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매일 출석하기

우리 투자사인 한국의 No.1 모바일 취미 플랫폼 클래스101이 힘든 시기를 거친 후 9월에 손익분기 했다는 기사를 얼마 전에 읽었다. 스타트업이 급성장했다가 성장통을 겪으면서 상황이 안 좋아졌다가 다시 잘해서 손익분기를 하거나 흑자 전환했다는 이야기는 대단히 신기하거나 특별한 게 아니다. 이런 회사들이 너무 많고, 클래스101보다 훨씬 더 크고 잘하는 회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에겐 개인적으로 소중하고 좋은 소식이었다. 클래스101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전에 여기서 몇 자 적어본 적이 있다. 투자 당시엔 우리도 미래가 불확실한 초짜 VC 였고, 클원도 학생이어서 서로 시장의 회의, 거절, 그리고 풍파를 맞으면서 같이 성장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더 친근감이 느껴지는 팀이다. 이 팀의 모든 걸 나는 지금까지 봤고, 그동안 up – up – up 하다가 down – down – down – down – down 하는 것까지 옆에서 아주 가까이서 지켜봤다.

일단 만들어서 출시하고, 그다음 제품은 더 빨리 만들어서 출시하고, 무조건 go 하자는 전략으로 초반에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하면서 모두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 스타트업만큼 성장통을 크게 겪은 회사도 없을 것이다. 기록적인 적자가 발생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대량 감원을 시행했고, 단일 클래스 판매 전략에서 무제한 정액제로 비즈니스 모델을 180도 바꾸면서 모든 지표의 하락과 내부적인 혼란이 발생하면서 한동안 정말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나는 이 팀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실은 클원 경영진들 대부분 처음 하는 사업이고, 처음 경험하는 불경기이고, 처음 실행한 대량 해고이고, 모든 게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말 어렵고, 그냥 이 모든 악재로부터 멀리 도망가고 싶었을 텐데, 그 누구도 도망가지 않았다. 모두 매일 매일 출석하면서 show up 했고, 눈앞에 있는 수백 개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시도를 했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매일 출석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일이 잘 풀릴 수도 있고, 잘 안 풀릴 수도 있는데 그래도 그냥 매일 show up 해야 한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그 크기와는 상관없이 하루도 사건과 사고가 안 터지는 날이 없다. 어떤 날은 그냥 문제로부터 멀리 도망가고 싶고, 내가 없어도 어떻게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하면 문제가 더 곪아 터질 뿐이다.

매일 힘든 결정 하고, 매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일단 그 시작은 매일 출석하는 것이다.

존재의 이유

나는 혼자 살진 않지만, ‘나 혼자 산다’라는 TV 프로를 즐겨보는 편이다. 2주 전에 배우 이주승 씨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받아서 부산에서 보낸 하루에 대한 내용을 재미있게 봤다. 이분의 영화를 보기 위해서 전국에서 팬들이 직접 부산으로 왔고, 팬클럽 회원들과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와 같이 교류하는 장면을 보고 역시 연예인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팬들 때문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이주승 씨 본인도 이런 이야기를 직접 했는데, 아무리 유명하고 연기를 잘해도 팬들이 없으면 배우는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우리 같은 투자자가 존재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봤다. 우리가 활동하는 생태계를 보면, 3개의 이해 관계인이 있다. 일단 우리 같은 VC에게 돈을 투자하는 LP라는 존재가 있고, LP의 돈을 관리하는 스트롱과 같은 VC가 있고, VC들이 이 돈을 투자하는 창업가가 있다. 이 외에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다양한 플레이어와 이해 관계인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3개의 플레이어가 이 생태계를 돌아가게 만든다. 즉, 스트롱 같은 VC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LP들이 있기 때문이고, 이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창업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도 첫 7년은 정말로 초기 스타트업과 같이 운영됐다. 특별한 시스템도 없고, 웬만한 일은 대표인 내가 다 처리하면서, 그냥 되는대로, 그리고 닥치는 대로 두서없이 일을 했다. 이렇게 하면서 점점 더 회사의 체력이 생기고, 좋은 동료들도 조인하면서 우리도 스트롱의 비전과 미션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미션 스테이트먼트를 만들었다.

Together, We are ALL Strong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ALL’이다. 스트롱에서 하는 모든 의사결정이 우리의 LP, 스트롱, 그리고 우리의 창업가 모두에게(=ALL) 이익이 되는 결과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우리의 철학이자 미션이 그대로 반영된 멋진 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 3명의 이해 관계인 중에서도 모든 가치는 창업가들이 만들어 낸다. 창업가들이 만드는 가치를 우리는 잘 다듬어서 우리의 LP들과 공유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연예인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팬이듯, 스트롱과 같은 VC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LP와 창업가이고, 굳이 하나만 택하자면 투자자의 존재 이유는 창업가들이다. 창업가가 없으면 우리 같은 투자자가 존재할 수 없다.

작은 가게에서 초심을 배우다

웬만하면 이 공간에서는 책에 대한 서평을 쓰지 않는데, 가끔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을 때마다 서평을 쓰고 있다. 오늘도 그런 책에 대한 이야기다. 2주 전에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라는 책을 읽었다. 들기름 막국수의 원조이자, 이젠 전국적으로 유명한 식당이 된 용인 고기리막국수의 김윤정 대표가 쓴 책이다.

나는 대단한 미식가가 아니다. 소문난 맛집을 찾아가는 적은 거의 없고, 새로운 식당도 거의 안 간다. 아무리 맛있어도 굳이 멀리 가서 몇 시간씩 기다리고 먹을 음식은 이 세상에 없다는 인생철학이 있고, 새로운 곳을 가는 대신 그냥 가던 식당을 더 가서 단골이 되자는 전략으로 산다. 하지만, 사업의 관점에서는 식당과 이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먹고 마시는 곳들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스트롱에서도 우린 먹고 마시는 사업에 투자를 꽤 했는데,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다 해도, 우린 계속 먹고 마셔야 하므로 투자 관점에서도 좋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단순 재미를 넘어, 감명 깊게 읽었다. 실은 그동안 내가 수많은 식당을 다니면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나는 혹시 나중에 식당을 창업하면 절대로 여기같이 하지 말고, 꼭 이렇게 해야지”라고 느꼈던 모든 좋은 점들을 고기리막국수는 이미 12년째 잘하고 있었기 때문에 놀랐다. 손님뿐만 아니라, 식당 종업원들까지 모두 생각하는 작은 디테일에 대한 두 부부 창업가의 – 남편분이 쉐프 – 집착이 12년 동안 변하지 않고 전국의 손님을 단골로 만드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이 분들은 내가 아는 좋은 스타트업 창업가분들이 사업을 하는 비슷한 태도와 생각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고기리막국수 식당 자체를 하나의 중견 비즈니스로 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책에 대한 모든 내용을 쓰진 않겠다.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길 권장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나는 좋은 책, 좋은 식당, 진심으로 가득 찬 경영인을 직접 만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지만, 더 뿌듯했던 건 투자자로서의 내 초심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 과연 몇 개의 막국수 식당이 있을까? 아무리 찾아봐도 정확한 수치를 찾을 순 없지만, 수백 개는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중 이미 유명한 곳도 많고, 돈을 잘 버는 곳도 많은데, 또 새로운 막국수 식당이 생겼을 때 과연 이 식당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면서 연 매출 30억 원 이상 하는 대형 플레이어로 성장할지 그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대부분 이미 막국수를 잘하는 식당이 너무 많기 때문에 잘 안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기리막국수는 이걸 너무나 잘하고 있다. 아무리 경쟁이 심한 레드오션이라도 남들보다 더 잘하면 충분히 성공하는 사업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결국엔 어떤 걸 하냐 보단, 누가 이걸 하냐가 제일 중요하다.

누구나 다 뭔가를 시작할 땐 초심이라는 게 매우 강하게 작용하지만, 같은 업무를 반복적으로 하면서 경험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이게 점점 없어진다. 나도 꾸준함과 반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투자를 계속하고 그동안 수천 명의 창업가들을 만나보니 초기 투자자의 초심이 많이 닳아 없어졌다. 그래서 요새 창업가들을 계속 만나다 보면 과거에 안 된 사업과 비슷한 사업을 검토하면 이것도 안 될 거라는 편견을 갖게 되고, 이 창업가가 5년 후에 어떤 사업을 할 사람이 될지 시각화하지 않고, 현재 하는 사업을 기반으로 이 창업가를 판단하고, 이미 잘하는 경쟁사가 많은 분야에 뛰어든 창업가를 보면 후발주자이고, 이미 존재하는 시장의 대형 플레이어를 못 이길 거라는 편견이 어느새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고기리막국수라는 작은 가게에서 나는 초심을 다시 찾았다. 그동안 절대로 안 됐던 비즈니스라도 누군가 잘하면 유니콘을 만들 수 있고, 아무리 대형 기업들이 이미 진출한 분야라도 누군가 여기서 잘하면 유니콘을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안 될 이유 백만 가지 보단, 될 이유 하나로 소신 있게 투자하던 내 초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그래도 나는 고기리막국수 식당에 직접 가진 않을 것 같다. 멀리까지 가서 웨이팅을 감수하면서 음식을 먹지 않는 내 철학 또한 지킬 것이다. 🙂

성장과 수익의 저글링

지난주에 불경기가 왜 어떤 스타트업에겐 평생 한 번 올까말까한 기회인지에 대해서 몇 마디 썼다. 내 블로그를 계속 읽는 분들에겐 약간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오늘은 왜 이게 어쩌면 기회가 아니고 자멸로 가는 길일 수도 있는지에 대한 약간은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할땐 – 이건 팬데믹 기간뿐만 아니라 실은 지난 12년 동안이었다 – 모든 스타트업의 전략은 수익성보단 성장성에 기울어졌었다. 기형적으로 많은 돈과 자원이 돈을 벌어서 흑자 나는 회사를 만드는 방향보단, 손실이 발생해도 무조건 외형을 성장시키는 방향에 집중적으로 투자됐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또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무조건 성장하는 전략을 나도 좋아하진 않지만, 이게 맞냐 틀리냐를 따지기 전에, 경기가 좋을 때 당시 시장의 분위기도 감안을 해봐야 한다.

경기가 좋을 땐 정말로 유동성이 풍부했다. 정규 교육을 받았고, 누구나 알만한 회사에서 2년 이상의 직장 경험이 있는 창업팀이라면 웬만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던 시절이다. 워낙 비슷한 서비스가 많이 생겼고, 대부분의 회사들이 수많은 VC들로부터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익성 보단 성장이 중요했다. 그래서 창업가와 투자자 모두 다 적자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고효율의 그로쓰 마케팅에만 집중했다. 돈을 못 벌어도 일단은 고객을 획득해서 락인하면, 나중에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벌 수 있다는 – 지금은 이 사상을 모두 다 정말 싫어하지만 – 전략을 모두 다 진심으로 믿었었다. 우리를 포함해서.

마케팅에 돈을 너무 많이 썼고, 불필요하게 많은 사람을 뽑으면서, 투자금은 금방 사라졌지만, 상관없었다. 돈이 떨어지면 또 나가서 펀딩하면 됐고, 나쁘지 않은 조건에 후속 투자를 상당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제품도 없고 비즈니스 모델도 없는 상태에서 잘 받았다. 이런 식으로 계속 돈을 쓰면서 외형만 성장시키는 게 진짜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걸 모두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해서 그 분야에서 일단 1등을 먹으면, 그 이후에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해도 된다는 것도 모두 굳게 믿고 있었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냥 돈이 워낙 많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해도 되는 분위기였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창업가와 투자자 모두 그냥 앞뒤 생각하지 않고 돈을 막 쓰고, 투자를 막 해도 크게 이상한 시절이 아니었다.

불경기가 찾아오고 유동성이 떨어지자 갑자기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성장하자는 분위기가 수단과 방법을 잘 가려서 돈을 벌자는 것으로 바뀌었다. 거래액이나 매출과 같은 외형을 키우기보단, 크게 성장하지 못해도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게 요새 대부분 스타트업의 전략일 것이다. 우리 또한 스트롱 창업가분들에게 마이너스 나는 성장은 멈추고, 손익분기를 맞추고, 수익성에 집중하라고 한다. 성장 못 하는 걸 은근히 당연하게 생각하고, 수치가 줄어들어도 일단은 수익성을 맞추라고 강력하게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수익성만 개선하고 성장을 못 하는 비즈니스는 크게 되기 힘들다. 성장이 없는 손익분기는 스타트업의 주 전략일 순 없고, 결국 작은 스타트업이 큰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성장이라는 페달을 다시 밟아야 한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런 생각을 하실 것이다. “언제는 무조건 성장하라고 하고, 언제는 성장 하지 않아도 되니 돈을 벌라고 하고, 이젠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하라고 하네. 어쩌라고?”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좀 미안하지만, 이게 변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환경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대표들이 감수해야 하는 숙명이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시장에 유동성이 없을 땐,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그렇다고 성장에 대해서 아예 신경을 꺼버리면 안 된다. 상황이 다시 좋아지면, 언제든지 다시 성장에 초점을 맞출 준비는 항상 되어 있어야 한다. 결국 성장과 수익성이라는 두 가지의 공을 항상 저글링 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서 하나의 공을 떨어뜨릴 수도 있지만, 언제든지 다시 주워서 다시 저글링 할 준비가 항상 되어 있어야 한다.

성장형 마인드

우리 투자사 몇몇 대표들을 포함해서, 꽤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다른 스타트업과 자신들의 회사를 비교한다. 우리보다 더 잘하는 회사와 그 회사의 창업가를 잘 분석하고 공부해서, 우리가 더 잘하고, 발전할 수 있는 비교를 해도 성공할까 말까, 하는데, 항상 아쉬운 점은, 이와는 반대의 비교를 한다는 점이다.

저 회사는 우리보다 매출도 작고, 손실도 많이 발생하는데, 우리보다 높은 기업가치에 투자받았다면, 그 회사에 투자한 VC들이 병신이고, 그 회사의 대표는 분명히 거짓말을 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는 창업가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우리가 분명히 우리의 경쟁사보다 잘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경쟁사보다 높은 기업가치에 투자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 펀딩 할 때마다 매번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기존 투자자들을 답답하게 하는 분들이 많다. 이 회사에 이미 투자한 기존 투자자들도 현재 회사의 대표가 원하는 기업가치와 펀딩의 조건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본인만 계속 이 조건을 고집하고 있고,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항상 경쟁사의 이야기를 한다. 그 경쟁사는 우리보다 사업을 잘 못한다. 그 경쟁사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 회사 내부 분위기가 개판이라고 하더라.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그 회사는 곧 망할 것 같다. 그런데도 우리보다 두 배의 밸류에이션에 최근에 투자받았으니, 우린 훨씬 더 높은 가치에 투자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신 차리세요.”

이런 분들에게 내가 항상 하는 말이다.

일단 이분들이 알고 있는 다른 경쟁사의 현황은 대부분 잘 못 알고 있는 내용이 많다. 어디서 무슨 소문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회사가 우리보다 매출이 작고, 손실이 많이 발생하고, 직원들의 만족도가 낮다는 이야기는 거의 다 틀린 소문이거나,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일단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 회사에 대해서 잘 아는 분도 그 회사에 대해서 잘 아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을 확률이 높고, 그 회사에 대해서 잘 아는 분의 잘 아는 분도 실제로는 그 회사를 잘 모르는 분일 확률이 상당히 높다.

설령 그 말이 맞는다고 치자. 동일한 비즈니스를 하는 두 회사가 있는데, 매출도 작고, 손실도 크고, 직원들의 수준도 낮은 회사가 더 높은 밸류에이션에 큰 투자를 받았다면, 이건 대단한 것이다. 이 경쟁사를 욕하지 말고, 우린 뭐라도 배울 생각을 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우리보다 더 못 한 회사가 왜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는지 대표는 매우 심각하게 고민하고 공부하고, 그 비결을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시장은 바보가 아니고, 투자자들도 대부분 똑똑한 사람들이다. 우리보다 객관적인 지표가 약한 회사를 더 높게 평가했다면, 뭐라도 우리보다 잘하는 게 많다는 뜻이고, 반대로 지표가 상대적으로 좋음에도 더 낮은 평가를 받는 우리 회사가 뭔가를 크게 잘 못 하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에 이런 상황에 부닥쳐 있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대표라면, 경쟁사와 시장을 탓하지 말고, 왜 그런지 무조건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 배움을 이용해서 계속 성장해야 한다. 이런 성장형 마인드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이 마인드가 없다면, 더 큰 회사를 만들 수가 없다. 남을 욕하면서 나의 약점을 정당화하기 시작하면, 내려갈 일밖에 남지 않았다.

시장이 왜 나의 가치를 못 알아볼까라는 부정적인 생각과 불평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배워서 성장할 생각을 해라. 시장이 나의 가치를 못 알아보는 이유는 딱 하나다. 내게 그 어떤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 현실을 직시하면서 성장형 마인드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