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Product fit or market fit?

이 업계에서는 product market fit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한국에서는 이걸 줄여서 PMF라고도 많이 하는데, 실은 미국에서는 이렇게 줄여서 사용하진 않지만, 편의상 그냥 이 글에서는 PMF라고 하겠다. 사람마다 PMF에 대한 생각과 정의는 다르긴 하다. 내가 생각하는 이 단어의 뜻과 가장 비슷한 정의는 ChatGPT가 훌륭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다. 간단하게 말해보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시장(market)을 창업가가 찾았는지, 그리고 그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product)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product와 market, 이 두 가지가 말 그대로 딱 겹치는지(fit), 이 상태를 찾았으면 PMF를 찾았다고 한다.

즉, 시장의 needs를 스타트업이 잘 파악했고, 이 needs를 제대로 충족하는 제품을 만들었냐를 판단할 수 있는 일종의 기준이라고 보면 된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PMF 여부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고객들의 지급 의향(willingness to pay)이다. 우리가 만든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 기꺼이 돈을 내는 고객이 존재한다면, 기본적인 PMF를 찾았다고 생각해도 된다.

실은 여기까지 오는 것도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실패한다. 시간과 돈을 들여 열심히 제품을 만들었지만, 그 누구도 돈 내고 사용하지 않는 게 대부분 스타트업의 현실이다. 하지만, 소수의 창업가는 본인들이 만든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 기꺼이 돈을 내는 고객들을 찾게 되고, 이 유료 고객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한다. 우리가 투자하는 많은 회사가 실은 이 단계까지는 오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이다. 돈을 내는 소수의 고객은 존재하는데, 어떤 방법을 써도 이 소수의 고객을 다수의 고객으로 만들지 못하고, 온갖 테스팅과 실험을 해도 유료 고객의 수가 너무 더디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들지만, 실은 이다음부터가 회사엔 중대한 결정을 연속적으로 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만약에 인입되는 트래픽 자체가 엄청난 제품을 만들었고, 이를 유료화했는데, 엄청난 양의 유저가 이탈하지 않고 돈을 내고 우리 제품을 사용한다면, 좋은 시장을 찾았고, 이 시장에서의 문제점을 잘 해결하는 좋은 제품을 만든 것이다. 즉, 거의 완벽한 PMF를 찾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하는 창업가는 전 세계에 거의 없다. 대부분 product market fit을 못 찾고, 찾았어도 이 fit을 확장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market의 문제인지, product의 문제인지 잘 고민해봐야 한다. 제품은 제대로 만들었는데, 처음부터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자체가 크지 않아서 시장이 너무 작다면, 더 큰 시장을 찾아봐야 하거나, 아니면 작은 시장을 완전히 압도적으로 다 먹어야 한다.
아니면, 어쩌면 시장은 엄청 큰데, 우리 제품이 그만큼 시장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지 못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계속 테스팅과 반복을 통해서 fit이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결론은, product의 문제인가 market의 문제인가, 이 정확한 문제를 파악하기도 너무 어렵고, 파악해도 해결하기도 너무 어렵다. 실은 이게 창업가들이 사업을 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풀려고 노력해야 하는 큰 숙제이기도 하다.

펀딩도 이런 PMF를 고려하면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시드 투자를 받은 후 확실한 PMF를 찾기 전에는 그다음 투자는 받지 않는 게 모두에게 좋다고 생각한다. PMF를 확실히 찾기 전까지 창업가들은 돈을 최대한 아끼면서, 최소의 인력으로 사업을 하고, 뭔가 찾았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투자를 받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PMF를 찾은 후에, 여기에다가 돈을 투자하면, 작은 불씨에 기름을 부으면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우리 사업도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과 복리

같은 사업을 5년 이상 하고 있는 창업가 중, 아직도 product market fit을 제대로 못 찾았거나, 아니면 핏은 찾았지만, 성장이 너무 더디면, 어느 순간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스스로 물어보는 순간이 올 것이다. 스타트업의 생리를 잘 모르는 분들은 이런 창업가들에게 5년밖에 안 했는데 너무 빨리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냐면서 그냥 계속하라고 하는데, 이런 분들은 초기 스타트업에서의 5년이 얼마나 처참한지 잘 몰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직접 해보지 않은 분들은 모르는데, 스타트업은 정말 힘들다.

우리 투자사 대표들도 이런 상황에 놓인 분들이 요새 꽤 많다. 야심 차게 시작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돈은 항상 쪼들리고, 제품 출시에 걸리는 시간은 항상 더 오래 걸리고(어떤 팀은 출시도 아직 못하고 있다), 사람 관리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더 어렵다. 말만 대표이사지, 회사의 잡일을 도맡아서 하는 사람이고, 머리로 일하는 줄 알았는데, 초기 몇 년 동안은 머리보단 몸을 더 많이 써서, 퇴근하면 하루 종일 막노동한 것과 같이 온몸이 녹초가 되는 경험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매우 많다.

그래도 이들은 회사의 주인이라서 긍정의 힘으로 버티는 걸 자주 봤지만, 오랫동안 큰 성장이나 성과 없이 일하는 직원분들에게 이 상황은 훨씬 더 스트레스풀할 것이다. 뭔가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생각하고 합류했는데, 힘들기만 하고 그만큼의 보람이 없다면 우리 회사가 정말로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심각한 의문이 생길 것이다. 여기에 불을 더 지르는 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다니는 스타트업은 투자도 잘 받고, 고속 성장해서, 나만 발전이 없고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이런 직원분들이 대표이사에게 계속 불안, 불만과 회의감을 표현하면 대표이사도 이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방황하는, 길을 잃는 순간이다.

요새 이런 고민을 하는 창업가와 대표들을 나는 많이 만난다. 몇 년 동안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데 – 이 글에서는 그냥 “5년”을 기준이라고 했는데, 2년이 될 수도 있고 10년이 될 수도 있다 – 이미 어느 정도의 투자를 받았지만, 아직도 프로덕트 마켓 핏을 못 찾았다면, 이분들에겐 아마도 방향을 잘 못 잡고 있는 거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린다. 하지만, 핏을 어느 정도 찾아서 매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시장에서의 브랜딩도 어느 정도 되어 가고 있지만, 폭발적인 성장 곡선을 수년 동안 만들지 못해서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겐 나는 시간과 복리의 힘을 믿어보라고 조언한다.

그냥 단순한 기능 몇 가지 만들어서, 운 좋게 돈 좀 벌고 빠질 계획으로 창업했다면 모르겠지만, 시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서 사업을 해보기 위해서 창업했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걸 처음부터 인정하고, 하는 일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 때마다 이 사실을 스스로 각인시켜야 한다. 스타트업에서는 completing이라는 말보단 building과 shipping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말 그대로 한 번 만들어 놓고 완성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출시하고, 또 출시하고, 그리고 계속 만들고 또 만들기를 반복해야 하는, 아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업을 했고, 뭔가 길을 찾았지만, 성장이 더디다면, 무조건 시간의 힘을 믿어야 한다.

시간의 힘을 믿고 있다면, 복리의 힘 또한 믿어야 한다. 한 번에 대박 나는 건 이 세상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동안의 출시, 노력, 운, 우연,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융합된 게 차곡차곡, 아주 느리게 쌓이고, 또 쌓이다가, 소위 말하는 임계질량(=critical mass)에 도달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이게 복리 이자랑 동일한 원리라고 생각한다.

무에서 시작했는데 복리가 쌓여서 폭발하기 위해선 무조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없으면 복리의 원리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가 있다면, 신을 믿어야 한다. 창업을 했다면 시간의 힘을 믿고, 복리의 힘을 믿어야 한다.

B2B SaaS의 해

내가 벤처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 1호 악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의 22기 선발이 현재 진행 중이다. 매 기수마다 수백 개의 스타트업이 지원하지만, 올해는 더욱더 많은 회사가 지원했고, 창업가나 스타트업의 quality 또한 상당히 높았다. 경기는 더욱더 안 좋아지고 있지만, 위대한 회사들이 불경기 때 창업됐던 역사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걸 요새 직접 실감하고 있다.

프라이머에 지원하는 스타트업을 검토하다 보면, 앞으로 한국에서 어떤 기술이 커질 것이고, 어떤 서비스가 시장에서 나올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예측할 수 있다. 투자라는 게 뭔가를 콕 집어서 찾기보단, 어떤 매크로한 패턴을 찾는 일이라서 이런 예측이 항상 정확하진 않지만, 그래도 앞으로 시장에 닥칠 거대한 트렌드에 대한 맥을 짚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굵직한 패턴이 몇 개 보였다.

깊게 들어가진 않겠지만, 한가지 트렌드는 바로 여성창업가의 증가이다. 이건 실은 프라이머 기수 선발뿐만이 아니라, 스트롱에서도 매일 느끼는 현상인데, 과거 대비 여성 창업가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좋은 학벌, 좋은 경력, 좋은 에너지, 그리고 좋은 태도를 가진 여성 창업가들이 이번에도 꽤 많았는데, 아주 긍정적인 현상이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들이 창업할 것이고,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남성과 여성 창업가의 비율이 일대일이 되는 그날을 기대하겠다.

다른 트렌드는 바로 B2B SaaS 창업이다. 이번 프라이머 22기에는 눈에 띌 정도로 B2B SaaS 스타트업이 많았다. 나는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B2B 유니콘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었고, 스트롱에서도 상당히 많은 B2B 회사에 투자할 정도로 우린 이 한국에서도 이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2023년은 B2B SaaS의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까지 한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불경기가 그 트리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당장 매출을 만들 수 있는 사업을 만들어야지만 내실을 다질 수 있고, 펀딩을 받을 수 있다는 현 시장의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거대한 트래픽을 통해서 광고 매출을 만드는 B2C 사업보단, 꾸준하고 질 좋은 매출을 만들 수 있는 B2B SaaS 창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막상 이 분야를 파고 들어가보니, 이제 한국에서 B2B 시장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시장을 선점하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창업가들이 생기고 있다.

B2B SaaS를 돈 내고 사용해야하는 기업의 관점에서는,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효율적으로 일해야 하고,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이걸 가능케 하는 게 좋은 B2B 툴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 그리고 대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외산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는 중소기업에겐 너무 비싸고, 업무 시스템에 통합하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에, 오히려 작은 스타트업의 SaaS 제품을 찾게 된다. 이렇게 스타트업과 고객사 서로의 니즈가 일치하면서 시장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 내 기억으로는 현재 일본의 거대한 B2B SaaS 시장의 형성에도 과거 일본의 이러한 경제 상황이 한몫한 거로 알고 있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여러 개의 B2B 유니콘 기업들이 나오길 바란다. 그 전환점이 2023년이 됐으면 좋겠다.

즉각적인 행동

아직 한국의 테크미디어에는 어떤 회사가 투자받았다는 펀딩 소식이 제일 눈에 많이 띄지만, 요새 테크크런치 같은 해외 테크 뉴스를 보면 펀딩 소식보단 해고 소식이 더 많이 보인다. 기사 10개 중 절반은 어떤 회사가 직원의 몇 %를 해고했다는 내용인데, 그만큼 경기가 안 좋아지고 있고, 이에 대비해서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미리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는 뜻 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유명한 유니콘 기업이 직원을 대량 해고하는 기사를 읽어도 그렇게 놀랍진 않고, 한때 가장 기업가치가 높았던 유니콘 핀테크 스타트업 Stripe의 직원 14% 해고 소식도 이런 매크로 경기 트렌드에 대한 대응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다른 해고 소식과는 조금 달라서 꽤 흥미로웠다. 스트라이프 창업가 패트릭 콜리슨이 해고 관련해서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은 굉장히 직설적이고 차가울 정도로 솔직해서 인상 깊었다. 다른 회사 리더들이 대량해고의 이유를 리더나 회사의 잘못이 아닌, 매크로 경기와 같은 외부 요소를 탓하지만, 스트라이프는 상황을 오판한 본인들의 잘못을 탓하면서 이번 대량 해고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 팬데믹 기간 이커머스 시장은 너무나 빨리 성장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이런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잘 못 판단. 그리고 항상 호경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잘 못 판단
2/ 새로 출시한 제품들의 좋은 성과 때문에 운영 비용을 과다하게 사용. 이로 인해서 조정비용이 늘어나고, 운영면의 비효율성이 많이 발생.

또한, 앞으로 이런 잘못을 어떻게 고칠 것인지에 대한 회사 나름의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다. 역시 솔직하다고 생각한 게, 요 이메일을 받은 후, 이번에 해고될 사람들은 15분 뒤에 바로 개별 통보를 받을 것이라는 내용도 적혀 있다.

한국 스타트업 시장에서도 점점 더 절망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우리 투자사도 어려운 곳이 많고, 돈이 없어서 돈이 필요한 회사가 있고, 성장을 위해서 돈이 필요한 회사가 있다. 어쨌든, 시장은 침체되어 있지만, 회사들은 돈이 필요하다. 지금 이런 시장에서 펀딩을 구하는 건 정말 어렵기 때문에, 돈이 절실히 필요하면 경영진의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일단, 스트라이프와 같이 현재 위기의 문제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위기의 원인이 항상 불경기 또는 외부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면, 내부에서 취해야 하는 구체적인 행동강령이 안 나오고 그냥 외부 요인이 좋아지길 기다리는 수동적인 전략을 취하는데, 이러다가 자칫 망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모든 위기의 원인은 내부에 있기 때문에, 이걸 빨리 판단 한 후 경영진의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런웨이가 빠르게 고갈되는데 매출을 못 늘리고, 펀딩을 못 받으면, 그냥 가만히 있지 말고 비용을 무조건 줄여야 한다. 곧 상황이 좋아지겠지 또는 곧 펀딩이 될 거라는 근거가 약한 희망을 품고 사업을 하다가 회사가 망하면 이런 희망도 못 품는다.

그리고, 비용을 줄이는 가장 쉬운 – 하지만, 고통스러운 – 방법은 스타트업 비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력을 줄이는 것이다. 즉, 스트라이프 같이 해고를 하는 방법이다. 해고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어떤 창업가들은 나한테 이렇게 반박한다. “저도 전에 사람 내보낸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 해고해서 비용을 줄였는데, 몇 개월 후에 펀딩받아서 다시 한번 성장해보기 위해서 채용했는데, 사람 채용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돈은 있지만 사람을 못 뽑아서 역시 성장하는데 엄청나게 고생했어요. 이런 생각이 계속 떠올라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대한 현재 인원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위험한 생각이다. 이러다가 회사가 망하면, 채용을 시도할 필요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순진한 상상보단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즉각적인 행동을 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 과감하고, 더 즉각적인 창업가의 결단과 행동이 필요한 시간이 꽤 오래 지속될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오늘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몇 자 적어 본다.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결국엔 우리 회사가 돈을 어떻게 벌지에 대한 주제이자, 생존에 대한 주제이다. 초기 스타트업이 안 망하고 계속 사업을 할 수 있게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가 외부 투자를 받는 인위적인 방법이고, 또 하나는 내가 직접 돈을 벌어서 회사에 자금을 조달하는 유기적인 방법이다. 당연히 후자의 방법이 가장 좋지만, 무에서 시작하는 회사가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로 외부에서 자금을 투자 받아야 하는데, 되도록 외부 자금을 사용하는 기간을 최소화하면서 내부에서 돈을 버는 시점을 앞당기면 좋다. 물론, 돈 보다는 성장이 중요한 특정 산업이나 서비스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돈을 벌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분석도 어떻게 보냐에 따라서 너무나 다양하게 할 수 있는데, 오늘은 B2B랑 B2C의 측면에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일단 대부분의 B2B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간단한데, 이 간담 명료함이 B2B 사업의 매력이다. B2B 스타트업은 핵심 제품을 기업고객에게 판매하고, 오롯이 이 제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매우 간단하고 정직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물론, 여기서 여러 가지 다른 돈 버는 모델이 나올 수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우리가 만드는 제품에서 파생되는 모델이다. 유지보수, 특정 기능 추가, 특정 프로세스를 반영하는 커스터마이징, 제품을 도입하기 위한 컨설팅 매출 등이 그런 파생 비즈니스 모델이다. 기업 고객을 위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걸리고, 만든 후에도 영업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일단 한 번 팔기 시작하면 꾸준한 매출이 발생하고, 이 시점부턴 우리가 만든 제품으로 돈을 벌어서 회사에 자금을 조달할 수가 있다.

B2C 사업도 B2B와 같이 스타트업이 만드는 핵심 제품을 일반 사용자에게 판매하고, 이 제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 모델이 있다. 사진 필터 앱, 캘린더 앱, 명상 앱 등 너무나 많은 앱들이 주로 프리미엄(freemium) 모델을 통해서 기본적으로 공짜이지만, 더 많은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서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B2C 앱은 일반 소비자에게 과금을 하므로, 많은 사용료를 받진 못한다. $0.99, $1.99, 많아 봤자 $14.99 정도를 과금하고 있는데, 이런 비즈니스 모델로는 엄청나게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지 않으면 스타트업에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만큼의 매출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B2C 스타트업이 핵심 제품으로 돈을 벌기보단, 이를 통해서 얻은 트래픽, 그리고 트래픽을 통해서 얻은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본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우리가 매일 수십, 수백 번씩 사용하는 카카오톡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카카오의 첫 번째자, 아직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본 제품은 메신저인 카카오톡인데, 카카오톡은 유료 서비스가 아니다. 누구나 다 무료로 카카오톡을 통해서 친구, 동료, 그리고 지인과 대화할 수 있다. 카카오는 핵심 제품인 카카오톡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카톡을 통해서 얻은 트래픽과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다양한 수익원을 만들고, 이를 통해서 엄청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네이버도 비슷하다. 네이버의 핵심 제품은 검색엔진인데, 검색엔진은 무료다. 네이버는 메인 제품을 통해서 얻은 트래픽과 데이터를 활용해서 검색광고라는 엄청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그럼 B2B 사업같이 핵심 제품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게 더 바람직할까, 아니면 많은 B2C 사업같이 핵심 제품 자체가 아닌, 이를 활용한 다양한 부수적인 제품이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게 바람직한 건가?

그건 나도 잘 모르겠고,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 하지만, 핵심 제품 기반이든 부수적인 제품 기반이든, 언젠가는 외부 자본의 유입 없이 자체적으로 돈을 벌어서 회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는 건 모든 스타트업이 풀어야 하는 지상과제이다. 결국엔, 이게 안 되면 계속 힘들게 외부 투자만 받다가 그냥 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