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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를 죽이지 마라

나는 가능하면 이메일이나 문자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걸 선호하지만, 글로 쓰면 설명이 너무 복잡해지고, 고객서비스 전화번호가 눈에 띄게 웹사이트에서 보이면, 전화 통화를 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은 웬만하면 고객이 회사에 전화로 연락을 못 하게 전화 번호 자체를 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급적이면 이메일로 문의하거나 직접 FAQ를 찾아서 해답을 찾게 고객과 회사의 직접통화를 원천 봉쇄한다. 한국은 작은 회사들도 거의 다 웹사이트 하단에 보면 고객이 언제든지 전화를 들고 회사에 전화해서 욕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나의 경우, 화가 나서 도움을 받기 위해서 고객서비스센터에 전화하지, 뭔가 기분이 좋아서 누구를 칭찬하기 위해서 전화한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실은, 내가 생각해도 조금은 특이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많이 불편했던 경험이다. 스타벅스 앱이 국가 간 호환이 안 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미국 스타벅스 앱을 사용해야 하고, 한국에서는 한국 스타벅스 앱을 사용해야 한다(왜 그런지는 나도 알겠지만, 형편없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전화에 두 앱 모두 설치되어 있다. 한국 스타벅스 앱에 등록한 결제 카드를 바꾸기 위해서 한국 앱에서 이걸 시도하다 보면, 특정 단계에서 미국 스타벅스 앱이 자동으로 실행되고, 여기서 카드를 추가하는 화면이 뜨는 에러가 발생한다. 아마도 뒷단에서 두 앱의 코드가 꼬인 게 아닌가 싶다. 여러 번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그냥 고객서비스센터로 전화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벅스가 앱을 왜 더 잘 만들지 못 했을까라는 원망하는 마음이 이미 있었고, 여러 번 시도를 하다가 안 돼서 짜증이 난 상태였기 때문에 상담직원에게는 처음부터 화를 살짝 내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열심히 설명했지만, 현재 이 상황을 이 분은 이해조차 못 했다. 나도 설명하면서, 이걸 도대체 어떻게 전화로 설명을 해야지 저 분이 이해할까 고민했으니, 이해 못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결국 여러 번 설명하다가 난 짜증이 더 났고, 대본에 따라서 계속 똑같은 톤으로,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상담원에게 확 짜증을 냈고, 앱을 좀 제대로 만들라는 훈계?를 하고,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면서 통화를 마무리했다.

통화를 마치고도 나는 혼자서 화가 나서 씩씩거리다가 서서히 상담사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뉴스에서 우리가 접하는 그런 ‘갑질’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었다는걸 미리 말해주고 싶다. 욕을 하거나 반말을 하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 나도 잘 아는 사실은, 스타벅스 앱은 이 상담사 분들이 만든 것도 아니고, 이렇게 미국/한국 앱을 둘 다 깔아서 사용하는 사람이 별로 많지도 않을뿐더러, 이런 이슈를 경험하는 사람은 그 중 극소수일테이고, 그 중에 고객센터에 전화하는 사람은 정말 없다는 것이다. 이 분들은 그냥 회사에서 만들어준 매뉴얼에 따라서, 고객이 이런 말을 하면, 이렇게 응대하라는 시나리오에 충실했던 것 뿐이다. 그냥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한 것이다. 이 분들이 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분들도 아니고, 나는 그런 현실을 매우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를 낸 것이다.

영어에는 “메신저를 죽이지 말아라”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한 게 바로 그 메신저를 자꾸 죽이려고 했던 것이다. 문제를 정말 해결하고 싶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한테 직접 연락하거나, 아니면 그런 사람한테 이 문제를 직접 전달하고 escalate할 수 있는 사람과 통화해야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스스로 상기시켰던 좋은 경험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특정 제품을 사용하다가 불만이 있으면, 이게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해결이 가능한 일이지 먼저 판단해보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냥 가만히 있거나, 그 회사에서 해결이 가능한 사람을 알아보고 직접 연락한다. 하여튼 메신저는 그냥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니, 그 메시지가 맘에 안 든다고 그 사람을 죽이지 말자.

매출 총이익

다른 곳에서 읽은 좋은 글을 그대로 번역하는 경우가 요샌 거의 없는데, 얼마 전에 Fred Wilson이 올린 글이 너무 좋았고, 나도 비슷한 생각을 최근에 많이 했는데, 윌슨 씨가 너무 우아하고 통찰력있게 표현해서, 잠깐 소개하고, 일부 번역해서 공유해보고 싶다. “Not All Gross Margin Is The Same“이라는 글인데, 투자검토 할 때, 회사가 매출이 있다면, 대부분 VC가 확인하는 수치 중 하나인 매출 총이익에 대한 내용이다.

매출 총이익에 대한 아주 간단한 결론을 내리자면, 이익률이 높으면 좋고, 낮으면 좋지 않은 비즈니스라고 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예시를 들면서, 이런 일차원적인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네덜란드의 PG사 Adyen의 재무제표에 의하면 이 회사의 12개월 동안의 매출은 $2.65B이고, 매출원가는 $2.16B이다. 매출총이익이 약 $0.5B이니, 매출총이익률은 대략 19%이다.
다른 회사를 한 번 보자. Macy’s 백화점의 12개월 동안의 매출은 $25.3B이고, 매출원가는 $15.2B이다. 매출총이익이 약 $10B이니, 매출총이익률은 대략 40%이다. 메이시스 백화점의 매출총이익률은 Adyen의 거의 두 배 이상인 셈이다.

이걸 그냥 별 생각 없이, 겉만 봤을 때, 우리는 메이시스 백화점 이익률이 더 높으니까, 이 비즈니스가 더 수익성이 좋고, 더 좋은 비즈니스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Adyen은 $2.16B의 매출원가를 그냥 다른 기업들에 넘겨주기만 하는데, 이걸 넘겨주면서 실제로 본인들이 하는 게 별로 없고, 본인들에게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메이시스의 경우 $15.2B의 매출원가에는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과 관련된 구매비용, 재고비용, 그리고 매장비용 등이 포함된다. 즉, 메이시스의 매출원가에는 실제로 많은 운영비용과 운전자본이 포함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Adyen이 Macy’s보다 이익률은 낮지만, 훨씬 더 매력적이고 효율적인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실은, 나도 우리가 작년 12월에 페이플에 투자할때 이와 비슷한 맥락의 생각을 많이 했다. Adyen에 비교할 수 없지만, 페이플도 결제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API 비즈니스이고, 고객들의 전체 거래금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 매출로 잡는다. 매출총이익률을 따져보면, 엄청나게 낮지만, 그래도 매출원가가 페이플의 운영비용이나 운전자본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기 때문에, 좋은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다. 이게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포커게임을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모여서 포커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사람은 소위 말하는 하우스피를 받는데, 그 퍼센트는 매우 낮다. 하지만, 큰 노력없이 받는 돈이다. 반면에, 포커를 대신 쳐주고, 번 돈의 50%를 받는 대리포커 비즈니스를 한다고 하면, 이익률은 높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 에너지, 정신적/육체적 비용은 엄청나기 때문에, 오히려 이익률이 낮은 하우스피가 더 좋은 비즈니스일 수도 있다.

즉, 겉으로만 보면 이익률이 낮은 비즈니스지만,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상당히 이익률이 높은 비즈니스일 수가 있다.

살기위한 변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피트니스 클럽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고, 많은 헬스클럽이 문을 닫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피트니스 체인 중 하나인 24 Hour Fitness도 파산신청을 고려하고 있고, 아직 망하지 않은 헬스클럽은 PT 수업을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하거나,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서 비대면 PT 수업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어떤 헬스클럽은 아예 운동기구를 대여하거나 판매해서 계속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Peloton이나 SoulCycle과 같은 사이클/스피닝 클래스가 인기가 많기 때문에, 사이클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피트니스 클럽은 자전거를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참 살벌한 세상이다. 살기 위한 이런 처절한 몸부림을 보면, 안타깝고 불쌍하다. 하지만, 살기 위한 이 투쟁의 다른 면을 보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회사의 경영진이 그동안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고, 마지막 한 방울 창의력까지 머리에서 쥐어짜내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 많이 돌아다녀서 이걸 본 분들이 많을 텐데, 그렇게 digital transformation을 오랫동안 주장했지만, 수 십년 동안 그 누구도 이걸 못 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한 방에 digital transformation이 시작된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digital transformation

Digital Transformation Quiz (SUSANNE WOLK TWITTER)

특히 한국의 학교가 온라인 개학을 하고, 온라인 수업하는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동의하겠지만, 학교야말로 첨단 기술을 도입해서 학생들에게 미래를 보여줘야 하는데, 실은 내가 아는 한국의 학교는 기술적으로 가장 낙후됐고, 신기술 도입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대표적인 기관이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면 온라인 수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보수적인 학교의 교무진과선생님들이 온라인 수업하는 걸 보면, 코로나바이러스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우리도 비슷한걸 느끼고 있다. 팀이 한국과 미국에 있고, 두 지역에 투자를 하니, 화상 미팅은 항상 자주 해왔었고, 나도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직접 만나서 미팅하는걸 선호하진 않지만, 그래도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면 직접 얼굴 보고 만나는 미팅을 했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강제적으로 모든 미팅을 화상으로 진행했는데, 처음엔 좀 불편했지만, 이젠 오히려 이게 더 익숙해졌고, 왜 그동안 굳이 직접 만나서 미팅을 했을까 하는 의문까지 하는걸 보면, 나도 어떻게 보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변화했고,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변화가 만들어진 거 같다.

이런 살아남기 위한 변화는 규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국은 원격의료가 아직 합법화되지 않았는데, 어쩌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강제적으로 합법화되거나, 아니면 합법화되어가는 과정이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희망을 품어 본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연구개발, 그리고 임상시험 과정 또한 기존 신약 연구개발 및 임상 과정보단 더 빨리 진행되는 걸 보면, 이게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이해하기 힘든 법과 규제 때문에 불법이었던, 집으로 찾아오는 이발/미용 서비스도 합법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의 진화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사용자들이 특정 제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 특정 장소를 직접 찾아갔다. 그 이후에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 주로 집 – 찾아왔다. 아마도 이 다음 단계는 사용자들이 비접촉 방식으로, 원격으로 이런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그런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미래가 한 5년~10년 뒤에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는 한 방에 이런 미래를 더 우리에게 가깝게 오게 했다.

물론, 이 사태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세상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렇게 되진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안전하게 사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살기 위한 변화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명함

Business man giving business card나는 그동안 한국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한국과 미국, 또는 동양과 서양의 비즈니스 문화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고, 요새도 그동안 내가 몰랐던 사실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신기해하기도 한다. 예전에 이에 관해서 쓴 이 있는데, 당시엔 잘 몰랐는데 요새 또 한 가지 느끼는 점이 바로 명함에 대한 부분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 또는, 일을 안 하는 사람도 – 대부분 명함이 있다. 이 명함을 바라보는 한국과 서양의 태도와 시선은 너무 다르다. 일단 영어로 명함은 ‘business card’라고 한다.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비즈니스 할 때 사용하는 카드이고, 특정 회사 또는 개인의 ‘비즈니스’ 정보가 담긴 종이쪼가리다. 반면에 ‘명함(名銜)’의 한자는 이름과 직함을 품은, 또는 간직한 카드로 해석될 수 있다. 개인마다 느끼는 점이 다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서양에서는 ‘비즈니스’가 강조되고, 동양에서는 ‘이름’과 ‘직함’이 더 강조되는 것 같다.

이러다 보니, 명함을 사용하는 방식과 용도 자체가 아주 다르다. 미국은 – 특히 벤처비즈니스가 발달한 곳 – 몇 년 전부터 명함을 잘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그냥 사람 만나면 악수하고 인사만 하지, 한국같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바로 명함을 주는 건 요새 잘 못 본다. 굳이 명함을 달라고 하면 주긴 하지만, 많은 미국 명함에는 한국같이 깨알같이 자세한 정보가 없다. 그냥 이름이랑 이메일 주소만 적혀있고, 전화번호가 안 적힌 명함도 상당히 많다. 그냥 비즈니스 하기 위해서 가지고 다니는 거고,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이메일로 하므로, 별로 신경을 많이 안 쓰는 것 같다.

한국은 조금 다르다. 명함을 보면 아주 깨알 같은 정보가 들어가 있고, 처음 만나자마자 아주 공손하게 명함을 전달한다. 그러면, 이걸 또 받는 사람은 갑자기 정자세를 취하고, 두 손으로 공손하게 명함을 받는다. 여러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그 명함들을 아주 가지런하게 정렬해서 마치 신줏단지 모시듯이 명함을 관리하는걸 자주 본다. 전에 내가 아는 한국의 사장님이 미국 스타트업 대표를 만났는데, 이분이 준 명함을 앞뒤로 계속 보면서, “뭐 이런 명함이 다 있지. 전화번호도 없고.”라면서 불평한 적이 있는데, 그냥 그 미국인한테 “넌 왜 명함에 전화번호가 없니?”라고는 물어보지 않았다.

위에서 말했듯이 business card는 그냥 일 할 때 사용하는 하나의 도구인데, 한국은 내 소중한 이름이 적힌 명함이기 때문에, 명함은 그냥 비즈니스 할 때 사용하는 도구를 넘어, 내 아이덴티티와 동일한, 즉,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상당히 중요한 무기라고 인식되는 것 같다. 여기에 또 한 몫 더해주는 건, 많은 한국인이 직장과 직함이 내 인격과 사람됨됨이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전에 “내 명함이 없어도 사람들이 나를 찾을까”글에서도 한번 짜증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국은 명함을 너무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해외에서 골프 칠 때 모르는 한국 분들과 한팀이 된 적이 있다. 나는 원래 모르는 분들과 말 섞는걸 매우 싫어해서 입 닥치고 있었지만, 결국 인사를 하게 됐는데, 역시나 나는 그냥 이름만 말했는데, 이 분은 바로 자기 명함을 나한테 줬다. 누가 봐도 알만한 좋은 회사의 부장급인 분이었다. 비즈니스 하는 것도 아니고, 두 번 다시 볼 사이도 아닐 텐데, 굳이 외국 골프장에서 만난 사람한테 자기 명함을 주는 이유는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이 좋은 회사에 다니고,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걸 상대방에서 보여주고, 본인이 믿을만한 사람임을 강조하고싶었던거 같다. 다 좋은데, 굳이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아빠 학부모가 애들 학교 선생님과 인사할 때도 명함을 주는 걸 나는 전에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냥 누구 아빠라고 하면 될 걸, 다니고 있는 회사, 그리고 그 회사에서의 위치가 적힌 명함을 학교 선생님에게 굳이 줄 필요가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나 좋은 회사 다니는 높은 사람이니, 우리 애한테 잘해주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인 거 같다. 회사와 직함을 나의 인격과 사람됨됨이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문화에서 생긴 습관인 것 같다.

솔직히,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다. 그냥 문화의 차이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냥 명함은 비즈니스할때 사용하는 게 더 좋다. Strong Ventures의 배기홍 대표랑 내 개인 삶에서의 배기홍이랑은 완전히 다른 사람인게 훨씬 더 좋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통제 불가능한 건, 그냥 웃자

bottle-601566_1280나는 이제 7주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말 하는 재택근무는, 사무실을 안 가는 개념도 포함하고 있지만, 아예 집 밖에 나가지 않는 것도 포함한다. 매주 월~금, 내가 집에서 보낸 시간을 계산해보니까, 대략 118시간이다. 불필요한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일주일에 2시간만 밖에서 보내고 있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구글캠퍼스도 어차피 셧다운 돼서, 사무실 출근이 당분간 힘들어서 언제 재택근무를 끝낼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 한국은 그나마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황이 좋지만, 조금만 방심해도 다시 크게 확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서, 상당히 조심하고 있긴 하다.

집에서 일한다고, 노는 건 아니다. 아니, 실은 사무실 출근할 때 만큼 많은 미팅을 소화해내고 있는데, 다만 물리적인 미팅은 아니고 Zoom으로 하는 화상 미팅만 열심히 하고 있다. 새로운 회사도 많이 만나고 있고, 우리 기존 투자사들과도 요샌 화상으로 미팅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듣고 관찰해보면, 참 마음이 아프지만, 시장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흥미롭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우린 기술 그 자체로 사업을 하는 deep tech 분야보단, 이런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 서비스를 만드는 온디맨드와 이커머스와 같은 생활 밀착형 서비스에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거시적인 흥미로운 트렌드가 보이긴 한다. 비대면 비즈니스인 이커머스 사업은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대부분 더 잘 되는 경우가 목격되는데, 너무 잘 되는 회사는 오히려 제조와 공급이 시장의 수요를 못 맞추는 현상을 경험하기까지 한다. 실은, 이런 많은 회사가 코로나바이러스 전에는 없는 수요를 어떻게 만들까 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이렇게 바이러스 때문에 상황이 며칠 만에 역전되는 걸 보니 참 신기했다. 이와 반대로,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는 온디맨드(O2O) 또는 마켓플레이스 사업 중 오프라인 과정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는 걸 목격하고 있다.

여행 또는 오프라인 이벤트가 사업의 핵심인 우리 투자사들은 매출과 모든 수치가 거의 100% 감소해서, 그동안 수년 동안 갈고 닦은 비즈니스 자체가 사업 초반으로 리셋되는 좋지 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 이와는 극적으로 다르게,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판매하고 배포하는 회사들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나도 참 안타깝다.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역대 최고 매출과 실적을 달성해서, 올해 정말로 크게 성장할 거로 예상되는 투자사들이 몇 있었는데, 2월부터 모든 수치가 곤두박질하면서, 이젠 생존을 위해서 몸부림치는 현실을 직면하고 있어서, 옆에서 이들을 보는 나도 참 애가 탄다.

그 누구도 이런 성장 또는 감소를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고 준비해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그래서 컨트롤할 수 없는 블랙스완인 셈이다. 하지만, 창업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만을 탓해서는 안 된다. 사업이 안 되고, 숫자가 좋지 않고, 모든 상황이 비즈니스에 불리하지만, “코로나 때문에”라는 생각을 하고, 우리 비즈니스가 잘 안되는 가장 크고, 어쩌면 유일한 이유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모든 창업가에게는 앞으로 더 내려갈 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 맞고, 코로나바이러스를 욕하고 탓하는 게 맞다. 이게 아니라면, 1월에 10억 원 매출하던 회사가 어떻게 2월, 3월 99% 감소한 1,000만 원밖에 못 할까? 그래도 우린 무조건 코로나바이러스만을 탓하면 안 된다. 컨트롤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이 개판 와중에도, 우리가 조절해서 조금이라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찾아서 계속 실험해야한다.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어쩌면 마음은 편해지겠지만, 현실은 정말 절망적으로 변한다.

실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라는 말은 VC들도 요새 많이 하는걸 들었다. 투자하기로 했고, 악수도 했고, 계약 작업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투자 철회하는 걸 이미 몇 번 봤고,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실은, 투자자들한테도 가장 쉬운 변명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돈줄을 잡고 있는 LP들이 돈을 안 풀고 등등, 뭐 이유는 그냥 만들면 된다. 하지만, 이건 정말 무책임한 태도다. 투자하겠다고 악수했으면, 무조건 투자 집행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정말 힘들면, 코로나바이러스 말고 다른 합당 하고 이해 갈만한 이유를 제공해줘야한다. 모든 걸 코로나 탓 하는 태도는 정말 아닌 거 같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코로나를 탓하는 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럴수록,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봐야한다. 컨트롤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다. 그냥 한번 크게 웃자.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