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내가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부탁은 바로 사람에 대한 부탁이었다. “개발자 소개해 주세요” , “마케터 소개해 주세요” , “사람이 너무 없네요. 채용이 너무 힘들어요.”라는 말과 채용에 대한 부탁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고, 어쩌면 올해는 더 많이 들을 것 같다. 우리가 투자한 모든 회사의 대표는 우리에게 최소 한 번 정도는 사람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처음에는 대부분 개발자 채용에 대해 부탁을 했고, 우리도 아는 분들 많이 소개하다가, 너무 많아져서 우리 투자사 코드스테이츠랑도 연결해줬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이제 우리도 이 채용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될지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고민한다. 그리고 개발자뿐만 아니라 이젠 모든 분야의 모든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채용 전쟁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 채용 전쟁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리고 어디로 가면,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내가 정답을 제공해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채용엔 답이 없다. 그냥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네트워크와 연줄을 100% 활용해야 한다. 삼성, LG, 현대와 같은 재벌기업도 좋은 사람을 채용하지 못해서 안달이고, 네이버, 쿠팡, 토스와 당근마켓과 같은, 대부분의 스타트업 보다 훨씬 돈도 많고, 복지도 좋은 회사가 사람을 못 구해서 난리면, 작은 회사는 당연히 채용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큰 회사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모시고 있다면, 이건 처음부터 작은 스타트업엔 불리한, 한쪽으로 기운 놀이터에서의 전쟁이기 때문에 모두 다 정신 빠짝 차리고 채용이라는 전쟁에 임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원한 해결책을 내가 제공해줄 순 없지만, 어떻게 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이야기는 해줄 수 있다. 대기업이랑 똑같이 채용공고 내고, 누군가 좋은 인재가 우리 회사에 지원해주길 기다리는 방법은 절대로 안 된다. 그 이유는 이미 위에서 다 말해줬다. 이렇게 같은 방식을 통해서 공개 채용을 하다 보면, 우리보다 브랜딩이 잘 되어 있고, 돈도 많은 대기업과 큰 스타트업에서 제공할 수 있는 연봉, 복지, 혜택이 훨씬 좋기 때문에 우선순위는 그쪽이 된다. 운이 좋아서 만약에 우리 회사에까지 이런 분들이 지원한다면, 그건 다른 곳의 면접에서 떨어진 경우인데, 이런 분들은 대부분 실력이 좋지 않거나, 또는 얼마 후에 곧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를 나는 많이 봤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이제 기업가치가 상당히 커진 곳 들이 있고, 이런 회사들은 500억 원 ~ 3,000억 원 정도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좋은 인재는 얼마든지 연봉을 높게 주면서 채용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런데도 어떤 대표는 금요일, 토요일 새벽 1시까지 채용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사람 채용하는 게 힘들고, 대표이사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투자해야하는게 ‘사람’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떤 대표는 매달 미국으로 출장 가서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서 일하는 한국분들과 교류하면서 술 한잔한다. 술 한잔하기 위해서 미국까지 매달 날아가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렇게 하면서 회사 홍보하고 운 좋으면 좋은 인재를 모셔온다. 어떤 대표는 좋은 CTO를 모시기 위해, 3개월 넘게 밤마다 집 앞으로 찾아가서 삼고초려해서, 거의 사람을 질리게 만든 후에 채용했다고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만큼 채용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돈도 많고,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회사에서 이런 식으로 채용에 목숨을 건다면, 돈도 없고 완전 듣보잡인 작은 회사의 –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이 이런 듣보잡 회사 소속일 것이다 – 대표는 영혼과 육체를 바쳐서 좋은 인재를 데려와야 한다.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수백 번 귀찮게 하고, 필요하다면 집으로 여러 번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전국, 전 세계를 찾아봐야 한다. 지방에도 은근히 좋은 인재들이 많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면, 스타트업 운영할 자격이 없다.
채용에 왕도는 없다. 그냥 스타트업의 모든 것과 비슷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는 그 순간, 우린 다른 회사와 비슷해지고, 그러면 우린 무조건 지기 때문이다. 채용에서 지면, 회사는 무조건 전쟁에서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