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veX –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를 탓해라

바로 전에 포스팅한 글이 대한민국 전자정부에 대한 내용이었다. 한국 전자정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뺄 수 없는 게 바로 ActiveX이다. 액티브엑스가 짜증 나는 건 잘 알지만, 솔직히 나도 왜 한국 사이트들이 액티브엑스로 도배 되어 있는지는 잘 몰랐는데 이번 기회를 계기로 나름대로 한번 조사를 해봤다. 어떤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를 탓하는데 내가 좀 알아보니 이건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잘못된 선택이다.

1999년 2월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현 KISA) 안전한 전자상거래를 위해 SEED라는 자체 암호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의 자세한 내용은 나도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기본적으로 온라인 거래를 하는 모든 사용자는 전자인증서와 비밀번호를 통해서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람이 본인임을 증명해야 하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웹사이트들이 이런 전자인증서를 인증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ActiveX 플러그인을 사용해야 한다. Wikipedia에 의하면 ‘ActiveX’는 웹 사용자의 PC에 설치해 여러 종류의 파일과 데이터들을 웹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러그인 기술이다. 액티브엑스와 인증서 사용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동반되는데 그 중 으뜸은 바로 액티브엑스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스 플랫폼에서만 작동한다는 것이다. 즉, 한국 정부가 전자인증서를 통한 본인 인증을 법으로 의무화시키면서 한국의 모든 웹사이트와 인터넷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액티브엑스가 작동할 수 있는 유일한 브라우저는 IE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의 모든 네티즌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만 사용하게 되었고, 전자금융거래와 전자상거래 사이트만 액티브엑스를 사용하면 되지만 자연스럽게 한국의 웹 개발자들은 모든 웹사이트와 인터넷 프로그램을 IE에 최적화해서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해외 거주자들이나 한국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해외 고객들은 불평하기 시작했고, 시대를 거슬러가는 무식한 정책이라는 걸 한국 정부도 깨닫고 이 사태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을 마련했다. 2010년도에는 액티브엑스를 의무적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새로운 법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었는데 바로 액티브엑스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보안을 제공하는 기술을 사용해야 하며, 그 기술을 사용하려면 정부에서 별도로 만든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런 귀찮은 과정을 거쳐 가면서 누가 사이트를 다시 개발하겠는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2년 7월의 통계에 따르면 전자결제 이용률이 높은 금융 분야 웹사이트의 93%가 액티브엑스를 사용하며, 서점 분야는 100%가 액티브엑스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 얼마나 멍청하고 책임감 없는 정부의 선택이었는가? 아무 생각도 없고 미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우물 안 개구리들이 13년 전에 선택한 정책이 – 분명히 그들은 이제 다른 나라에서 한국을 벤치 마크할 것이라고 박수치면서 좋아했겠지 – 한국이라는 한 나라의 모든 국민과 비즈니스들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한국 서비스들이 글로벌 서비스로 발전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잘 사용하다가 결제를 하려고 하면 액티브엑스의 무한루프에 빠지게 되는데 요새 이런 걸 참을 수 있는 외국인은 없기 때문이다.
보안 때문이라고? 오히려 액티브엑스는 코드 실행에 대한 제약이 없으므로 바이러스나 악성 스파이웨어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서 실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조차 ActiveX의 사용자제를 권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용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주로 사용하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전자금융사고와 사기가 더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액티브엑스를 완전히 없애버리겠다는 법안을 통과하겠다는 움직임들이 최근 들어 많이 보이지만, 역시 책상에서 연필만 깎는 분들이 생각하고 만드는 정책이기 때문에 난 별로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나는 이런 보안과 인증 정책에 정부가 개입해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거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하며, 굳이 정부에서 이런 걸 해야겠다면 뭘 좀 제대로 알고 했으면 좋겠다.

멍청한 전자정부

몇 달 전에 대한민국 정부민원포탈 ‘민원24‘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대한민국 전자정부” 시스템을 사용해 볼 기회가 있었다. 한국 정부의 IT 수준을 대략 아는 일인으로써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결국 일 처리는 못하고 한 시간 동안 그냥 열만 받다 브라우저를 닫았다.

한 시간 내내 민원 사이트에서 내가 한 거라고는 끝없는 액티브 엑스 설치와 같은 정보 입력이었다(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아주 길고 복잡한 양식을 채운 후 [확인]을 눌렀을 때 액티브 엑스가 안 깔려서 설치하면 다시 그 양식을 처음부터 채워 넣어야 한다). 한국 사이트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나였지만,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프로그램과 액티브 엑스를 깔아본 적이 있을까? 심지어 민원 사이트에는 ‘민원24 이용에 필요한 프로그램 목록‘을 제공하는데 여기에는 – 윈도우스 사용자라면 – 18개의 프로그램이 나열되어 있다.

사이트 하나 이용하는데 18개의 프로그램 설치라…. 짜증이 엄청났지만 이미 30분 이상을 여기에 낭비했고,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에 계속 깔고, 반복하고, 다시 깔고, 생쇼를 했다. 모든 관문을 다 통과했고, 기재한 양식을 출력할 시점에 알아낸 놀라운 사실 – 출력하기 위해서 무슨 보안 모듈을 설치해야 하고 아무 프린터에서나 출력을 못 한다는. 이 시점에서 나는 브라우저를 닫았다. 그리고 한 5분 동안 쌍욕을 했다. 또한,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중앙행정부의 시스템이랑 서울시의 시스템과는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온라인으로 처리하려던 케이스는 어차피 출력해서 직접 담당 부서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점에 나는 미국의 정부 사이트 (FDA)에 몇 가지 제품을 등록했다. UI로 따지면 미국 정부 사이트는 한국 정부 사이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박하고 저렴하다. 이미지는 없고 거의 텍스트 기반이다. 하지만, 지저분한 액티브 엑스는 전혀 깔지 않아도 되고 인증서 기반의 로그인도 필요 없다. 물론 인증서가 좋냐 안 좋으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나는 인증서 폐기에 동의하는 일인이다. FDA 사이트는 굉장히 메마르고 이미지 하나 없었지만,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했고 나는 15분 만에 제품을 등록할 수 있었다. UI는 한국 정부 사이트보다 많이 뒤질지 모르지만, UX는 쓸만했다.

전자정부를 설계하고 정책을 만든 사람들한테 묻고 싶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도대체 만들어 놓고 사용은 해봤는지. 한 번이라도 사용을 해봤다면 이게 얼마나 불편하게 만들어진 시스템인지 깨닫고 뭔가 개선책을 만들 법도 한데,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 거 같다. 아니면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건가?

Daniel Matthews – part 1

YouTube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다. 정확히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믿을만한 소스에 의하면 YouTube는 이미 흑자전환을 했고 성장률도 해마다 가속화되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의 10대 ~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이제 더이상 TV를 안 본다. 음악이 듣고 싶어? YouTube로 듣는다. 영화 트레일러가 보고 싶어? YouTube로 본다. TechCrunch 컨퍼런스의 특정 세션을 보고 싶어? YouTube에서 검색한다. 이제 미국의 젊은이들은 대부분의 컨텐츠를 YouTube를 통해서 소비하고 있다. 실로 엄청난 플랫폼이자 서비스이다.

이런 트렌드를 일찍 포착하고 매일 실감하고 있는 우리는 Mayrok Media (매력 미디어)라는 회사에 얼마전에 투자를 했다. Mayrok은 다양한 컨텐츠를 – 특히 한국/아시아/미국계 아시아 컨텐츠 – YouTube를 통해서 배포하는 new media 스타트업이다. 또한, 남의 컨텐츠를 배포함과 동시에 자체 컨텐츠도 직접 제작하는 작은 프로덕션 하우스이기도 하다. Mayrok의 창업자인 Eugene Choi는 저렴한 비용으로 재미있는 컨텐츠를 제작한 경험이 풍부한 친구인데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LA의 한인타운을 배경으로 한 리얼리티 쇼 K-Town이 있다.

올 여름 Mayrok Media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유튜브 웹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입양되어 현재 미국에서 인기있는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Daniel Matthews (’85년생)가 그의 친모를 찾으러 한국을 방문하면서 겪는 모험을 10회 분량의 유튜브 시리즈로 만들어서 배포하는 프로젝트인데 돈없는 작은 스타트업이다보니 약 1.5억원이라는 제작비용이 필요하다. 혹시 개인적으로나 또는 기업/단체 차원에서 후원/광고에 관심이 있다면 직접 Eugene Choi(eugene@mayrok.com) 또는 나한테 연락해 주면 된다.

광고주들의 입장에서 보면 웹시리즈의 내용이나 타겟대상면에서 다음과 같은 부분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동안 이런 류의 컨텐츠는 대부분 최루성 멜로였지만, Daniel Matthews 프로젝트는 젊음/음악/YouTube/technology/소셜/감동이 공존하는 웹시리즈이다. 특히 Daniel Matthews라는 뮤지션으로써의 브랜드가 많이 부각되어서 기존의 내용들과는 확실히 차별화 될 수 있다.
-(실제 launch해봐야지 알겠지만) 최소 1,000만 조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주 타겟은 12살 ~ 32살의 젊은층이다. 이 연령대는 교육 수준이 높고 소셜 미디어를 많이 활용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미국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기업의 브랜드나 제품을 제대로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Daniel Matthews는 YouTube 최고의 탑스타들과 친한 친구이며 이들이 모두 이번 웹시리즈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표명했다. 이런 network를 활용하면 조회수는 폭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10회 분량의 웹 시리즈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너무 억지스럽지 않게) 인터넷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젊은층한테 브랜드와 제품을 더 알리고 노출할 수 있는 매우 저렴한 기회이다.

4년

4년 – 제대로 된 비즈니스의 기초를 닦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이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의 비즈니스맨들 및 창업가들과 이야기해본 결과 사업을 시작하고, 어느정도 기반을 닦은 후, 성장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평균 4년의 시간이 걸리는거 같다. 물론, 이 중에는 6개월만에 대박 난 창업가가 있는가 하면 10년 동안 개고생하다 성공한 대기만성 형도 있었다.

요점은 바로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미디어에서는 실패사례보다는 성공스토리들이 훨씬 더 많이 노출된다. 젊은 친구들이 회사 창업 후 2년 만에 몇백억 또는 몇천억원에 회사를 매각해서 20대에 억만장자가 되는 대박 스토리를 보면서 모두가 다 “나도 창업해서 저렇게 되야지”라는 꿈을 가지고 시작 하지만 95%는 아주 쓰디쓴 패배를 맛본다. 이 중 일부는 처음부터 안풀린 사람들도 있고, 초반에 반짝 잘 되다가 2년을 못 넘긴 사람들도 있다. 이 시점에 많은 사람들은 포기하고 벤처는 끝난다. 그리고 다시 대기업으로 돌아가서 월급 받으면서 인생을 산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비즈니스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조금만 더 버틴다. 힘들다. 죽을거 같다. 와이프한테 미안하다. 애들 보기 미안하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니까 시장에서의 반응이 조금씩 오는거 같다. 이렇게 4년을 열심히 한 우물만 판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어느날 큰 파도가 왔고, 4년 전에 이미 위치를 정확히 잡고 남들보다 탄탄하게 준비한 창업가들은 그 파도를 타고 단숨에 맨 앞으로 나간다.

아마도 우리 주변의 성공한 창업가들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재 위치에 올라가 있을 것이다. 이들이 만든 비즈니스는 그냥 1-2년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취미생활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될 비즈니스일 것이다. 이런 비즈니스를 만드려면 어느정도 시간이 걸린다. 너무 초조해 하지 말고 그냥 자기 할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 물론, 하다보니까 창업가 본인이 생각해도 싹수가 노랗다면 당장 그만둬라. 하지만 계속 확신이 있다면 4년만 버텨봐라.

VC들은 나쁜놈들인가요?

투자유치를 해본 창업가들은 잘 알텐데 VC들은 좀 부담스러운 존재들이다. 나도 스타트업을 하면서 많은 VC들을 만나서 이들 앞에서 피칭을 했지만 아무리 착하고 친근감이 가는 투자자라도 돈을 구하러 다니는 창업가의 입장에서 그들은 껄끄러운 사람들이다.

투자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나는 다음과 같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말도 안되는 걸 하는 창업가들한테는 어떻게 대응해줘야 하는가? 헛수고 말고 집으로 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줘야하나 아니면 잘했고 고생했다라고 격려해줘야 하는건가. 이번 beLaunch 2013 스타트업 배틀에 선정된 20개의 업체들과 총 2번의 리허설을 진행했다. 나는 주로 굉장히 직설적인 피드백을 주는거에 익숙하다. 그래서 좀 아니다 싶거나 또는 이상한거 같으면 냉정하게 내 생각을 말한다. 이런 피드백을 고맙고 건설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지만 굉장히 개인적으로 받아들여서 기분이 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들을 나는 잘 이해한다. 투자자들 앞에서 피칭을 하는 창업가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다. 잘 모르는 투자자 앞에서의 발표를 위해서 수십번 또는 수백번 연습을 했을 것이다. (아무리 내용이 허접해도) 이런 분들한테 우리같은 투자자들은 최소한의 예의는 표시해 줘야 하며, 그들의 열정과 용기를 존경해야 한다. 그래서 나도 가끔은 그냥 “수고했습니다. 재미있는 비즈니스니까 아주 열심히 하면 잘 될거 같습니다.” 라면서 서로 웃으면서 기분좋게 헤어지고 싶다. 

BUT – 반대로 생각해 보자. 인생을 걸고 사업을 하고 있는 이 젊은이들한테 최소한의 예의란 바로 이들이 내 앞에서 발표했던 내용에 대한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 또한 한다. 그것이야말로 이들의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고 하루라도 빨리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창업가들한테 듣기 싫은 소리를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어떤게 맞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이들에게 내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일 인이다. 혹시 그동안 나랑 communicate하다가 상처받은 창업가들이 있다면 내가 인간적으로 나쁜놈이 아니라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걸 알아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