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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위원회 대 Kik

2017년 5월부터 9월까지 Kik이라는 메신저 서비스는 Kin이라는 코인을 ICO를 통해서 판매했고, 미국과 해외 투자자로부터 약 1,20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했다. 암호화폐에 대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면, 이 시기부터 암호화폐 시장이 미친 듯이 가열됐고, 수많은 사람과 회사가 합법적으로, 또는 불법적으로 ICO를 통해서 엄청난 투자를 받았다. 그런데 Kin 코인이 다른 ICO랑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면, ICO만을 위해서 갑자기 없는 법인과 재단을 만들고, 실체가 없는 프로젝트를 판매한 게 아니라, 거의 10년 동안 꽤 성공적인 메신저 제품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던 스타트업이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메신저 플랫폼 생태계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Kin이라는 자체 코인을 발행했다는 점이다. 특히 Kik은 이미 USV랑 Spark Capital과 같은 좋은 VC로부터 1,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었다.

그런데 미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올해 6월 Kik의 ICO가 불법이었고, 투자자를 기만했다면서, Kik을 상대로 증권법위반 소송을 냈다. 내가 얼마 전에 한 변호사가 이 고소장에 꽤 자세하게 본인의 생각과 코멘트를 달아 놓은 걸 읽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상당히 흥미로웠다. 혹시 관심 있는 분이라면, 여기서 전부 다 읽어볼 수 있다. 49장짜리 고소장이지만, 핵심 내용은 단순하다. Kin은 유틸리티 토큰이 아니라 시큐리티 토큰이며, 투자자를 모집할 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ICO는 불법이라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미증권법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한테 투자를 받으려면, 회사의 상황과 앞으로 이 투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 매우 투명하게 투자자한테 공유를 해야 하는데, Kik은 말도 안 되는 백서로 – 그것도, 대부분 지키지 못할 거짓말로 가득한 – 돈을 1,000억 원 이상 모집했으며, 심지어는 Kin 코인으로 투자자들은 돈을 엄청나게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허황한 약속까지 했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그리고 애초부터 이 돈으로 Kin 생태계를 만들 생각이 없었고, 원래 하던 메신저 서비스의 사용자 수와 매출이 계속 하락하자, 최후의 발악으로 그냥 ICO를 해서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투자자의 돈을 모집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그동안 수집한 여러 가지 증거를 고소장에 나열했다. 마치 한 편의 하버드 MBA 케이스 스터디를 읽는 것과 같았다.

SEC한테 고소를 당하자, 가만히 있지 않고 이 소송에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Kik은 Defend Crypto 라는 사이트를 만들어서 암호화폐로 기부를 받기 시작했고, 현재 약 20억 원의 후원을 받았다. 뭐, 나는 이 사건의 당사자도 아니고, Kin을 구매하지도 않아서 정확한 건 잘 모르겠지만, 이 고소장을 읽어보면, Kin ICO는 사기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긴 한다. 하지만, 이렇게 따지면 어떤 ICO가 제대로 된 ICO일까 하는 생각 또한 해본다.

실은 Kik보다 더 큰 메신저 플랫폼이 ICO를 통해서 더 크게 펀드레이징을 한 사례도 있는데, 바로 텔레그램의 ICO다. Gram이라는 코인을 통해서 자그마치 2조 원이라는 투자금을 받았는데, Kik이랑 비슷하게 텔레그램도 정확히 이 돈으로 뭘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거 같다. 이번 사건의 결과에 더욱더 관심이 가는 이유는, 바로 Kin이 유틸리티가 아니라 증권형 토큰으로 판명이 나고, Kik이 재판에서 패한다면, 그동안 진행됐던 수많은 ICO에도 지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말도 안 되는 ICO가 너무나 많았는데, 이 결과가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좀 궁금하긴 하다.

버티는 여자들

*이 글에는 우리 투자사에 대한 홍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2년~2000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나이로 말하자면 19세~37세라서 어떻게 보면 10/20/30대를 모두 포함해서 너무 광범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밀레니얼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아마도 20대와 30대 초반이라고 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투자하는 창업가의 90% 이상이 이 밀레니얼 세대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나도 이 세대와 생각보다 많이 교류하는데, 한 세대를 싸잡아서 일반화하는 건 좀 멍청한 짓이긴 하지만, 밀레니얼들은 꽤 독특한 세대이긴 하다.

내가 최근에 가장 많이 느끼는 점은, 이분들은 – 특히 20대가 그런 거 같다 – 일단 뭐를 해도 무조건 편하고 재미있지 않으면 잘 안 한다는 것이다. 나는 뭔가를 구매하거나, 특정 액티비티를 하기 전에 다양한 각도에서 고민한 후에 의사결정을 하는데, 밀레니얼들도 이런 고민을 하겠지만, 이들의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재미와 편리함인 것 같다. 아주 단편적인 사례지만, 월급 150만 원 받는 20대가 한 달 택시비를 50만 원 이상 쓴다는 건 우리 세대로써는 상상도 못 하지만, 그냥 편하니까 그렇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2시간 이상 식당 앞에 줄 서는 이유가 맛있는 음식을 먹기보단,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서라는 세대와 한 시대를 같이 산 다는 건 참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보면 밀레니얼은 정신 나간 세대이지만, 또 어떤 사람이 보면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는,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세대이기도 하다. 어쨌든 우리는 밀레니얼 창업가들한테 주로 투자하고, 이들이 만드는 많은 제품 또한 밀레니얼을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 시장의 트렌드에 항상 주목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내가 들어왔던 게 바로 이 신세대들은 더는 책도 안 보고, 공부도 안 하고, 뭔가 유용한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는다는 이야긴데, 실제로는 이들이 좋아하고 읽을만한 콘텐츠가 요새 별로 없고, 있더라도 이들한테 익숙한 포맷으로 포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는 거 같다.

특히 한국같이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는 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콘텐츠가 많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서 우리는 ‘더핀치‘라는 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온라인/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에 투자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고, 훨씬 더 많은 콘텐츠가 필요한 서비스이지만, 나도 더핀치의 콘텐츠를 가끔 보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배우고 있다. 가끔은 너무 과격한 내용도 올라오지만, 이 또한 나한테 새롭고, 이런 콘텐츠를 즐기는 새로운 세대가 있다는 사실도 나한테는 흥미롭다.

핀치에서 최근에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여성들을 위한 여러 가지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버티는 여자가 이긴다”라는 밀레니얼 여성 창업가 4명의 토크쇼가 7월 10일 구글캠퍼스에서 열린다. 창업 3개월 차부터 5년 차까지, 각기 다른 여성 창업가 네 명의 이야기를 한 자리에서 들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밀레니얼들의 또 다른 특징은 행동과 말에 거침이 없다는 점인데, 이 여성 창업가들의 기탄없는 한바탕 토크가 기대된다. 표는 여기서 구매할 수 있다.

B2B SaaS

1560931788984한국에서 회사 다니는 분 중 명함관리 서비스 리멤버를 모르는 분들이 점점 더 없어지는 거 같다. 그만큼 국민명함 앱으로 자리를 잘 잡아가는 것 같다. 일본에도 리멤버와 비슷한 Sansan이라는 서비스가 있는데, 얼마 전에 일본 시장에서 IPO를 했다. 나는 작년에 일본에서 Sansan의 대표 Chika Terada를 만난적이 있는데, 만난 시간은 짧았지만, 일본 창업가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편견을 없앨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최근에 한국이 눈부신 발전을 하긴 했지만, 아직도 경제 규모나 인구로 보면 일본이 한국보다 강국이라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일본보다 더 잘하는 분야가 하나 있다면, 나는 아주 자신 있게 ‘창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에만 있으면, 요새 한국의 젊은 친구들 너무 자신감이 없고, 연약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많이 하지만, 일본의 젊은 층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주 양호하다는 이야기를 한국과 일본에서 자주 듣는 편이다. 내가 일본을 잘 모르지만, 일본은 아직도 취업할 수 있는 회사와 포지션이 많기 때문에, 굳이 힘들게 창업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먹고 사는 게 충분히 가능한 사회라고 들었다. 그리고 한국도 실패를 잘 인정하지 않는 사회이지만, 일본은 이게 한국보다 더 심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걸 잘 시도하지 않고,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창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스타트업 숫자도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작고, 창업을 잘 안 해서, 한국보다 VC 생태계가 약한다는 걸 나도 갈 때마다 느끼고 있다. 또한, 창업하더라도, 일본 내수 시장이 충분히 크기 때문에, 한국 창업가들처럼 굳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도 않고, 그렇게 할 필요를 잘 못 느낀다고 한다.

이는 그나마 한 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수준을 비교,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 중 하나인 유니콘 기업의 수에서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CB Insights에 의하면, 한국은 8개의 유니콘 기업을 자랑하는 전 세계 6위의 유니콘 강국이지만, 일본은 유니콘 기업이 1개 밖에 없다. 그리고 자존심 강한 일본 VC와 이야기를 해도, 이들이 아주 흔쾌히 인정하는 부분이 바로 한국 젊은이들이 훨씬 더 진취적이고 리스크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더 좋은 스타트업이 한국에 많고, 일본 스타트업이 한국 스타트업한테 배울 수 있는 점이 훨씬 많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내가 가지고 있던 일본 창업가의 이미지는 패기도 없고, 야망도 없었는데, 위에서 말했던 산산의 대표는 그 어떤 실리콘밸리나 한국의 창업가보다 시야가 넓고, 인성도 좋고, 비전이 명확한 창업가였다. 그리고 일본의 창업 생태계가 한국보다는 전반적으로 뒤처져있긴 하지만, 뭔가 만들어서 기업에 판매하는 B2B SaaS 시장은 단연하건대 한국보다 일본이 훨씬 더 잘하고, 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은 B2C 시장이 B2B보다 기형적으로 더 발달되어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B2B 유니콘이 나오지 않았고, 많은 분이 이 시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지만, 한국은 대기업이 모든 걸 다 직접 하기 때문에 작은 스타트업이 기업에 돈을 제대로 받고 판매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인 거 같다.

그런데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B2B 시장이 아직 크지 않고, 한국은 B2B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서, 이 분야가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하고 있고, 많은 창업가들도 그런가 보다 하면서, 창업을 하면 B2B 보단 B2C 쪽에서 시작한다. 이런 구조로 가니까, B2B 소프트웨어 자체가 별로 안 만들어지고 있고, 안 만들어지니까, 다양한 실험도 없고, 시행착오도 없어서, 더욱더 이 분야에 발전이 없다. 이런 구조는 B2B 소프트웨어의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 나는 이 악순환 고리가 언젠가는 깨질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대기업이든, 소기업이든, 업무의 효율화를 가능케 하는 소프트웨어를 돈 주고 사용할 수밖에 없고, 모든 걸 내부에서 만들고 처리하던 시대는 이제 끝나고 있기 때문에, B2B SaaS 시장이 커질 거라는데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이런 맥락에서, 한 5년 전부터 우리도 한국과 미국의 B2B SaaS 비즈니스에 투자를 좀 했는데, 최근 들어 한국의 B2B 서비스 투자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우린 아이디어웨어라는 B2B 회사에 투자했는데, 모바일앱과 리테일을 분석해주는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을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아마도 이 회사를 모르는 분은 많지만, 와이즈앱에서 분석한 데이터가 활용된 이런 부류의 보고서는 많이들 접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B2B 유니콘이 하나 나오길 기대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공동창업자 구하기

1560926004966성공적인 스타트업을 만들려면, 아주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세련된 비즈니스모델이 있어야 하며, 큰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모두 다 중요한데, 이걸 가능케 하는, 스타트업의 가장 핵심이자 코어는 바로 사람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중요하지만, 사람의 핵심으로 들어가 보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창업가들이 가장 중요하다. 실은 이 창업가들이 스타트업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다.

투자자마다 성향이 매우 다른데, 나는 혼자서 창업하는 스타트업 보단, 두 명 이상의 공동창업자들이 시작하는 회사를 훨씬 더 선호한다. 스타트업 하다 보면 하루종일 일해도 일이 계속 쌓이기 때문에, 공동창업자가 있으면, 업무를 분담할 수 있어서 육체적 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스타트업은 너무나 외롭고 스트레스가 높은 여행이라서, 혼자 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정말 힘든데, 공동창업자가 있으면 이 힘든 여행이 덜 외롭고 덜 힘들다. 감정적인 롤러코스터를 같이 타면서, 여기서 발생하는 온갖 어려움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공동창업자가 있는 회사가 싱글파운더 회사보다 잘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런데 공동창업자는 도대체 어떻게 구하고, 어디서 찾을까? 많은 창업가가 창업하기 전에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일단 혼자서 창업을 한 후에 동료를 찾는 창업가도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나랑 스트롱을 같이 운영하는 존은 내 초등학교 친구고, 30년 이상을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나는 공동창업자를 찾는 노력을 한 적이 없다. 그냥 친구고, 옆에 있었고, 스타트업과 투자 이야기를 자주 하다 보니까, 어쩌다가 같이 스트롱벤처스를 시작하고 운영하고 있는데, 누구나 다 이렇게 공동창업자를 찾는 게 아니라서 코파운더를 구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찾다가 유용한 동영상 두 개를 봤다.

YC 파트너 Kat Manalac의 인터뷰를 보면, 공동창업자가 있는 회사가 한 명이 시작하는 회사보단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YC 최근 배치 회사 중 12%는 실은 한 명의 창업가가 시작했기 때문에, 혼자서 좋은 스타트업을 만들 수 없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밸류가 높은 50개 스타트업 중 한 명이 창업한 회사는 3개 밖에 없는 걸 보면, 위에서 내가 말한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 때문에, 공동창업자는 정말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YC 회사의 공동창업자들은 그럼 어디서 만났을까? 절반은 대학교, 그것도 대학원이 아니라 학부 때 친구였고, 20%는 같은 직장 동료, 그리고 16%는 친구의 소개로 만났다고 한다. 이 수치는 남자와 여자가 약간의 차이는 나지만 거의 비슷한 걸 보면,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냈고, 학교나 직장에서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해봐서 상대방의 성격이나 커뮤니케이션 성향을 잘 아는 그런 편안한 사람들이 같이 창업을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거 같다. YC 전체 회사 중 94%가 오랫동안 같이 호흡을 맞춰본 공동창업자가 있다고 한다.

YC의 또다른 파트너인 Michael Seibel은 조금 더 재미있는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데, 바로 개발자 코파운더에 대한 내용이다. 개발 백그라운드가 없는 많은 대표가 나한테도 정말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대표님, 저랑 같이 이 회사 오너십을 갖고 운영할 수 있는 개발자 코파운더는 도대체 어디서 찾나요?” 인데, 정답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몇 가지 있다. 실은 위에서 Kat이 말 한 내용이랑 크게 다르진 않다.

일단 친구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고, 같이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은 친구 중 코딩이 가능한 친구 리스트를 만들고, 한명씩 연락을 해서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한다. 주변에 코딩할 수 있는 친구가 없다면, 직장 동료 중 코딩할 수 있는 개발자를 찾아야 한다. 이번에도 체계적으로,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직장 동료 중 개발이 가능한 사람들 리스트를 만들어서, 한명씩 연락을 해봐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나 직장 동료와 공동 창업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명심할 게 두 가지 있다고 하는데, 첫 번째는 이미 말했듯이, 구체적인 리스트를 만들어서 모두 다 체계적으로 연락해서 대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런 대화를 할 때 꽤 구체적인 오퍼를 하라는 것이다. 개발자 코파운더가 절실히 필요할수록, 구체적인 연봉과 스톡옵션을 제안하면서 같이 사업을 하자고 접근해야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친하다고 그냥 “이거 나랑 같이 좀 해볼래?”라고 접근하면 장난처럼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왜냐하면, 개발 능력은 귀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주변 사람들이 이런 부탁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주변에 개발을 하는 친구도 없고, 직장 동료도 없으면, 개발자들과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가장 좋은 방법은 엔지니어들이 많은 곳에서 직장 경험을 쌓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에 엔지니어가 많으니까, 거기서 일을 하면 엔지니어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마이클은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한다. 이런 큰 조직에서 일하게 되면, 내가 개발자가 아니기 때문에, 개발과는 상관없는 부서에서 일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엔지니어와 네트워크를 자연스럽게 못 만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개발자가 개발자와 친구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50명 이하의 스타트업에 취직하는 것이라고 그는 조언하고 있다. 조직이 작기 때문에, 비개발자와 개발자가 항상 같이 일하고, 같이 어울리고, 같이 붙어 다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엔지니어들과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 방법은 길게는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만, 제대로 된 스타트업은 평생이 걸리는 업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개발하는 친구도 없고, 직장 동료도 없고, tech 회사에 취직도 못 했다면, 직접 코딩을 배우는 방법이 있고, 실제로 내가 아는 많은 비개발자 대표들이 스스로 코딩을 배우는 방법을 선택했고, 이 중 2년 안에 풀스택 개발에 대해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들도 제법 있다.

혼자 창업했고, 외로운 싸움을 현재 혼자서 하고 있다면, 빨리 좋은 공동창업자를 찾길 권장한다. 스타트업을 만드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감정 소모가 많기 때문에, 혼자서 감당하기엔 여러모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경쟁사와 경쟁하기

이 블로그를 통해서도 여러 번 강조했고, 미팅 할 때도 나는 아주 공공연하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경쟁사에 관한 내용이다. 너무 많은 대표가 경쟁사가 하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솔직히 어떤 대표는 본인 사업에 대해서 신경 쓰는 시간보다, 경쟁사의 동향에 대해서 신경 쓰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로 히스테리컬하게 경쟁사를 의식하고 있는데, 이런 건 회사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역사를 보면, 많은 회사가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지만, 이 회사들이 망한 원인을 자세히 파악해보면, 경쟁사의 출현 때문에 사라진 회사는 거의 없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이 회사들이 망한 이유는 오히려, 경쟁사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정말로 회사에 중요한 고객한테 쏟아야 할 관심과 힘이 빠지면서, 좀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경쟁사가 고객이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4시간 시장을 향해 눈과 귀를 열어놓아도 놓치는 게 많은데, 24시간 경쟁사만 보고, 경쟁사 소식만 듣다 보면 우리는 경쟁사를 위해서 존재하는 회사가 된다는 걸 많은 창업가가 잊고 있는 거 같다. 경쟁사가 가격을 내리면, 우리도 똑같이 가격을 내리고, 경쟁사가 유명 연예인을 이용해서 홍보하면, 우리는 그 연예인의 경쟁 연예인을 이용해서 광고를 만들고, 이런 일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결국 우리 비즈니스는 경쟁사의 비즈니스를 따라가면서, 우리가 처음에 사업을 시작했던 비전과 원칙, 그리고 우리만의 엣지와 방향 자체가 다 무너져버리는 걸 나도 여러 번 본 경험이 있다.

이젠 좀 식상한 이야기가 됐지만, 경쟁에 관해 이야기 할 때, 넷플릭스와 블록버스터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을 거 같다. 업계의 정설은,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해주던 왕국 블록버스터가 망한 이유는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경쟁사 때문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도 미국에서 유학할 때, 영화를 보고 싶을 때마다 자전거 타고 근처 블록버스터를 방문하는 게 참 귀찮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디오테이프를 한 번에 다 빌려서 기숙사에 쌓아놓고 장기간에 걸쳐 볼 순 없었다. 살인적인 연체료 때문이었다. $2.99를 내고 대여한 테이프를 5일 연체하면, 연체료가 $15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아예 돌려주지 않고 그냥 이사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참 이해할 수 없었던 게, 누가 봐도 너무 가혹한 연체료 때문에, 이렇게 블록버스터를 자주 이용하고 즐기던 고객들이 힘들어하는데, 수년 동안 이 정책을 굳이 고수할 필요가 있었을 까이다. 그렇다고 회사가 돈을 못 버는 것도 아니고, 고객을 만족시키면서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시장과 고객의 목소리를 개무시하면서 이윤을 취하는 게 필요했을까 싶다. 고객의 불만이 쌓이는 동안, 넷플릭스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넷플릭스 대부분의 팀원이 이미 블록버스터의 고객이었고, 이들 또한 연체료에 대한 불만이 많았기 때문에, 고객의 생각과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한 넷플릭스 서비스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나는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라는 경쟁사 때문에 망한 게 아니라, 고객한테 집중하지 않았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망했다고 생각한다.

좀 민감한 이슈이긴 하지만, 시장에서 말이 많은 타다와 택시의 대립 또한 나는 이 프레임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택시 산업은 타다를 무조건 경쟁으로만 보고 있고, 이 경쟁사에만 – 실은 경쟁이라고 보기엔 타다의 시장점유율이나 규모는 택시 산업에 비해 너무 미미하다 –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 하지만, 택시 산업은 타다라는 경쟁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정말로 중요한 승객/고객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거 같다. 왜 시장은 타다를 원하고, 타다를 타는지, 한번 잘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거 같다. 택시에 대한 시장의 불만은 이미 수년 동안 존재했지만, 그 누구도 지금까지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았는데, 타다는 이걸 엄청나게 잘 했기 때문에 시장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택시조합에 밀려서 타다가 없어진다고 해도, 고객한테 집중하지 않고 경쟁사만 방해하는데 신경을 쓰는 택시 산업의 장래는 밝을 수가 없다.

경쟁사가 우리보다 더 잘하는 이유를 객관적으로 보면, 고객에게 더 집중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더 자세히 듣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사와 경쟁하려면, 경쟁사만 따라 하지 말고,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다시 한번 정의해보고, 경쟁사가 아닌 고객한테 다시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