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

Team STRONG

Team STRONG

오늘은 스트롱벤처스에 특별한 날이다. 바로 우리 10번째 생일이다. 10년 전 오늘 LA 한인타운의 작은 사무실에서 존이랑 같이 스트롱을 시작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시간은 빨리, 그리고 가끔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천천히 갔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하나씩 나열해보면, 책 세 권을 써도 모자랄 정도이지만, 이 기간에 우리는 꽤 많은 일을 했던 것 같다. VC의 구조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고, 어디서 돈을 모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아주 순진하고 천진난만하게 시작했는데, 솔직히 당시에 VC에 대한 지식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 즉, 이 일이 얼마나 노가다이고, 힘든지 알았다면 – 아마도 스트롱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 같다. 10년 동안 우린 4개의 펀드를 만들었고, 한국과 미국의 23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좋은 분들과 수많은 접점을 만들었다.

이 중 많은 회사가 망하기도 했지만, 스트롱의 작은 초기 투자금이 불씨가 되어 활활 타오르는 로켓이 된 회사들도 있다는 점은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그리고 망함과 로켓 사이 어느 지점에서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열심히 허슬링하고 있는 창업자분들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우리가 이들과 고마운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스트롱에게 자금을 지원해주는 우리의 투자자분들에게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명언을 찰리 채플린이 했는데, 이게 우리에게도 정확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멀리서 보면 이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초기 투자사이지만, 역시 가까이서 보면 개미지옥과 같이 매일 매일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발버둥 치면서 좌충우돌하는 VC이다.

스트롱의 첫 10년은 존과 내가 열심히 했지만, 가끔은 얼렁뚱땅, 가끔은 대충, 그리고 대부분 체계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회사를 운영했다. 마치 초기 스타트업처럼. 이제 다음 10년은 우리보다 훨씬 더 훌륭한 분들이 회사를 더 잘 운영할 거라고 믿는다.

강성 ISTJ인 나에게 항상 오픈 마인드와 유연함으로 선한 영향을 미치는 강성 ENFP인 John Nahm에게 아주 큰 고마움을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스트롱의 다음 10년을 책임질 조지윤 이사, 허연정 팀장, 신득환 책임, 유혜림, 박형우, 모두 잘 부탁드립니다!

감동을 주는 서비스

내가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타고 출장을 갔던 게 2020년 2월이니, 아주 오래된 2년 반 전이다. 이후에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한 번도 한국 밖으로 나가지 못했고, 요샌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아서 웬만하면 출장을 자제하고 있었다. PCR 검사도 고통스럽지만, 이전에는 꼭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야지만 일이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2년 넘게 그냥 전화, 이메일, 그리고 필요하면 화상 미팅으로 일해 보니, 사람을 꼭 만나야지만 되는 일은 없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만나면 당연히 더 좋고, “역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야!”라는 말을 연발하지만, 이렇게 안 해도 특별히 일이 잘 안 풀리진 않았다.

오랜 출장 공백을 깨고, 9월에 미국에 갈 일이 생겼다. 마침, 추석도 껴있는 기간이라서, 출장 전에 오랜만에 미국에서 며칠 쉬려고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했고, 대한항공으로 비행기표까지 예매해놨다. 항공권 가격은 거의 두 배가 됐고, 에어비앤비 숙소도 상당히 많이 올랐지만, 오랜만에 겸사겸사 미국에 갈 생각을 하니까 꽤 기대됐다. 그런데, 며칠 후에 미국 출장에서 참석하려고 했던 행사가 다시 심해지고 있는 코로나 때문에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와이프랑 상의 후에, 그냥 미국 일정을 완전히 취소하기로 했고, 일단 에어비앤비를 취소하기로 했다. 에어비앤비는 숙소마다 주인에 따라서 취소/환불 정책이 다르다. 어떤 숙소는 며칠 전에 취소하면 전액 환불 받을 수 있지만, 어떤 숙소는 일부밖에 환불받을 수 없고, 안타깝게도 우리가 예약했던 집은 50% 부분 환불만 해주는 정책이었다. 집을 통째로 빌리는거라서, 비용이 적지가 않았는데, 예약한 지 2주도 안 됐고, 그 집에 아예 들어가지도 않을 건데 숙박비의 절반을 내야 하는 게 좀 불공평한 것 같아서, 집주인과 잘 소통해서 전액 환불해주겠다는 승낙을 받았다.

그런데, 실제 환불 받는 건 생각보다 쉽진 않았다. 일단 주인의 동의를 받아도, 에어비앤비 CS 쪽과 이야기해야 했고, 우리가 전체 숙박비의 절반만 선불해 놓은 경우라서, 조금 복잡도가 높은 환불 사례였다. 이런 비슷한 작업을 한국과 미국에서 수없이 해본 경험자로서, 이번 건을 제대로 처리하려면 굉장히 많은 통화와 설명이 필요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에어비앤비 FAQ를 읽으면서 하나씩 처리했는데, 내 기우와는 달리 환불 절차의 90%는 에어비앤비 시스템으로 비대면 처리가 가능했다.

나도 우리 투자사 대표들에게 CS를 전화나 카톡으로 다 처리하지 말고, 되도록 아주 종합적인 FAQ 리스트를 만들어보라고 권장하는데, 에어비앤비의 FAQ 리스트와 문제를 해결하는 내부 시스템은 입이 쩍 벌어질 수준으로 잘 만들어 놨다. 낯선 사람이 낯선 사람의 집에서 잘 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에 대한 내용과 해결책이 아주 상세하게 나열되어 있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회사의 내부 시스템을 통해서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차가 상세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마지막엔 에어비앤비 CS 쪽에 전화해서 최종 100% 환불 처리를 해야 했는데, CS 담당자 또한 상당히 경험이 많고 숙련도가 높았다.

100% 환불 처리를 한 후에, 나는 에어비앤비의 찐팬이 됐다. 오래된 서비스이고, 많은 투자를 받은 상장 회사이고, 그동안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이런 좋은 플랫폼으로 성장했겠지만, 그렇지 못한 허접한 서비스도 이 세상엔 너무나 많다. 모든 창업가라면, 에어비앤비와 같이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나는 숙소 예약할 때 호텔이 아니면 무조건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것이다.

이후에 대한항공을 통해서 항공권을 취소했다. 대한항공도 과거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에어비앤비에 비하면 내부 시스템이나 CS 담당자들의 수준은 아직은 멀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Top Gun: Maverick

2019년도 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누군가 페이스북에 영화 예고편을 공유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손가락으로 넘겼을 텐데, 섬네일에는 전투기 조종석에 있는 파일럿이 보였고, 이 파일럿은 톰 크루즈인 것 같았다.

“설마?” 하고 너무 반가운 마음에 클릭해서 유튜브로 넘어갔는데, “Top Gun: Maverick”의 예고편이 내 눈앞에서 재생됐다.

“After 34 years, Tom Cruise returns as Maverick.”

이 멘트를 듣자마자 심장이 멎는 듯 했다. 탑건의 후속편이 만들어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 했던 나로서는 너무 놀라웠다. 내 10대 때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의 후속편이 제작되고 있고, 그것도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톰 크루즈가 그대로 다시 출연한다는 소식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멋지고, 흥분됐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2020년 여름에 개봉했을 텐데, 우여곡절 후에 2022년 6월에 출시됐다.

줄 서서 보고 싶은 영화였지만, 나는 개봉 한 달 후에 봤고, 그동안 영화를 본 분들의 관전평을 읽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와이프는 별로 보기 싫다고 해서 대학교 친구 두 명과 친구의 중학생 아들과, 이렇게 네 명의 남자가 드디어 기대하고 기대하던 이 영화를 봤다.

Top Gun Anthem 도입부의 “쿵…” 소리를 듣자마자 난 그냥 영화를 보지도 않고 평점 10점을 주고 싶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100점을 주고 싶었다. 뻔한 스토리, 그것도 1편과 거의 동일한 스토리인데, 숨죽이면서 매 장면을 최선을 다해서 봤다. 비행, 싸움, 우정, 사랑, 희생, 가족 등, 너무나 뻔한 요소들이 들어간 뻔한 내용의 영화지만, 전 세계 남녀노소의 감정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유튜브에서 탑건 2 제작 과정에 대한 이 영상을 봤는데, 이 또한 흥미진진했다.

톰 크루즈가 탑건 2를 항상 촬영하고 싶었지만, 멋진 후속편을 위한 스토리와 이 스토리를 뒤받쳐 줄 만한 기술이 시중에 나왔을 때 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서 30년 이상을 기다렸다는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는 관람객이 실제 비행기를 조종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비행기 조종석에 아이맥스급 카메라 4개를 장착했고, 단순 CG를 사용한 게 아니라, 배우들이 실제로 비행 훈련을 받아서 많은 비행 장면을 실제로 소화했고, 물에 불시착했을 경우 죽지 않고 수중 탈출할 수 있게 수영장 안에서 훈련하는 장면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이 영화의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는 “지금까지 이런 항공 영화는 없었고, 앞으로 또다시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자신 있게 했는데 그만큼 최첨단 촬영 기술이 동원됐고, 영화 촬영을 위해 배우들이 준비를 많이 했다는 뜻 인 것 같다. 나도 동의한다. 허접하지만 감동을 주는 스토리라인, 훈련을 많이 한 개성 있는 배우들, 그리고 최첨단 기술과 촬영 기법으로 인해서 이 영화는 항공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건 확실하다. 이 요소 모두가 탑건 2의 확실한 진입장벽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탑건 2의 진정한 진입장벽은 톰 크루즈 자체라고 생각한다. 60세의 나이에 이런 멋진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톰은 관리의 대명사로 잘 알려졌지만, 이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한 줄은 몰랐고, 촬영 현장에서도 영화감독이 해야 할 많은 일을 스스로 맡아 솔선수범했다고 하다. 한글 자막을 읽으면 정확한 뉘앙스가 전달이 안 되는 대사가 몇 개 있었는데, 이런 대사들마저 다른 배우가 했다면 어색했을 것이다. 톰 크루즈만의 표정, 눈빛, 그리고 몸짓으로 소화했기 때문에 상당히 세련되고 멋진 많은 대사와 장면이 합쳐진 게 탑건 2이다.

우리도 투자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많은 초기 스타트업의 진정한 진입장벽은 그 회사의 창업팀 그 자체라는 건데, 이런 진입장벽은 극복하기가 정말로 어렵기 때문에 사람 자체가 진입장벽이면 그 사업을 카피하는 게 쉽지 않다. 아마도 탑건 프랜차이즈도 톰 크루즈 자체가 가장 큰 진입장벽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항공 영화를 만드는 게 정말 힘들지 않을까 싶다.

최고의 창업기회

내 책 ‘스타트업 바이블‘에서 가장 많이 강조된 내용은 창업의 3가지 필수조건인 사람, 돈, 그리고 아이디어다. 나열한 이 순서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디어가 가장 덜 중요하고,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도 투자할 때 웬만하면 단독 창업가보단 공동 창업가가 있는 팀을 선호하고, 나는 공동 창업가가 없으면 웬만하면 창업하지 말라는 조언까지 한다. 그런데 이 힘든 여정을 오랫동안 같이 할 공동 창업가는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창업을 꿈꾸는 분들이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이다.

어디로 가면 좋은 사람이 많다는 정답을 줄 순 없지만, 경험상 이건 말해줄 수 있다. 어려울 때 깨지지 않고 오래 가고, 이렇게 버티다 보면 결국엔 성공하는 팀의 공통점을 보면, 학교 친구(주로 고등학교 이후의 친구들인데, 이 시점부터 미래와 커리어에 대해 고민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는 직장 동료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우리가 투자한 230개가 넘는 회사 중 지금 잘하는 회사들만 봐도 이 코파운더 구조가 나름 잘 적용되는데, 그냥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이해가 간다.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얽혀있는 사회에서의 관계가 시작되기 전부터, 인간적으로 오랫동안 친한 사람들이고, 서로를 나름 깊게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창업이라는 힘든 여정을 같이 하면서 좋을 때보단 좋지 않을 때 관계가 깨지지 않고 오래 간다는 건 정성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학교 친구와 직장 동료의 관계를 조금 더 정량적으로 들어가서 분석해보면, 왜 이들이 좋은 코파운더가 되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학생일 때와 직장 다닐 때가 왜 창업을 위한 최고의 기회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워렌 버핏 이야기를 해보자. 버핏의 투자 원칙은 가치 투자이다. 가치 투자는, 특정 기업의 가격이 본연의 내재 가치보다 낮을 때 투자하는 전략이다. 간단한 예를 들면, 버핏이 계산했을 때 나이키의 실제 가치를 반영한 주식 가격이 $100이라면, 시장에서의 가격이 $100 이상일 때는 투자하지 않지만, 이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대량으로 투자하는 방법이다. 즉, 제대로 실행한다면 가장 좋은 매물을 가장 적은 취득 비용에 구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항상 돈을 벌 수 있는 전략이다.

학교는 창업을 위한 가장 값진 자원을 가장 적은 비용에 취득할 수 있는 곳이다. 한가지 자원이 아니라 지식, 책, 정보, 코파운더, 세계적인 석학 등의 다양한 자원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이런 자원을 가장 싸게 구할 수 있는 시간이 꽤 길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직장에 평균 3년 정도 일 한다고 가정해보면, 직장 밖에서는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다양한 자원을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가장 적은 비용에 취득할 수 있는 곳이다(학교의 경우 거의 공짜라고 할 수 있다. 부모님이 학비를 부담하면).

종합해보면, 학생일 때와 직장인일 때 미래의 그 어느 시점보다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지적자산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다. 창업을 위한 가장 소중한 자원은 사람인데, 좋은 코파운더와 팀원에 대한 접근성을 학교와 직장은 거의 공짜로 제공하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학생이거나 직장인이면, 지금이 창업하기에 최고의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참고로, 주로 고등학교, 대학교 또는 대학원 친구들이 좋은 코파운더가 되는 이유는 아마도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는 아직은 본인들이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전이고, 뭔가 심각하게 커리어에 대해서 고민할 나이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아,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스트롱의 코파운더인 존과 나는 초등학교 친구이다.

탈중앙화 vs. 중앙화

전에 내가 Web 2.5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 글의 연장선상의 내용이다. 중앙화된 기술이나 조직은 말 그대로 모든 의사결정권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 이 중앙에 있는 소수의 조직에는 주로 그 사회에서 가장 똑똑하거나, 돈이 많거나, 또는 힘이 세거나 등, 특정 능력이나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그룹을 형성하고 있고, 이들이 모두를 위한 결정을 한다. 중앙 조직이 항상 모두를 위한 이성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해서, 모두를 위한 최상의 결과를 항상 만들 수 있다면, 이런 중앙화된 조직이 가장 효율적이고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이와 매우 다르다. 중앙화된 조직이 내린 결정은 주로 이들이 포함된 더 큰 사회의 모든 조직원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이 결정이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칠 다수가 아닌, 소수가 항상 결정한다는 게 중앙화된 조직의 단점이자 결점이다.

탈중앙화된 기술이나 조직은 이와 반대로 결정권이 소수가 있는 중앙이 아닌, 다수가 있는 조직의 가장자리에 있다. 이러한 구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조직의 결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다수가 직접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이렇게 중앙화된 조직과 탈중앙화된 조직을 비교해보면, 자연스럽게 탈중앙화된 조직이 더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쨌든, 누구나 다 본인이 속한 조직에 대한 오너십을 갖는 건 중요하고, 그 오너십을 가진 사람들이 조직의 다수를 위한 결정을 하는 구조이니까. 하지만, 이 개념을 현실에 적용해보면, 단점 또한 많이 보이기 때문에 아직 탈중앙화된 조직은 현실보단 이상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게 된다.

적절한 예시일진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가장 민감하고 논쟁의 소지가 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한국은 집 소유자보다 세입자가 압도적으로 더 많다. 만약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100% 탈중앙화 되어 있다면, 다수인 세입자에게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칠 부동산 정책을 세입자들이 결정할 확률이 높고, 이렇게 하면 세입자들에게 유리한 법과 정책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맞는 정책일까? 소유자들은 소수지만,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불공평하게 피해를 볼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아마도 어떤 당이 정권을 잡냐에 따라서 이런 부동산 정책도 항상 바뀌고, 가끔은 소유자에게 유리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가끔은 세입자에게 유리한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내가 전에 말했듯이, 중앙화와 탈중앙화의 양상을 모두 갖고, 극과 극에 있는 이 두 개의 개념을 최대한 잘 조화하기 위한 시행착오의 과정을 가장 잘 보이는 게 국가가 아닐까 싶다.

오히려 가장 현실성이 있는 조직은 Web 2.5 개념의 CDO(Centralized Dependent Organization)가 아닐까 싶다.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중앙에 있는 형태의 조직인데, 이런 형태라면 조직과 다수를 위한 가장 괜찮은 결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