다” , “어디서 살 수 있냐” , “얼마냐” 등의 질문을 수없이 했고, 두 분은 이걸로 사업을 해볼까 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긴 도로여행을 끝내고 LA로 돌아와서, 트레일러를 크레이그스리스트에 올렸는데, 올리자마자 어떤 미국인이 이걸 사겠다고 했고, 바로 이 순간 Polydrops라는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이후는 고생길이었고, 지금도 엄청 고생하고 있지만, 우리는 운 좋게 이 팀을 초반에 만나서 투자했다. 실은, 여기까지도 꽤 인상 깊은 이야기이고, 본인들이 하는 사업을 이렇게 몸으로 직접 실행하는 팀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개밥을 먹는 분들인데, 이번 방문에서 내가 진짜 인상 깊게 느꼈던 점 몇 가지만 더 적어본다.

캠핑 트레일러로 시작했고, 현재 비즈니스는 이 트레일러를 주문제작으로 판매하는 거지만, 이 팀이 그리는 비전은 미래의 주거공간과 수단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추세라면 밀레니얼들은 과거와 현재 세대같이 집을 사서 소유하는 개념에 열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비싼 집을 사진 않을 것이고, 한 지역에 있는 고용주와 고용 계약을 오랫동안 맺는 형태의 취업보단 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돌아다니면서 단기 취업을 하는 gig employment를 선호할 것이다. Polydrops가 만들고 있는 트레일러는 이런 새로운 세대를 위한 주거공간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LA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홈리스(homeless) 해결에 대한 답을 제공해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 부부는 본인들이 그리는 미래를 그대로 한번 살아보기로 했다. 살던 아파트도 없애버렸고, 살림살이를 드라마틱하게 줄여서, 아예 작업실/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는 창고형 건물을 임대해서, 트레일러와 창고에서 현재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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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위층에는 작은 부엌이 있는 방을 만들었고, 잠은 주로 여기서 자지만, 본인들이 만들고 있는 폴리드롭 트레일러에서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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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본인들의 개밥을 얼마나 많이 먹는지를 보여주는 게 바로 이거다. 바로 이동식 야외 샤워 텐트다. 화장실만 있고, 샤워실이 없는 창고라서, 이 분들은 이 안에서 샤워를 하는데, “상당히 쓸만하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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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뼛속까지 본인들이 하는 일을 믿고, 개밥을 열심히 먹는 창업가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 정도면 개밥을 먹는 게 아니라 완전히 핥아먹는 수준이다. 미팅 후 호텔로 돌아오면서 내내 생각했는데, 이런 팀에 투자해서 정말 자랑스러웠다.

자기가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A 부터 Z까지 모르는 사람들이 무슨 사업을 하겠단 말인가? Amen to 개밥먹기.

에어비앤비 스토리

얼마 전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리 갤러거의 “에어비앤비 스토리(The Airbnb Story)”를 읽었다. 이 책은 오래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는 일부러 창업이나 비즈니스 관련 책 보단 일반 소설을 읽는데 시간을 할애해서 인제야 읽게 됐는데, 비행 내내 밥 먹는 시간 빼곤 한 번도 책을 손에서 떼지 않고 단숨에 다 읽었다. 실은, 우리가 아는 현재 거대한 비즈니스가 된 스타트업들의 창업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재미있는데, 에어비앤비의 창업과 성장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전에 포스팅했던 넥슨 창업 이야기 플레이만큼 흥미진진했고, 영감과 감동으로 가득 찼던, 마치 한 편의 대하소설과 같았다.

에어비앤비 관련 단편 일화들은 이 분야에서 일하면 누구나 다 한두 번은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가난한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디자인 관련 행사 참석자들에게 자신들의 침대를 돈 받고 빌려주면서 시작한 일화, 한때는 회사 서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전당대회가 열리는 곳에서 두 대통령 후보를 주제로 한 시리얼을 판매했던 일화, Y 컴비네이터에 거의 떨어질 뻔했다가 턱걸이로 들어갔던 일화, USV의 Fred Wilson이 에어비앤비 투자하지 않았던 걸 후회한 일화 등은 아마도 누구나 다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이런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듣고 읽어서 대략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조금 더 깊고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되니, 모두가 비웃던 아이디어를 가진 세 명의 젊은 창업가들이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직면해야 했던 도전들, 이들이 구축한 제품과 문화, 그리고 세계 최고기업으로 단시간 만에 성장시킨 이야기는 실리콘밸리 다른 회사의 성장 스토리랑 비교해봐도 매우 인상 깊고 이단적이기까지 하다.

세 명의 창업가가 단기간에 수십조 원의 가치를 가진 에어비앤비라는 회사를 만든 과정을 책으로 보면서, 이 바쁘고, 정신없고, 잡음 많은 세상을 살면서, 쉽게 잊어버리지만, 투자자한테는 생명과도 같은 다음 세 가지를 계속 스스로 상기시켰다:
1/ 황당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실행했을 때, 뭔가 항상 나오고, 그게 나오면 대박 성공 확률이 가장 높다.
2/ 지적인 강인함을 가진 창업가가 어려운 시기에도 성공할 수 있다.
3/ 학벌, 능력보단 의지. 특히, 배움에 대한 의지는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4/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고 계속 황당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실행하는 바퀴벌레 근성은 정말 중요하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가이자, 현재 대표이사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1년 365일 배움의 의지를 가진 사람인데, 독서광이기도 하다. 그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인용하는 두 개의 명언이다: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환경에 적응시킨다. 비이성적인 사람은 환경을 자신에게 적응시킨다. 고로 모든 변화와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에게 달려있다.”
-조지 버나드 쇼

“처음에 그들은 당신을 무시하다가 당신을 비웃고, 그다음에는 당신에게 싸움을 걸어온다. 그러면 결국 당신이 이긴다.”
-마하트마 간디

에어비앤비의 탄생과 성장 자체를 바로 이 두 명언으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작은 남한테 인정받지 못하고, 욕먹고, 비웃음당했다.

“낯선 사람을 낯선 사람의 집에서 재운다.”

그 누가 봐도 정말 미친 아이디어였고, 아무리 생각해도 에어비앤비는 절대로 생겨날 수 없는 회사였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회사가 됐다.

대담한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매번 무시당하고 조롱받았던 사람들. 하지만 결국 승리한 사람들.

이 책은 바로 그들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