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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권 – 2022년

해마다 이맘때에 비슷한 말을 하고, 비슷한 글을 올리고 있는데, 이 글은 책과 독서에 대한 내용이다. 나는 새해 결심 같은 건 안 한다. 오랫동안 사는 인생이라서, 그냥 인생 결심이 있을 뿐이지, 해마다 단타성으로 세우는 결심은 안 한 지 20년이 넘은 것 같다. 그래도 유일하게 새해 결심 비슷한걸 하는 게 있다면, 바로 그 해의 독서량이고 매년 50권의 책을 읽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올해도 열심히 읽어서 50권은 돌파했고, 이 페이스로 계속 독서하면 57권 정도로 2022년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얼마 전에 콘텐츠의 최고봉은 텍스트라는 내용의 을 쓴 적이 있는데, 이건 책을 더 많이 읽고, 글을 더 많이 쓸수록, 공감이 더욱더 가는 내용이다. 앞으로 갈수록 바빠져서, 바빠서 못 하는 일들이 생길 것이고, 바빠서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하면서 순위에서 밀리는 일들이 생길 것이지만, 운동과 독서만은 항상 우선으로 챙기고 싶은 활동들이다.

내 독서 습관은 항상 같다. 우리 투자사 국민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고, 여기에 없는 책은 집 근처 도서관에 직접 가서 빌린다.(항상 이야기 하는 것이지만, 평일 저녁에 공공 도서관에 가서 책 냄새를 맡으면서 책을 빌리는 것만큼 육체와 정신이 채워지는 행동은 없는 것 같다. 이 순간만은 세상에서 가장 부자가 된 느낌이다.) 그리고 서평은 우리 투자사 플라이북에 보관한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플라이북에서 체크해뒀다가 국민도서관과 공공도서관에서 빌려본다. 참고로, 나는 더 이상 책을 사지 않고 그냥 빌려서 본다.

올해 나의 베스트 책을 선정하자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이다. 하루키 씨는 남들을 감동하게 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쓰진 않은 것 같고, 글의 스타일도 드라이하고 밋밋했지만, 읽는 내내 나는 깊은 감동과 감명을 받았다. 이 책은 다른 책에 비해 더 꼼꼼히 읽었고, 곱씹으면서 충분히 소화하려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했다.

그리고 서평은 다음과 같이 썼다:

올해 읽은 책 중 one of the best. 솔직히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픔을 아직 단 한 개도 안 읽었고, 이 책이 처음인데, 소설은 아니고 하루키의 회고록이라고 하는 게 맞다. 러닝이 주제인 회고록.

소설을 쓰기 위해선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고, 이 체력을 위해서 러닝을 시작했다는 하루키. 책을 쓰는 일이나, 마라톤을 뛰는 건 그냥 똑같은 일을 무한으로 되풀이한다는 점이 유사하고, 내가 하는 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우선순위가 필요한데, 체력이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그 무엇도 못 하고, 러닝을 매일 함으로써 몸과 마음을 항상 최상의 컨디션으로 리셋하는 게 매우 인상적이다.

기억에 남는 quote:

“인생에는 아무래도 우선순위라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가야 할 것인가 하는 순번을 매기는 것이다. 어느 나이까지 그와 같은 시스템을 자기 안에 확실하게 확립해놓지 않으면, 인생은 초점을 잃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작가가 하루도 쉬지 않고 꾸준히 육체와 정신을 단련하면 어떤 엄청난 아웃풋이 나오는지 아주 잘 보여준 책이기도 하지만, 나는 하루키 씨의 습관과 태도에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해답을 배웠다. 올해 나도 열심히 살았고, 좋은 일이 많았던 한 해지만, 이 책을 완독한 건 그중 나에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읽었던 모든 책이 감동을 준 건 아니다. 몇 페이지 읽다가 아니다 싶으면 그냥 덮고 완독하지 않은 책도 꽤 있었고, 다 읽었지만 시간 낭비였다고 스트레스받았던 책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스트레스받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한 사람의 경험과 생각을 짧은 시간 안에 간접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책은 모두 피와 살이 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년에도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즐거움을 온몸으로 느꼈으면 한다.

유니스트 방문

2주 전에 정말 오랜만에 울산의 UNIST를 방문했다. 이젠 유니스트에서 더 이상 교편을 잡고 있지 않은 강광욱 교수님덕분에 나는 유니스트와 2014년도에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우린 학생 창업팀도 좋아하고, 그동안 꾸준히 투자해 왔고,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팬데믹 이전에는 유니스트에 정기적으로 가서 학생 창업가와 미래의 창업가와 만날 기회를 만들었고, 유니스트 출신 창업팀 3개에 투자했다. 이젠 꽤 큰 회사가 된 클래스101 또한 유니스트 학생팀이고, 울산에서 시작한 회사이다.

이 학교의 창업생태계 형성에 엄청나게 노력을 많이 하신 강교수님도 다른 대학으로 옮기셨고,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나는 거의 3년 동안 유니스트에 못 갔지만, 역시 좋은 기업의 실마리는 학생들이라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다. 그래서 솔직히 나와는 학업적으론 상관없는 유니스트에 학생창업가를 만나러 공식적으로 3년 만에 방문했을 땐 마치 모교를 찾는 기분이 들 정도로 반가웠다. 학교는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고, 캠퍼스는 새로 생긴 건물들로 더 꽉 차 보였고, 학생들의 에너지는 내가 생각했던 것 그대로 충만했다. 이번엔 학생 창업센터에서 몇 팀과 함께 도시락 점심을 먹으면서 창업, 사업, 학업, 인생 이야기를 골고루 했다. 그리고, 앞으로 스트롱은 계속 유니스트 출신 팀과 만나면서 좋은 회사에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말을 하고, 내년에는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이 친구들과 친분을 쌓고 교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헤어졌다.

나는 학생 창업가들을 좋아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무래도 개인적인 이유도 큰데, 나는 대학생/대학원생일 때 내가 직접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못 했고, 생각을 했어도 용기를 내진 못했을 것 같아서, 20대 초중반의 학생들이 팀을 만들고 제품을 만들어서 창업하는 걸 보면 너무 부럽고 존경스럽고, 아직도 속으로는 “나는 저 나이에 뭐 했을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후회하곤 한다. 그래서 팀이나 제품이나 시장은 차치하고, 그냥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과 술 먹고 놀러 다녔던 저 나이에 회사를 만들었다면, 분명히 이런 생각과 행동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학생창업을 존경하고 응원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 우리가 학생팀에 투자하면서 좋은 점만 보고 느낀 건 아니고, 학생 창업의 부작용 또한 많이 경험했다. 전에도 내가 쓴 적이 있지만, 학생들에겐 미래의 좋은 옵션이 너무 많다. 창업해서 안 되면 대학원 진학할 수도 있고, 창업했던 경험을 이력서에 잘 포장해서 다른 회사에 취직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학생팀은 그냥 취업을 위한 전략적인 수단으로서 창업하는 게 너무 뻔히 보이고, 옵션이 너무 많아서인지 스타트업에 올인하지 않는 경우도 너무 자주 봤다. 그리고 한국의 남자 학생들에겐 군 복무라는 큰 걸림돌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학생팀을 만나면 가장 중요하게 물어보는 건 정말로 이 사업을 하고 싶어서 창업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이력서에 한 줄 추가하고 멋있는 스타트업 대표놀이를 하기 위해서인지이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내린 결론은 학생 창업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생은 한국의 미래다. 우리가 인정하든 안 하든, 요새 젊은 애들이 싸가지가 없든, 있든, 이 나라의 미래는 젊은이들의 몫이고, 앞으로 이 학생들 중에 미래의 쿠팡, 토스, 배민, 당근마켓, 마켓컬리를 만드는 창업가가 나올 것이다. 우린 이런 가능성을 찾아서 여기에 작은 불씨만 만들어주면 이들이 엄청난 에너지로 활활 태울 것이다. 좋은 울산 출장이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창업가들

투자자들이 창업가들에게 자주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창업 동기이다. 다는 아니지만 많은 창업가 분들이 좋은 교육을 받았고, 좋은 회사에서 일 한 경험이 있어서, 굳이 창업같이 어려운 길 말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조금 더 편안하고 안정적인’ 길을 갈 수도 있는데 굳이 이 어려운 창업을 택한 이유와 동기는 항상 궁금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해도 이 질문을 하면 대다수의 창업가들이 듣기 좋은 고결한 답변을 했다. 어떤 분들은 어릴 적부터 느꼈던 사회의 부조리를 고치기 위해서 창업했고, 어떤 분들은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창업했고, 어떤 분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창업했고, 어떤 분들은 어릴 적부터의 소명에 충실하기 위해서 창업했다고 한다. 굉장히 좋은 답변이고, 어떤 경우에는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분들의 사업을 막상 보면 세상의 변화나 소명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아서 후에 다시 물어보면, “그렇게 이야기 하면 투자자들이 좋아하더라고요”, “돈이 동기인데, 그렇게 이야기 할 순 없잖아요”, “떼돈을 벌기 위해서 창업했는데, 그렇게 말하면 너무 없어 보이잖아요”라는 이야기를 사석에서 자주 듣는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창업의 목적이 돈이고, 돈 외에는 다른 동기가 없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창업은 인간이 할 일이 아니라고 느낄 정도로 무겁고, 고통스럽고, 공황장애스럽기 때문에, 이 길을 꼭 가야겠다는 아주 굳은 동기와 목적이 없으면 견디는 게 어렵다. 그래서, 버틸 수 있는 힘의 원천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욕구든, 돈에 대한 개인적 욕심이든, 힘들지만 계속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는 거짓으로 거창한 비전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어렸을 때 너무 없이 자라서, 가난이 지긋지긋해서 그냥 돈벼락 맞고 싶어서 창업했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창업가들을 좋아한다.

나도 실은 이런 이야기를 가끔 한다. 기업 대상 강연은 잘 안 하지만, 학생들 대상으로 세미나나 강연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는데, 유니콘 기업과 1조 원 – 지금 환율로는 1.4조 원 – 이라는 큰돈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면 학생들은 이 숫자에 대한 감을 전혀 못 잡는데, 주로 이렇게 추가 설명을 한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인 중 한 명인 삼성전자 사장 연봉이 120억 원 ~ 150억 원인데, 이 연봉을 66년 동안 단 한 푼도 안 쓰고 100% 저금해야지 1조 원을 모을 수 있습니다. 즉, 남한테 월급 받아서는 절대로 큰돈을 못 번다는 뜻입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세요? 그러면 무조건 창업해야 합니다.”

이런 강연이 끝나면, 학생들이 찾아와서 너무 좋았다고 하면서, 본인도 돈을 벌고 싶은데 창업을 해야겠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물론, 이 중 실제로 창업하는 분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이렇게 돈이 동기와 목적이 돼서 창업을 한 분들이 정말로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서 부자가 되면, 이 과정에서 세상을 보는 관점과 인생관이 바뀐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생기면서, 이 분들의 동기와 목적이 돈에서 조금 덜 물질적인 것으로 바뀌고, 많은 분들이 궁극적으로는 창업을 통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배움의 네트워크

나는 지금까지 대기업에서 일 한 적이 한 번 있는데, 2년 반 정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영업, 마케팅 업무를 했다. 좋은 분들 많이 만났고, 많은 걸 배웠던 값진 시간이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한 2년 정도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니, 더 이상의 배움은 없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새로움과 배움이 익숙함과 반복으로 바뀌면서 일 자체에 대한 흥미는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엔 이미 2년 동안 하고 있는 업무를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하고, 어떻게 하면 내가 좀 더 편하게 일하고, 어떻게 하면 회사생활을 더 편하게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렇다고 회사 생활이 지루하거나, 쓸모없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회사 가는 것 자체는 항상 즐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매일 매일 뭔가 새로운 걸 배우는 긴장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회사 사람들을 만나서 이들과 어울리고 즐기는 교류와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오는 게 더 컸다.

나보다 직장 생활을 더 오래 한 친구들에게 이런 고민을 공유하면서 이야기를 해보니, 다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고, 이미 이런 경험을 했거나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원래 직장 생활이 그렇다면서 혼자 까칠하게 굴지 말고 그냥 회사 잘 다니라는 충고가 대부분이었다. “회사 생활은 즐기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배우는 것도 없다. 그냥 다니는 거다.”라는 말을 대부분의 친구들이 해줬다. 실은 틀린 말은 아니다. 2년 정도 일하면 업무는 익숙해지고, 전 세계 샐러리맨들이 그 이후에는 그냥 회사에 다니는데, 이게 직장 생활의 정의가 아닐까 싶다.

실은 나도 전적으로 이런 이유로 퇴사한 건 아니다. 결혼도 하고, 바로 MBA 하러 미국으로 갈 계획이라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2년 반 일하고 퇴사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갈수록 줄어드는 배움의 기회 또한 퇴사에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내가 하는 벤처투자는 1년 365일 새로운 걸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우리 투자사 대표들은 – 너무 고맙게도 – 우리에게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이다. 오히려 우리가 창업가들이 굉장한 일을 하는 걸 옆에서 가까이 보면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어서 좋다. 새로운 사업, 시장, 산업,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에 대해 항상 뭔가를 배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투자금은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배움을 경험하기 위한 수업료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걸 배운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가의 입장에서는 투자자에게 많은 걸 배우고, 이런 스타트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창업가에게 많은 걸 배운다.

그래서 나는 스타트업과 투자업은 배움의 네트워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서로에게 배우면서, 이 배움을 확산시켜서 큰 learning network 효과를 지속해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50권 – 2021

사진 2021. 12. 3. 오전 7 05 22작년 이 맘 때쯤, 1년 독서량 50권을 돌파하면서 이런 을 썼다. 목표를 달성해서 기분이 매우 좋았고, 지식이 쌓이는 것 같아서 더욱더 뿌듯했다. 독서는 남들이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동안 축적한 지식을 짧은 기간 안에 내 지식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너무 쉽고 간단해서, 이렇게 쉽게 지식을 습득하는 게 가끔 미안할 정도이다.

올 초에도 50권을 목표로 세팅했는데, 올해는 이 목표를 조기 초과 달성해버렸다. 해가 다 가기 전에 2권 정도 더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올해는 이미 52권의 책을 읽었다. 자랑하려고 이런 포스팅을 하는 건 아니지만, 바쁜 일정 속에도 마음의 양식을 많이 먹었다는 점, 그리고 고민 끝에 세운 목표를 계속 달성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스스로 대견해서 나에게 선물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여러 번 쓴 내용이지만, 내 책 읽는 패턴은 단순하다. 소셜미디어, 언론, 그리고 지인들로부터 추천받은 책은 우리 투자사 플라이북 앱의 ‘읽고 싶은 책’ 카테고리에 등록한다. 이 책들을 먼저 우리 투자사 국민도서관에서 검색해서, 대여할 수 있으면 여기서 대여하고, 못 찾은 책은 동네 도서관에서 직접 대여한다. 국민도서관에도 없고 동네 도서관에도 없으면, 다른 분들에게 빌려보거나, 아니면 대여 가능할 때까지 기다린다. 그냥 한 권 사서 읽으면 되는데, 나는 더는 책을 사서 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책을 안 산지 한 4년이 넘은 것 같다.

올해는 동네 도서관을 직접 방문해서 책의 냄새를 맡고 – 요샌 마스크를 써서 책 냄새를 맡기가 힘들지만 – 물리적인 도서관만이 줄 수 있는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즐거움을 많이 경험하면서, 책 시장은 완전히 이북으로 넘어가진 않을 것 같고, 리테일이 망하고 있다고 하지만 도서관은 망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정신없고 바쁜 일상 속에서 도서관 방문은 나에게 마음의 여유와 정신적 평온을 주는 일종의 성스러운 의식이 되어버린 것 같다.

1년에 50권을 읽으려면,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1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 사람들이 요새 책을 너무 안 읽어서 그렇지, 이게 대단한 건 전혀 아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나에게 하루에 주어진 24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고, 가끔 다른걸 희생해야한다. 나는 웬만하면 저녁 약속을 올해도 잡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모일 수도 없었지만, 사람 많은 걸 싫어하고 술도 즐기지 않아서, 그냥 가급적이면 저녁을 집에서 조용히 보냈다. 집에서 저녁도 먹고, TV도 보고, 책도 읽고, 이렇게 하다 보니 일주일에 한 권 정도의 책을 읽게 된 것 같다.

올해도 스타트업이나 비즈니스 관련된 책은 거의 읽지 않고, 소설, 에세이, 그리고 수필 위주로 읽으면서 다양한 글쟁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고, 소소한 내용을 읽으면서 스스로 생각도 정리하고 정화할 수 있었다. 어쨌든, 나에게 독서는 자신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훌륭하고 저렴한 최고의 도구이다.

좋은 책을 올해 많이 읽었는데, 홍정욱 씨의 에세이 50에서 발견한 다음 문구가 매우 맘에 들었다.

“5년 후의 나를 결정하는 두 가지는 만나는 사람과 읽는 책”

Amen to t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