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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와 경쟁하기

이 블로그를 통해서도 여러 번 강조했고, 미팅 할 때도 나는 아주 공공연하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경쟁사에 관한 내용이다. 너무 많은 대표가 경쟁사가 하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솔직히 어떤 대표는 본인 사업에 대해서 신경 쓰는 시간보다, 경쟁사의 동향에 대해서 신경 쓰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로 히스테리컬하게 경쟁사를 의식하고 있는데, 이런 건 회사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역사를 보면, 많은 회사가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지만, 이 회사들이 망한 원인을 자세히 파악해보면, 경쟁사의 출현 때문에 사라진 회사는 거의 없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이 회사들이 망한 이유는 오히려, 경쟁사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정말로 회사에 중요한 고객한테 쏟아야 할 관심과 힘이 빠지면서, 좀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경쟁사가 고객이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4시간 시장을 향해 눈과 귀를 열어놓아도 놓치는 게 많은데, 24시간 경쟁사만 보고, 경쟁사 소식만 듣다 보면 우리는 경쟁사를 위해서 존재하는 회사가 된다는 걸 많은 창업가가 잊고 있는 거 같다. 경쟁사가 가격을 내리면, 우리도 똑같이 가격을 내리고, 경쟁사가 유명 연예인을 이용해서 홍보하면, 우리는 그 연예인의 경쟁 연예인을 이용해서 광고를 만들고, 이런 일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결국 우리 비즈니스는 경쟁사의 비즈니스를 따라가면서, 우리가 처음에 사업을 시작했던 비전과 원칙, 그리고 우리만의 엣지와 방향 자체가 다 무너져버리는 걸 나도 여러 번 본 경험이 있다.

이젠 좀 식상한 이야기가 됐지만, 경쟁에 관해 이야기 할 때, 넷플릭스와 블록버스터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을 거 같다. 업계의 정설은,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해주던 왕국 블록버스터가 망한 이유는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경쟁사 때문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도 미국에서 유학할 때, 영화를 보고 싶을 때마다 자전거 타고 근처 블록버스터를 방문하는 게 참 귀찮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디오테이프를 한 번에 다 빌려서 기숙사에 쌓아놓고 장기간에 걸쳐 볼 순 없었다. 살인적인 연체료 때문이었다. $2.99를 내고 대여한 테이프를 5일 연체하면, 연체료가 $15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아예 돌려주지 않고 그냥 이사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참 이해할 수 없었던 게, 누가 봐도 너무 가혹한 연체료 때문에, 이렇게 블록버스터를 자주 이용하고 즐기던 고객들이 힘들어하는데, 수년 동안 이 정책을 굳이 고수할 필요가 있었을 까이다. 그렇다고 회사가 돈을 못 버는 것도 아니고, 고객을 만족시키면서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시장과 고객의 목소리를 개무시하면서 이윤을 취하는 게 필요했을까 싶다. 고객의 불만이 쌓이는 동안, 넷플릭스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넷플릭스 대부분의 팀원이 이미 블록버스터의 고객이었고, 이들 또한 연체료에 대한 불만이 많았기 때문에, 고객의 생각과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한 넷플릭스 서비스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나는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라는 경쟁사 때문에 망한 게 아니라, 고객한테 집중하지 않았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망했다고 생각한다.

좀 민감한 이슈이긴 하지만, 시장에서 말이 많은 타다와 택시의 대립 또한 나는 이 프레임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택시 산업은 타다를 무조건 경쟁으로만 보고 있고, 이 경쟁사에만 – 실은 경쟁이라고 보기엔 타다의 시장점유율이나 규모는 택시 산업에 비해 너무 미미하다 –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 하지만, 택시 산업은 타다라는 경쟁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정말로 중요한 승객/고객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거 같다. 왜 시장은 타다를 원하고, 타다를 타는지, 한번 잘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거 같다. 택시에 대한 시장의 불만은 이미 수년 동안 존재했지만, 그 누구도 지금까지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았는데, 타다는 이걸 엄청나게 잘 했기 때문에 시장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택시조합에 밀려서 타다가 없어진다고 해도, 고객한테 집중하지 않고 경쟁사만 방해하는데 신경을 쓰는 택시 산업의 장래는 밝을 수가 없다.

경쟁사가 우리보다 더 잘하는 이유를 객관적으로 보면, 고객에게 더 집중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더 자세히 듣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사와 경쟁하려면, 경쟁사만 따라 하지 말고,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다시 한번 정의해보고, 경쟁사가 아닌 고객한테 다시 집중해야 한다.

하던 거나 잘하기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 정부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부인할 수 없는 fact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도 모태펀드의 돈을 받았고, 내가 아는 대부분의 한국 VC는 금액은 차이 나지만, 정부의 출자를 받아서 이 돈을 민간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 정부에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고, 우리 같은 민간 조직보단 느리고, 제약 사항이 있어서 명확한 한계가 있지만, 이렇게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서 노력하는 대통령과 그 밑에 있는 분들한테는 비난보단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래도 항상 아쉬운 부분은 있는데, 내가 그동안 정부 관계자분들과 이야기하고, 같이 일하면서 항상 조언하고, 가끔은 화도 냈던 몇 가지 주제가 있었는데, 최근 수개월 동안 정부의 여러 부처에서 발표하고 시행한 많은 정책과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직은 갈 길도 멀고, 해야 할 일도 많다는 걸 느끼면서 몇 자 적어본다.

일하면서 누구한테나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역할과 분수를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스타트업 생태계와 함께 일 하면서, 항상 지켜야 하는 제1의 원칙이 있는데, 그건 바로 정부는 leader가 아니라 feeder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는 말 그대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앞장서서 이끄는 사람/기관인데, 이 역할은 항상 현재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가 또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맡아야 한다. 피더는 리더들이 생태계를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옆에서 여러 가지 도움과 지원을 제공(=feed)해주는 사람이다. 주로 정부, 대학, 기관, 대기업 등이 이 피더 역할을 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벤처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한데, 한국에서 앞으로 몇 개의 유니콘을 만들겠다는 발표를 할 때마다 나는 정부가 피더가 아니라 리더를 자칭하면서, 분수를 잊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정부는 리더가 절대로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리더들의 가장 큰 특징이자 필수조건은 ‘입으로 하는 리딩’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리딩’인데, 정부는 태생적으로 행동이나 실행과는 거리가 조금 멀 수밖에 없다.

몇 년 전보단 훨씬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정부에서 발표하는 창업 지원정책은 이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보면 스타트업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걸 느낀다. 담당자들이 스타트업에 대해서 너무 몰라서 발생하는 현상인데, 미안하지만, 이 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혀 발전이 없는 부분이다. 스타트업 경험을 못 한 정부 담당자들은 – 그리고 대부분 스타트업 경험이 없다 – 사업을 시작하고, 미친 듯이 정신적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참는다는 게 뭔지 잘 모른다. 책으로만 습득하고, 본질을 파악하지 못 하는 주변 지인을 통해서 들은 얕은 지식을 정책에 적용하려고 하니까 이런 일이 항상 발생한다. 이건 어떻게 개선의 여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 부분이긴 하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이게 우리한테 가장 필요한 거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장기적인 꾸준함과 인내를 갖고 정책과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킬 수 있는 배짱과 끈기를 가진 공무원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국가의 정책이란 것 자체가 긴 호흡을 갖지 못한다. 특히 한국은 더 그렇다. 5년짜리 단임제 대통령, 그리고 1년이 멀다 하고 자리가 바뀌는 정부 관료들의 숨은 절대로 긴 호흡을 가지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보면,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한 3개월 동안은 새로운 정부에 적응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아무런 활동이 없다. 그다음 6~8개월 동안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담당자들이 바뀌고, 계획을 세우고, 정책을 만들고, 발표한다. 일단 이러면서 1년이 지나간다. 남은 4년 중 3년 동안 새로운 정책들이 부분적으로 실행되고, 마지막 1년은 또 그다음 정권 준비한다고 날아간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정부 관료들은 3년 동안 무조건 실적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서 큰 착각이 발생하는 거 같다. 이 실적이라는 게 범국가적인 실적이 되어야 하는데, 정부 관료들은 “내 실적”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이러다 보니, 담당자가 바뀌면, 이전의 정책과 프로그램이 아무리 잘 돌아가고 있어도, 백지화시키고 나만의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고 도입한다.

스타트업은 장기 마라톤이다.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길게는 2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벤처를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설계하려면, 이런 스타트업의 주기를 잘 이해하고 이 주기에 맞게 생각해야 한다. 실은, 정부에서 만든 정책 중 꽤 잘 만들었고, 잘 돌아가고 있는 것도 있다. 새 정권이 들어서고, 새 담당자가 오더라도, 자꾸 새로운 걸 하지 말고 그냥 원래 하던 거만 잘해도, 지금보단 훨씬 더 좋은 그림이 만들어질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마켓플레이스의 조건

얼마 전에 IPO 했던 Lyft에 이어, 올해 가장 기대되고, 가장 큰 IPO로 예상되는 우버가 이르면 다음 달에 IPO를 한다고 발표했다. 과거에는 이런 tech 회사가 IPO를 하면, 다른 분야 분들은 별로 관심 없었고,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큰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이번에 리프트가 IPO 하면서 리프트가 뭔지도 모르고, 이 서비스가 운영되지 않는 나라에 있는, 한 번도 리프트를 이용해보지 않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이번 IPO에 관심 갖는 걸 보고,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이젠 tech가 대세라는 걸 다시 한번 새삼 느꼈다. 이렇게 되면, 거의 100조 원 가치에 예상되는 우버 IPO는 2014년 9월 알리바바의 IPO 이후,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모두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아직 S-1은 읽어보진 못 했지만, 우버 IPO 관련 여러 가지 좋은 자료들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어서, 간단하고 짧은 내용 위주로 요새 시간 날 때마다 읽어보고 있다. 실은 이렇게 사람들이 우버에 관심 갖는 또 다른 이유는, 모빌리티 분야 최강의 스타트업이기도 하지만, 이 회사의 비즈니스는 전형적인 양면 거래 마켓플레이스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생긴 이후,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한 비즈니스 모델이 양면 마켓플레이스이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많은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마켓플레이스이기 때문에 많은 창업가와 창업가가 아닌 일반인이 우버 IPO에 관심을 갖는 거 같다. 뭔가를 파는 사람들과 이걸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양면 마켓플레이스가 존재할 수 있다. 이 사고파는 프로세스를 중간에서 조금 더 쉽고 마찰 없이 중개해주는 제품을 만들면,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고, 기술을 이용해서 이런 거래를 더욱 더 많이, 더욱 더 자주 발생시킬 수 있다면, 성공적인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다. 우버가 전형적으로 이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이다.

우버가 IPO를 하면 돈을 가장 많이 버는 투자자 중 하나가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Benchmark Capital인데, 이 회사의 대표적인 파트너 Bill Gurley는 우버를 비롯한 많은 마켓플레이스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이분이 오랫동안 양면 마켓플레이스에 투자하면서 배운 점을 본인의 블로그에 가끔 올리는데, 좀 오래됐지만, 아직도 바이블 같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살짝 소개해본다. 우버가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성공적이었던 이유, 그리고 양면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 투자 기준이 되는 좋은 마켓플레이스의 10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이 분야의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이라면, 참고하면 아주 좋은 내용이다:

1/ 단순히 거래를 중개하는 게 아니라,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높은 quality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가?
2/ 양쪽 고객에게 돈을 더 잘 벌고, 돈을 더 아낄 수 있는, 경제적인 우위를 제공하는가?
3/ 기술을 활용하면 이 마켓플레이스가 더 좋아질 수 있는가?
4/ 현재 산업/시장이 파편화되어 있는가? (=시장은 큰데, 뚜렷한 마켓리더는 없고, 작은 플레이어들만 존재하는가)
5/ 공급자(운전자)가 이 플랫폼에 온보딩하는 절차가 현재 복잡하고 불편한가?
6/ 시장이 충분히 큰가?
7/ 마켓플레이스 사업을 하면 시장 자체를 더 확장할 수 있는가?
8/ 얼마나 자주 고객이 이 플랫폼에서 거래할 것인가?
9/ 돈은 어떤 방식으로 지급받는가?
10/ 양면 마켓플레이스에 더 많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추가하면, 이 네트워크가 더 커질 수 있는가?(즉, 네트워크 효과가 만들어질 수 있는가)

실은, 우버 또한 위 10개의 조건을 모두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진 못 했다. 특히, 우버 플랫폼이 더 커질수록 1번, 2번 조건과는 오히려 더 멀어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마도,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창업가라면, 이미 이 항목 중 다는 아니더라도, 여러 개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리스트업을 해놓고, 각 조건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자본이 전략이 될 때

미국에서 온 친한 VC랑 최근에 투자를 받아서 당장 돈이 필요 없는 벤처가 또 급하게 펀드레이징을 굳이 할 필요가 있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투자를 받은 지 얼마 안 돼서 통장에 현금이 꽤 넉넉하게 있고, 비즈니스도 나쁘지 않게 되고 있는 우리 투자사가 있는데, 나는 이 회사가 당장은 돈 걱정이 없으니까 제품 개발과 고객 발굴에 더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돈 떨어지기 한 6개월 전부터 다시 시장에 나가서 투자유치를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온 내 친구는 투자는 필요할 때 받지 말고, 돈을 주겠다는 사람들이 있을 때 받는 게 가장 좋고, 이 회사는 현재 성장도 좋고 지표도 좋으니까, 지금 당장 투자를 받아도 창업가들이 원하는 조건에 투자를 받을 수 있으니, 지금 투자를 받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을 계속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본을 단순히 돈으로 보지 말고, “자본을 돈이 아닌, 전략으로 사용하자”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을 조금 더 풀어 설명하자면, 얼마 전에 쿠팡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받은 2조 원을 사례로 사용하면 좋을 거 같다. 실은 나도 인사이더는 아니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쿠팡이 원래 필요했던 금액은 이 정도는 아니였다고 한다. 2조 원 까지 유치할 계획이 아니었지만, 소프트뱅크에서 그냥 더 많이 받으라고 주장했던 배경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시장에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전달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돈 엄청 많아. 너네 덤비려면 덤벼봐.” 즉, 자본을 전략으로 사용하는 건데, 다른 경쟁사들이 쉽게 카피할 수 없는 그런 전략 – 혹자는 돈지랄이라고 하는 – 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 소식이 시장에 전달되자마자, 쿠팡의 경쟁사들은 걱정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본인들은 열심히 일해서 스스로 벌어서 그 돈으로 회사 운영하고, 마케팅해야 하는데, 쿠팡은 그냥 쓸 수 있는 돈이 마치 2조 원이나 있으니, 게임 끝났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내가 듣기로는 어떤 회사들은 그냥 백기를 들거나, 핵심 인력이 다른 회사로 갔다고 한다.

그렇다고 쿠팡이 돈이 엄청 많아서 이 투자금이 전혀 필요 없었던 건 아니다. 성장에 집중하면서 계속 손실이 나고 있었기 때문에 큰 투자금이 필요한 건 맞았지만, 필요 이상으로 투자를 받은 배경 뒤에는 자본을 전략으로 사용하는 논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더 큰 펀드를 운용하고, 나보다 더 큰 시장에서 더 복잡하고 정교한 투자를 하는 VC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펀드레이징에 대해서 내가 갖고 있었던 생각에도 조금 변화가 생겼다. 돈이 필요하면 투자받지만, 굳이 돈이 필요 없으면 비즈니스에만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아직도 기본적으로는 이렇게 사업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경쟁사들이 나랑 경쟁하는 생각조차 못 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시장에 우리가 이 분야에서 제일 잘 나가는 회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돈 자체를 위한 펀드레이징이 아닌, 전략으로서 펀드레이징을 활용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방법인 거 같다. 물론, 밸류에이션과 같은 조건이 맞다면.

클럽딜에 대한 내 생각

얼마 전에 회사를 하나 검토하고 있었는데, 꽤 괜찮은 회사여서 우리 외에 다른 VC도 검토하면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나는 어떻게 하면 이 딜을 스트롱이 다 가져가거나, 아니면 같이 투자해도 우리가 더 많은 지분을 가져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떤 젊은 친구가 나한테, “대표님 뭘 그렇게 고민하세요. 그냥 5개 VC가 같이 사이좋게 동일한 금액 나눠 가져서 ‘클럽딜’을 하면 되잖아요.”라는 제안을 했다. 무슨 말이냐면, 다 같이 사이좋게 투자하면 좋지 않냐, 그리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초기 투자인데 다 같이 동일하게 투자해서 리스크를 분산하자, 뭐 그런 의미인 거 같다. 그리고 VC 업계에서도 나이가 같은 VC 친구들이 친하게 지내는 모임이 많은데, 이 모임에서 주로 딜 이야기를 많이 하고, 그냥 하우스끼리 친하게 클럽딜을 자주 같이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이런 일방적인 n빵 클럽딜은 VC나 투자사 모두에게 매우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는 스타트업한테는 독이 되고, VC에게는 스스로 제 살 깎아 먹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VC는 기본적으로 업사이드를 극대화하는 비즈니스이다. 아무리 능력 있는 VC라도 손대는 회사마다 다 잘 될 수가 없다. 딜 갯수로 따지면, 잘 안되는 투자사가 잘 되는 투자사보다 훨씬 많지만, 나름의 철학을 갖고 좋은 투자를 하다 보면, 소수의 잘 되는 투자사가 다수의 잘 안되는 투자사의 손실을 다 충당할 수 있다. 아니, 엄청난 수익을 만들어서, 실패한 투자로 인한 손실이 까마득한 소수점이 될 수가 있는 흥미로운 비즈니스이다. 이런 특성을 갖다 보니, 정말 좋은 회사라면 내가 이 회사의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 싸워야 한다. 누군가 같이 사이좋게 클럽딜을 하자고 제안을 해도, 이걸 거절하고 나 혼자 투자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데, 20억짜리 라운드를 5개의 VC가 그냥 사이좋게 4억씩 나눠 갖는 건 이런 엄청난 수익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물론, 클럽딜의 배경은 나도 이해한다. 극초기 회사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고, 위험이 존재하니 이 리스크를 서로 분산시키자는 – 그것도 나랑 개인적으로 친한 투자자끼리 – 의미이지만, 그렇게 리스크가 커서 겁나면 그냥 투자하지 않는 게 더 정상적이다. 심지어 혼자서 다 투자할 수 있음에도, 굳이 클럽딜로 가는 투자자의 성향을 보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투자전략을 추구한다. 이게 만약에 상장사 주식을 트레이딩 하는 투자자라면,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맞지만, 벤처투자자한테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은 의미가 없다. 벤처투자는 수익을 극대화해서 최대한 홈런을 치는 비즈니스이다. 뒤에서는 투자사들이 계속 망하고, 손실이 발생하지만, 앞에서는 손실이 발생하는 경사보다 훨씬 더 가파른 기울기로 수익이 만들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 클럽딜을 너무 좋아하면, 본인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이 투자자를 믿고 돈을 출자한 LP들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실은, 클럽딜과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에는 다른 배경도 있긴 하다. 본인이 발굴해서 투자한 딜이 대박이 나도, 파트너가 아닌 주니어 VC는 성공보수를 받지 못하는 구조로 돌아가는 하우스가 있는데, 이런 곳에서 일하면 굳이 내가 아닌 남(=회사 파트너들) 좋은 일만 위해서 수익을 극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다. 그리고 본인이 밀어서 투자를 했는데, 회사가 잘 안 되면, 이에 대한 책임은 엄청 타이트하게 추궁하는 하우스가 있는데, 이런 곳에서 일하면 당연히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기반으로 투자를 한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VC라면, 제대로 벤처투자를 하기가 너무 힘들 거 같다.

클럽딜은 투자사한테도 최악이다. 누군가 딜을 리드하면서 조건을 정하고, 책임을 지고 라운드를 진행해야 하는데, 여러 투자사가 같은 금액으로 들어오면, 투자자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고, 회사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대표이사는 이걸 어떤 투자자와 상의를 하고 도움을 구해야 할지 매우 당황스럽다. 또한, 이러면 기존 투자자들이 후속 투자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안 만들어져서, 새로운 펀딩라운드가 시작되면, 대표이사는 다시 맨땅부터 투자자를 모집하는 고생을 해야 한다.

투자는 친목사교활동이 아니다. 남의 돈을 갖고 – 그것도 수십억, 수백억 원 – 이 돈으로 큰 기업이 탄생하는 걸 도와주고, 나를 믿고 돈을 준 고마운 분들에게 돈을 많이 벌어다 줘야 하는 비즈니스이다. 사이좋게 나누어 갖는 일방적인 클럽딜은 이 분야에서는 성공할 수 있는 방정식과 거리가 매우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