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生MBA리포트] 금융위기 이후 MBA Trend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MBA 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금융위기 이후 MBA를 채용하는 산업이나 학생들이 지망하는 분야에 눈에 띄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2007, 2008년만 하더라도 MBA 지원자의 절반에서 1/3 가량은 금융계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이었지만, 요즘은 매년 급감하는 추세입니다. 리먼 브러더스, 베어스턴스는 없어져 버렸고, 남은 은행들도 합병을 하거나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부문을 상당부분 정리하면서 MBA들이 선호하던 투자은행 쪽 자리가 많이 줄었습니다. 신규채용은 고사하고, 2009~2011년에는 한동안 인원감축 때문에 월스트리트에는 칼바람이 불어 기존의 alumni들도 자리보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회사들이 어렵다보니 매년 50-100%까지도 지급하던 보너스도 대폭 줄였습니다. 과거에 학생들이 주당 100시간에 육박하는 무시무시한 근무시간과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투자은행 취업에 그토록 열을 올렸던 것은, 다른 post-MBA 직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적 보상 때문이었는데, 그 매력이 사라진 셈이죠.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질 지는 모르나, 현재로서는 컨설팅과 비교할 때 약간 더 나은 수준의 연봉 패키지를 제공하는 정도입니다. 채용인원도 줄었는데, 매력마저도 반감되다 보니, 이제는 금융계 취업을 위해 MBA에 진학하는 인원이 대폭 감소했습니다. 2011년만 해도, 하버드 학생 중 39%, 스탠포드의 36%가 금융계 취업을 희망했으나, 불과 2년 후인 2013년 동일 업종을 희망하는 학생은 하버드 27%(12% 감소), 스탠포드 26%(10%감소) 로 떨어졌습니다. 탑스쿨 중 대표적인 파이낸스 스쿨인 Wharton의 경우에는, 금융계를 희망하는 학생의 비율은 변화가 없었으나, 지난 4년간 탑스쿨 중 유일하게 지원자수가 12%나 감소하여 작년 가을에 MBA Admission director가 갑자기 사임한 바 있습니다. 학교들이 매년 가을에 실제로 발표하는 취업 리포트들도 여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금융계로 진출하는 MBA 들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지원자분들이 요즘 미국 취업에 많이 애를 먹는 듯 보이는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습니다. 컨설팅이나 대기업 전략실에 비해, 투자은행의 업무는 영어나 문화의 구애를 상대적으로 훨씬 덜 받는 분야입니다. 그러다보니 과거에 한국 학생들이 미국에 정착하는 경우의 상당수는 투자은행 취업을 통한 케이스였습니다. 이에 따라 불과 3년전만 해도, 금융계에서 일하던 많은 분들이 MBA를 지원했고, 졸업 후 미국 내 금융기관의 취업을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들에게 더욱 살벌해진 취업전쟁 속에서 이 분들이 미국내 금융기관에 취업하기란 하늘에 별따기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취업이 가장 용이하던 투자은행이 흔들리니, 다른 분야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금융계 선호자들이 빠져나간 빈 자리는 대신 테크놀로지 쪽으로 가고자 하는 이들이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2013년 현재 하버드는 학생의 18%가, 스탠포드는 금융계 지원자보다 많은 32%가 테크놀로지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은 MBA 채용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죠. 또한 꼭 테크놀로지 쪽이 아니라도 다양한 산업에서 MBA 채용의 문을 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일반 소비재 회사에서는 MBA를 거의 뽑지 않았었는데 요즘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또한 창업의 바람이 불면서 급증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고자 하는 MBA들도 늘고 있습니다. 당장의 경제적 보상은 좀 덜 받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일과 삶 사이의 균형 또한 유지하고 싶은 이들의 움직임이죠. 대신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바침으로써, 장기적인 성장 및 성공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지원자들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우선, 어느 업종을 희망하시건 간에, MBA를 투자적 관점으로 봤을 때, 단기적으로 투자대비 수익(ROI)은 낮아질 확률이 크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제가 2007년에 입학했을 때만 하더라도, ‘졸업 후 투자은행에 가면 MBA에 다니면서 들인 직간접적 투자비용을 x년 만에 회수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자주 회자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많은 회사들은 MBA 졸업생들에게 six-figure(간단하게 우리 말로는 억대연봉)을 지급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도 이제 MBA 채용을 늘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제는 과거와 같은 즉각적인 경제적 보상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입니다. 때문에 스스로 MBA를 가려는 이유가 단순히 ‘높은 연봉’이라면 심각하게 재고해 봐야 합니다. 특히, 희망하는 분야가 금융 쪽이라면, 자기 자신의 커리어플랜과 목표 달성 가능성을 예전보다 철저하게 점검해 봐야겠죠.

반면, 전통적으로 MBA와는 별 관련이 없었던 분야에서 지원하고자 하는 분에게는 최근의 이러한 변화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그런 분야에서 당장 투자은행이나 컨설팅처럼 MBA를 대규모로 채용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실제로 게임, 디자인, 테크놀로지 스타트업, 의학 및 약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원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실제로 좋은 학교들이 이러한 분야의 지원자들에게 주는 어드미션을 점차 늘리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대체로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열정과 확신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 가셔서도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추구해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혹시 본인이 원하는 분야가 과거에 MBA를 잘 뽑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진학을 망설이셨다면, 최근의 변화 트렌드를 잘 체크해 볼 일입니다. MBA가 열어주는 새로운 가능성에 올라타시길 바랍니다.

동그라미 서명

최근 3년간 한국에 여러 번 출장 다니면서 의아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던 신용카드 서명 관련된 이야기다. 과거에는 실제 신용카드 전표에 펜으로 서명을 했지만 이제는 모두 기계로 바뀌면서 스타일러스 펜으로 기기의 화면에 서명을 한다. 그런데 미국과 약간 다름점이 있다면 미국의 경우 서명을 한 후에 누르는 ‘확인’ 버튼이 서명을 하는 기기에 있어서 신용카드 소비자가 누르게 되어 있지만 한국의 경우 서명하는 기기에 ‘확인’ 버튼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봤는데, 내가 갔던 식당이나 가게는 거의 이랬다). 대신 이 ‘확인’은 카운터에 있는 분이 알아서 누르게 되어 있다.

난 서명이 좀 길고 복잡해서 그냥 대충 동그라미나 줄 한두게 긎는 사람들보다는 서명하는데 훨씬 더 오래 걸린다. 그런데 서명을 끝내지도 않았는데 카운터에서 그냥 ‘확인’을 눌러버려서 반쪽짜리 서명으로 신용카드가 결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솔직히 이건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신용카드 주인이 서명을 하지 않았는데 – 카드사용을 승인하지 않은거랑 동일 – 가게에서 승인을 해버리는거랑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막말로 내가 나중에 이 가게에 와서 이거 내 서명이랑 다르고, 내가 서명한게 아니라고 따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몇몇 가게 주인들한테는 이렇게 따져봤는데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는 커녕 다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서 “손님 서명이 너무 길어요 ㅎ”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분명히 신용카드 뒷면을 보면 카드주인이 서명하는 란이 있다. 그리고 이 밑에 보면 “이 카드는 상기란에 서명된 회원만이 사용할 수 있으며, 타인에게 양도, 대여할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있다. 미국은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면 카드 뒷면의 서명과 실제 서명을 비교해보는 경우도 종종 있고, 신분증도 보여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국의 경우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

문화 차이인가? 뭐,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신용카드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해보자. 도둑놈이 내 신용카드를 막 긁고 다니면서 내 서명이 아닌 다른 서명을 하는데 그 누구도 이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금융사기와 신용카드 정보유출 관련 사고 소식이 계속 들려오는 요새는.

더 재미있는 건, 어떤 커피샾에서 계산하면서 내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카운터 알바생이 나 대신 그냥 다음과 같이 지가 서명하고 내 신용카드 승인을 해준 경우가 있었다. 뭐라 하니까 “원래 다 그렇게 해요”라는 성의없는 답변만 돌아왔고 그 알바생은 그날 나한테 험한 말 좀 들었다.

signature

이런건 원래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 아닌가? 내가 너무 까칠한건가? 이런 생각을 아무도 해보지 않은건지 좀 궁금하다.

마지막 10%

전에 ‘Detail의 중요성‘이라는 글에서 결국 고객이 제대로 사용하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서비스의 핵심은 마지막 세세한 터치, 즉 ‘디테일’이라고 했다. 지난 주 KOTRA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30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을 만났고 이들의 서비스를 배우고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아주 기발한 회사는 없었지만, 꽤 괜찮다고 생각한 회사는 몇 개가 있었다. 그렇지만 나한테 이 회사들에 투자하겠냐고 물어본다면 심각하게 고민은 해 보겠지만, 아마도 하지 않을 거 같다.

‘마지막 10%’의 부재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괜찮은 서비스이고, 외국에서 잘 되고 있는 서비스를 거의 비슷하게 카피했거나 아니면 조금 다르게 한국 상황에 맞게 고친 서비스들인데 역시 조금만 깊게 사용을 해보면 디테일이 상당히 약하다.
‘비주얼 관심 유발 -> 손으로 클릭 -> 서비스 사용 시도’ 까지는 무난하게 가지만 그 이후에 일어나야하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서비스 깊게 사용 -> conversion(구매, 회원등록 등)’까지 갈 수 있는 서비스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디테일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한국 회사들과 인력들은 머리도 좋고 손이 빠르다. 이들은 서비스의 완성도를 0% -> 90% 까지는 상당히 빨리 올릴 수 있다. 아주 좋은 능력이다. 미국의 팀들은 같은 90% 완성도를 만드는데 거의 1.5배 – 2배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자원도 더 많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91% 완성도부터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시간도 훨씬 더 많이 들어가고, 지속적인 제품 반복 (product iteration)을 해야하는 높은 집중도와 작은거에 대한 세세한 관찰이 필요한데 이상하게도 이 완성도 91% 이상에 있어서는 한국의 팀들이 약점을 보인다. 디테일이 부족한 제품은 절대로 90% 이상의 완성도를 갖출수가 없는데 91% -> 100%의 성역에서는 미국의 팀들이 강한 실행력으로 한국 스타트업들을 압도하는 거 같다.

나는 얼마전에 알게된건데 iOS 7의 시계 아이콘 자체가 실제 시계인지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을거 같다 (아이콘의 시계바늘이 실제 시간에 맞춰 움직인다). 클릭해서 시계를 실행시키면 몇시인지 알 수 있지만, 아마도 이 한번의 클릭을 없애면서 사용자의 불편함 제거 (뭐, 큰 불편함은 절대 아니다), 배터리 보존 (이것도 그닥 큰거는 아니다) 그리고 눈의 즐거움 증대를 (이건 크다) 하지 않았나 싶다. 바로 이런게 세세한 디테일을 배려한 제품 관리가 아닌가 싶다.

ios7 clock
왜 이 마지막 10%가 중요한가? 고객들이 특정 서비스에 쓰는 돈의 – 유료 서비스라면 – 90%를 바로 이 마지막 10%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어떤 서비스는 이 마지막 10%의 디테일 때문에 매출의 100%가 발생한다. 디테일에 신경을 쓴 서비스가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이다. 90% 완성도를 갖춘 서비스는 껍데기는 화려할지도 모르고, 이에 유저들이 끌려서 서비스를 몇번 사용해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려한 외관을 보고 몰려든 고객들이 돈을 쓰게 만드려면 이 마지막 10%가 제일 중요하다. 100% 완성도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지만, 93% 완성도의 서비스만 만들어도 아주 훌륭한 서비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의 힘들었던 영주권 경험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외국인이 미국에 체류하려면 누구나 다 한번쯤은 겪어야 하는 과정이 있다. 바로 비자와 이민국이다. 한국에서 좋은 학교 나오고, 미국에서 더 좋은 학교에서 유학한 후 졸업과 동시에 한국으로 귀국해서 취업하는 사람들의 95% 이상은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서 돌아간게 아니라 미국에서 일 할 ‘신분’이 되지 않아서 일 것이다 (최소한 내 주위 사람들은 그렇다). 외국인으로써 미국에서 일하려면 그에 적합한 비자나 영주권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아직도 그리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미국도 이제 외국인 비자를 바라보는 태도와 인식에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고, 최근 들어 실리콘 밸리를 위주로 미국 이민법 개정을 – 대표적인게 Startup Visa이다 – 제촉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지만, 의회에서 어떤 결정이 날 지는 아직 두고봐야 한다.

미국이 외국인들의 미국 내 취업에 대해서 이렇게 까칠하게 구는 건 자국민의 고용 보호 때문이라고 하는데 – 채용 캐파는 한정되어 있는데 외국인이 취업을 하면, 그만큼 미국인이 취업할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든다는 논리 – 이런 이민법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실리콘 밸리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눈에 보이고 있다. 한국, 중국, 인도 등 다른 나라 출신의 머리좋고 능력있는 외국인들이 미국에서 창업을 하고 싶어도 비자 때문에 못하기 때문에 다시 자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미국 내 고용 창출의 기회를 현재의 미국 이민법이 자발적으로 없애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인구 중 이민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지만, 이들은 소기업의 20%를 소유하고 있고, 이민자들이 창업한 소기업들은 2010년도에 500만의 고용 창출을 했다. 스타트업과 창업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는 Kauffman 재단에 의하면 미국의 가장 잘나가는 스타트업의 절반이 외국인들에 의해서 창업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들도 보면 90% 이상이 창업팀에 최소 1명 이상의 외국인이 있다. 이 회사들은 미국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미국 경기를 강화한다 (hopefully).

오바마 정부도 당연히 미국 경제를 위한 외국인들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있고, 이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학생비자, 투자비자, 영주권의 과정을 모두 직접 체험한 내가 미국 정부에 정말 바라는 건 이민법을 직접 필드에서 실행하는 국토안보부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담당자들 교육을 제대로 시키라는 것이다. 여기 내 경험을 살짝 공유해본다.

수 년 마다 미국 밖으로 나가서 비자를 갱신해야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나는 2008년도에 영주권을 신청했다. 미국의 이름있는 학교에서 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내가 몸담고 있는 tech 분야에 일하려면 나만의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10개월 안에 받을 수 있을 거라는게 이민 변호사의 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2.5년이라는 길고 지루한 시간이 걸렸고 그동안 나는 이민국 사람들과 여러번 충돌하면서 그냥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까지 했었다. 문제 발생의 시작은 학교 졸업장 이었다. 스탠포드 대학의 정식 명칭은 Leland Stanford Junior University이다 (Leland Stanford씨가 어린 나이에 죽은 아들 Junior를 기리기 위해서 새운 학교이다). 물론 이 이름을 쓰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고 모두 다 그냥 Stanford University라고 하지만, 졸업장에는 이 정식 명칭이 찍혀 나온다. 그런데 내 영주권을 처리하던 이민국 직원은 이걸 전혀 모르고 시스템에 ‘Leland Stanford Junior University’를 입력하니까 “인가받지 않은 교육기관”이라고 나와서 나를 ‘교육면에서 영주권을 받을 자격 미달’로 분류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비자 시스템이라는게 참 웃겨서 이렇게 중간에 한 번 삐끗하면 수 만개가 넘는 서류 맨 뒤로 다시 가서, 이 서류를 담당자가 다시 검토하려면 한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이건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아니고 들리는 소문이다). 분명 수 천명이 넘는 스탠포드 졸업 외국인들이 영주권 신청을 했을텐데 이 멍청한 이민국 직원은 일반 상식도 없었고, 그냥 인터넷 들어가서 검색하면 알 수 있는 내용을 그냥 지가 귀찮고 무식해서 넘어 간 것이다. 이 직원한테는 내가 그냥 자기보다 ‘신분’이 낮은 수만명의 영주권 신청자 중 한 명이었지만, 그러면서 두 사람의 (나랑 내 와이프) 인생에 아주 지대한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그 이후에도 여러 번 골때리는 일들이 있었다. 결국 다 지난 일이고 현재 나는 미국에서 활발하게 투자를 하고 있고, 우리가 투자한 돈으로 많은 회사들이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내 영주권 서류를 마무리 해준 세번째 이민국 직원도 첫번째와 두번째 직원만큼 멍청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生生MBA리포트] MBA가서 성공하려면?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기고를 시작했던 生生 리포트 시리즈의 첫 번째 글은 “MBA에는 답이 있다? 없다?” 였습니다. MBA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확실한 목표와 확고한 의지가 수반되어야 하고, 주변 사람들 다들 간다고, ‘왠지 안가면 안될 것 같아서, 일단 지원해놓고 보자’는 식의 생각은 위험하다는 취지의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잘 지켜보면, ‘원래 그렇게 대단했던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MBA 갔다와서 인생이 확 펴는 것 같은’ 사람이 있고, 반대로 ‘엄청나게 똑똑해 보였는데 의외로 MBA 다녀와서 고전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그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MBA가 제공하는 기회의 문이란 의외로 좁고 특정 분야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시기를 조금 놓치거나 불운이 조금만 겹쳐도 목표달성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희한하게 잘되는 사람들’은 운만 좋아서 그렇게 된 경우는 정말 드물었습니다. 제가 다년간 많은 MBA 재학생과 졸업생들을 지켜보면서, MBA에 와서 잘되는 사람들에게는 대체로 공통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선, 실력과 열정은 기본입니다. 좋은 학교 졸업해서 좋은 회사에 몇 년 다녔다고 실력이 그냥 생기는 건 아닙니다. 본인이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그 일에 몰입했는지가 중요하죠. 이 부분은 같은 업계 사람이 5분만 이야기해보면 파악이 가능합니다. 영어 실력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죠. 전직 USCPA셨던 어떤 분은 예전에 미국 투자은행 썸머 인턴 인터뷰에서, 몇 해 전 회계법인에 다니실 때 맡았던 글로벌 프로젝트에 (미국 쪽에서) 관여했던 MD를 만났습니다. 처음에 몇 분 정도 이야기를 하다가 그 프로젝트 이야기가 나왔고, 그 후 20여분간은 다른 건 묻지도 않고 반갑게 그 프로젝트 이야기만 하다가 끝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턴 (나중에는 풀타임까지) 오퍼를 받으셨습니다. Technology나 science 같은 분야는 당연히 더욱 더 깊은 지식을 요구합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종종 박사학위를 갖고 계신 분들이 MBA에 오실 때가 있는데, 이런 분들은 전문지식을 무기로 원하는 목표를 좀 더 수월하게 달성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실력과 열정이라는 기본 recipe 위에 꼭 필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하고 가까이에서 지켜본 결과, 성공적인 MBA를 위해서 꼭 필요하지만 특히 한국분들이 갖추기 어려운 미덕은 바로 ‘뻔뻔함’입니다. 기본적으로 예의를 중시하는 문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싫은 소리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잘 모르는 사이인데 내 단점을 지적질하는 사람이 있다면, 금새 ‘당신이 나에 대해서 뭘 아는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느니 그냥 피해버리는 게 우리 문화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골칫거리인 것이, MBA에서는 이 ‘지적질’이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얼마나 중요하면, 모든 MBA 과정이 추천인에게 반드시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지원자의 약점은 무엇이고, constructive feedback (약점에 대한 지적) 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당연히, 열린 자세로 (절대 감정적으로 기분나쁘게 받아들이거나 자존심 상해하면 안됩니다)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스스로 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보고 묻는 질문이겠죠.

MBA에서는 ‘지적질’을 받을 만한 경우가 참 많습니다. 클럽에서, 친구들과, 선배들과 하는 모의 인터뷰에서도, 리더십 코스에서 하는 리더십 평가에서도, 남의 목소리로 나의 약점에 대해서 들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들이 생각보다 꽤 자주 생깁니다. 기분좋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얼굴이 벌개지거나 소심해져서 입에 자물쇠를 채우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스스로도 발전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셈입니다. 또한 이렇게 불편한 상황을 최대한 피하게 되어 다른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거나, 내게 도움을 줄 만한 교수님이나 동문을 찾아갈 확률 자체가 더 적습니다. 반면 이러한 지적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성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날카로운 지적질을 하건, ‘아 내가 그랬어? 그럼 그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알려줄 수 있어?’라며 스스로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고, 되려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는 이들입니다. MBA에서 원래 목표로 했던 소기의 목적, 특히 미국내 취업을 달성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이런 면이 강하신 분들입니다. 영어를 못하더라도, 동기들이나 선배, 동문들을 계속 찾아가고, 질문을 하고, mock interview나 피드백을 부탁하고, 거기서 얻은 내용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여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기회로 삼습니다. 심하면 ‘뻔뻔하다’ 소리도 간혹 듣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MBA와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히 미국 내 취업을 원하신다면, 정말 ‘지적당하는 것’과 ‘남에게 부탁하기’ 양쪽에 익숙해지시는 편이 유리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가능하다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에너지와 호기심을 갖추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Wharton MBA들은 매일 여러 개의 케이스를 읽고 팀 미팅도 하고, 목요일 밤에는 술도 참 많이 마시고, 토요일 오전에는 같은 그룹 (cohort)에서 하는 스포츠 이벤트에도 나가고, 짬짬히 mock interview에, 금요일에는 뉴욕에 가서 동문과 네트워킹을 병행 합니다. 한국 학생들은 이렇게 여러가지 멀티태스킹을 하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단순한 영어나 체력의 차이는 아니고, 기본적으로 이 곳이 다양한 호기심과 많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의 집단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여러 활동에 깊이있게 참여하는 만큼 끈끈한 유대감과 동질감이 형성되고, 그것이 좋은 친구 혹은 동료로, 그리고 거기에서 또 다른 기회로 연결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들이 많은 학교들에 다니는 경우 이런 부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기가 어렵지만, 가능하면 한국인끼리만 교제하는 것보다는 MBA에서만 제공하는 다양한 활동에 최대한 많이 참여하는 편이 더 성공적인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됩니다.

사실 타고난 성격을 바꾼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내가 30년 가량 살아온 삶의 방식, 우리 사회에서 용인하는 문화, 그리고 개인적인 성격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MBA는 그만큼 우리에게 큰 변화를 요구하는 곳입니다. 그 댓가는 나 자신의 발전입니다. 성격을 바꿀 수 없다면, 즐길 수는 없어도 최소한 익숙해지는 것이 MBA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