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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들

스트롱 웹사이트에 가보면 우리 로고랑 우리가 지금까지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들 리스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우리 로고를 보면 밑에 이런 말이 쓰여 있다.

“Together, We are All Strong”

실은, 이 말은 굉장히 단순하고 간단하고 유치하기까지 하다. 어려운 영어도 아니다. 하지만, 단순하고 쉬운 이 문장에는 스트롱의 미션과 비전이 잘 내포되어 있고,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가 하려고 하는 많은 일을 이 한 문장이 매우 잘 설명해주기 때문에, 2년 전 워크숍에서 고안한 이 mission statement를 나는 굉장히 자주 사용한다.

특히 “All”이 여기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종사하고 있는 이 벤처 생태계에는 스트롱 같은 VC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자금을 투자해주는 우리의 출자자인 LP분들이 있고, 이 자금이 투입되는 아주 좋은 창업가분들이 있다. 즉, 스트롱벤처스는 우리의 출자자와 창업가와 함께 모두를 위한 좋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모두 다 매우 스트롱해질 수 있다(Strong Ventures partners with its investors and entrepreneurs to create a better future for all. Together, We are All Strong.) All은 Strong Ventures, Strong LPs, 그리고 Strong Founders 모두를 지칭한다.

이 멋진 말을 나는 요새 더 멋있게 Together, We are ALL beautifully Strong이라고 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와 함께 일하는 분들은 너무 아름답고 멋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 일에 대한 철학,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 등 모든 것이 너무 아름답다. 우리에게 자금을 제공해주는 LP 분들도 너무 멋있고 아름답다. 위험투성이고, 성공보단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은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스트롱을 믿어주시는 분들의 사고방식과 이들의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너무 아름답다. 그리고 이 모든 걸 하나로 묶는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하는 스트롱 또한 아름다운 팀이다.

이렇게 멋있고 아름다운 분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걸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분들을 어떤 단어로 설명하는 게 가장 좋을지 항상 생각하는데, “아름답다 / beautiful”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을 요새 많이 한다.

Together, We are ALL beautifully Strong.

부자가 되고 싶은 창업가들

투자자들이 창업가들에게 자주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창업 동기이다. 다는 아니지만 많은 창업가 분들이 좋은 교육을 받았고, 좋은 회사에서 일 한 경험이 있어서, 굳이 창업같이 어려운 길 말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조금 더 편안하고 안정적인’ 길을 갈 수도 있는데 굳이 이 어려운 창업을 택한 이유와 동기는 항상 궁금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해도 이 질문을 하면 대다수의 창업가들이 듣기 좋은 고결한 답변을 했다. 어떤 분들은 어릴 적부터 느꼈던 사회의 부조리를 고치기 위해서 창업했고, 어떤 분들은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창업했고, 어떤 분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창업했고, 어떤 분들은 어릴 적부터의 소명에 충실하기 위해서 창업했다고 한다. 굉장히 좋은 답변이고, 어떤 경우에는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분들의 사업을 막상 보면 세상의 변화나 소명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아서 후에 다시 물어보면, “그렇게 이야기 하면 투자자들이 좋아하더라고요”, “돈이 동기인데, 그렇게 이야기 할 순 없잖아요”, “떼돈을 벌기 위해서 창업했는데, 그렇게 말하면 너무 없어 보이잖아요”라는 이야기를 사석에서 자주 듣는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창업의 목적이 돈이고, 돈 외에는 다른 동기가 없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창업은 인간이 할 일이 아니라고 느낄 정도로 무겁고, 고통스럽고, 공황장애스럽기 때문에, 이 길을 꼭 가야겠다는 아주 굳은 동기와 목적이 없으면 견디는 게 어렵다. 그래서, 버틸 수 있는 힘의 원천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욕구든, 돈에 대한 개인적 욕심이든, 힘들지만 계속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는 거짓으로 거창한 비전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어렸을 때 너무 없이 자라서, 가난이 지긋지긋해서 그냥 돈벼락 맞고 싶어서 창업했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창업가들을 좋아한다.

나도 실은 이런 이야기를 가끔 한다. 기업 대상 강연은 잘 안 하지만, 학생들 대상으로 세미나나 강연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는데, 유니콘 기업과 1조 원 – 지금 환율로는 1.4조 원 – 이라는 큰돈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면 학생들은 이 숫자에 대한 감을 전혀 못 잡는데, 주로 이렇게 추가 설명을 한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인 중 한 명인 삼성전자 사장 연봉이 120억 원 ~ 150억 원인데, 이 연봉을 66년 동안 단 한 푼도 안 쓰고 100% 저금해야지 1조 원을 모을 수 있습니다. 즉, 남한테 월급 받아서는 절대로 큰돈을 못 번다는 뜻입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세요? 그러면 무조건 창업해야 합니다.”

이런 강연이 끝나면, 학생들이 찾아와서 너무 좋았다고 하면서, 본인도 돈을 벌고 싶은데 창업을 해야겠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물론, 이 중 실제로 창업하는 분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이렇게 돈이 동기와 목적이 돼서 창업을 한 분들이 정말로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서 부자가 되면, 이 과정에서 세상을 보는 관점과 인생관이 바뀐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생기면서, 이 분들의 동기와 목적이 돈에서 조금 덜 물질적인 것으로 바뀌고, 많은 분들이 궁극적으로는 창업을 통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좋은 자양분

얼마 전에 내가 오늘회라는 회사에 대한 을 쓴 적이 있다. 실은, 오늘회에 대한 글이라기보단, 미디어에 나온 내용이나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게 다는 아니라는 내용을 강조하고 싶었다. 아직도 오늘회의 결말은 잘 모르지만, 이 회사의 직원들이 다른 회사로 최근에 많이 이직한 걸 보니, 회사가 많이 어렵긴 한 것 같다. 비슷한 이야기가 브룽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그리고 산타토익을 운영하는 뤼이드에 대해서 들리고, 이 회사들 직원들이 다른 회사로 최근에 이직했거나, 아니면 창업한 사례를 몇 번 봤기 때문에, full story는 내가 모르지만,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긴 한 것 같다.

무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 짧은 시간에 큰 투자를 받으면서 고속 성장했지만, 이후에 회사가 어려워져서 많은 직원들이 퇴사했다는 소식은 이 분야에서 일하는 우리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스타트업을 외부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더 좋지 않은 이미지가 형성된다. 하지만, 나는 이런 현상이 가져오는, 무시할 수 없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회사가 문을 닫으면, C급 레벨의 인재, 온갖 종류의 개발자, 마케터, 프러덕트 매니저들, 등 아주 좋은 인재들이 시장으로 방출된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인재라는 건, 단순히 투자를 많이 받고 고속 성장한 회사 출신을 뜻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안에 대규모 투자를 받아서, 고속 성장한 회사라면, 그 기간의 매시간은 엄청나게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에 이분들은 본인들의 직무, 또는 직무와 상관없는 다양한 일들을 많이 경험했을 것이고, 엄청나게 다양한 내부/외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일하고, 논쟁하고, 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상대했을 것이다. 초고속 성장 스타트업에서의 5년 경험은, 그냥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대기업에서의 30년 경험보다도 더 바쁘고, 값지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그만큼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게 내 지론이다(내가 대기업에서 30년 일해 본 경험은 없지만, 내 주변에는 이런 분들이 좀 있는데, 솔직히 어쩜 이렇게 일을 못 하는지 가끔 놀랄 때도 많다).

우리는 페이팔 마피아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페이팔에서의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다른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수많은 유니콘을 만든 사람들을 일컫는데, 내가 여기서 언급하지 않아도 워낙 유명한 창업가들과 회사들이 많다. 한국의 페이팔 마피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한국은 다이얼패드 마피아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트롱 공동대표, 공동파트너 존도 다이얼패드 출신이고, 다이얼패드 출신 분 중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계신 창업가와 투자자들이 많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에서도 네이버 마피아, 카카오 마피아, 쿠팡 마피아, 토스 마피아, 배민 마피아 등이 탄생할 것이다. 짧은 기간 안에 엄청난 제품을 만들어서 성장한 회사에서 보고, 듣고, 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본인들도 이런 경험을 복제해서 더 대단한 회사들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성공한 회사 출신의 창업가들도 잘하지만, 비슷한 이유로 망한 회사 출신 창업가들도 잘한다. 이들은 고속 성장하는 회사에서 치열하게 보고, 듣고, 한 게 많아서, 이러한 배움과 경험을 선별적으로 복제해서 더 좋은 회사를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망한 회사 출신 창업가들은 “이렇게 하면 위험하다”라는 시그널들을 잘 읽는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잘 안 된 회사의 경영진, 직원, 그리고 투자자들에겐 안타깝지만, 어쨌든 이 회사 출신의 직원들이 창업하는 걸 보면, 이런 현상은 미래를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며칠 전에 ‘오늘회’라는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회사가 위기에 처해있고, 전 직원에게 사직을 권고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100억 원 넘게 펀딩받은 스타트업이고, 내 주변에도 이 서비스를 자주 애용하는 분들이 있었기에 나도 좀 놀라긴 했다. 나는 이 서비스를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았지만, 여러 분야의 이커머스 회사에 투자한 경험으로 봤을 때, 맛있고 신선한 수산물을 당일 배송해주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들고, 돈이 많이 들어갈진 어느 정도 상상이 갔다.

이 기사를 접했을 때, 두 가지 면에서 놀랐다. 첫째는, 전 직원 권고사직이라는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이었다. 몇 개의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건, 누구나 다 시작할 순 있지만, 다양한 제품을 다양한 고객들에게 배송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을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사업이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가끔은 이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도 이런 사업을 하는 투자사들이 많고, 상황에 따라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 해고하고, 또 상황이 좋아지면 큰 채용을 하고,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하지만, 순식간에 진 직원 권고사직이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의미는 회사의 현금 상황이 매우 급박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이 회사의 내부 사정을 전혀 모르고, 아마도 기사를 쓴 대부분의 기자들도 구체적인 사정은 모르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더 놀랐던 건, 이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대부분 이 업계에 계신 분들인 것 같고, VC도 있고 창업가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너도나도 앞다퉈서 “오늘회가 망한 이유” , “오늘회가 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 “그럴 줄 알았다”와 같은 제목의 장문의 의견을 포스팅한 걸 여러 개 봤다. 다 읽어 보진 않았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건을 팔수록 마이너스 날 수밖에 없는 처음부터 글러 먹은 사업이었고, 대표이사도 이런 대규모 손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뻔뻔한 태도를 갖고 있었고, 이런 사업의 특징이나 사업의 상황을 알면서 투자한 VC들은 멍청하고, 이런 상황을 모르고 투자했다면 그 VC들은 더 멍청하고, 뭐, 이런 비판의 톤이 매우 강한 내용들이었다. 결과를 보면 맞을 수도 있지만, 이분들 중 오늘회가 전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하게 된 배경이나 실제 현황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분이 과연 한 명이라도 있을지 궁금하다.

고속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내부를 보면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부품이 동시에 돌아간다. 이런 성장을 초반에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하면, 맞지 않는 부품이 부딪치면서 부러지기도 하고, 기름칠이 부족해서 마찰이 여기저기서 발생한다. 내부적으로 이런 마찰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고, 기자들이 짜깁기해서 기사를 쓰고, 블라인드에도 이런저런 글들이 올라온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 회사에 대한 근거 없는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업계에 돌기 시작한다. 우리 투자사도 이런 경험을 한 걸 나도 몇 번 봤다. 일부 인력 이탈이 마치 회사가 사람 관리를 전혀 못 해서 발생했고, 이로 인해서 곧 망할 것이라는 소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해서 그런지, 나는 이제 “어떤 회사가 지금 어렵다고 하더라”라는 말을 들으면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특히 그 회사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게 전혀 없다면.

Full disclosure를 하자면, 스트롱이나 나는 오늘회라는 회사와는 그 어떠한 관계도 없다. 우리 투자사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투자한 회사도 아니고, 이 회사에 투자한 VC가 누군지도 잘 모른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소셜미디어에서 이 회사에 대한 비판과 회사가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분석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도 대부분 오늘회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내부 사정 또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되도록 이런 근거 없는 추측, 분석, 그리고 훈수는 안 했으면 하는 게 내 개인적인 바람이다. 완전한 사실들을 알기 전까지는.

오히려 나는 오늘회 경영진과 투자자들이 지금 느끼고 있을 괴로움과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경험해봤기 때문에, 이분들을 응원해주고 싶다. 투자를 잘 못 했고, 회사 경영을 잘 못 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사실을 잘 모르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근거 없는 훈수와 분석을 하는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정도로 큰 잘못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비판, 훈수, 그리고 자기 멋대로 분석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 사업이나 똑바로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탈중앙화 vs. 중앙화

전에 내가 Web 2.5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 글의 연장선상의 내용이다. 중앙화된 기술이나 조직은 말 그대로 모든 의사결정권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 이 중앙에 있는 소수의 조직에는 주로 그 사회에서 가장 똑똑하거나, 돈이 많거나, 또는 힘이 세거나 등, 특정 능력이나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그룹을 형성하고 있고, 이들이 모두를 위한 결정을 한다. 중앙 조직이 항상 모두를 위한 이성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해서, 모두를 위한 최상의 결과를 항상 만들 수 있다면, 이런 중앙화된 조직이 가장 효율적이고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이와 매우 다르다. 중앙화된 조직이 내린 결정은 주로 이들이 포함된 더 큰 사회의 모든 조직원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이 결정이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칠 다수가 아닌, 소수가 항상 결정한다는 게 중앙화된 조직의 단점이자 결점이다.

탈중앙화된 기술이나 조직은 이와 반대로 결정권이 소수가 있는 중앙이 아닌, 다수가 있는 조직의 가장자리에 있다. 이러한 구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조직의 결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다수가 직접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이렇게 중앙화된 조직과 탈중앙화된 조직을 비교해보면, 자연스럽게 탈중앙화된 조직이 더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쨌든, 누구나 다 본인이 속한 조직에 대한 오너십을 갖는 건 중요하고, 그 오너십을 가진 사람들이 조직의 다수를 위한 결정을 하는 구조이니까. 하지만, 이 개념을 현실에 적용해보면, 단점 또한 많이 보이기 때문에 아직 탈중앙화된 조직은 현실보단 이상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게 된다.

적절한 예시일진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가장 민감하고 논쟁의 소지가 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한국은 집 소유자보다 세입자가 압도적으로 더 많다. 만약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100% 탈중앙화 되어 있다면, 다수인 세입자에게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칠 부동산 정책을 세입자들이 결정할 확률이 높고, 이렇게 하면 세입자들에게 유리한 법과 정책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맞는 정책일까? 소유자들은 소수지만,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불공평하게 피해를 볼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아마도 어떤 당이 정권을 잡냐에 따라서 이런 부동산 정책도 항상 바뀌고, 가끔은 소유자에게 유리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가끔은 세입자에게 유리한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내가 전에 말했듯이, 중앙화와 탈중앙화의 양상을 모두 갖고, 극과 극에 있는 이 두 개의 개념을 최대한 잘 조화하기 위한 시행착오의 과정을 가장 잘 보이는 게 국가가 아닐까 싶다.

오히려 가장 현실성이 있는 조직은 Web 2.5 개념의 CDO(Centralized Dependent Organization)가 아닐까 싶다.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중앙에 있는 형태의 조직인데, 이런 형태라면 조직과 다수를 위한 가장 괜찮은 결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