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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artup Bible – 2021 정리

2022 Tiger

이미지 출처: 뿔개루기 / 크라우드픽

해마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한 해 동안 쓴 글에 대해 정리를 하는데, 2021년도 이제 딱 하루가 남아서 이 블로그의 한 해를 정리해본다.

2021년에 난 96개의 글을 – 이 글 포함 – 올렸는데, 이는 3.8일에 한 번씩 블로깅을 한 셈이다. 매주 월요일, 그리고 목요일 포스팅을 하니까, 이 수치는 항상 같다. 96개의 포스팅을 읽기 위해서 The Startup Bible 블로그를 방문한 분은 총 150,757명이다(오늘, 내일 방문객 제외). 월평균 12,563명, 하루평균 413명이 방문한 셈이다. 작년 대비 트래픽이 좀 떨어진 것 같은데, 그 원인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쓴 글들이 작년 대비 별로였을 수도 있고, 그냥 요샌 읽을 게 워낙 많아서 트래픽이 분산됐을 수도 있다.

2021년도에 가장 많이 읽힌 Top 10 글은 다음과 같다:

1/ 스트레스 테스트
이 포스팅은 2019년에 두 번째로 많이 읽혔던 글이고, 2020년에 가장 많이 읽혔던 글인데, 올해도 가장 인기 있었다. 내용이 나쁘진 않지만, 왜 가장 많이 읽혔는진 잘 모르겠다. 아마도 스타트업을 어느 정도 운영한 분들이라면, 성장은 중요하지만, 돈으로 이 성장을 만들고 계속 유지하는 게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부분에 많이 공감하는 것 같다.

2/ 현미경 지옥
많은 분이 쿠팡, 토스 또는 당근마켓과 같이 큰 스타트업은 모든 게 질서정연하고, 내부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이 글을 쓰게 됐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당연히 어느 정도의 질서와 시스템이 생기지만, 솔직히 더 깊게 들여다보면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과 동일하게 정신없고 개판이다. 워낙 빨리 성장하는 게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더 커지고, 더 발전할수록 더 정신이 없다.

3/ 한국인들의 7가지 실수
이 포스팅은 수 년 동안 꾸준히 읽히고 있는 all-time 베스트/스테디 글이다. 2010년도 9월에 썼으니까, 11년이 넘은 글인데, 내용을 보면 아직도 대부분 공감이 간다. 특히 이메일 주소 부분은. 또한, 이 글은 스타트업 바이블 포스팅 중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글인데, 댓글이 거의 230개가 달렸다. 댓글들이 정말 재미있고, 웃긴데, 세상에는 진짜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는 것 같다.

4/ 스톡옵션 개론
이 글도 꽤 오래됐는데, 그동안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분들의 스톡옵션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히 올라가서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어떤 분은 쿠팡에서 일하는 친구가 스톡옵션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강남에 아파트를 사서, 그동안 관심 없던 스톡옵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과거에는 스타트업에 취직하는 분들이 현금을 선호했었는데, 이제 한국도 스톡옵션을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 좋은 현상이다.

5/ 밸류에이션 과부하
요새 시장에 돈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오죽하면, “현금이 제일 싸다”라는 말이 정말 현실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이 와중에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고, 우린 이 와중에 밸류에이션 50억 원 이하의 스타트업을 찾기 위해서 피똥 싸고 있는데, 우리만 이런 상황은 아닌 것 같다.

6/ 창업가의 연봉
한국은 헝그리 정신을 불필요하게 강조하고 쓸데없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창업가들도 사람이고, 가족이 있는데, 일단 먹고 살아야 한다. 실은 창업가들이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건강해야지만 회사가 잘 되고, 주주들도 성공하는데, 여기엔 개인의 재정적인 건강함이 필수이다. 회사의 형편이 괜찮다면, 창업가들도 충분히 높은 연봉을 가져가야 한다.

7/ The Long Game
스타트업은 마라톤이다. 최소 10년 이상은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8/ 거절하기
이 글은 포스팅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10위 권으로 들어왔다. 살다 보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고,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이게 쌓이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처음엔 두렵지만, 맘내키지 않으면 그냥 No라고 하면서 거절을 해야지만 스트레스 관리가 된다는 내용인데,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하는 내용인 것 같다.

9/ 직원들의 스톡옵션
4위 글도 스톡옵션 관련 내용인데, 8위도 스톡 옵션 내용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원도 스톡옵션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지만, 이걸 부여하는 대표이사도 잘 알아야 한다. 대표이사의 입장에서도 일반 직원들에게 부여하는 스톡옵션은 항상 애매한데, 이런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글이다.

10/ 집중과 제거의 중요성
워런 버핏이 강조하는 ‘제거의 힘(Power of Elimination)’은 너무나 중요하다. 일을 할 때도 중요하지만, 그냥 인생에서도 항상 명심해야 하는 국룰이다. 냉정하게 제거하고, 가차 없이 집중하자. 실은, 이렇게 해도 성공하는 건 힘들지만, 조금이라도 성공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상 2021년에 가장 많이 읽힌 글 10개였다. 재미있는 건, 가장 많이 읽힌 10개 포스팅 중 작년 탑 10에 들었던 글은 4개 밖에 없었고, 나머지 6개는 새로 순위에 진입한 글들이다. 과거에는 매해 순위에 오른 글들이 거의 비슷한 패턴을 보였는데, 이 새로운 패턴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항상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순위 매기기는 별 의미는 없다.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이 포스팅을 하다 보면, 한 해가 정리가 되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Happy New Year!

스트롱한 한 해

우리는 매주 화요일 오전에 스트롱이 검토하고 있는 모든 딜들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는 꽤 긴 전체 미팅을 한다. 처음엔 1시간이면 충분하던 게, 딜 수도 많아지고 각자의 생각과 시각도 다양해지면서 가끔 3시간 넘게 회의할 때도 있다. 다들 아주 바쁘지만, 우리의 존재 이유 자체가 우리 투자사들과 우리가 검토하는 회사들이라서, 화요일 오전만큼은 모두 충분히 시간을 내서 회사 이야기를 많이 한다.

11월에 존이 한국에 출장 나왔을 때 우리 팀은 당일치기로 북촌 한옥 마을 집을 하나 빌려서, 이 전체 미팅을 외부의 방해 없이 여기서 하루 종일 했다. 멀리 가볼까 생각도 했지만, 하루 이상 시간을 낼 수가 없었고, 하지만, 사무실이나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오랜만에 얼굴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1일 워크숍을 했다. 우린 이걸 ‘소풍숍’이라고 한다.

일 이야기도 하루 종일 했지만, 서로 바빠서 그동안 못 했던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고, 삼청동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었다. 거의 2년 동안 화상 미팅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얼굴 보면서 이야기 하는 게 얼마나 좋은지 다시 한번 느꼈다.

2021년 우리 팀은 정말 바빴다. 쓸데없는 일은 웬만하면 다 쳐내고, 우리가 해야 하는 일, 즉, 창업가들과 우리 LP들과 같이 일하는 데에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했지만, 그래도 시간은 항상 모자랐다. 우리 팀원 5명이 올해 한 일을 모두 나열할 순 없지만, 모두 일 당 삼 백의 일을 했다. 이렇게 적은 인력으로, 이렇게 많은 회사에 투자하고, 그 회사들을 최선을 다해 도와줬다. 그리고 이렇게 적은 인력으로, 이렇게 많은 LP들과 소통하고, 서로가 모두 스트롱해지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북촌 워크숍에서 찍은 이 사진을 보면 이 스트롱한 팀이 정말 자랑스럽다.

사진 2021. 12. 1. 오전 7 41 07

우린 엄밀히 말하면 금융업이라기보단, 사람을 연구하는 인문업에 종사하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인데, 우리가 투자하는 창업가, 우리에게 투자하는 LP, 우리가 어울리는 파트너들, 그리고 스트롱 팀원 모두에게 해당한다. 올해는 정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우리도 많이 배우고, 더 겸손해졌다.

그리고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이 스트롱 팀원들과 후회 없는 2021년을 보내서 영광이다.

Together, We are ALL Strong!

그릿(grit)

Yulip 0

2주 전에 우리 투자사 율립의 새로운 립스틱과 립밤을 받았다. 프리오더는 그 전에 했고, 실제 생산하기까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잘 해결해서 무사히 나 같은 고객에게 배송됐다. 얼마 전에 내가 율립 2.0 이라는 글에서 이 제품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원혜성 대표님을 나는 수년 전부터 알았고, 사업 시작 초반부터 율립을 봤었고, 이번 제품이 얼마나 힘들게 탄생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내가 주 고객은 아니지만, 실제 물건을 받아보니 감동이었다.

일단, 이렇게 제품 하나씩 개별 포장되어 배송된다.

Yulip 1

생분해 케이스의 형상은 지구와 생명을 상징하는 씨앗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소셜 미디어에선 로켓과 비슷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 겉 포장지를 벗기고 보니 정말 우주로 날아가면서 케이스가 하나씩 분리되는 로켓과도 비슷하다.

실은 이 포장에도 정말로 많은 고민과 생각이 담겨있다. 잘 보면, 그 어떤 접착제나 테이프 없이 그냥 종이 자체로만 립스틱을 보호하는 포장인데, 율립 팀은 그만큼 환경을 생각하면서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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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는 생분해 소재로 만들었다. 분해 되려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지구에 영원히 남지 않고 서서히 분해돼서 언젠가는 완전히 없어지는 지속 가능한 소재이다. 생분해 소재로 만들었기 때문에 강렬한 색을 표현하는 게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earth friendly한 파스텔 톤의 케이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립스틱을 다 사용하면, 심지만 빼서 버리면 된다. 리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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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스타트업이라서 여러 가지 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타협과 절충이 필요했지만, 지속가능성과 ESG에 대해선 율립 팀원분들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면서 영혼을 갈아넣어 만드는 걸 옆에서 내가 직접 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응원과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이미 소셜미디어에선 아주 긍정적인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고, 재활용, 비건,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는 다른 회사의 제품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립스틱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는걸 보면, 율립 팀의 노력과 그릿(grit)이 헛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주문해서 직접 사용해 보고, 공존하는 아름다움을 경험하시길.

밸류에이션 과부하

2020년과 2021년 사이에는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 기간에 벤처 시장이 변한 걸 생각해보면 한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 같다. 그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고, 아주 큰 변화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초기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VC들에게 물어보면, 요새 스타트업이 너무 비싸졌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할 것이다. 특히, 우리가 활동하는 초기 투자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가 투자하는 시드, 또는 프리 시리즈 A 단계는 아이디어를 기본적인 제품으로 만들었고, 많은 유저는 아니지만 소수의 초기 사용자들이 제품을 사용해봤고, 좋든 나쁘든, 어느 정도의 피드백이 생기고 있는, 그런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회사 중, 잘 해서 PMF(Product Market Fit)를 찾는 팀도 있고, 그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투자금으로 PMF를 찾아가는 팀도 있는데, 어쨌든 대략 이런 단계가 시드나 프리 시리즈 A 라고 생각한다.

한 2년 전만 해도 이 단계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은 20억 원 – 50억 원 사이였다. 이런 스타트업이 50억 원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받으면 꽤 잘 받은 거였는데, 짧은 시간 동안 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최근에 만난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거의 2배가 된 것 같다. 제품은 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수치가 없는데, 기본적으로 밸류에이션은 50억 원 이고, 이 단계에서 조금 더 발전했으면 100억 원이 넘는다. 내 기억으론 월 매출이나 거래액이 3억 원 이상 되는 회사들이 기업가치 100억 원에 투자받으면, 꽤 잘 받았었는데, 이젠 초기 제품과 시장의 긍정적인 초기 반응만 있으면, 100억 원에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세월이 됐다.

과거에 이런 회사와 미팅을 하면, 팀과 사업은 무척 맘에 들지만, 밸류에이션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엔, 우리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높은 밸류에 당장 투자가 진행되지 않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기업가치가 낮아지고, 이때 투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적당한 밸류에이션에 투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샌 이 밸류에이션이 별로 안 비싸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우리가 비싸서 망설이고 있는 동안, 투자를 받는 회사가 많아졌다. 비싸다는건 상대적인 개념이라서, 이 스타트업들이 엄청나게 크게 성장하면, 초기 밸류에이션 100억 원이 그렇게 비싼 게 아니지만, 이건 시간이 지나야지만 알 수 있을 것 같다.

초기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갑자기 비싸진 정확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그냥 모든 게 비싸지고 있어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도 비싸졌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시장에 돈이 너무 많아서 이 또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인해서 비싸졌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세상이 바뀌고 있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속도로 바뀌고 있지만, 이렇게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이 오르기 시작하면, 모두에게 해피 엔딩으로 끝날진 잘 모르겠다.

요샌 정말 20억 원 밸류에이션 스타트업이 그립다. 이런 회사들 찾기가 워낙 어려워서, 나에겐 기업가치 20억 원 스타트업이 새로운 유니콘이다.

습관에 대해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11월 중순이 지나면, 실은 일이 조금씩 줄어들고, 1년을 마무리하면서 내년을 준비하기 때문에 조금은 덜 바빠지는 게 정상적인데, 올해는 그럴 기미가 안 보인다. 오히려 검토해야 할 회사는 더 많고, 돈 없어서 힘들어하는 기투자사도 더 많고, 써야 할 이메일도 더 많아서, 브레이크를 못 밟고 계속 악셀러레이터를 밟아야하는 바쁜 연말을 보내야 할 것 같다. 행복한 고민이지만, 그래도 가끔 벅찬 느낌이 들때가 있다.

밸류에이션이 요새 하늘로 치솟는 점을 제외하면 – 그리고, 관련해서는 내가 따로 글을 한 번 쓸 계획이다 – 한국 벤처 생태계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더욱더 많은 똑똑한 창업가들이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고, 시장엔 과할 정도로 돈이 넘쳐흐르고 있어서 그런지, 내가 보기엔 잘 안될 것 같은 사업도 여기저기서 투자를 잘 받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창업하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우리보다 더 못한 다른 사업도 기업가치 100억 원에 펀딩을 받았으면, 우린 더 높게 투자받아야 하고, 더 잘 할 수 있다.”라는 논리를 자주 듣고 있다.

최근에 만난 스타트업 중 기술력이 상당히 뛰어난 팀들이 몇 있었다. 기술력은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훌륭한 해자(垓字)가 될 수 있지만, 가끔 본인들의 뛰어난 기술력에 심취해서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는 단점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너무나 대단한 기술을 이용해서, 너무나 간단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이다. 이런 간단한 문제의 공통점은 많은 사람이 이게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불편하기보단 귀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조금 귀찮긴 해서, 뭔가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돈을 내거나 또는 앱을 귀찮게 깔아서 해결할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걸 엄청나게 복잡하고 개발이 쉽지 않은 기술을 활용해서 해결하려고 하면 사업으로 성공하는 게 쉽지 않다. 송곳으로 살짝 뚫으면 되는 구멍을 굳이 전기 드릴로 뚫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분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술로 큰 문제를 한 번 해결해보라고 권장한다. 그리고 내가 여기서 말하는 큰 문제는, 사람들의 습관을 바꿀 수 있는 그런 문제이다. 습관을 바꾸는 건 정말 어렵다. 나도 내 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데, 내가 만든 기술과 솔루션으로 남의 습관을 바꾸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래서 이걸 가능케 하면 대단한 사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존은 세상의 모든 것을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사고팔도록 소비자들을 훈련했고, 수백 년 동안 몸에 밴 습관을 바꿨다. 그 과정은 쉽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이렇게 한 번 바뀐 습관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내가 음성인식 기술에 대해서 을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손으로 기계를 제어하던 오래된 습관에서 음성으로 넘어가는 건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이 습관을 바뀌면 다시는 예전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시장의 습관을 바꾸는 건 정말 어렵다. 처음엔 고객의 저항도 있고, 경쟁사의 저항도 있지만, 새로운 방법으로 뭔가를 하도록 시장을 훈련하는 비즈니스는 결국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바꾸기 힘든 걸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서 바꾸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오래된 습관을 바꾸기 위해선 좋은 기술력이 필수이다.

좋은 기술력이 있다면, 너무 작은 불편함보단, 습관을 바꿀 수 있는 더 큰 문제에 도전해 보는걸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