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스트롱 내부 워크숍을 진행했다. 사무실에서 매일 보고, 매일 이야기하는 동료분들이지만, 우린 워낙 적은 인력이 많은 일을 하고, 대부분 divide and conquer 전략을 기반으로 각개전투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며칠 동안 서로 얼굴 보면서 하루 종일 일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너무 생산적이고 좋은 행사였다.
3일 동안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이 중 하루 전체를 할애해서 200개가 넘는 스트롱의 포트폴리오를 하나씩 다 리뷰했다. 워낙 다양한 비즈니스들이고, 비즈니스가 다양한 만큼 창업가들도 다양해서, 하나의 기준으로 모든 회사를 리뷰하고 평가할 순 없었지만, 각 회사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해서 짚어 볼 수 있었다.
우리 포트폴리오를 하나씩 리뷰하면서 얻은 배움을 개인적으로 딱 하나만 뽑자면, 대표이사가 정상적인 노선을 벗어나면서 딴짓하는 회사는 무조건 망한다는 것이다. 노선을 벗어나는 경우도 다양하지만, 내가 경험한 몇 가지만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스타트업 대표 놀이’라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사업을 위한 사업을 즐기기보단, 어떤 대표들은 대표이사라는 직책을 더 즐긴다. 이들은 제품을 만들고, 고객과 소통하고, 투자자와 소통하고, 돈을 버는 데 집중하기보단, 언론 인터뷰, 글 기고, 강연과 같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와 자랑하기에 모든 에너지와 자원을 집중한다. 직원들은 대표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도 모르고, 어떤 회사의 직원들은 회사보다 소셜미디어에서 대표이사의 얼굴을 더 자주 본다고 불만스럽게 이야기한다.
난 가끔 이런 분들이 다른 스타트업 대표들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걸 보면 어이없어서 웃음밖에 안 나온다. 본인 사업도 제대로 못 하면서 – 제대로 못 하는 정도가 아니라 개판인 분들도 많다 – 남에게 도대체 뭘 가르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런 분들을 초청하는 행사 주관자도 문제이지만, 이런데 참석하는 대표들도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자기 사업을 못 하는 걸 너무나 잘 아는 그 스타트업의 직원들과 투자자들은 이런 걸 보면 어떤 생각을 할지에 대해선 생각을 안 하는 걸까…
가끔 회사의 pitch deck을 보면, 그 회사의 어드바이저로 우리 투자사 또는 내가 아는 다른 스타트업 대표들의 사진과 이름이 보인다. 그리고, 어이없어서 웃음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다. 본인들 사업도 제대로 못 하면서 남의 회사에 무슨 조언을 주고, 자기 사업할 시간도 없을 텐데 이런 딴짓을 왜 할지 라는 생각과 걱정이 든다. 어떤 분들은 개인 투자도 활발하게 하는데, 본인 사업도 제대로 못 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굳이 다른 회사에 개인 투자하면서 에너지와 포커스를 분산시키는 게 잘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행사 참석과 네트워킹에 대한 내 생각은 이 블로그에 자주 포스팅한다. 특별한 목적이 없으면 굳이 누구나 다 가는 모든 행사에 가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사업을 잘하는 대표들은 이런 행사에 안 간다. 아니, 갈 시간이 없다. 본인 사업하기에 바쁘다. 주로 사업을 못 하는 대표들이 네트워킹이라는 명목하에 이런 행사를 열심히 찾아다닌다. 그런데 이런 행사에 너무 자주 다니면서 명함을 하나씩 받다 보면, 리멤버 인맥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업적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실은, 내가 능력만 있으면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인맥이라서, 행사 다닐 시간에 본인 사업에나 집중해라.
사업은 정말 어렵다. 이 어려운 사업을 그나마 제대로 하려면, 기본적으로 founders have to stay on track이다. 조금이라도 노선을 벗어나면 너무나 많은 잡음과 유혹이 있어서, 쓸데없는 일들이 본업이 되는데,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은, 그래서 나는 Forbes 30 Under 30 같은 리스트를 증오한다. 우리 투자사 대표들도 여기에 뽑힌 분들이 있고, 당연히 축하할 일이지만,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정말로 본인이 30 Under 30에 뽑힌 그 카테고리에서 잘하고 있는지. 자칫 이런 리스트에 선정되면,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게 되면서 선로를 벗어나서 딴짓할 확률이 너무 커진다.
-꼰대 VC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