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libatt

2016년도 말에 미국에 있는 내 파트너 존이 LA의 한 한인 여성 창업가를 만났는데, 어렵고 복잡하지만 좋은 비즈니스를 시작했고, 우리도 투자검토 하자는 연락이 왔다. UCLA 박사 재닛 허 대표와 같은 실험실 출신의 박사 리랜드 스미스 공동창업가가 시작한 비즈니스는 Millibatt이라는, 말 그대로 소형 배터리를 만드는 하이테크 사업이었다. 실은 내가 깊은 공학 백그라운드가 없어서, 공학 박사들이 하는 사업을 100% 이해하기는 힘들었고, 우리가 주로 투자하는 쪽은 이런 좋은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consumer internet 분야이기 때문에, 검토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거기다가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법을 통해서 배터리를 더 작게, 하지만 수명은 더 길고 강력하게 만드는 미션으로 창업된 회사라서 업계 전문가들한테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 또는 “그거 절대로 못 한다”라는 피드백이 주를 이루었다.

밀리뱃은 저렴한 소형 배터리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아직 진행 중이지만, 기존 배터리 제조업체보다 거의 10배 이상 수명이 높은 배터리를 10분의 1 단가로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모든 전자기기의 크기는 더 작아질 것이고,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제품이 계속 출시될 것이다. 예를 들면, IoT 제품이나 웨어러블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렇게 새로운 제품이 계속 출시되고, 그 크기가 작아지면, 더 작고 강력한 배터리가 필요할 텐데, 이 시장이 밀리뱃이 공략하고 있는 시장이다.

기술도 괜찮다고 판단했고(실은, 소위 말하는 업계 전문가들이 이거 하기 힘들다고 했기 때문에 더 끌렸다), 시장도 앞으로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무엇보다 이 팀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LA 기반의 한인 창업가가 시장의 문제를 파악하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좋은 기술 백그라운드와 지식을 기반으로 거대한 시장을 공략하는, 우리가 좋아하는 플레이를 하는 회사였다. 2017년 초에 우리가 처음 투자했고, 이후에 밀리뱃은 Y Combinator 2017년 배치를 거쳐, 3년 반 이상의 연구와 개발, 그리고 수많은 iteration을 통해서 소형배터리를 만들고 있고, 아직 상용화하려면 시간이 더 걸리지만, 이번에 꽤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었다.

밀리뱃 배터리와 파나소닉 배터리로 wireless motion sensor에 전원을 공급하는 데모 동영상인데, 여러 가지 면에서 밀리뱃 배터리가 우수하다는걸 볼 수 있다.

Enjoy!

마무리는 퍼팅

golf-594199_1280골프에서는 드라이버는 show이고, 퍼팅은 money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아주 멀리 날리는 드라이버는 그냥 남들한테 자랑하고 보여주기 위한 샷이지만, 실제로 우승하고 돈을 벌기 위한 – 상금이든 내기든 – 샷은 그린에서 결정되는 퍼팅이라는 의미이다. 드라이버를 300야드 치고, 아이언 샷을 아무리 칼같이 잘 쳐도, 결국 그린 위에서 퍼팅을 잘 못 하면 점수는 좋지 않기 때문에 많은 프로한테 물어보면 결국엔 골프의 마무리는 퍼팅이기 때문에, 퍼팅이 실제로 제일 중요한 샷이라고 한다.

파 5에서 300야드 드라이버치고, 멋진 아이언이나 우드 샷으로 그린에 투온했는데, 퍼팅이 안 돼서 4 퍼트를 하면 보기플레이를 한다. 이와 반대로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샷 모두 제대로 맞지 않아서 그린에 4 온을 했지만, 원 퍼트로 마무리하면 파 플레이를 하는데, 나는 무조건 후자의 플레이를 선택하겠다. 시원시원한 샷을 못 해서 기분은 좋지 않겠지만, 골프는 결국 최소한의 샷으로 공을 구멍에 넣어서 끝내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게 진정한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에도 비슷한 맥락을 적용해 볼 수 있다. 비즈니스의 마무리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이 제품을 사랑하는 고객을 확보하고, 결국 돈을 버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많은 창업가가 이 마무리를 잘 못 하고 있다. 수백억 원의 펀딩을 받고, 아기 유니콘으로 선정되고, 유니콘이 되고, 정부에서 지정한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뽑히고, 수많은 언론에 노출되는 건 회사나 창업가한테는 너무나 좋은 일이고 큰 영광이다. 마치 300야드 드라이버 친 것처럼 기분이 너무 좋고,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질 것이다. 그런데 좋은 제품을 못 만들어서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는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고, 결국 돈을 벌지 못하는 사업으로 마무리가 되면, 결과는 실패다.

투자 못 받아도 괜찮다. 정부한테 인정 못 받아도 괜찮다. 아기유니콘 선정? 다 필요 없다. 언론 노출? 이건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된다. 결국 이런 거 다 못해도, 좋은 제품을 만들고 좋은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면, 고객들이 생길 것이고, 결국 돈 버는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전에 내가 박인비 선수에 대한 을 하나 쓴 적이 있는데, 이 글과 일맥상통한 내용이다. 사업하다 보면 수많은 잡음이 나를 방해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비즈니스의 핵심과 본질을 잘 파악해야 한다. 결국 골프의 마무리는 퍼팅이고, 비즈니스의 마무리는 고객과 질 좋은 매출이다. 그 외에는 다 부수적인 것들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수평적 vs. 수직적 마켓플레이스

1594372376716먹거리 관련 이커머스 하는 창업가들이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거 쿠팡이나 마켓컬리가 하면 우린 그냥 망하는 거 아닌가요?”이다. 당연히 쿠팡이나 마켓컬리가 할 수 있고, 돈도 더 많고 사람도 더 많기 때문에 이 두 회사가 맘먹고 뭔가 시작하면 상당히 무서운 상대가 될 수 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와 이 전문가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수직적 마켓플레이스(vertical marketplace)를 시작하는 창업가들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숨고와 같은 앱에도 이 동일한 카테고리가 있는데, 후발주자로서 경쟁할 수 있겠어요?”이고, 특정 분야에서 중고거래 서비스를 시작하는 창업가들이 많이 받는 질문은, “당근마켓같이 폭풍성장하고 있는 중고거래 서비스가 있는데, 이게 되겠어요? 당근마켓 들어가 보면 비슷한 게 이미 있는데요.”이다.

실은, 다 너무 당연한 질문이고, 이제 갓 시작한 스타트업이 이미 product market fit을 찾았고, 이 fit을 더욱더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서 투자도 많이 받았고, 좋은 인재도 많이 채용한 쿠팡, 숨고, 당근마켓과 같은 회사를 이기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쉽지 않은 거와 못 하는 거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나는 아무리 이미 존재하고 있는 시장의 강자가 있어도, 이들보다 더 잘 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숨고당근마켓은 전형적인 수평적 마켓플레이스다. 숨고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공급자와 이들의 서비스를 필요로하는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웬만한 분야의 서비스를 모두 다 제공한다. 지금 숨고에 들어가 보면 각종 레슨, 홈/리빙, 이벤트, 비즈니스, 디자인/개발, 건강/미용, 알바 등과 같은 카테고리가 있는데, 결국 모든 분야에서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수평적 마켓플레이스다. 당근마켓도 비슷하다. 지역기반이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물건들을 사고팔 수 있다. 즉, 세상의 모든 제품을 공급자와 수요자가 중고거래할 수 있는 수평적 마켓플레이스다. 두 플랫폼 모두 수평적으로 모든 걸 다루기 때문에, 커버하는 분야가 광범위하고, 이렇게 광범위 하므로, 겹치는 분야에서 사업을 하면 이 글 초반에 언급했던 그런 질문들을 많이 하는 것이다.

수평적 마켓플레이스는 모든 분야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기 때문에, 볼륨의 싸움에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약점 또한 많은데, 대표적인 약점이 전문성의 부재이다. 즉, 너무 많은 분야에 있는, 너무 많은 사용자를 수용하다 보니, 각 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기보단, 한 번에 모든 산업/시장/공급자/수요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보편적인 마켓플레이스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즉, 수평적 마켓플레이스에 존재하는 모든 수직마켓에 하나의 통일된 공식을 적용하는 게 이들의 비즈니스이다. (내가 직접 해보진 않았지만)예를들면, 숨고에서 반려견 산책해 줄 사람을 구하면, 숨고의 일반 프로세스를 따라서, 펫시터들이 견적을 보내고, 내가 견적을 수용하면 둘이 날짜와 시간 등의 세부사항을 채팅으로 조율한 후에 공급자가 수요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숨고의 다른 카테고리를 사용해도 공급과 수요를 매칭하는 프로세스는 동일하다.

그런데, 펫시터만을 매칭해주는 도그메이트라는 수직적 마켓플레이스가 있다. 도그메이트를 사용해보면,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프로세스가 훨씬 더 정교하고 전문적이라는걸 알 수 있다. 개가 몇 살인지, 어떤 종인지, 대형견인지 소형견인지, 사람과 잘 어울리는지, 다른 개들과 잘 어울리는지 등등 기본적으로 나한테 가족 같은 반려견을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맡길 때 최대한 사고가 안 나고, 서로의 경험이 유쾌할 수 있도록, 상당히 전문적으로 매칭 프로세스를 설계했다. 또한, 펫시터들이 반려견을 산책시키거나 돌봐주면서 주인에게 정기적으로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반려일지까지 공유하게 하는 아주 세심한 프로세스가 플랫폼에 녹아 있다. 반려견돌봄이라는 특정 버티컬에서 요구되는 이런 중요한 전문성이 도그메이트라는 수직적 마켓플레이스에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숨고와 같이 큰 수평적 마켓플레이스가 존재해도, 도그메이트와 같은 전문적인 수직적 마켓플레이스가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당근마켓도 비슷하다. 당근마켓을 보면 중고명품을 사고파는 공급자와 수요자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수천만 원짜리 명품시계를 사고파는 프로세스가, 1,000원 짜리 잡화 사고파는 프로세스랑 동일하다. 위의 숨고와 같이 모든 분야에 하나의 통일된 프로세스를 적용하는 수평적 마켓플레이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새 많이 생기고 있는 중고명품 앱들을 보면, 고가의 명품을 안심하고 사고팔 수 있게 최적의 프로세스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준다. 예를 들면, 직접 명품을 수거하거나, 진품 여부를 검증해주거나, 또는 위탁 판매해주거나 하는, 모든 걸 다 거래하는 수평적 마켓플레이스가 절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수직적 마켓만을 위한 플랫폼 경험을 제공한다.

시장 규모가 작은 수직적 마켓도 있겠지만, 여기서 언급한 반려동물 돌봄 또는 중고명품과 같은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이다. 그래서 수평적 마켓플레이스와 수직적 마켓플레이스 사이에 존재하는 균열을 – 그리고 수평적 마켓플레이스가 수평적으로 더 확장할수록 이 균열은 커지고, 균열이 클수록 기회는 커진다 – 잘 활용하면 좁지만 아주 깊은 시장에서 큰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완전공시: 숨고, 당근마켓, 도그메이트는 스트롱 투자사입니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1등 마케팅

마케팅에 대한 내 생각을 여러 번 공유하고, 관련 글을 쓴 적이 있다. 요샌 나도 적당하고 적절한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하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인 내 철학은, “가장 완벽한 제품 그 자체가 최고의 마케팅”이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좋은 가치를 제공할 수만 있다면, 돈을 따로 쓰지 않아도 저절로 마케팅되고, 고객들이 저절로 우리를 찾아온다는 생각인데, 이 기본적인 프레임은 지금도 아주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런 생각에 대해서는 모두 다 의견이 다르다. 제품은 어차피 거기서 거기니,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려면 마케팅에 돈을 엄청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고, 이런 전략을 써서 성장한 사업도 우리 주변에는 상당히 많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초반에는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마케팅하고, 성장해서 투자를 더 받으면, 요샌 TV나 지하철과 같은 전통 미디어에서까지 광고하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나도 마케팅 전문가는 아니고, 듣는 것도 많고, 보는 것도 많아서 그런지, 이 마케팅이라는 거에 대해서 항상 자주, 그리고 많이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에 임홍택 씨의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꽤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에서 스타벅스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을 읽었다. 스타벅스는 국내의 매출 1위 커피 프랜차이즈인데, 2017년 스타벅스의 한국 매출이 1.3조 원이었다. 재미있는 건, 국내 2위~6위의 5개 커피 회사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 커피빈, 엔제리너스, 할리스커피의 매출 총합이 8,200억 원이니, 1위 스타벅스 한 곳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점이다. 뭐, 워낙 큰 글로벌 기업이고, 이 분야에서는 자리매김을 확실히 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아주 쇼킹한 사실은 아니다.

그런데 스타벅스가 이렇게 국내 1위의 커피전문점으로 성장했지만, 스타벅스의 광고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도 이걸 보면서 생각해보니, 스타벅스 광고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스타벅스는 광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은 마케팅 예산의 대부분을 제품 광고와 프로모션에 쓰지만, 스타벅스는 광고와 프로모션이 아닌 브랜딩에 대한 투자와 내부 직원을 첫 번째 고객으로 두고 아끼는 기업문화에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실은 브랜딩이라는 거 자체는 상당히 모호하고, 여기저기 찾아보니 이 또한 마케팅이라는 큰 범주에 포함되는 일종의 마케팅 기법이다. 그래도 스타벅스 이야기를 읽으면서, 1등 회사들이 그 업계에서 아주 확고한 1등 자리에 오르려면 어떤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생각을 한 번 더 정리할 수 있었다. 마케팅을 단순히 자본의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핵심 무기인 자본이 떨어지면 바로 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연예인, 할인, 광고 등…그 이상의 가치를 시장에 전달할 수 있어야지만 부동의 업계 1위가 될 수 있다.

콘택트와 언택트

untact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온 많은 변화 중, 사회와 경제의 ‘언택트화’ 라는 큰 변화가 있다. 원래 사전에 존재하던 단어는 아니고, 반대를 의미하는 ‘UN’과 접촉을 의미하는 ‘CONTACT’를 합성한 단어인데, 말 그대로 비접촉이라는 의미다. 기성세대와는 달리 밀레니얼들은 식당보단 집에서 음식을 배달 시켜 먹고, 매장보단 집에서 온라인 쇼핑하고, 극장보단 집에서 영화를 보는 특성 때문에, 이들의 급부상과 함께 언택트 비즈니스도 같이 성장했지만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이 언택트가 밀레니얼뿐만 아니라 기성세대 쪽으로도 넘어오는 스필오버 현상이 발생했다. 그리고 우리가 눈치채기도 전에 이제는 언택트가 대세가 되어버렸고, 아마도 백신이 나와도 이 편한 언택트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 지속해서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편리함을 한 번 경험한 소비자들이 다시 불편함으로 넘어가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두가 다 언택트만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요새 내가 본 많은 회사 소개자료에는 ‘언택트’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마치 몇 년 전에 코인과 블록체인이 유행했을 때, 대부분의 자료에 “우리는 블록체인 기반의…”라는 내용이 들어갔듯이, 모두 다 언택트를 지향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비슷하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거나 접촉하는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투자검토를 꺼리거나,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을 낮게 주는 것 같고, 이와 반대로 100% 비대면 서비스를 하는 비즈니스에는 상대적으로 후한 밸류에이션을 주고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아마도 추세가 이렇다 보니, 더욱더 창업가들이 비대면과 언택트쪽으로만 보고, 이 분야에서 창업하고 있다.

언택트 비즈니스가 잘 되는 거를 부인할 수 없다. 우리의 많은 투자사들을 전체적으로 보면, 올해 상반기에 전반적으로 가장 잘한 회사들은 대부분 B2B SaaS(100% 소프트웨어), 온라인 교육, 디지털 콘텐츠 회사인데, 이 회사들의 비즈니스는 완전히 언택트이거나 대부분이 언택트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다 언택트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동안에, 한가지 간과하기 쉬운 건, 그렇다고 기존의 콘택트 비즈니스 스타트업이 모두 망하거나, 또는 콘택트 비즈니스 영역이 금방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린 워낙 다양한 분야를 보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 수많은 언택트 창업가들과 이야기했지만, 콘택트 창업가들 또한 많이 만났고, 이 중 꽤 괜찮은 팀에 투자할 수 있었다. 실은, 우리도 처음에 이런 비즈니스를 접했을 때는, “저건 전형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고, 가까운 거리에서 접촉하고 교류해야 하는 성격의 비즈니스인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잘 안되거나 망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가장 먼저 하긴 했지만, 다행히도 그 시점에 검토를 중단하지 않고, 조금 더 자세히 비즈니스를 보고, 창업가를 더 깊게 이해했고, 쉽진 않았지만, 이 중 몇 개에는 투자를 했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현명하고 유연하게 잘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냥 잘하는 회사는 언택트 비즈니스를 하든, 콘택트 비즈니스를 하든, 무조건 잘한다. 이건 내가 얼마 전에 썼던 처럼, 무엇을 하나보단 누가 이 비즈니스를 하냐의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오히려, 대부분의 창업가가 언택트 쪽에서 창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콘택트 분야에서는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 구멍은 창업가들에게는 매우 큰 기회로 다가온다. 이 어려운 시기에 콘택트 분야에서 좋은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창업가들이 몇 년 후에는 엄청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다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언택트냐 콘택트냐의 문제는 아니다. 그냥 잘하면 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