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Scrappy

유튜브는 16년 전에 만들어졌다. 지금은 워낙 트래픽이 많고, 메인 미디어가 돼서 1억 조회 수가 그렇게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BTS의 경우 하루 만에 1억 view를 돌파하기 때문에 이 숫자가 초라해 보이지만, 16년 전에는 1억 view는 달성하기 불가능한 숫자였다. 이 블로그 독자 중 13년 전에 유튜브를 이용했던 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거의 1억 번 조회됐던 전설적인 동영상이 하나 있었다.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깡마른 어린 소년이 골방에서 전자기타를 치는 동영상이었다. 오리지널 영상은 이제 삭제됐는데, 내 기억으로는 영상의 제목은 그냥 “guitar” 였고, 한국에서도 인기가 너무나 많은 요한 파헬벨의 캐논 D 장조를 대만의 기타리스트 Jerry Chang이 락기타 버전으로 편곡한 버전을 이 소년이 모자로 얼굴을 계속 가린 채로 연주하는 동영상이었다. 아마도 내 또래분들은 분명히 이 영상을 봤을 텐데, 이 동영상이 당시에 거의 1억 번의 조회를 달성하면서 유튜브를 뜨겁게 달구었고,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나는 당시에 LA에서 뮤직쉐이크를 하면서 고전하고 있었고, 우리도 음악 분야에서 사업을 하면서 유튜브와 마이스페이스와 같은 소셜미디어가 이 시장을 어떻게 흔들어 놓을지 상상만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다 보니 종일 유튜브를 보면서 음악 관련 동영상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특히 이 동영상을 많이 봤다. 이 동영상 속의 어린 천재 또는 노력파 기타리스는funtwo라는 친구였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한국인이었다. 임정현이라는, 스스로 기타를 배운 기타리스트였고, 실은 이 동영상도 본인이 올린 게 아니라, 한국 커뮤니티에 올린 걸 누군가 퍼가서 올린 영상이었다.

나는 기타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음악에 대한 조예도 그다지 깊진 않지만, funtwo의 캐논 락 버전을 처음 들었을 때, 이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주라고 생각했다. 음악을 듣고 소름이 돋는다고 할 때, 이게 무슨 말인가 항상 궁금했었는데, 이 곡을 듣고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친구가 기타를 연주하는 게 아니라, 그냥 기타를 들고 있기만 한데, 기타가 스스로 연주를 하는 것처럼 유연하고 자연스러웠다.

이렇게 인기 있었던 건, 당시의 특수한 상황도 있었다. 유튜브가 아직 글로벌 메인스트림 플랫폼이 아니었고, 동영상이 별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guitar’로 검색하면 가장 먼저 검색 결과에 나오는 동영상이라서 이렇게 조회 수가 많이 발생한 이유도 있다. 그리고 나도 음악 관련된 스타트업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더욱더 마음의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난 이 동영상과 funtwo를 그동안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유튜브를 보다가 굉장히 낯익은 외모와 기타 소리를 발견해서 페이지로 들어가 보니 그 funtwo의 페이지였고, 어느새 30 후반이 된 이 친구는 이젠 업으로 기타를 치는 멋진 아티스트가 됐다. 그의 시그니처 연주인 캐논 락을 그동안 여러 가지 버전으로 연주해 동영상을 올렸는데, 들을 때마다 아직도 소름 끼칠 정도로 잘 하는 것 같다. 실제로 funtwo 동영상의 댓글을 보면 “original YouTube God” , “my guitar inspiration” , “the little kid in the blue shirt that got everyone guitar crazy” , “The OG Korean internet influencer” 등등 엄청난 찬사의 글들이 많은데, 아마도 대부분 오래전에 오리지널 동영상을 즐겨봤던 내 또래의 사람들인 것 같다.

이 동영상은 캐논락의 나름 최근 버전이다.

Funtwo는 이제 본격적인 아티스트의 길을 가고 있고, 요새도 계속 멋진 기타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나도 이 채널을 발견한 이후 가끔 들어가서 즐겨 듣고 있고, 음악을 잘 모르지만, 여전히 멋지고 현란한 기타로 많은 팬덤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13년 전의 그 오리지널 캐논락 버전이 가장 감동적이고 멋진 것 같다. 남에게 일부러 잘 보이기 위해서 찍은 동영상도 아니었고, 멋지게 편집한 동영상도 아니었다. 실은 굉장히 허접한(=scrappy) 동영상이고, 블랭핑크나 BTS 뮤직 비디오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하지만, 나는 이 친구가 골방에서 후광을 받으면서 전자기타를 치는 그 허접함 자체가 너무 멋진 것 같다.

모두가 다 시작할 땐 아마추어이다. 모두 다 서툴고, 엉성하고, 촌스럽고, 허접한데, 실은 이때가 제일 멋지고, 나중에 가장 추억에 남을 때이다.

유튜브와 같이 성장한 동영상.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기타를 들게 한 동영상. 언제나 들어도 멋지고 소름 돋는 동영상. 그 허접하고 scrappy 한 동영상을 공유한다. 멋지게 듣길 바란다.

현금 대신 스톡옵션

아직도 쿠팡의 50조 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맞냐 아니냐는 논쟁을 많은 사람들은 하고 있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특별히 할 말은 없다. 그냥,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하지만, 어쨌든, 쿠팡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고 생각한다. 쿠팡이 상장한 후에 많은 창업가, 투자자, 그리고 스타트업 직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걸 내가 요새 직접 몸소 체험하고 있는데, 오늘은 스타트업 직원들과 스톡옵션에 대해서 내가 최근에 느낀 점에 대해서 몇 마디 적고 싶다.

몇 명이 될진 모르겠지만, 앞으로 쿠팡 출신 백만장자들이 상당히 많이 탄생할 것이다. 쿠팡의 주주명부를 내가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분들이 꽤 있는 거로 알고 있고,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도 사원으로 조인했지만, 이젠 쿠팡의 임원이 됐는데, 이분들도 스톡옵션을 잘 받아서, 옵션을 행사하고 팔면, 돈을 꽤 많이 벌 것이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계에 종사하는 파운더가 아닌 다른 분들도 분명히 쿠팡에 일하고 있는 개발자 친구, 프러덕트 오너 친구, 마케터 친구가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술자리에서 이런 친구들 만나면 다들 “너네 회사 망하는 거 아냐?” , “투자자 돈으로 연명하는 회사인데 월급은 제대로 나와?”와 비슷한 농담 섞인 질문을 했었는데, 이 친구들이 갑자기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벌어서 집도 사고 좋은 차도 사려고 하는 걸 옆에서 보면서 많은 걸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의 스타트업 직원들은 스톡옵션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월급 받고 회사에서 일하는 거지, 이 회사가 나중에 잘 되면 본인이 가진 스톡옵션이 큰돈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된 회사가 한국에 별로 없고, 본인 주변에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연봉 많이 받는 건 봤지만, 스톡옵션으로 대박이 터지는 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초기에 작은 회사에 조인해서, 몇 년 만에 수백억 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그냥 저 먼 실리콘밸리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연봉 협상을 할 때는 스톡옵션보단 그냥 현금을 더 선호하는 게 내가 그동안 느꼈던 현실이다.

하지만, 쿠팡이 상장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지금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 이야기도 아니고, 나랑 친한 고등학교 동창 또는 컴퓨터 공학을 같이 공부했던 대학 동기들이 백만장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망하는 사기 회사에서 일 한다고 손가락질했던 그 친구들이 말이다. 그래서 이젠 많은 스타트업 직원분들도 스톡옵션의 힘을 서서히 믿게 되는 것 같다. 연봉 협상할 때도 현금보단 스톡옵션을 더 많이 달라고 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보이고,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 투자사에서도 들리고 있다.

이는 사람이 전부인 스타트업의 창업가/대표들에게는 좋은 현상이다. 좋은 사람 채용하는 게 워낙 어려운데, 요샌 토스나 크래프톤과 같은 큰 스타트업에서 수천만 원의 프리미엄을 더 주고 사람을 채용하거나 기존 인력을 잡아두고 있어서 더욱더 어려워지긴 했다. 하지만, 이젠 더 많은 분들이 스톡옵션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어서, 돈이 없는 스타트업도 조금은 더 스톡옵션의 힘을 쓸 수 있다. 이미 유니콘이 된 토스와 크래프톤도 스톡옵션을 적절히 잘 활용하지만, 지금은 이미 기업가치가 많이 올라갔기 때문에 나중에 돈을 벌어도 그 upside는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 이제 시작하는 작은 스타트업의 스톡옵션의 upside는 훨씬 더 클 수 있으니, 이걸 대표들은 잘 활용해야 한다.

물론, 회사가 망하면 그냥 휴짓조각이 되는데, 뭐 이건 모든 회사에 적용된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1616709757468

이미지 출처: dbgraphic / 크라우드픽

스트롱은 미국 법인이고, 우리 펀드도 미국 펀드이지만, 지금까지 한국에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했고, 앞으로 그렇게 할 계획이다. 2012년도에 존이랑 스트롱 1호 펀드를 만들었을 때, 우리가 정말 하고 싶었지만, 이게 될지 몰라서 증명해보고 싶었던 건,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들이 태평양을 건너서 LA를 발판 삼아 북미 시장에 진출, 그리고 확장해서 미국의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큰 회사가 되는 걸 도와주는 거였다. 그리고 그 반대로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한국/서울을 발판 삼아 아시아 시장에 진출, 확장해서 아시아 시장의 강자가 되게 도와주고 싶었다.

우리는 현재 9년째 이 시도를 계속하고 있고, 하면 할수록 한 나라의 회사와 창업가들이 다른 나라로 진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매일 느끼고 있다. 진출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후에 해외 시장에서 성장하는 건 또 다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항상 강조하듯이, 이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수많은 시도를 하면서 배움을 얻어야 하는 평생의 과제이기 때문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

이런 도전을 하면서 우리가 최근 2년 동안 직접 느끼고 체험하고 있는 트렌드와 가능성이 있는데, 이게 꽤 재미있고,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나온 유니콘 기업들의 비즈니스는 미국에서 이미 잘 되고 증명된 컨셉을 한국으로 가져와서 처음에는 동일하게 카피하지만, 사업이 발전하면서 한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도 이런 비즈니스에 많이 투자했고, 이들 중 몇 개는 한국의 대표 category leader들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과 미국 양쪽 시장을 최근 몇 년 동안 보다 보니, 이와 반대의 트렌드 또한 목격할 수 있었다. 오히려 한국에서 시작됐고, 한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증명이 된 비즈니스 컨셉을 미국으로 가져가서 북미 시장에서 창업하고, 한국형 컨셉을 글로벌 비즈니스로 만들려는 시도와 노력을 하는 몇몇 창업가들에게 우린 그동안 꽤 많이 투자했다.

뉴욕의 D2C 스타트업 Cardon이라는 회사도 스트롱 투자사인데, 이 회사는 기능성 남성 화장품을 만들고 섭스크립션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표는 한국 분인데, P&G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남성 제품 마케팅을 오랫동안 해서 이 시장에 대한 깊은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이 화장품을 잘 만들고, 한국 여성들이 화장을 매우 잘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국 여성 못지않게 요샌 한국 남성들도 화장과 외모에 엄청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요샌 강남의 웬만한 헬스클럽 남성 라커룸에도 화장을 할 수 있는 파우더룸이 구비되어 있고, 올리브영에 가면 이젠 남성 화장품 라인도 엄청 세분화되어 있다.

아직 미국의 남성 화장품 시장은 한국만큼 발달되어 있지 않다. 미국 남성은 주로 로레알이나 뉴트로지나와 같은 대형 브랜드의 화장품을 슈퍼에서 구매하고 있고, 많이 발라봤자 토너와 보습제, 두 개 정도의 화장품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 시장 또한 서서히 바뀌고 있다. 그리고 –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 남성들의 스킨케어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는 큰 요소 중 하나가 나는 케이팝이라고 생각한다. BTS나 EXO와 같은 보이밴드에 미국의 젊은이들도 열광하고 있는데, 이 젊은 소년들의 공통점은 모두 다 과거에는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성형수술과 세분화된 화장이다. 여기에 열광하는 미국의 MZ 남성들도 자라면서 이렇게 피부관리도 하고 화장도 하면서 시장이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Cardon이 궁극적으로는 한국(또는 아시아)에서 이미 입증이 된 아이템과 컨셉을 미국 시장으로 가져가서 큰 비즈니스로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실은 이런 플레이를 하는 스트롱 회사들이 이젠 꽤 많이 있다. 한국의 전통주 막걸리를 현대적으로, 그리고 미국적으로 재해석해서 캔 막걸리를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Makku, 고추장을 마치 케첩과 타바스코와 같은 글로벌 소스로 만들어서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KPOP Foods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모두 다 한국에서 입증된, 가장 한국적인 컨셉을 미국에서 현지화해서 글로벌 비즈니스로 만들고 있는 대단한 창업가들이다.

그리고 한국인의 감성으로 재해석되고 재탄생 된 자동차 바디킷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 에이드로 또한 이런 좋은 예시라고 생각된다. 자동차 튜닝이란 산업은 서양에서 먼저 만들어졌지만, 이걸 한국적인 아기자기한 감각으로 아주 깔끔하고 이쁘고 멋지게 만들어서 다시 미국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스타트업인데, 역시 한국인들이 가장 잘하는걸, 가장 한국적으로 재해석해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회사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진출하길 바란다. 어떤 형태로든.

디지털 디바이드

1616049680431

이미지 출처: 지회장 / 크라우드픽

얼마 전에 페이스북 친구가 올린 이 기사를 읽고, 굉장히 많이 공감했다. 나는 요새 웬만하면 다 배달 시켜 먹지만, 기다리기 싫고 음식이 식는 게 싫으면, 가끔 집 근처 맥도날드나 버거킹에 직접 가서 음식을 사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카운터에서 주문이 안되고, 키오스크를 통해서만 주문하고 결제하는 시스템이 도입됐고, 이걸 직접 해보니까 햄버거 세트 하나 주문하는데 상당히 많은 에너지와 브레인파워를 집중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처음에는 그냥 익숙지 않아서 그렇겠다고 생각했지만, 여러 번 방문해서 여러 번 주문 키오스크를 사용해보고 느낀 점은, 매번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위의 기사의 어머님은 나보다는 고령자이신 것 같고, 나같이 첨단 기술이나 서비스를 매일 접하는 업무를 하는 분도 아닌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에게도 키오스크 사용법이 어렵고, 나도 빅맥세트 하나 주문하는데 가끔 몇 분이 걸릴 정도로 어렵다고 느끼는데, 나보다 나이 드시고 이런 시스템에 전혀 익숙지 않은 분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접했지만, 키오스크 앞에서 20분 동안 헤매다가 먹고 싶은 햄버거도 주문 못하고, 그냥 끙끙거리면서 고민하다가 집으로 돌아가신 이 분의 이야기는 실은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다. 우리 부모님도 얼마 전에 세상이 왜 이렇게 어려워졌냐는 말씀을 하시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늙으면 그냥 다 죽어야 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게 참 나한테 슬프게 다가왔다. 어쩌면 나의 미래를 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실은 나도 지현이랑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활이 편해지는 건 맞다. 이건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한국같이 소득수준이 높고 땅덩어리가 작은 나라에서 모바일 기술의 발달은 삶의 질을 혁명 수준으로 올려놨다. 손가락으로 뭐든지 주문할 수 있고, 수 십 분내로 집 앞으로 누군가 이 모든 걸 배달해주는 시스템이 이젠 너무 익숙하지만, 생각해보면 10년 전만 해도 이런 편리함은 없었다. 한국 시장을 잘 모르는 미국인들도 쿠팡 주식을 구매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아마존도 하지 못 하는 ‘밤 12시 전에 주문하면 그 다음날 새벽에 배송’하는 이런 매력적인 인프라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말 그대로 한국은 손가락 끝에 모든 게 있는, 기술적으로 진보한 편리한 나라로 발전하고 있는 건 틀림없다. 얼마 전에 미국에서 오래 살다가 귀국한 후배 한 명이 그동안 한국은 완전히 앱의 나라가 된 것 같다고 했는데, 완전 동의한다.

하지만, 이렇게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디바이드, 즉 정보격차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정보격차의 의미는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지식과 소득 자체가 증가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발전하지 못해, 원래 존재하던 격차가 더 커지는 현상이다. 그런데 나는 앞으로의 디지털 격차는 디지털 기술 환경에 노출된 중산층 이상의 가정과 그렇지 못한 저소득층 가정 사이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 환경에 충분히 노출된 사람들 간에도 계속 심화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한국은 모든 게 너무 빨리 바뀌는 사회이고, 점진적 변화보단 급진적 변화를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디지털 변화도 급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조금만 이런 최신 트렌드에 관심을 덜 갖거나 소홀히 하면, 격차가 너무 커져서 영영 따라잡지 못 하게 될 수도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우리 부모님만 해도 고학력자이고 경제적 수준도 평균 이상이지만, 쿠팡도 힘들게 사용하시고, 인터넷 뱅킹도 못 하시고, 그리고 맥도날드에서 키오스크로 햄버거를 주문할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 나도 힘들어하는데, 과연 내가 우리 부모님에게 키오스크 주문을 못 하는 건, 꼰대라서 변화를 수용할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많은 정치인이 전국의 식당에 이런 최첨단 비대면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전국의 언택트화를 통해서 효율성을 제고하고, 소상공인들의 인건비를 절감하겠다는 공략을 발표하고 있다. 다 좋은데, 과연 누구를 위한 기술이고, 누구를 위한 효율성인지 다시 한번 묻고 있다. 그리고 과연 이들은 이런 키오스크를 한 번이라도 사용해봤는지, 그래서 정말로 이게 그렇게 쉽고 편한 기술이라고 주장하는지도 궁금하다.

나도 더 나이를 먹으면, 미래에는 어떤 기술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햄버거 하나 시키는데 20분 동안 남들 눈치 보면서 끙끙거리다가 주문도 못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모욕적인 경험을 하고 싶진 않다. 누구를 위한 디지털 혁신이고, 누구를 위한 인터넷 강국인지, 우리 모두 한번 더 생각해보면 좋겠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생각 – 2021년 2월

1613427451015

이미지 출처: space / 크라우드픽

비트코인 가격이 그동안 계속 요동을 쳤지만, 결과는 엄청나게 올랐다. 계속 up and down이 있지만 비트코인 6,000만 원, 그리고 시총 $1 trillion 시대가 왔고, 앞으로 이 시장이 어떻게 될지는 더욱더 불확실해진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은, 결국 비트코인 가격은 장기적으로는 계속 상승할 거라고 본다. 일단 기관투자자들이 계속 비트코인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점점 더 가치를 저장할 수 있는 store of value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계속 기관투자자들의 매수가 일어날 것이고, 이들은 주로 자산을 장기적으로 보유하고, 총발행량이 한정된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하면 유동성이 떨어지고 희소성이 올라가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가격은 계속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물론, 불장에 기름을 부은 일론 머스크 효과도 꽤 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참고로, 기업의 시가총액 $1 trillion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마이크로소프트 44년, 애플 42년, 아마존 24년, 구글이 21년인데, 비트코인은 12년 걸렸다. 이걸 어떻게 해석하냐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시각에서 보면 엄청난 위엄이긴 하다.

기관투자자들, 마이크로스트라테지나 테슬라 같은 기업의 비트코인 투자가 과연 메인스트림이 될지에 대해서는 말들이 참 많다. 이러다가 말겠지라는 의견도 있지만 나는 이 추세는 멈추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특히 기관 투자자의 생리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이들의 비트코인 매수는 하루 아침에 결정된 게 아니다. 아직도 위험한 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에 기관이 투자하려면, 여러 가지 내부 승인을 거쳐야하며, 이들에게 돈을 주는 LP들의 승인도 필요한데, 이 과정이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는 걸린다. 즉, 작년 12월이나 올해 1월에 비트코인을 대량 매수한 기관투자자들은 작년 6월에 이미 이 결정을 내렸다고 보면된다. 같은 논리를 적용해보면,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점점 더 금과 같은 저장소 역할을 하자 연초에 투자 결정을 내린 기관들은 실제로는 올해 2,3 사분기에 투자를 집행할 것이고, 그러면 또 가격은 오를 확률이 높고, 이걸 보고 다른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매수할 것이다. 올해는 이 패턴이 반복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의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궁극적으로는 연방준비은행과 같은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게 될 거라고 하는데, 이건 정말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를 할 수밖에 없다. 점점 더 비트코인이 디지털 골드라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대세인 것 같고, 이게 맞는다면, 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앙은행들이 당연히 디지털 골드인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이론인데, 이게 현실화 돼서 한국은행도 비트코인을 보유하게 된다면 정말 재미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08년도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가 세상에 공개됐고, 그 이후에 그냥 덕후들의 놀이로 조롱받던 비트코인을 수많은 전 세계 개미들이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2년 만에 드디어 기관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많은 기업 또한 재무제표상 비트코인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이런 진화과정과 시장의 FUD를 고려해보면, 정말로 중앙은행들도 비트코인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