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를 왜 탈까

사진 2018. 11. 5. 오전 10 53 41지난주에 택시를 타고 김포공항에 갔다. 운전 막 하는 택시기사는 이제 좀 익숙해졌는데, 대시보드에 계속 빨간 에어백 불이 깜박거렸다. 에어백 고장이 난 거 같은데, 이거 안 고쳐도 되는지 물어보니까 기사 왈, “괜찮습니다. 전 사고 안 나요.”

우리나라 택시업계 전체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단편적인 일화이며, 요새 내 타임라인에 VCNC의 새로운 서비스 타다에 대한 좋은 내용이 엄청 많이 올라오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난 과거에 우버에 대한 글을 자주 썼다. 우버의 창업가 트래비스 칼라닉의 도덕성은 의심스럽고, 우버의 기업 문화도 자주 공격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 미국 장기 출장을 다녀온 후에 나는 우버라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완전히 팬이 됐다. 투자자로서 죽기 전에 우버와 같은 회사에 한번 투자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까지 했다. 잘 알다시피, 한국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우버X는 불법이다.

이야기가 좀 셌는데…우버나 타다가 대중의 인기를 얻는 이유는, 이 서비스가 편리한 점도 있지만, 기존 택시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이다. 실은, 이 이유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서울같이 택시요금이 다른 대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길거리 나가서 손만 들면 택시가 바로 올 정도로 유동성이 풍부한 곳에서 왜 사람들은 타다에 열광할까? 왜냐하면,
1/ 운전이 직업인 택시기사들이 일반인보다 운전을 못한다. 급출발과 급정차는 기본이고, 과연 이분들이 운전면허 시험은 봤는지도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2/ 손님의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 안 한다. 손님의 안전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위에서 말한 에어백 상황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아직도 많은 택시기사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는다는 걸 매일 경험하고 있다. 어떤 기사들은 DMB로 TV 보면서 운전하는 데 정말 당황스럽다.
3/ 손님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없다.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택시는 정말 짜증 난다. 자신의 사무실을 이렇게 더럽게 어지럽히면서 일하는 직장인은 없다. 그리고 손님의 기분은 상관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거나, “안녕하세요” , “고맙습니다”라고 하면 대꾸도 안 할 때도 있다. 라디오는 귀가 찢어질 정도로 크게 틀고, 나는 관심도 없는 정치 이야기를 목청 터져라 혼자 한다.
4/ 승차 거부는 불법이다. 그리고 남의 택시를 운전하는 것도 불법이다. 하지만, 이런 범죄가 아직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5/ 이 외에 많은 불편함을 오늘도 택시를 타는 승객들이 겪고 있다. 나는 오늘도 내 앞에서 택시 새치기하는 인간들 때문에 내가 처음 발견하고 손을 들어서 타려고 했던 택시를 15분 동안 다른 사람들한테 빼앗겼다. 분명히 나랑 눈이 마주친 택시 기사님들도 다른 사람이 새치기해서 손을 드니, 그냥 그 사람을 태웠다.
*물론, 대한민국 모든 택시기사분이 이렇지는 않다. 가끔 아주 존경스러운 분들도 만난다. 하지만, 나같이 택시를 많이 타는 사람의 과거 3년 경험이 이렇다면, 이건 일반화해도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버와 같은 새로운 택시 서비스에 결사반대하는 택시 관련 각종 노조와 협회 임원들은 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분들은 자꾸 법 뒤에 숨어서 로비하기 전에, 왜 사람들이 더 비싸고,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한 타다와 같은 서비스에 열광하는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 저렴하고, 공급량이 월등하게 많은 일반 택시들이 불친절하고, 위험하고, 위에서 내가 나열한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은, 이런 문제들이 개선되면 – 그리고, 서로 해야 할 일만 제대로 한다면, 이건 금방 개선될 것이다 – 우버, 타다, 카카오풀과 같은 택시 서비스를 시민들이 굳이 돈을 더 내고 타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정확한 가격을 찾진 못 했지만, 개인택시면허 가격이 대략 1억 원 정도라고 들었다. 엄청 큰돈이고, 택시 운전이 업인 분들한테는 대단한 인생의 투자임이 맞다. 그런데, 그렇게 큰 결심을 했고, 큰 투자를 했다면, 나는 오히려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버X와 같은 공유 택시 서비스가 한국에서도 합법화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건 거역할 수 없는 트렌드이다. 택시 협회나 노조는 결국 없어질 자기 밥그릇을 조금 더 지키기 위해 에너지를 쓰기보단,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과거 우버 관련 글>
카카오택시와 우버
멈추지 않는 우버의 질주
우버에 대한 단상

잘하면 된다

얼마 전에 진짜 수다스러운 택시를 탔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수다스러운 택시 기사님들인데, 이분은 너무 심해서 결국엔 좀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면서 이분이 하는 말이, 실은 본인이 이렇게 말을 많이 안 하는데, 요새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그 스트레스 때문에 계속 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엔 현 정권 탓을 하면서, 대통령이 똑바로 못 해서 경기가 안 좋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다. 그리고 그 택시에서 내려서 간 식당이 평소보다 한가한 거 같아서 매니저한테 물어보니, 요새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식당 문 닫아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을 했다. 이분 또한 나라 탓을 했다.

실은, 스타트업 업계가 대기업보단 경기에 조금 덜 민감한 거 같아서, 나는 택시 기사님이나 식당 주인들 만큼 민감하게 경기를 체감하진 못 한다. 하지만, 실물경제에 참석하는 대부분 자영업자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 경기는 요새 상당히 위험한 수준까지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이런 일도 경험했다. 내가 좋아하는 중국집 저녁 약속 예약을 2주 연속으로 못 했다. 약속 3일 전에 전화했는데도, 이미 저녁 예약이 다 끝났고, 그다음 주에는 꽤 일찍 전화했는데도, 예약이 다 차서, 2주 째 예약을 못 했다. 잘 안 되는 식당도 많지만, 결국 맛 좋고, 가격 적당하고, 서비스가 좋으면, 그 식당은 경기와는 무관하게 잘 되는 걸 다시 한번 스스로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결국, 내가 항상 주장하는 ‘좋은 제품’은 항상 이기는 거 같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 하는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위에서 말한 전체적인 경기 상황을 우리가 예측할 순 없다. 한국을 강타했던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도 우리가 예측할 순 없다. 한파나 폭염과 같은 이상 기온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100% 오너십을 가지면서 콘트롤 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우리 팀이 만드는 제품이다. 시장이 사랑하는 멋진 제품으로 만들지, 또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 아니,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 허접한 제품으로 만들지는 대표와 그 팀이 결정할 수 있다.

다시 경기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불경기 때는, 물론 모든 사람이 힘들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고, 경제 활동 또한 사회적이기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으면 모두에게 영향이 미친다. 하지만, 아무리 경기가 좋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는 손님이 매일 줄을 서서 먹는 식당이 있다. 마찬가지로, 경기가 아무리 좋지 않아도 항상 잘하는 회사가 있다. 잘 되는 식당은 그 이유를 분석해보면, 제품이, 즉, 음식이 좋기 때문이다. 잘 되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결국엔 좋은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투자사가 이런 회사가 되었으면 한다. 작은 스타트업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다 보면, 결국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다.

내가 하는 이 업, VC에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한국은 요새 VC 머니가 넘쳐 흐른다. 내가 모르는 VC가 아는 VC보다 더 많을 정도로 벤처캐피털이 많이 생기고 있다. 어떤 VC는 마케팅을 잘하고, 어떤 VC는 멋진 행사를 많이 하고, 어떤 VC는 투자는 안 하지만 훈계는 잘한다. 그리고 어떤 VC는, 솔직히 뭐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살아남고 오래가는 VC는, 좋은 회사에 투자하는, 즉 본질에 집중하는 VC일 것이다.

Revenue Funding

몇 달 전에 내가 매출 대비 펀딩 비율이라는 수치에 대한 짧은 포스팅을 올렸다. 요새 내가 회사들을 검토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고 계산해보는 부분인데, 더 많은 회사에 투자할수록, 더 많은 회사가 고생하는 걸 보면서, 이게 정말 중요하다는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실은 스타트업이 펀딩을 얼마나 많이 받냐도 중요한 지표다. 회사의 성장이 좋고, 시장의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대표이사의 능력이 좋기 때문에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펀딩을 많이 받는다고 이 회사가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은, 이와 반대인 경우를 훨씬 더 자주 보는 거 같다.

더 중요한 건, 펀딩을 많이 받으면, 그 돈으로 그만큼 스스로 매출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엔진을 회사에서 만들 수 있냐인 거 같다. 어떤 회사는 적은 펀딩으로 매출을 많이 만드는 ‘연비’가 높은 엔진을 만들었고, 어떤 회사는 엄청난 펀딩으로 매출을 그만큼 만들지 못하는 연비가 낮은 엔진을 달고 있다. 그리고, 펀딩을 아무리 받아도 매출을 아예 못 만드는 연비=제로인 회사도 많다. 물론, 매출만이 중요한 지표는 아니다. 어떤 스타트업은 매출을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성장에만 집착하고 집중하는데, 이건 회사마다 전략의 문제일 거 같다.

회사마다 상황은 다르고, VC마다 회사로부터 원하는 것은 다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황금 법칙은 바로 “매출 펀딩이 최고의 펀딩(revenue funding is the best funding)” 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최고의 펀딩은 스스로 매출을 만들어서, 이 매출로 회사의 성장에 투자한다는 의미이다. 이러면, 우리 같은 VC는 할 일이 없어지겠지만, 나도 항상 회사들에 최고의 펀딩 전략은 펀딩을 받지 않는 거라는 말을 자주 한다. 실은, 이렇게 하는 회사를 간혹 만나지만, 현실은, 실리콘밸리나 한국의 대부분 스타트업은 이 개념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매출을 만들기보단, 외부 투자자의 돈으로 회사의 성장에 투자한다.

내가 만약에 투자가 아니라 실제로 창업을 한다면 따라 하고 싶은 회사가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메일침프다. 스타트업 대표나 마케팅 담당자라면 실은 메일침프의 메일 발송 서비스를 안 쓰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많은 자영업자가 애용하는 서비스다. 얼마 전에 포브스에서 메일침프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아 정말 이런 회사를 만든 창업가들이 너무 부러웠고 존경스러웠다. 현재 5조 원 정도의 기업가치를 갖고 있고, 해마다 7,000억 원의 매출을 만들어서 흑자 전환을 오래전에 한, 실리콘밸리도 아니고 캘리포니아도 아닌,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메일침프는 회사 창업 후 단 1원의 외부 펀딩도 받지 않았다.

전형적인 revenue funding을 하는 회사인데, 내가 창업을 한다면 이런 회사를 만들고 싶고, 투자해도 이런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 물론, 이런 회사만 있다면 우리 같은 VC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는 게 함정이다 🙂

Going Global

얼마 전에 뉴욕에서 오는 비행기에서 JYP의 박진영 씨를 봤다. 좌석은 다른 섹션이어서 비행기에서는 이야기는 못 했지만, 가방 찾는 걸 기다리면서 인사도 하고 그냥 몇 마디 나눴다. 박진영 씨는 나를 기억 못 하지만, 실은 나는 예전에 LA에서 뮤직쉐이크를 할 때, 그때 박진영 씨가 원더걸스 미국 진출을 시도했었는데, 원더걸스와의 협업 때문에 캐주얼하게 인사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은 케이팝이 굉장히 커졌고, 싸이가 살짝 다진 길을 BTS가 뻥 뚫고 있어서 케이팝의 위상이 매우 커졌지만, 당시만 해도 아직 미국에서는 그냥 작은 동양 아이들이 열심히 율동하는 정도였던 거 같다. 이때 SM의 보아가 미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잘 못 했고, JYP의 원더걸스도 시도했지만, 결국은 잘 안 됐다.

지금은 SM, JYP, YG 모두 엄청나게 큰 회사로 성장했고, 이수만 씨, 박진영 씨, 양현석 씨는 연예인이라기보단 기업인이자 투자자로 더 유명해진 거 같다. 나는 실은 계속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연예인들과 기획사 대표들이 마치 글로벌 시장의 문들 계속 두드리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과 우리 같은 VC와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물어본 건 아니지만, 지인을 통해서 들었던 이수만 씨와 박진영 씨가 생각하는 보아와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 실패 원인은, 우리가 주로 느끼는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실패 원인과 상당히 흡사한 점이 많다. 실은 그 이유는 딱히 이거 다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복합적이고, 솔직히 말해서 나도 정확히 모르겠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안다면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이 북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사례가 많이 나올 텐데, 아직은 거의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스트롱 투자사 중 한국에서 시작한 한국 회사가 북미 시장에 제대로, 합법적으로, 성공적으로 글로벌 진출한 사례는 아직 하나도 없다. 그만큼 어려운 거 같다.

언어와 같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부터 시작해서, 문화, 규모의 경쟁, 채용, 네트워크 등등…. 한국과 미국에 투자하는 VC한테 물어보면, 글로벌 시장 진출이 어려운 이유가 백만 가지는 나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투자자나 스타트업 모두 계속 글로벌 문을 두드리며,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자원을 투자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우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고, 하지 않아도 되는 실수와 낭비가 발생할 것이다. 이걸 그때마다 손가락질하면서 욕하면, 더 이상의 시도도 없고, 더 이상의 발전도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은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하다. 굉장히 많이. 1~2년 해서 된다면, 모든 한국 회사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생각해봐라? 내가 태어났고, 교육받고, 직장생활을 하고, 사회생활을 한,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문화권에 있고, 한 다리 걸치면 모든 사람을 다 안다는, 이 작은 땅 한국에서조차 1등 비즈니스를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렵다. 그런데 언어도 모르고, 사람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완전히 새로운 나라와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누군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도했는데, 대박 실패하면, 우리 대부분은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잠시 잊어버리고, 그냥 그 회사와 대표가 뭘 못 했고, 그렇게 하면 안 되고 등등…비난하고 욕하기 바쁘다.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정말 터무니없는 뻘짓이 아니었다면, 그래도 그 사람은 최소한 시도라도 했고,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리고 잘 안 됐을망정, 어쨌든 시도하기 전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조금 더 가까워졌을 것이다. BTS가 요새 해외에서 잘 나간다. 왜 보아랑 원더걸스는 – 그리고 우리가 전혀 모르는 수많은 아이돌도 – 실패했는데, BTS는 잘하고 있을까? 실은 나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그 누구도 잘 모를 것이다. BTS 본인들도 잘 모르니까.

하지만, 계속하다 보면, 뭔가 배움이 있고, 발전이 있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리머니, 포스트머니

좀 뻔한 내용인데, 실은 내가 만나는 많은 창업가가 혼란스러워 하는 거 같아서 몇 자 적어본다. 투자 유치를 할 때 항상 나오는 개념인 pre-money valuation과 post-money valuation을 모르는 대표는 없을 것이다. 나는 대표들한테 투자자들과 항상 pre-money valuation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라고 한다.

100억 포스트 밸류에 10억을 모집하면, 정확히 표현하면 pre 90억 원에 10억을 모집하는 거다. 실은 이렇게만 보면, 어떻게 말해도 같다. 하지만, 10억을 투자받고 싶다고 해서, 항상 10억이 모이는 건 아니다. 대부분 목표하는 금액에 못 미치는 돈을 투자받고, 간혹 운 좋으면 목표 금액보다 더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포스트 밸류를 기준점으로 잡으면, 투자받는 금액에 따라서 회사의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이 달라질 수가 있다.

포스트머니 밸류에이션만 생각하면서 투자유치를 하면, 위의 예에서는 이번 라운드가 끝나면 우리 회사는 100억 원짜리 회사가 되는 거다 – 투자받는 금액에 상관없이. 즉, 5억을 투자받아도 우리 회사의 포스트 밸류는 100억 원이고, 20억을 투자받아도 포스트 밸류는 100억 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많은 창업가가 펀드레이징을 한다. 5억을 받았는데 포스트 밸류가 100억 원이면, 이 회사의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은 95억 원이다. 즉, 투자받기 전 회사의 가치는 95억 원이니, 이게 우리 회사의 현재 가치인 셈이다. 20억 원을 받았는데 포스트 밸류가 100억 원이면, 이 회사의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은 80억 원이다. 즉, 투자받기 전 회사의 가치는 80억 원인 셈이다. 같은 회사인데 투자받는 금액에 따라서 현재의 회사 가치가 이렇게 달라지는 건 이상하다.

이런 이유로 가능하면 항상 프리머니 밸류에이션을 기반으로 펀드레이징을 하는 게 나는 항상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나는 많은 창업가가 실은 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는 질문을 하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는, 위에서 말 한대로 투자받는 금액에 따라서 회사의 포스트 밸류는 당연히 바뀌지만, 프리밸류는 바뀌면 안 된다. 이건 A라는 VC에게는 우리 회사의 현재 가치가 80억이라고 하고, B라는 VC 에게는 우리 회사의 현재 가치가 95억 원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같은 회사인데. 둘째는, 포스트 밸류를 고정하면, 투자를 더 많이 받을수록 우리한테는 불리해진다. 프리머니를 – 즉, 현재 회사 가치 – 내가 스스로 깎아 내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