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마음이 편한 투자

내가 이 일을 하면서 항상 받는 질문이 몇 가지가 있다. 아마도 다른 VC도 다르지 않을 텐데, 이 중에서도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회사에 투자할 때 어떤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일 듯 싶다. 실은 너무나 흔하고 광범위한 질문이라서, 그 답변도 너무나 흔하고 광범위한데, 내 대답 또한 너무 흔하고 뻔한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다. 실은 이 답은 거의 교과서적인 답이다. 그래서 내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 듣는 사람은 분명히 또 뻔한 교과서 같은 말만 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어떤 분들은 “다른 투자자도 다 똑같이 사람이 중요하고, 투자할 때 사람보고 한다고 하는데요, 그러면 왜 어떤 투자자는 성공적인 투자를 하고, 어떤 투자자는 잘 못하나요?”라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거 가다. 하나는 그만큼 스타트업은 힘들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 내 경험에 의하면- 모두다 사람한테 투자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투자를 집행할 때는 ‘사람’은 조금 뒷전으로 가고, 숫자에 우선순위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초기 투자자한테 매출, MAU, 성장, 시장과 같은 지표가 안 중요한 건 아니다. 당연히 우리도 이 모든 걸 본다. 하지만, 우리가 투자하는 단계에서는 숫자 보단 역시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내 경험에 의하면 이렇게 투자했을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온다. 우리가 지금까지 8년 동안 투자한 130개가 넘는 회사에 대한 데이터를 아직 제대로 정리해보진 못 했지만, 이 중 가장 잘됐던 회사는 투자 당시 좋은 제품, 시장, 성장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던 곳 들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나도 투자 경험이 별로 없던지라, 그냥 “느낌이 좋은 곳”에 투자를 했었는데, 이 느낌을 좋게 만든 가장 큰 요소는 바로 대표이사와 팀이었다. 남의 돈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이런 말 하면 좀 비과학적이고 우습지만, 첫 인상이 좋아서 느낌이 좋았고, 더 오래 만날수록 이 느낌이 강해졌기 때문에 투자한 사례가 우리는 상당히 많다.

투자자들은 리스크와 불확실성에 대해서 자주 언급한다. 투자의 핵심은 이 두 가지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주식투자에 비해서 벤처투자는 이렇게 하는 게 조금 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불확실성을 줄여서 리스크를 최소화 한 후에 투자를 하는 게 이 분야에도 적용이 된다. 나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미래가 예측 가능하면, 이 두 가지 요소를 그나마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보는데, 뭔가를 예측할 수 있으려면 변동성이 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변동성이 없는 건 없다. 모든 게 변한다. 스타트업의 제품도 회사의 상황에 따라서 변한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도, 투자 당시에 만들던 제품이 아닌 완전히 다른 제품을 만들고 운영하는 팀들도 많다. 시장도 항상 바뀌게 마련이다. 이건 우리가 절대로 컨트롤 할 수가 없다. 즉, 스타트업은 계속 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혼돈 속에서도 그나마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사람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사람은 웬만하면 잘 안 바뀌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리스크가 낮고, 불확실성이 가장 적은 투자이며, 그만큼 성공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람한테 투자하면 또 하나 좋은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이 회사가 잘 안 됐을 때 이다. 회사가 망하더라도, 우리가 정말 좋아하고 믿는 창업가한테 투자를 했기 때문에, 솔직히 이 경우에는 밤잠을 많이 설치진 않는다. “우리가 정말 믿는 분한테 투자를 했는데, 운이 좋지 않아서 이번에는 잘 안 됐다.”라는 상대적으로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아 물론, 그렇다고 말 그대로 우리 투자사가 망했는데 마음이 편하다는건 아니다). 만약에 전적으로 시장, 제품, 그리고 숫자를 보고 투자했다면, 이런 마음을 갖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에 대해서는 제각각 의견이 다른 것도 잘 안다. 우리 첫 번째 펀드 만들때 강북에서 주유소를 여러 개 소유하고 있는 현금부자 어르신을 만난 적이 있는데, 우리는 사람한테 투자한다고 하니까, 버럭 화를 내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믿으면 안 되는 게 사람인데 젊은 친구가 뭘 몰라도 단단히 모른다는 꾸중을 들은 적도 있다. 이 분은 어떤 사람을 지금까지 만났고,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은 사람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는것도 잘 안다. 물론, 이 분은 우리 펀드에 출자하지 않으셨고, 만약 이 분 돈을 받았더라도 상당히 골치 아팠을 거 같다.

그래도 나는 확신한다. 모든 건 바뀌지만, 사람은 안 바뀐다. 즉, 우린 가장 확실한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I don’t know

해마다 정확한 통계를 내봐야겠다고 하면서 잘 못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내가 일 년에 만나는 창업가/회사와의 미팅 횟수에 대한 통계이다. 미팅할 때마다 카운트를 하는 게 가장 정확한 방법인데, 어느 순간 이걸 깜박한다. 작년도 정확한 카운트를 하진 않았는데,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략 세어보면, 나는 한 400~500개 회사와 미팅을 한 것 같다. 즉, 매우 많은 사람을 만났고,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러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내가 창업가들한테 가장 듣고 싶었지만, 가장 듣지 못 했던 말 중 하나가 바로 “잘 모르겠네요(I don’t know)” 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기를 싫어한다. 남한테 항상 본인은 강하고, 일 잘하고, 모든 걸 다 안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은 습성이 있다. 나도 다르지 않기 때문에, 잘 안다. 특히, 창업가들은 자존감도 세고, 자존심도 세고, 일반 사람들보단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자신의 약점이나 무지함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걸 정말 싫어한다. 그리고, 나 같은 투자자한테는 돈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창업가의 나약함이 드러나고, 이러면 투자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나약한 창업가는 투자자들이 싫어한다. 안 그래도 힘든 스타트업 인생인데, 나약한 창업가는 절대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만들 수 없다. 그런데 실은 “잘 모르겠네요”는 나약함의 상징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용기 있고, 자신 있고, 강한 사람이 오히려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신이 모르는 거에 대해서는 “I don’t know”라는 말을 할 수 있다. 나는 창업가들과 미팅할 때 내가 물어보는 모든 질문에 대한 정답을 가진 분들을 오히려 경계한다. 이런 창업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아마도 무지를 인정하면 불이익을 당할 거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이런 성향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더욱더 두드러진다고 한다. 실은 나도 과거에는 모르는걸 아는 척 한 적이 상당히 많고, 요새도 가끔 그러기도 하지만, 남이 아무리 “저 인간은 투자한다면서 그런 것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더라도, 모르면 무조건 모른다고 인정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실은, 모르는 걸 안다고 거짓말하면 그때는 남도 속이고, 자기 자신도 일시적으로 속으면서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말 좋지 않은 결과가 만들어 진다. 모르는 걸 아는 척 하면, 내가 더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스스로 제한하고, 언젠가는 상대방이 내가 거짓말 한 걸 알게 되기 때문에 신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 개 마일로가 많이 아파서 얼마 전에 큰 수술을 했다. 강남에서 가장 크고, 비싸고, 잘 한다고 소문난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했는데, 수술 후 수의사로부터 수술경과와 마일로 몸 상태에 대해서 자세히 들을 수 있게 상담을 했다. 그런데 뭔가 잘 모르고, 내가 물어보는 대답에 대한 만족할 만한 답변을 계속 주지 못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에 우리는 동물병원을 바꿨는데, 어떤 조사에 의하면 의사들이야 말로 자기 자신과 환자들에게 무지를 고백하는 것에 대해서 가장 불편함을 느낀다고 한다. 의사들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자신의 능력과 권위, 그리고 전문성에 위협이 된다고 느낀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만약에 이 수의사가 나한테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고 했다면, 나는 오히려 계속 같은 동물병원에 다니지 않았을까 싶다.

영어에서 말하기 가장 어려운 세 단어는 “I love you”가 아니다. 실은 그 세 단어는 “I don’t know”라고 한다. 그만큼 자신의 무지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건 힘들고, 어떤 사람들한테는 고층 건물에서 뛰어 내릴 때 보다 더 큰 공포심을 갖게 하는 거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배우려면, 가장 중요한 건, 배워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하는데, 그 인정의 시작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다.

프라이머 16기 데모데이

원래 오늘은 내가 벤처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악셀러레이터 프라이머 16기 데모데이였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행사가 취소됐다. 아주 아쉽지만, 안전이 최고라서 이런 힘든 결정을 하게 됐다. 과거에도 데모데이에 대해서 블로깅 한 적이 몇 번 있고, 모든 데모데이는 항상 새롭고, 항상 힘들고, 항상 설레지만, 이번 데모데이는 개인적으로 더욱더 기대가 되었던 게, 올 해 프라이머가 10살이 됐기 때문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한국 악셀러레이터 역사를 잘 생각해보면, 상당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에서 본격적인 창업과 투자가 시작된 지 8년 정도 밖에 안 됐다고 생각한다. 2012년도에 우리 투자사 비석세스 정현욱 대표님이랑 beLaunch라는 행사를 처음 시작했는데, 이 무렵부터 한국에 제대로 된 체계적인 벤처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그 전에도 좋은 창업가와 투자자들이 있었지만, 뭔가 체계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제대로 만들려고 한 노력은 8년 전부터 시작됐던 거 같다.

이보다 전에, 아마도 악셀러레이터라는 개념조차 생소했을 때, 권도균 대표님은 프라이머라는 악셀러레이터를 만들었고, YC와 같은 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긴 했지만, 나름 독자적인 한국형 버전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fine-tuning을 많이 하셨고, 나도 일부인 프라이머 파트너십은 아직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아무도 하지 않았던 악셀러레이터를 당시 척박한 환경에서 시작했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또 대단한 점은, 10년째 본인이 계속 프라이머를 굉장히 active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VC가 펀드를 시작하긴 하지만, 10년 동안 같은 파트너가 같은 이름을 걸고, 계속 active하게 펀드를 운영하는 사례가 한국에는 별로 없는데, 이런 지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프라이머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10년을 프라이머라는 이름으로 계속 좋은 회사를 발굴하고, 투자하고, 이 회사들이 잘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면에서 도와주고 ‘가속화(accelerate)’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프라이머가 정도를 걸으면서 잘 운영됐기 때문이다. 실은 스트롱도 이제 8년 밖에 안 됐는데, 나도 프라이머랑 권도균 대표님한테 배울 점이 너무 많다는걸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16기에도 좋은 회사들이 너무 많다. 이 회사들을 선발하는 과정은 상당히 힘들었고, 선발한 후에도 나는 몇몇 회사에 대해서는 과연 우리가 정말 좋은 회사를 잘 선발했을까, 그리고 선발 과정에서 더 좋은 창업가를 놓치진 않았을까, 등의 걱정도 했지만, 16기 창업가들과 3개월 이상을 같이 일해보니, 쓸데없는 고민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이 한국에서 가장 똑똑하고,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팀인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열심히 하고, 가장 인품이 훌륭하고, 가장 빨리 배우고, 가장 성공하기를 열망하는 창업가임은 확실하다. 그리고 나한테는 이게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데모데이가 취소된 게 더욱더 아쉽긴 하다.

참고로, 프라이머는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우리 프라이머가 의미하는 건 DNA 합성과 복제가 되는 기초 유전자를 뜻한다. 즉, 10년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업가 정신의 합성과 복제가 되는 기반을 초기 창업팀과 공유한다는 의미이다.

Happy 10th Birthday Primer!

셀미트

지난 주에 미국의 Memphis Meats가 1,900억 원 정도의 투자를 받았다는 기사가 발표됐다. 빌게이츠와 리처드 브랜슨과 같은 유명한 개인들도 투자한 이 회사는 2015년도에 창업된 회사인데, 배양육을 개발하고 만드는 최첨단 기술의 스타트업이다.

지구에는 약 80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고, 이들이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서 1년에 소비하는 가공 육류는 – 소, 돼지, 닭만 – 3억 톤 이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해마다 700억 마리의 가축이 도살되고 있다. 앞으로 늘어나는 육류 소비량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더욱더 많은 가축을 사육해야 하고, 죽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가축사육 시스템으로는 늘어나는 육류 소비량을 막대한 경제적, 환경적, 윤리적 파괴가 없이는 만족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새로 개발해야 한다.

여기서 대체육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우리한테 익숙한 대체육은 요새 고공비행하고 있는 Beyond Meat나 Impossible Foods가 만드는 식물성 단백질 기반의 ‘가짜’ 고기다. 나는 둘 다 먹어봤고, 비욘드 미트의 초기 제품부터 먹어봤는데, 그렇게 맛이 없던 가짜고기를 현재 수준까지 끌어 올린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 쪽으로는, 과연 과학의 힘으로만 진짜 고기의 맛과 질감을 식물성 단백질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항상 갖고 있다.

환경, 경제, 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도 동물성 단백질의 맛과 질감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게 바로 Memphis Meats와 같은 회사가 풀려고 하는 숙제이다. 바로 배양육(cultured meat)이라는 분야인데, 가축을 죽이지 않고 실험실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만드는 분야이다. 즉, 실험실에서 진짜 고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나는 식물성 단백질 보단, 오히려 배양육 기술을 통해서 실험실에서 완벽한 동물성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면, 이게 진짜 고기의 맛과 질감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최첨단 기술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 오래전부터 연구되었고, 관련 스타트업도 몇 년 전부터 해외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국은 대체 단백질 경주에 늦게 뛰어들었다. 시장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기술력, 자본력, 인력 면에서 아직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따라잡아야할게 많을 것이다. 우린 작년에 전라도 광주에 있는 배양육 스타트업 셀미트에 투자했다. 한국에도 이 정도 배양육 기술력을 가진 팀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우리에게 이런 좋은 팀에 가장 먼저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게 매우 감사했다.

실은, 이런 기술이 상용화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긴 하다. 크게 보면 두 개의 큰 산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실험실에서 고기를 만드는 건 지금도 가능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많은 사람이 구매해서 먹게 하려면 대량생산체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큰 자본과 생산 노하우가 필요한 어려운 일이다. 또한, 이론적으로 보면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가 도축한 고기보다 안전하고 맛있지만, 이걸 대중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의 승인이 필요한데, 분명히 축산업계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정부에서는 규제하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양육이 대중화가 된다면, 이건 정말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크게 바꿀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나는 셀미트와 배양육 시장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집 밖은 위험해

bkk얼마 전에 이런 기사를 읽었다. 주로 밀레니얼이라고 하면, 구세대보단 훨씬 더 활동적이고, 뭔가 외부 활동을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기사에 의하면 오히려 밀레니얼들이 가장 ‘방콕’을 선호한다고 한다. 여기에 의하면 18세~24세 미국 젊은이들이 평균 미국인 대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70% 더 많다고 한다. 그리고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하던 많은 활동이 온라인으로 옮겨서 갔고, 넷플릭스, 배달 등과 같이 집을 떠나지 않고, 더 저렴하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트렌드가 부상했고, 또는 외출해봤자 인생 별로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 등이 있다.

나도 이런 트렌드를 요새는 직접 체감하고 있는데, 강남 일대의 늘어나고 있는 빈 빌딩과 “임대” 사인을 보고 특히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와이프랑 이런 현상에 대해서 종종 대화를 나누곤 한다. 일단 압구정동과 청담동 쪽으로 다니다 보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하는 대로변에 있는 건물 중 1층이 빈 곳이 상당히 많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걸 보면 요새 경기가 너무 안 좋다고 하는데, 나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한다. 경기가 정말로 좋은지, 안 좋은지는 내가 경제학자가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젠 사람들이 과거와 같이 오프라인 매장이나 식당에 물리적으로 잘 안 오기 때문에, 오프라인에 들어올 만한 가게나 매장이 없는 게 조금 더 정확하다고 본다.

대로변 1층 매장에 옷가게가 들어와도 금방 망해서 빠지고, 식당이 들어와도 금방 망해서 또 빠지는데, 이 현상을 보고 경기가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외식을 안 하고, 옷을 안 산다고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요샌 더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먹고, 더 많은 사람이 쇼핑을 하고, 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본다. 내가 보기엔, 그 이유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 특히, 밀레니얼들 – 집에서 배달 시켜 먹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옷을 구매하고, 집에서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기 때문이다. 이 글 처음에서 언급한 대로 과거에는 집 밖으로 나가서 물리적으로 어딘가를 가야 했지만, 이젠 집 안에서 손가락 몇 번 클릭해서 많은걸 할 수 있다.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면서, 먹고 싶은걸 집에서 시켜 먹을 수 있고, 해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까지 집에서 주문할 수 있고, 극장에 가지 않고도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더 저렴하게 집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대세는 배달과 쇼핑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실은 은행/뱅킹 또한 이런 트렌드를 타고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다. 나도 요새 웬만하면 은행에 직접 안 가는데, 꼭 가야 할 때만 간다. 꼭 가야 할 때만 가면, 은행에 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직접 은행 안가도 모바일 또는 인터넷으로 필요한 대부분의 업무를 볼 수 있는데, 굳이 은행에 가서, 번호표 뽑고, 모르는 은행 직원과 말을 섞는 게 싫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 역시 엄청나게 많은 오프라인 은행지점들이 폐업하고 있다.

기존의 많은 오프라인 서비스가 점점 더 모바일화, 온디맨드화(=O2O화), 그리고 개인화되고 있고, 우리가 이런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이 분야에 투자를 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이런 분야에 꽤 많이 투자하게 됐다. 대표적인 회사가 온디맨드 세탁 서비스 세탁특공대와 최근에 투자한 온디맨드 피트니스 서비스 홈핏이다. 세탁특공대는 우리가 한 3년 전에 첫 투자를 했고, 당시에 내가 느꼈던 건, 이젠 가족의 규모와 의미가 바뀌면서 많은 집에서 세탁기를 구매하지 않고, 세탁기가 집에 있어도 바쁘고 귀찮아서 오히려 이런 쉽고 간단한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서 세탁을 외주하는 변화였다. 여기에다가 젊은 세대는 집 밖의 세탁소에 가서 세탁물을 맡기는걸 귀찮아 하고, 요샌 동네 세탁소 사장님이 집에 와서 세탁물을 수거하지만, 다른 사람과 대면하고 말을 섞는 것 조차 이들은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비대면 모바일 서비스는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홈핏은 온디맨드로 트레이너를 내가 있는 곳으로 – 주로 집 – 불러서, 헬스장에 안 가고 집에서 PT를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다. 나도 운동을 즐기고, 일주일에 3~4번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헬스장에서 점점 더 여성분이나 젊은 분들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나 같은 아저씨, 또는 나이 많은 시니어 분들이 주로 헬스장에 보이는데,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런 사람들과 같은 장소에서 익숙하지 않은 기구로 운동하는 거 자체를 밀레니얼들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몸매에 관심이 없거나, 운동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러면, 이들은 분명히 집으로 헬스장을 옮기고싶어할텐데, 이에 대한 해답을 홈핏이 어느 정도 제공해준다고 생각했다.

이런 트렌드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돈 보다 시간, 그리고 편리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들의 사고방식이다. 이렇게 집에서 뭔가를 하고, 누군가를 부르는 건, 내가 직접 가는 것 보다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내가 더 편하고, 시간을 조금 아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는 게 요새 젊은 친구들의 생활방식인 거 같다. 앞으로 많은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이런 트렌드를 타면서, 파괴되고 변화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