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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that simple

나도 항상 말하지만 VC 들이 모두 똑똑한건 아니다. 실은 그렇지 않은 VC 들이 훨씬 더 많다(나를 포함). 하지만 워낙 많은 비즈니스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창업가들과 30분 정도만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 사람이 어떤 스타일이고,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인지 아닌지, 진짜로 이 사업을 할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대략 파악을 할 수 있다. 물론,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틀리는 경우도 많지만 전반적으로 큰 그림은 대략 볼 수 있다.

나도 많은 회사들을 만나다보니, 정말로 다양한 부류의 인간들을 만난다. 맘에 딱 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고, 이 업을 시작할때는 나랑 잘 안 맞는 사람들을 만나는게 힘들고 짜증났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런지 왠만한 미팅들은 다 재미있다. 하지만 아직도 정말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지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는 창업가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답을 ‘못’ 하는게 아니라 ‘안’ 하는거다. 이들은 대부분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정확하고 간단한 답을 하는 대신, 매우 장황한 이야기와 왜 그럴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변명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작년 매출이 어땠는지 물어보면, 그냥 매출이 얼마인지 말을 해주면 된다. 매출이 10만원이면 10만원이고, 100억이면 100억이다. 매출이 없으면 그냥 없다고 하면 된다. 이렇게 간단한데, 어떤 사람들은 불경기라서 현금흐름이 어려웠고, 전략적 고객들이 갑자기 사정이 어려워졌느니, 뭐 이런 이야기를 거의 10분 동안 늘어놓는다. 그런건 다 부수적인 내용들이고, 내가 알고 싶은건 그냥 작년 매출이었다. 정확한 숫자만. 이 회사의 실제 매출은 굉장히 부실했고, 그건 불경기나 고객 때문이 아니라 그냥 제품도 후졌고, 비즈니스를 잘 못 해서 그런거였다.
론치 한지 6개월 된 앱을 운영하는 어떤 대표이사한테 그동안의 앱 설치 수치를 물어봤다. 그냥 숫자 하나를 말해주면 되는데, 마케팅에 한 푼도 쓰지 않았고, 클로즈드 베타를 몇 주 진행했다는 이야기만 장황하게 하고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계속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변명만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보면 나는 이 창업자가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지능이 떨어져서 내가 물어보는 간단한 질문을 이해하지 못 하거나, 자신한테 불리하니까 일부러 답을 회피하면서 나랑 장난하는건데, 이해력이 떨어지는 창업자에게도 별로 투자하기 싫고, 잔머리 굴리는 창업가에게 투자하는 건 더더욱 싫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과는 같이 일 하기가 싫다.

전에 내가 비슷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VC 들이랑 이야기할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있으면 있는거고, 없으면 없는거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다. 할 수 있으면 할 수 있고, 할 수 없으면 할 수 없다. It’s that simple.

조용한 강자들

얼마 전에 우리는 미국의 ChannelMeter 라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다. 공동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Eugene Lee가 한인 교포이며, 현재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MCN(Multi-Channel Network)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스트롱의 큰 투자철학인 ‘한국’ 과도 잘 맞는 회사이다.

실은 우리도 그동안 많은 컨텐츠 관련 스타트업들, 그리고 MCN들을 검토했는데 거의 투자는 하지 않았다. 우리 내부에서도 MCN에 대해서는 의견이 조금씩 갈리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앞으로 소셜과 동영상(특히 짧은 동영상들)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커져서 MCN(2년 뒤에는 다른 유행어로 바뀔거라고 장담한다)이 성장할거라고 확신하지만 이 분야의 진정한 승자는 MCN과 같은 앞단의 플레이어가 아니라 수 많은 MCN 들의 운영을 도와주는 뒷단의 플레이어들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전에 내가 IoT에 대한 포스팅을 하면서, 진정한 승자는 IoT 기기들이 만들어낸 온갖 데이터를 취합해서 타 서비스들에게 제공하는 API가 될 것이라는 논리와 비슷하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ChannelMeter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동영상 스타들을 관리하고 홍보해주는 MCN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MCN 이라면 누구나 다 필요로 하는 관리, 운영, 분석과 같은 백엔드 대쉬보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플랫폼이다. 유투브 CMS 사용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이 대쉬보드가 사용하기 쉽지 않고, 모든 필수 기능들이 다 제공되지 않는다는것을 잘 안다. MCN 분야도 워낙 빨리 변화하는데 유투브 같이 큰 기업이 모든 변화를 반영하면서 거의 실시간으로 대쉬보드를 업데이트 한다는 건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채널미터는 매우 손쉽게 유투브나 MCN 네트워크와 연동이 가능하고 이들이 관리하고 있는 아티스트나 크리에이터들 네트워크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각 아티스트들에게 할당되는 매출이 실시간으로 계산되며, 이들에게 인보이싱도 가능하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회사들이 꽤 있다. 아무도 들어보지 않은 회사이지만, 우리가 아는 왠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핵심 비즈니스를 운영하기 위해서 돈을 내고 사용하는 그런 조용한 플랫폼들이야말로 나는 진정한 강자라고 생각한다. 실은 이런 기회들은 항상 존재한다. 새로운 분야가 생기고, 이 분야가 크게 성장하면 비슷한 비즈니스를 하는 수 많은 스타트업들이 창업된다. 이런 유행을 따라서 똑같은 사업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 시장이 충분히 크다면 여러 명의 플레이어들이 잘 살아 남을 수 있다 – 이 회사들이 핵심 비즈니스를 운영함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공통된 백엔드 플랫폼을 매우 정교하게 잘 만드는 것도 큰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은 채널미터는 섹시한 비즈니스는 아니다. 채널미터 보다는 이 플랫폼을 사용하는 MCN들이 더 섹시하고,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브랜드이다. 그래도 실질적으로 돈은 채널미터와 같은 회사들이 더 많이 벌 수 있고, 운 좋으면 지속적인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도 있다.

영원한 베타

나는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하고 있다. 직업도 직업이지만, 대기업에 취직하는거 보다는 스스로를 위해서 일하는게 훨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창업을 강조하고 권장한다. 하지만 조금 더 현실적으로 말을 해보면 솔직히 모두가 다 창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두가 다 창업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창업이 천직인 사람들도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큰 조직에 들어가서 남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인생의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가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스타트업’ 이라는 단어의 좁은 의미는 인터넷 회사를 창업해서 돈을 버는게 맞지만, 이 단어를 조금 더 크게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스타트업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마치 창업가들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삶을 더 좋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크게 봐서 나는 항상 더 좋은 남편, 아들, 동생, 친구, 동료,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 매일 노력하고 고민하고 있고 조금 작게 봐서는 매일 운동을 해서 몸을 더 좋게 만들려고 꾸준히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게 우리가 죽을 때 완벽한 인간이 되지는 못 하더라고 어제보다는 오늘이 조금은 나아야 하며, 오늘보다는 내일이 조금은 나아야 한다는 건데 이런 삶에 대한 태도와 방식 자체가 스타트업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태도와 정신을 ‘영원한 베타(permanent beta)’ 라고 한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서 풍요로운 인생을 살려는 정신이며, 이는 바로 창업가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자세다.

이번 주말에 이런 영원한 베타 정신을 많이 접했다. 우리 아버지는 이미 은퇴하신지 오래 되셨고, 이제 팔순을 바라보시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에 인터스텔라 영화를 보고 오신 후에 인터넷에서 태양계 행성에 대해서 공부하시고 각 행성이 어떤 특징이 있고 인터스텔라가 과학적으로 맞는지 안 맞는지 까지도 공부하셨다. 최근에는 The Big Short 영화를 보신 후 자막없이 보고 싶은데 영어가 좀 어려우니 영문 대본을 좀 구해달라고 하시면서 오히려 나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시면서 스스로를 개선하고 계신다. 우리 장인어르신도 비슷한데 몇 년 전부터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셔서 배우신지 2년 만에 상급반으로 진학하셨고, 하루에 10시간씩 기타 연습을 하시는 날도 있다. 이 두 분은 회사를 창업하지는 않으셨지만,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을 하면서 풍요로운 인생을 사시려는 이러한 시도와 태도가 바로 스타트업 정신인거 같다. 전에 내가 포스팅한 미래엔지니어링의 김태준 대표님도 마찬가지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면 우리는 남과 똑같은 길을 간다.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조직원이 되면서부터 자기계발이나 발전이라는 엔진은 서서히 죽는다. 인생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지만,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건 바로 ‘시간’이다. 공평한 시간으로 이루어진 하루하루는 우리에게 스스로 발전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속해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마치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베타 제품을 지속해서 수정, 보완하는 것과도 같다.

인생은 영원한 베타이다.

휴지통, 그리고 본질

한국에 와서 느낀 점 중 하나는 – 다른 곳은 잘 모르겠고, 서울의 경우 – 길거리나 공공장소에 쓰레기통이 많이 없다는 점이다. 한 3-5 블럭 마다 휴지통이 있고, 지하철 화장실에는 아예 휴지통이 없는 곳도 많다.
사진 2015. 12. 30. 오후 6 23 58정자역 화장실에서 청소하시는 분들한테 물어보니 시민들이 공공장소의 휴지통에 쓰레기를 너무 막 버리고, 어떤 얌체같은 사람들은 심지어 개인 쓰레기를 공공 휴지통에 버리기 때문에 아예 휴지통을 없애는 극단적인 조치를 당국에서 취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일은 더 많아졌다고 하다. 왜냐하면, 휴지통이 없으니까 이제는 소변기 또는 세면대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많은 사람들이 그냥 화장실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소하시는 분도 웃으시면서 “나 같아도 더러운 휴지나 쓰레기를 계속 가지고 다니라고 하면 아무래도 그냥 아무도 안 볼 때 버리지 않겠어요.” 라고까지 하시면서…

실은 나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시도는 좋다. 그리고 국가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선택한 방법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발생시키는거 같다. 휴지통이 부족해서 버려서는 안되는 곳에 시민들이 계속 쓰레기를 버려서 미적으로도 좋지 않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인력이 더 많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그런 역효과 말이다. 어떤 분들이 이런 정책을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분들은 내가 항상 강조하는 ‘본질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있거나, 알고 있으면서도 귀찮아서 나 몰라라 하고 있다.

휴지통을 아예 설치하지 않거나, 또는 일부러 띄엄띄엄 배치해 놓는 목적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면 좋을거 같다. 서울 시민들이 모두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논리는 맞다.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고, 자기 쓰레기는 주머니나 가방에 보관하다가 집에 가서 버릴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반대다. 휴지통이 없으니까 몰래 길거리에 버리고 있고 이로 인해서 더 많은 손해와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광경들이 서울 시내 여기저기서 보이는거다.Processed with MOLDIV나 같으면 아예 크고 견고한 쓰레기통을 여기저기 더 많이 배치를 하든지, 아니면 정말 제대로 쓰레기 무단투기를 관리할 의지와 생각이 있다면 CCTV를 설치하고 과태료를 아주 극적으로 올리겠다. 현재 담배꽁초나 휴지를 아무데나 버리는 경우 과태료가 5만원이고, 유원지나 공원등에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한 경우 과태료가 20만원인데 이 금액을 한 50만원으로 확 올리고 관리를 제대로 하면 시민의식이 바뀌고 서울시 예산도 많이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그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본질을 파악하는 건 시간도 더 걸리고, 어쩔때는 고통스럽고 귀찮지만 문제의 뿌리를 공략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

IPO에 대한 단상

사진 2016. 3. 14. 오후 4 27 07얼마 전에 어떤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회의의 주제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미국 시장 상장이었고, 여러가지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자리였다. 하지만 회의 내내 내가 주장하고 강조했던 건, 왜 충분히 상장을 할 수 있는 미국 회사들도 IPO를 일부러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 판국에 우리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한국 회사들에게 굳이 미국 시장 IPO를 강조하냐 였다.

솔직히 우버,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같은 유니콘들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미국 시장에서 IPO를 할 수 있는 회사들이지만 계속 비상장시장(private market)에서 자금을 가져다 쓰고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최근 몇 년 동안 상장시장과 비상장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보면 굳이 이 회사들이 왜 IPO를 하지 않고, 왜 IPO가 가장 좋은 exit 전략이 아닐 수도 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단 스타트업들이 왜 IPO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이 되면 좋을거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비상장시장에서 시작을 해서 어느정도 성장을 한 후, 시장의 상황이 좋으면 상장을 했다(물론, 상장하는게 이렇게 쉽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편의를 위해서 단순하게 적어본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상장을 하면 그동안 VC를 통해서 투자받던 금액과는 비교가 안 되는 큰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주들은 회사 주식을 즉시 사고 팔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큰 장점들이 있다. 또한, IPO를 하면 ‘상장’ 이라는 훈장이 가져다 주는 기업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즐길 수 있었다. 일반인들 사이에는 상장한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는 더 믿을 만하고 왠지 상장기업의 제품이 더 좋을거 같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장하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위에서 말한 장점들도 많지만 단점들 또한 존재한다. 일단 회사가 상장을 하게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비즈니스를 하기가 힘들다. 상장한 이후에는 회사의 장기적 비전이나 미션보다는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관점에 입각한 재무제표 위주의 비즈니스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비상장 스타트업이면 재무적으로 손실이 발생해도 비즈니스의 기본이 탄탄하면 계속 높은 가치에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도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과 경영진의 능력을 중시한다. 하지만, 상장을 하게되면 주주들의 관심은 오직 매 분기마다 발표되는 회사의 실적이다. 아무리 장기적인 비전이 좋더라도 단기 실적이 나쁘면 그 회사의 주가는 반 토막 날 수 있다. 또한, 상장을 하게 되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일단 Sarbanes-Oxley와 같은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 때문에 상장할 때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되며, 상장 이후에도 다양한 감사 및 보고로 인한 (스타트업들한테는)천문학적인 비용을 써야 한다.

물론, 상장에 대한 이런 단점들이 갑자기 생겨난 건 아니다. 이미 존재하고 알려진 단점들이었지만 상장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이런 단점들 보다 많았기 때문에 그동안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IPO를 선택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시장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비상장 시장은 더욱 매력적으로 변했고, 상장 시장은 더욱 더 엄격해졌다.

상장시장에는 너무나 다양한 매수와 매도 방법이 존재한다. 특히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기계와 알고리즘 기반의 트레이딩이나 공매(short selling) 등은 기업의 가치나 비전은 무시하고 단순히 숫자만을 보기 때문에 상장기업의 주가에는 예측할 수 없는 변동성의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잘 나가던 회사들도 갑자기 단기 실적이 부진해지면 하루만에 기업가치가 반 토막 나는게 현재의 상장시장이다. 실적이 조금 부진하다고 해서 과연 이 회사의 비즈니스가 위험한가? 기업가치가 반 토막 날 정도로 그 회사가 갑자기 안 좋아졌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게 바로 상장시장이다. 상장시장의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같은 비상장시장의 투자자들과는 완전히 반대이다. 그리고 상장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법무비용과 회계비용은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는 점도 IPO를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와는 반대로 비상장시장은 스타트업들에게 매우 유리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CEO들은 오히려 상장하지 않고 계속 비상장 상태에서 비즈니스를 잘 운영하고 있다. IPO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대규모 자금 조달은 이제는 비상장 시장에서도 가능하다. 위에서 언급한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회사들은 IPO를 통해서가 아닌, 큰 헤지펀드나 뮤추얼펀드로부터 조 단위의 투자금을 받고 있다. 주로 상장시장에서 놀던 큰 펀드들이 낮은 이자율과 높은 변동성 때문에 오히려 비상장 회사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비상장 시장에서 더 유리한 밸류에이션에 대규모 자금 확보가 이젠 가능해졌다. 또한, (미국의 경우)비상장 회사들의 주식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시장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주들의 유동성 확보 면에서도 상장시장만큼 매력적인게 비상장시장이다.

현실이 이런데 굳이 우리는 투자사들에게 IPO를 강요할 필요가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게 좋을거 같다. 물론, 위의 내용들은 주로 미국 시장에 적용된다. 한국은 자본시장이 미국만큼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이르고, 나는 코스닥 시장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른다. 하지만, 결국 한국의 자본시장도 미국을 따라가기 때문에 몇 년 후에는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