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런치랩

*이 글은 우리 투자사의 홍보성 내용을 포함합니다. 관심 없거나, 이런 홍보성 내용이 싫으면 그냥 안 읽으면 됩니다.

우리 사무실이 위치한 삼성역엔 식당이 엄청 많다. 점심을 항상 밖에 나가서 먹진 않지만, 나가서 먹는다면 도보로 갈 수 있는 식당이 1,500개는 충분히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다가 배달 음식까지 포함하면, 식당과 메뉴의 선택지는 정말 많아진다. 그런데도 나를 포함한, 삼성역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오늘 뭐 먹지?”라는 고민을 한다. 아마도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들이 공통으로 매일 같은 질문을 할 것이고, 이건 외국의 직장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렇게 선택할 옵션이 넘쳐흐르는데도, “오늘 점심 뭐 먹지?” 고민은 한국의 직장인들이 수십 년 동안 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으로 생각해서, 우린 계속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았었다. 완벽한 솔루션은 아니었지만, 플레이팅이라는 회사에 여러 번 투자하면서 이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랬지만, 플레이팅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고객들에게 배달하는 사업은 돈 버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보통 이런 경험을 하면, 많은 분들이 이런 사업은 어렵고 우리가 투자한 회사가 망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분야나 사업에는 다시 투자하지 않는다. 우린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는 잘 안됐지만, 아직도 오늘 뭘 먹을지라는 문제는 존재하고, 오히려 물가가 상승하면서 이 문제는 더욱더 심각하고 커지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다른 방식으로 이 시장에 접근해서 성공한다면 엄청나게 큰 성공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른 창업가들을 만났지만, 항상 2% 부족한 점들이 보였고, 이미 우리가 F&B 분야에 투자를 좀 많이 하면서 돈 버는 게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걸 많이 경험해서 그런지, 조금 더 보수적으로 검토하다 보니, 선뜻 투자하진 못했다. 그러다 런치랩을 검토하게 됐고, 비즈니스 모델도 꽤 단단하고, 창업가도 용병형 성향이 강해서 몇 달 전에 런치랩의 첫 기관투자자가 됐다.

런치랩의 사업은 간단하다. 가정식, 샐러위치(샐러드+샌드위치), 샐러드밀 중 하나만 고르면, 매일 회사로 점심을 배달해 주고, 먹은 후에는 음식쓰레기까지 포함한 남은 모든 걸 다시 수거해간다. 메뉴는 회사에서 정하기 때문에, 별로 안 좋아하는 식단이 걸릴 수도 있지만, 오히려 선택 장애를 없애주기 때문에 많은 바쁜 직장인들이 훨씬 더 좋아한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메뉴를 단순화하는 게 운영 효율 면에서도 훨씬 비용이 덜 든다. 참고로, 가정식 도시락은 밥과 국을 따뜻한 상태로 그대로 배달해 줘서 가정식과 비슷한 분위기의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원래 런치랩의 주 고객층은 대기업보단 사내 카페테리아나 식당이 없는 직원 50명 이하의 회사였는데, 요샌 대기업도 종종 문의가 들어오면서 런치랩의 점심 서비스를 그룹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회사 규모와 무관하게 인원수(4~5명), 이용주기(주 2회 이상만) 등 기본 요건만 맞으면 누구든 런치랩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에서 문의하거나, 바로 점심 체험하기를 신청해 보면 된다. 이 블로그를 보고 알게 됐다고 하면, 할인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금 더 잘 해줄 거다.

왜 더 열심히 일하지 않을까

*악플을 쓰시려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특히 주의 바랍니다. 내가 악플은 세상 누구도 읽을 수도 있지만, 쓰시는 분은 반드시 읽습니다. 악플은 남을 향하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먼저 향합니다.

2월에 ‘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이라는 글을 썼다. 솔직히 나는 그냥 내가 평소에 하던 생각을 그냥 포스팅했는데, 시장에서 꽤 많은 반응이 있었다. 한 달 만에 댓글이 약 250개 넘게 달렸는데, 주말에 전부 다 읽었다. 좋은 내용도 있지만, 공간 낭비하는 내용도 많아서, 좋은 내용 중 내가 바로 답변 할 수 있는 건 답변을 했고, 생각이 조금 더 필요한 건 나중에 답변하고 싶은데, 그동안 댓글이 너무 많이 달려서, 언제 다 답변할지 고민 중이다. 어떤 분이 답변하기 곤란한 댓글은 내가 무시한다고 했는데(“지 대답하기 곤란한 건 댓글 안 남기네 ㅋ”), 그건 아니고, 이 댓글처럼 답변할 가치가 없는 댓글은 댓글 안 남기는 게 맞지만, 댓글 중 대답하기에 곤란하지만, 좋은 내용도 많다. 이 댓글들은 조금 더 생각을 정리해서 답변을 언젠간 남길 계획이다.

다른 분들의 댓글을 보면 일단 항상 같은 생각을 하는데, 세상엔 정말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다양한 스타일로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나도 이 사업을 하면서, 최대한 머리와 가슴을 활짝 열고 그 어떤 것도 내 생각과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지만, 많은 분들이 달아준 코멘트를 읽으면서 아직도 나는 내 생각이 꽤 강하다는 걸 느꼈는데, 그렇다고 이걸 또 크게 반성하진 않았다. 사람들은 참으로 다양한 의견과 믿음이 있지만,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상식을 크게 밑도는 의견을 주신 분들도 많았다. 그분들은 내 생각이 틀리고, 본인들의 생각이 맞는다고 주장하겠지만, 나 또한 그분들의 의견들보단 내 생각이 상식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근거 없고 감정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또 반대로, 좋은 자료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논리적이고 생산적으로 비판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한국도 미국같이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면 직원들이 더 열심히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내용이다. 이 중,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면 본인들도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도 있다.

일차원적으로 생각해 보면 당연히 맞는 말이다. 자본주의에서 우린 돈을 받고 그만큼 우리의 시간을 남에게 빌려주는 거라서, 받는 만큼 일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의견을 감정적으로, 그리고 익명으로 남긴 분들 중 몇 명이나 본인 연봉의 절반 값이라도 할지 매우 궁금하기도 하다. 본인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회사에서 그만큼 대우를 안 해준다고 생각할 텐데, 오히려 회사에서는 이런 분들에게 지금 주는 월급도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아주 오래된 논쟁이긴 한데, 정말 일을 잘하고 능력 있는 분들인데 회사에서 그만큼 보상을 못 받는다고 느낀다면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다른 직장으로 옮기면 된다. 왜 현재 직장에서는 이분의 능력만큼 대우를 안 해줄까?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어쩌면 그 회사에서는 이분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능력도 없고 일도 잘 못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본인은 더 높은 연봉을 받아야 하는데 회사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니, 그냥 받는 만큼만 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더 대우가 좋은 곳으로 이직할 능력은 없으니 그냥 계속 그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만 회사에 있다면, 그 회사는 발전할 수가 없고, 제발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직원 중 이런 분들은 한 명도 없길 바란다.

실리콘밸리 회사들같이 억대 연봉을 주고, 스톡옵션을 주면, 본인들도 한국에서 개 같이 일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음,,,이 의견들도 나는 동의하기가 어렵긴 했다.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5억 원 연봉을 받는다고 해보자. 절반 세금 내면, 세후 월급이 2,100만 원 정도인데, 가족이 있다면, 그리고 월세를 내고 있다면, 1,000만 원 이상이 월세로 나갈 수 있다. 애들이 있다면 엄마, 아빠가 각각 차가 있어야 하는데, 자동차 할부값 내고, 생활비 내고 하면, 솔직히 거의 저축을 못 할 수도 있다. 이 동네 물가가 얼마나 살인적인지 아는 분들은 내가 하는 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것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실리콘밸리의 높은 연봉이 그렇게 높은 건 아니고, 돈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 동네 스타트업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분들은 한국 회사는 스톡옵션도 안 주고, 회사 잘 되면 대표만 부자가 된다고 했는데, 그건 그 회사의 문제지 한국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회사에 다니면 그냥 스톡옵션 주는 회사로 옮기면 된다. 아니면, 본인이 일을 못 해서 주식 보상을 못 받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이런 부류의 댓글에 대해서는,

“너 같은 인간들이 있으니까 벤처 캐피탈 운운하는 인간들이 흡혈귀 취급을 받지.”
“VC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생각이 남다르시네요”
“글 쓴 분은 벤처캐피탈 대표니까 이런 발상이 되죠 ㅋㅋ”

이 글은 내가 쓴 것이지 VC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혹시나 나는 주 3일 근무하고, 주중에 골프 치고, 밤에 술 먹고, 일도 안 하면서, 투자한 회사 대표들 족치면서 개 같이 일하라고 닦달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완벽한 오산이다. 내가 장담하건대, 나는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창업가분들만큼 열심히 일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짜증이 났던 이런 댓글이 있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총,균,쇠 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정복하는 문명과 정복당하는 문명의 차이는 사람들이 근면하고 게으르고의 차이가 아니라 환경의 차이였다.. 라는 내용이 주제입니다.
사실 한국은 이미 망했습니다.
이미 망했으나 아직 망함이 눈앞에 다가오지 않았을 뿐입니다.
지금 와서 좀 더 열심히 일해 봤자 돌이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너무 열심히 일하다 보니 애 낳을 시간도 없었던 거 같네요.”

그 환경은 그럼 누가 만들까? 그냥 처음부터 환경이라는 게 만들어져 있었을까? 우리 개개인이 이 환경을 만드는 것인데, 지금 한국은 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이전 세대가 만들어 놓은 정복하는 문명이 정복당하는 문명이 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그리고 이분이 어떤 분인지 참 궁금하다. 그리고 왜 그럼 아직 한국에 살고 있는지도 물어보고 싶다. 돈이 없거나, 온갖 핑계를 대면서 외국에 못 나간다고 하겠지. 그럼 더 열심히 해서 한국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진 않을까?

잘 사는 나라가 더 잘 살기 위해선, 국민들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한국도 이젠 잘 사는 나라의 대열에 끼기 시작했는데, 모두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은.

빈곤 속의 기회

1월 말에 AI 업계를 발칵 뒤집는 일이 있었는데 거의 알려지지 않은 중국의 High-Flyer라는 헤지펀드에서 만든 DeepSeek라는 무료 오픈소스 언어모델의 발표였다. 발표하자마자 미국의 tech 기업들의 시가총액 $1T 정도가 증발했는데, 이건 한국 GDP의 절반이 넘는다. 이 큰 금액이 하루 만에 날아갈 정도로 DeepSeek이 대단한진 아직 잘 모르겠고, 이 회사에서 말하는 내용을 전부 다 믿기도 힘들다. 하지만, 딥시크가 비싼 GPU를 사용하지 않고 OpenAI의 성능과 비슷한 모델을 100억 원 미만으로 만들었다면, 그리고 이 기조를 이어서 앞으로 중국 회사들이 계속 AI 모델을 미국 회사의 10분의 1 가격 수준에서 개선해 나갈 수 있다면, 매우 흥미로운 일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들 힘들다고 하거나, 불가능하다고 한 걸 어떻게 중국 회사들은 할 수 있을까? 땅덩어리도 넓고, 사람도 많기 때문에 그만큼 똑똑한 엔지니어들이 많고, 인건비도 미국에 비해서 훨씬 저렴하므로 더 많은 엔지니어를 더 싸게 채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게 가능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이 최신 하드웨어와 GPU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걸 엄격하게 규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창업가들은 하드웨어가 아닌, 본인들이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했고,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다양한 최적화 작업과 새로운 언어 모델 아키텍처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의 창업가들은 언어모델을 더 빠르고 좋게 만들기 위해서 그냥 돈을 써서 성능 좋은 GPU를 마음껏 구매한다. 돈이 없어서 문제지, 돈만 있으면 이들은 계속 최신 하드웨어를 구매한다. 하지만, 하드웨어의 부족으로 인해서 – 돈이 없어서 못 사는 게 아니라, 돈이 있어도 못 사는 부족 – 소프트웨어 단에서 언어모델의 최적화를 추구하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기 때문에 딥시크라는 걸출한 제품이 나왔다고 판단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는데, 딥시크를 보고 딱 이 말이 생각났다. 어쨌든, High-Flyer와 중국은 그 누구도 깊게 고민하지 않았던 분야에서 대단한 업적을 이룩했다. 이걸 보고 한국은 이제 절대로 미국과 중국을 AI 분야에서 따라잡을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여기저기서 보였고, “우리도 이게 되면…” , “한국도 이런 게 있으면…” , 우리도 딥시크와 같은 시도를 해 볼 수 있지만 결국엔 못 한다는 아쉬운 이야기도 간혹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난 여기서 큰 희망을 봤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더 열심히 고민하고, 더 열심히 연구하고, 더 열심히 일하면, 우리도 척박한 환경에서 더 잘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한국 스타트업은 미국과 중국 스타트업만큼 돈이 없다. 우린 이 두 나라만큼 많은 수의 엔지니어가 없다. 우린 미국보다 모든 분야에서 규제가 심하다. 우린 R&D 예산이 크지 않다…이 외에도 한국이 AI 분야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으려면 수백만가지 이유가 있는데, 내가 보기엔 이건 대부분 변명이다. 딥시크가 나온 중국은 실은 우리보다 훨씬 더 불리한 환경이다. “원래 그런 거야” 방식으로 생각하면, 하드웨어가 없으면 AI 인프라를 못 만들기 때문에, 그냥 포기해야 하지만, 이제 우린 여기서 한 단계 더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례를 딥시크가 만들었고, 빈곤 속에서 충분히 거대한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올해는 시장에 정말 돈이 없을 것이다. 이런 빈곤 속에서 많은 회사들이 사라지겠지만, 반면에 적은 자본으로 살아남으면서, 심지어 돈까지 잘 벌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회사도 분명히 등장할 것이다. 이렇게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드는 창업가들이 계속 혁신을 만들면서 시장을 개편할 수 있길 바란다.

말하고 싶은 건, 안 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더 좋은 방법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고민하고, 더 노력해서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도 할 수 있다. 머리를 쥐어 짜내고, 몸을 갈아 넣어서, 방법을 찾아보자.

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주 52시간 근무제의 열렬한 옹호자이거나, 워라밸을 맹신하는 분들은 이 글의 내용이 매우 불편할 겁니다. 악플을 쓰시려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각별히 주의 바랍니다.

얼마 전에 포스팅한 과 같이 올해는 걱정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글로벌 매크로 경기도 안 좋지만,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불안은 특히 많은 한국 스타트업과 우리 같이 한국에 투자하는 VC들의 발목과 손목을 꽉 잡을 것이다. 실은, 우리 같은 초기 투자자는 어차피 5년 이후를 보고 지금 대폭 할인된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계속 긍정적으로 투자는 하지만, 여러 가지 외부 요인들이 벤처 시장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내가 더 걱정하는 게 있는데, 이건 바로 한국 직장인들의 근면, 성실함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외국 투자자들에게 우리가 한국의 장점으로 항상 강조하는 건 바로 한국인들이 그 어떤 민족보다 똑똑하고, 여기에다가 남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하는 거였는데, 아직도 이 말은 대부분 맞지만, 한국인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는 걸 외국인들에게 강조할 때 점점 더 나 자신이 자랑스럽지가 않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대기업은 시스템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삼성이나 LG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내 친구들이나 지인들 말을 들어보면, 어차피 이 회사들은 소수의 사람들이 일을 다 하니까, 나머지는 그냥 일주일에 52시간만 일하면 된다고 한다. 나는 이런 마인드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 이렇게 회사가 돌아가니까 대기업들이 현상 유지는 하지만, 과거와 같은 발전이 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가장 큰 걱정은 우리가 투자하는 스타트업들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은 스타트업의 임직원분들이 일을 너무 안 한다는 것이다. 요샌 평일 오후 6시 이후에 불이 켜진 스타트업 사무실이 거의 없고, 주말은 당연히 아무도 안 나온다. 내가 공개적으로 자주 말하는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보다도 요새 스타트업 사람들은 일을 안 하는 것 같다. 이건 정말 문제가 많다. 자랑스러운 건 아니지만, 나는 1년 365일 일한다. 주말에도 일하고, 오전, 오후, 밤늦게까지 일한다. 투자자도 이렇게 일하는데, 우리가 투자하는 스타트업은 더 열심히 일하는 게 당연하지만, 내가 아는 그 어떤 스타트업도 나보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어떤 창업가들은 오래, 열심히 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반박하고, 정말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5시간만 일해도 할 일은 다 한다고 한다. 나도 한때는 이 말을 믿었지만, 이젠 안 믿는다. 일단, 이런 말을 하는 창업가들의 회사의 실적이 이런 나의 믿음을 증명한다. 대부분 형편없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항상 내가 강조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은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질 수밖에 없는 경기를 하므로, 효율적으로 일하는 건 기본이고, 여기에다가 무조건 오래 일해야 한다. 절대적으로 회사에 오래 있어야 하고, 업무에 투입하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이렇게 해도 95%의 스타트업은 경기에서 지고 망한다.

어디서부터 한국의 이런 근면성실함이 망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국가적으로, 대대적으로 고쳐야 하는 악성 코드이자 버그다. 주 52시간 꼬박 지키고, 워라밸 다 챙기면 우린 국가적으로 계속 후퇴할 것이다. 그동안 쌓아놓은 체력이 있어서 그나마 한국의 위상을 지키고 있지만, 덜 일 하고, 더 많이 노는 문화와 태도가 아예 정착되면 한국은 유럽이 가고 있는 길을 그대로 가게 될 것이다. 꽤 강대국이었던 유럽 대부분 국가는 아주 빠르게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데, 나는 그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유럽인들의 게으름이라고 생각한다. 일은 더 안 하고 정부에 요구하는 건 더 많아지면서, 이들은 여름휴가를 한 달 이상 가고, 세 시간 점심시간에 와인 한 병씩 먹으면서 삶의 질이 좋다고 하지만, 이건 오래 가지 못한다. 나라가 망하면 삶 자체가 없어지는데, 이걸 모르는지 아니면 그냥 될 대로 돼라 마인드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떤 분들은 “실리콘 밸리는 워라밸의 천국이다.”라는 말을 한다. 이분들 중 그 누구도 실리콘 밸리의 제대로 된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다. 그냥 ~카더라 소문만 듣거나, 실리콘 밸리에서 3개월 연수 다녀온 사람들이다. 실리콘 밸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곳이고,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나라다. 겉으로 보면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사람들이 설렁설렁 일하는 것 같지만, 이들은 정말 치열하게 일한다. 그렇게 안 하면 한국과 다르게 바로 해고당하기 때문이다. 원래 최고의 강대국인데, 이렇게 모두 다 열심히 일하니까 미국은 더욱더 잘 사는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잘 사는 나라가 더 잘 살기 위해선, 국민들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한국도 이젠 잘 사는 나라의 대열에 끼기 시작했는데, 모두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은.

과거는 뒤로 하고

올해부터 태어나기 시작해서 2039년까지를 베타 세대라고 한다. 출생년도로 인류를 구분하고, 이들은 어떻고, 어떤 특징이 있다고 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나는 MZ 세대보다 이후에 태어난 알파 세대(2010년 ~ 2024년생)와 베타 세대는 나 같은 X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DNA와 뇌 구조를 가진, 그래서 이렇게 출생년도로 한 번 구분해 볼 만한 신인류라고 생각한다.

일단, 베타 세대의 부모는 대부분 Z 세대와 젊은 M 세대이다. 태어날 때부터 이들은 우리의 손자 세대라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고, 이 중 꽤 많은 분들이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22세기까지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미래학자는 아니지만, 베타 세대는 엄청난 기술 발전의 수혜자가 될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AI가 삶의 중심에 있을 것이고, 이들이 투자하는 기본 자산은 비트코인이 될 것이다. 세대를 구분할 때 그 세대를 가장 잘 반영하는 기술을 많이 인용해서 우리 같은 X 세대를 삐삐 세대, 핸드폰 세대, 뭐 이렇게 부르기도 하는데, 베타 세대부터는 이런 특정 기술이나 제품으로 이들을 구분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워낙 기술이 빨리 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투자하는 창업가들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세상을 바꿀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꿈꾸는 것들이 실현된다면, 베타 세대는 사람이 직접 차를 운전했던 시절이나 비트코인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도 모를 수도 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이런 시절이 오고 있다는 이미 왔다는 게 약간 신기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긴 한다. 나도 최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요새 왠지 계속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아마도 이런 큰 세대의 변화라는 매크로 테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과거에도 이런 기분이 들 때마다, 나는 강제적으로 이제 과거는 뒤로하자는 생각을 하면서 작가 더글라스 아담스의 이 말을 항상 떠올린다.

“태어날 때부터 있던 정상적이고, 세상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부이다. 15세에서 35사이에 개발된 새롭고, 흥미진진하고, 혁신적이지만, 이걸 공부하고 연마하면 좋은 직업이 있다. 35이후에 개발된 비정상적이고,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기 때문에 이해할 없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제 나에겐 웬만한 건 모두 비정상적이고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라서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위해선, “옛날엔 이랬었는데” , “나 때는 저렇지 않았는데” , “저게 가능해? 과거에 우리도 시도해 봤는데 안 되던데” 등과 같은 생각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그냥 내 기억으론, 내 경험으론, 안 되는 거였지만, 과거는 과거로 두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아니, 이런 생각만 해야 한다.

요즘 엄청나게 빠른 기술의 변화를 보면서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두고, 과거에는 이랬다 저랬다라는 생각을 되도록 하지 말고, 미래만 봐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로 나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분야를 요즘 다시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든 상관없이 이제부터는 비트코인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을 모르는 세대가 비트코인과 수많은 디지털 자산에 투자할 것이다. 또한, 미국 SEC 의장도 바뀌었고, 디지털 자산에 반대하던 대부분의 정부 관련 담당자도 갈아치워지면서 미국에서 디지털 자산 관련 현실적인 제도와 규제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즉,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도 빨리 모든 것들이 정상화되어 과거는 뒤로하고, 조금 더 미래 지향적인 자세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