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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에 대해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11월 중순이 지나면, 실은 일이 조금씩 줄어들고, 1년을 마무리하면서 내년을 준비하기 때문에 조금은 덜 바빠지는 게 정상적인데, 올해는 그럴 기미가 안 보인다. 오히려 검토해야 할 회사는 더 많고, 돈 없어서 힘들어하는 기투자사도 더 많고, 써야 할 이메일도 더 많아서, 브레이크를 못 밟고 계속 악셀러레이터를 밟아야하는 바쁜 연말을 보내야 할 것 같다. 행복한 고민이지만, 그래도 가끔 벅찬 느낌이 들때가 있다.

밸류에이션이 요새 하늘로 치솟는 점을 제외하면 – 그리고, 관련해서는 내가 따로 글을 한 번 쓸 계획이다 – 한국 벤처 생태계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더욱더 많은 똑똑한 창업가들이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고, 시장엔 과할 정도로 돈이 넘쳐흐르고 있어서 그런지, 내가 보기엔 잘 안될 것 같은 사업도 여기저기서 투자를 잘 받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창업하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우리보다 더 못한 다른 사업도 기업가치 100억 원에 펀딩을 받았으면, 우린 더 높게 투자받아야 하고, 더 잘 할 수 있다.”라는 논리를 자주 듣고 있다.

최근에 만난 스타트업 중 기술력이 상당히 뛰어난 팀들이 몇 있었다. 기술력은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훌륭한 해자(垓字)가 될 수 있지만, 가끔 본인들의 뛰어난 기술력에 심취해서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는 단점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너무나 대단한 기술을 이용해서, 너무나 간단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이다. 이런 간단한 문제의 공통점은 많은 사람이 이게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불편하기보단 귀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조금 귀찮긴 해서, 뭔가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돈을 내거나 또는 앱을 귀찮게 깔아서 해결할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걸 엄청나게 복잡하고 개발이 쉽지 않은 기술을 활용해서 해결하려고 하면 사업으로 성공하는 게 쉽지 않다. 송곳으로 살짝 뚫으면 되는 구멍을 굳이 전기 드릴로 뚫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분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술로 큰 문제를 한 번 해결해보라고 권장한다. 그리고 내가 여기서 말하는 큰 문제는, 사람들의 습관을 바꿀 수 있는 그런 문제이다. 습관을 바꾸는 건 정말 어렵다. 나도 내 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데, 내가 만든 기술과 솔루션으로 남의 습관을 바꾸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래서 이걸 가능케 하면 대단한 사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존은 세상의 모든 것을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사고팔도록 소비자들을 훈련했고, 수백 년 동안 몸에 밴 습관을 바꿨다. 그 과정은 쉽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이렇게 한 번 바뀐 습관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내가 음성인식 기술에 대해서 을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손으로 기계를 제어하던 오래된 습관에서 음성으로 넘어가는 건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이 습관을 바뀌면 다시는 예전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시장의 습관을 바꾸는 건 정말 어렵다. 처음엔 고객의 저항도 있고, 경쟁사의 저항도 있지만, 새로운 방법으로 뭔가를 하도록 시장을 훈련하는 비즈니스는 결국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바꾸기 힘든 걸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서 바꾸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오래된 습관을 바꾸기 위해선 좋은 기술력이 필수이다.

좋은 기술력이 있다면, 너무 작은 불편함보단, 습관을 바꿀 수 있는 더 큰 문제에 도전해 보는걸 추천하고 싶다.

벤처 정신

11월 말까지 프라이머 20기 선발 인터뷰/미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기수에는 서류지원 이후 50개 이상의 회사를 후보로 뽑았고, 이 중 10개 정도의 회사를 3주 동안 선발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매번 할 때마다 느끼는 건, 굉장히 힘들다는 점이다. 다 좋은 창업가이고, 다 좋은 비즈니스인데, 이 중 20%만 선발하는 것도 힘들지만, 일단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분들과 만나야 하는 것 자체가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 나도 바빠서 주 중에는 주로 밤 9시 이후에 미팅하고 있고, 주말은 가급적이면 쉬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주말에도 미팅하고 있는데, 나도 쉽지 않지만, 미팅하는 창업가들도 힘들 것이다. 다시 한번 밤늦게, 그리고 주말에 시간 내주셔서 나랑 미팅한 창업가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달하고 싶다.

매번 힘들지만, 매번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이렇게 강행군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번 기수도 너무나 다양한 분야에서,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업을 하는 분들도 있었고, 너무나 뻔한 아이디어라서 “또 이런 사업이야?”라고 갸우뚱하면서 만났지만, 막상 이야기해보면 너무 잘하는 분들이 많았다. 엘리트 길만을 걸어온 전형적인 엄친아 창업가, 유학파 창업가,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스텔스’ 창업가, 어릴 적부터 사업을 해왔던 분들, 집안이 망해서 어쩔 수 없이 창업을 선택한 분들 등, 너무나 다양했다. 이 중 대부분이 떨어지겠지만, 프라이머 선발되고 투자 받는 게 사업의 목표가 아니기에, 모두 다 마음속으로는 응원한다.

스트롱도 초기에 투자하지만, 프라이머는 우리보다 더 앞 단계에 투자하기 때문에 1년에 두 번씩 여러 명의 창업가를 짧은 기간 안에 만나보면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샌 어떤 서비스와 제품이 시장에서 유행하고 있고, 앞으로는 어떤 사업이 커질지 계속 스스로 상상해볼 수 있는 좋은 재료를 프라이머 인터뷰는 나에게 제공해준다.

각 회사와 45분 정도의 짧은 미팅을 하는데, 마지막에 내가 항상 물어보는 게 프라이머 지원 동기이다.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는데, 대부분의 창업가 분들이 프라이머의 코칭때문에 지원했다고 한다. 내가 이 분들에게 말씀드리는 건, 우리는 그냥 옆에서 응원하고 보조를 맞춰주는 역할을 하는 거지, 사업의 길을 보여줄 순 없다고 한다. 그동안 수 많은 사업과 창업가를 봤기 때문에, 각자 파트너의 경험과 시각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해줄 순 있지만, 프라이머 선발되면 안 되던 사업이 갑자기 잘 되는 걸 바라면 완전히 틀리게 알고 있다는 조언을 여러 번 해 준 적이 있다.

악셀러레이터 선발, 또는 굉장히 유명한 VC로부터의 투자 유치, 이런 건 모두 사업에 있어서 부수적인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업의 본질은 시장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어서 돈을 버는 것이다. 조언, 코칭, 투자는 이걸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재료이지, 본질이 될 순 없다. 결국 메인은 창업가가 알아서 만들어 가는 것이고, 이건 아무리 경험 많은 투자자나 멘토도 대신 해 줄 수 없다. 내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결국, 사업 자체가 좋아서 하는 거지, 투자를 받고, 어떤 투자자한테 인정받기 위해서 이 지저분하고 힘든 길을 가는 건 아니지 않냐.

어제도 밤 11시에 줌 미팅을 끝내면서, 아직 한국의 벤처 정신은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크립토 유니콘

CB Insights에 의하면 2021년 Q3 기준으로 전 세계에는 848개의 유니콘 기업이 존재한다. 엄청난 숫자이다. 올해 6월 ~ 9월 사이에만 127개의 신규 유니콘이 탄생했다. Cowboy Ventures의 Aileen Lee가 처음으로 유니콘이라는 말을 만들었던 2013년도에는 39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었는데, 8년 만에 1조 원의 회사들이 20배 이상 탄생한 것이다.

한국도 이제 꽤 많은 유니콘 기업이 존재한다. 한국에서 가장 큰 유니콘은 토스이고, 총 11개가 있는데, 아직 CB Insights 데이터가 업데이트 안 된 것 같다. 우리 내부 조사에 의하면 실제로 한국에는 16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다. 2016년만 해도 2개 밖에 없었는데, 이 또한 눈부신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유니콘은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이고, 알려진 기업가치는 $140B~$400B 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일론 머스크의 SpaceX인데 기업가치는 $100B 이다. 나도 투자를 하고 있지만, 워낙 큰 숫자라서 아직 1 billion 달러에 대한 감 조차 잘 안 잡히지만, 정말로 대단한 숫자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장을 조금 더 분석해보면,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유니콘들이 있는데, 바로 디지털 자산들이다. CoinMarketCap에 의하면 현재 100개 정도 코인의 시가총액이 $1B 이 넘는다. 가장 큰 크립토 유니콘인 비트코인의 시총은 $1T을 돌파했고, 2등인 이더리움도 $500B이 넘는다. 바이트댄스의 기업가치를 $400B이라고 봐도, 1등 바이트댄스와 2등 SpaceX랑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은 가치다.

많은 분들이 암호화폐의 시총은 신기루이고, 많은 코인이 사기라고 할 것이다. 실은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CB Insights의 유니콘 리스트의 많은 기업 또한 그 기업가치를 누릴 자격이 없고, 사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유니콘 리스트에는 디지털 자산 또한 포함되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해본다.

율립 2.0

yulip website

이미지 출처: 율립 웹사이트

클린 뷰티를 지향하는 우리 투자사 율립에 대해서는 내가 전에 여러 번 이 블로그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실은 우리가 투자하기 전부터 이 회사와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하고자 하는 비전에 많은 공감을 했는데, 원혜성 대표님이 아주 오랫동안 준비한 야심 찬 프로젝트가 곧 launch하고, 이번에도 이 내용을 공유하고 싶다. 솔직히, 우리 투자사라서 홍보 차원의 글이기도 하지만, 심각한 환경 위기에 직면한 지구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이자 제품이라고 믿고 있다.

율립(YULIP)이라는 회사와 제품의 이름부터 자세히 보자. ‘율립’ 사명은 창업자 원혜성 대표님의 딸 율희와 립스틱을 합성한 말이다. 그만큼 이 회사의 이름에도 엄청난 고민과 철학이 담겨 있다. 2017년도에 창업된 율립은 “립스틱을 다시 생각하다”라는 슬로건으로 립스틱에 들어간 유해성분을 없애고, 인체에 무해하고 환경에도 무해한 레시피로 판매가 시작됐다. 말은 좀 거창하긴 하지만, 내가 아는 그 어떤 클린 뷰티 회사보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수년 동안 내가 옆에서 이걸 지켜봤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노력을 해도 충분하진 않았다. 일반 화장품, 특히 립 제품의 경우 재활용되지 못하면 소각되거나 매립되는데, 이렇게 되면 절대로 썩지도 않고 미세 플라스틱을 재생산하면서 환경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이 작은 립스틱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지만,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많은 립스틱이 해마다 버려진다. 내가 살면서 사용하고 버린 립스틱이 내가 죽은 뒤에도 지구상에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으면,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탄생한 게 율립 2.0이다. 지구에 영원히 남지 않고 서서히 분해되는 생분해 소재로 만든 케이스와 지속가능한 립스틱 심지가 율립 2.0의 핵심 포인트인데, 지금 율립 웹사이트에서 미리 알림 신청하면, 제품 판매 시작하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율립 2.0의 탄생 배경과 디자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 또한 웹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다.

Beauty that Co-exists. 율립 2.0 많이 기대된다.

교두보

전 세계가 오징어 게임에 난리가 났다. 개봉하기 전에 서울 여기저기서 택시와 버스에 오징어 게임 광고가 자주 눈에 띄었는데, 이름도 이상했고 익숙한 내용이라 그냥 웃고 넘겼었는데, 이게 이런 글로벌 히트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드라마 딱 9편만으로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콘텐츠가 될 기세이다. 실은 나는 아직 이 드라마를 못 봤지만, 관련 기사는 엄청나게 많이 읽었고, 이런 드라마를 만든 황동혁 감독과 한국 배우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드라마를 전 세계인에게 선보인 넷플릭스도 정말 대단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여러 기사 내용을 종합해보면, 황감독이 오징어 게임 아이디어를 생각한 건 10년 전인데, 그동안 한국의 투자자와 배우들은 내용이 너무 잔인하고 뻔해서, 흥행 못 할 거라고 하면서 모두 투자와 출연을 거부했는데, 이걸 넷플릭스가 픽업해서 투자하고 훌륭하게 배급해서 성공했다고 한다. 요새 워낙 OTT 전성시대라서 넷플릭스도 이제 끝났다고 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는데, 회사의 주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고, 오리지널 콘텐츠의 수준은 더욱더 높아지고 있는데, 여기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는 게 한국이라고 한다. 실은, 이 사실은 한국에 살고 있고, 한국의 콘텐츠를 계속 접하고 있는 나로서도 놀라운 일이긴 하다. 한국은 너무 유치하고 진부하고 예측가능한 콘텐츠만 생성한다는 오래된 기억과 편견이 있어서 그런지, 그동안의 한국 콘텐츠의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나를 비롯한 많은 한국분들이 놓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트렌드를 넷플릭스는 2010년 초반부터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에 약 8,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했는데, 이 금액은 우리보다 시장이 훨씬 더 크다고 알려진 인도시장에 투자한 금액의 두 배 이상이라고 한다.

같은 돈을 투자해서, 같은 수준의 콘텐츠를 만들어도, 넷플릭스가 아니라 다른 플랫폼이었으면, 오징어 게임이 이렇게 성공적으로 전 세계인의 디바이스와 화면을 통해서 알려졌을진 잘 모르겠다. 아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좋은 콘텐츠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본 선견지명, 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결국 만들어진 좋은 콘텐츠, 그리고 다른 언어로 만들어졌고 다른 나라의 배우가 나오는 콘텐츠지만 글로벌 시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글로벌 유통파워가 그 누구보다 좋은 플랫폼의 힘이 합쳐져서 탄생한 아주 기발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지만, 내가 보기엔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과 성공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건 스트롱벤처스가 한국 스타트업을 위해서 하고 싶은 역할이기도 하다. 우리도 9년 전부터 한국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보고 미국 펀드로서 투자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꽤 많은 회사에, 꽤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물론, 모든 스타트업이 오징어 게임만큼의 성공을 거두진 못 했지만, 몇 개는 해외로부터 큰 투자도 받으면서 상당히 큰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이런 교두보 역할을 많은 분들이 하고 싶어 하지만, 누구나 다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한국 시장도 잘 알아야 하고, 외국 시장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예로, 한국 영화관에서는 이제 외국 영화의 더빙은 사라진 지 오래됐다. 대부분 한국 시청자는 외국 배우들의 오리지널 목소리를 선호하고, 한국인은 어릴 적부터 글을 읽는 교육을 잘 받았기 때문에, 자막처리를 해도 불편함 없이 잘 읽으면서 영화 내용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조금 다르다. 미국인은 글을 읽는 교육이 잘 안 됐기 때문에 영화를 자막처리하면 내용 자체를 잘 소화하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미국인들은 오히려 더빙을 선호한다. 넷플릭스는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었고, 넷플릭스 사용자들의 취향을 이미 데이터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서 자막과 더빙을 알아서 추천했다고 한다. 사소한 것이지만, 오징어 게임의 미국 성공에는 크게 기여한, 현지 시장을 잘 모르면 하기 어려운 그런 디테일이다.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교두보 역할을 하는 VC도 이러한 이유로 양쪽 시장을 매우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가장 한국적인 것을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많은 분의 노력으로 인해서 이제 한국이 정말로 글로벌 메인스트림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걸 요새 많이 느끼고 있다. 어쨌든 자랑스러운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