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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 가능한 목표

좋은 비즈니스 리더라면 직원들에게 명확한 명령과 가이드를 제공해줘야 하고, 달성해야 하는 KPI에 대한 구처젝인 숫자를 제시해줘야 한다. “올 해도 최고 매출을 갱신하자”와 같은 애매모호한 목표보단, 작년 대비 30% 성장, 또는 100억 원 등과 같은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목표설정을 하는 팀이 항상 일을 더 잘 한다는 걸 나도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우리 투자사를 비롯해서, 요새 스타트업계에서도 OKR이 유행하고 있는걸 체감하고 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 결과를 추적할 수 있는 대표적인 목표 설정 프레임워크이고, 내가 네이버에서 OKR을 검색해보니, 관련된 책이 한국에만 110권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인 것 같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입증된 목표설정 프레임워크라곤 하지만, 솔직히 나는 이게 그렇게 대단한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은 OKR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건 아니고, 이런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할 때, 이 목표를 얼마나 쉽게 또는 어렵게 설정을 해야 하는지가 오늘의 주제이다. 우리 투자사들의 월간 비즈니스 업데이트를 보면, 어떤 회사는 매달 설정해놓은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고, 어떤 회사는 목표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걸 내가 오랫동안 보면서, 느끼고 배운 점들이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할 때도 전사적인 목표를 기반으로, 팀과 개인에게 목표가 할당됐고, 업무 평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목표 달성률이었는데, 당시에도 나한테 정해진 목표가 쉬운 건지 어려운 건지에 대해서 항상 논란이 있었고, 나는 매번 최대한 이 목표를 낮추기 위해서 매니저랑 상담을 했던 게 기억난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두 가지는, 일단 연초에 설정한 목표는 고정된 게 아니라, 내부/외부 상황에 따라서 계속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과, 목표는 너무 높아도 안 되고, 너무 낮아도 안 된다는 것이다. 목표를 빡세게 잡으면, 대표의 기분은 좋아진다. 마치 그 목표가 이미 달성된 것처럼 느껴지고, 회사가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들은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오는 만족감과 자기 최면 자체가 긍정의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은 나는 이 이론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단 목표가 너무 높으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포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절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목표이니, 그냥 안 해도 된다는 역효과가 나는 걸 많이 봤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목표가 너무 쉬워도 리더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항상 목표를 달성하기 때문에, 팀원들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 하고, 매번 100% 미만의 노력으로 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성취감을 못 느껴서 모티베이션이 떨어진다.

그래서 내가 제시하는 굉장한 단순한 가이드는, 1년 12개월 중 절반인 6개월은 힘들게 달성할 수 있지만, 나머지 6개월은 200% 노력하지 않으면 달성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이다. 또는, 12개월 모두 힘들게 달성 가능한 수준에서 딱 20% 정도만 목표를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항상 어느 정도 수준의 모티베이션을 유지하면서, 번아웃 되지 않고, 성장을 같이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The Giving Pledge Korea

2010년도에 포춘지에서 워런버핏과 빌게이츠가 기부 관련 재미있는 모임을 했다는 기사를 읽고, 이 기사를 요약한 걸 나는 블로그에 포스팅했었다:
1/ The $600 Billion Challenge – Part 1
2/ The $600 Billion Challenge – Part 2

2009년 5월 5일, Rockefeller University에서 이와 관련된 첫 만남이 이루어졌고, 14명의 부호들이 이 만찬에 참석했다. 이게 바로 The Giving Pledge 운동의 시작이다.

지난주에 배달의 민족 창업가 김봉진 대표님의 Giving Pledge 서약 소식을 듣고, 10년도 넘은 이 글을 다시 읽었다. 당시에는 40명의 서약이 웹사이트에 올라가 있었는데, 그때 한국인의 서약은 단 한 개도 없었고, 그 이후로 218개의 서약이 올라올 때까지도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김봉진 대표 부부가 219번째 서약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이 웹사이트에 올렸다.

감동까진 아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참 즐겁고 유쾌했다. 막 친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는 점, 한국에서도 Giving Pledger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점, 내가 종사하는 이 tech 분야에서 이런 분이 나왔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 더욱더 많은 후배 창업가들이 김봉진 대표의 발자국을 따를 수 있다는 희망적인 시그널. 이 모든 게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졌다.

김봉진 대표님 부부의 Giving Pledge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마지막으로 10년 전 창업 초기 20명도 안 되던 작은 회사를 운영할 때 빌게이츠와 워런버핏의 기사를 보면서 만약 성공한다면 더기빙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꿈꾸었는데요. 오늘 선언을 하게 된 것이 무척 감격스럽습니다.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누군가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주시길 바랍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분이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Thank you Bongjin and Bomi.

빌게이츠와 글로벌 헬스

작년 10월에 스탠포드 의과대학 학과장 로이드 마이너가 빌 게이츠를 인터뷰한 동영상을 얼마 전에 봤다. 짧지 않은, 거의 1시간 분량의 코비드19와 글로벌 헬스케어가 직면한 과제에 대한 내용인데, 꽤 괜찮았다. 특히, 나는 헬스케어 분야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에, 빌 게이츠가 오랫동안 게이츠 재단을 운영하면서, 단순히 한 나라나 지역이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인류가 직면한 건강, 위생, 질병 관련 과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하면서 배우고, 실수했던 내용에 대해 특유의 담백한 스타일로 이야기 하는 게 꽤 흥미롭고 도움이 됐다.

내용을 모두 나열할 순 없지만, 동영상을 본 후에도 머릿속에 남는 몇 가지 내용이 있다. 일단, 게이츠 재단과 같은 곳에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어쩌면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회사 중 하나를 창업하고, 오랫동안 경영하면서 배우고 몸에 익힌 체계적인 방법으로 재단을 운영하고 있었고, 다른 국가 기관이나 재단과는 달리 글로벌 헬스 문제를 영리사업을 운영하듯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은, 빌 게이츠의 이런 접근 방법에 대해서는 오래전에 내가 이 블로그에 쓴 적이 있다.

막강한 자금을 투입해서 아프리카 같은 최저개발국의 사망률을 낮추는 문제에 대해서도 게이츠 재단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다고 한다. 실은, 천 달러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어서, 단순히 돈을 많이 투자하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지만, 못 사는 나라에서는 생존율이 높아지면 오히려 과잉인구로 인한 식량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식량부족문제가 발생하면 아무리 생존율이 올라가도 결국엔 기아로 더 많은 인구가 죽을 수 있어서 이 문제를 조금 더 깊게 보니, 못 사는 나라에서는 생존율이 낮기 때문에 오히려 출산을 많이 하는데, 생존율이 올라가면, 출산율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이렇게 되면 갑작스러운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 부족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적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렇게 객관적인 데이터에 대한 확신이 생길 때 게이츠 재단은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다고 한다.

특정 문제를 접근할 때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더 잘하는 재단이나 기관이 있으면 그쪽에서 하는 걸 충분히 벤치마킹하는 이 접근이 딱 사업을 하는 방법과 흡사하다. 이 동영상을 보면 한국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하는데,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대응했고, 적극적인 코비드19 검사를 실행해서 수치를 낮추고 잘 관리했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이 팬데믹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더 큰 전염병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코비드 19 대응을 이번에 잘 못 한 나라의 관계자들은 팬데믹이 오기 전에 준비하지 못한 부분, 팬데믹 기간 동안 잘 못 한 부분, 그리고 팬데믹 이후에 잘 못 한 부분을 제대로 분석해서 다음 전염병이 오면 그땐 제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빌 게이츠가 지적하는 또 다른 재미있는 사실은, 인류의 질병과 건강 관련 문제는 단순히 위생과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이보다 훨씬 더 큰 경제, 그리고 사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그는 “건강과 질병은 DNA code 보다 zip code(우편번호)와의 연관성이 더 높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 말이 계속 뇌리에 남는다. 미국의 경우, 코비드 19에 걸리고 사망한 수치를 보면 백인보단 유색인종이 더 높고, 부유한 지역 보다 못 사는 지역이 훨씬 더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게 우리가 살고 있는 슬픈 현실인 것 같다. 그래서 게이츠 재단과 같은 곳은 글로벌 헬스케어 과제를 단순히 의학이나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기보단,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렇게 해야 하기 때문에 이게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큰 문제라고 하는 것 같다.

나는 빌 게이츠의 팬이다. 그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독점적 지위를 얻기 위해서 작은 경쟁사를 짓밟고, 상도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다는 건 2년 넘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해 봤기 때문에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번 돈을 이렇게 선뜻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는 자세는 우리 모두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넓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빌 게이츠 같이 인류와 사회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짜증 나는 일도 많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우린 모두 운이 좋은 것 같다.

Full 동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다:

원스어폰어타임인 실리콘밸리

얼마 전에 아담 피셔의 “원스어폰어타임인 실리콘밸리(Valley of Genius)”라는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미국에서 출간된 지는 2년 됐는데, 이런 책이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다가, 내 지인분이 다른 친구 VC 분들과 같이 번역을 해서 곧 한국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며, 현재 텀블벅에서 크라우드펀딩 진행 중이다. 정말 고맙게도 이 책에 대한 추천사를 부탁했는데, 처음에는 좀 망설이긴 했다. 추천사를 쓰려면, 책을 다 읽어봐야 하는데, 책 분량이 적지 않았고, 내가 요새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솔직히 그냥 정중하게 거절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냥 호기심에 책 초반부 몇 장을 읽다가 매우 재미있어서 금방 책의 절반을 읽었고, 결국 짤막한 추천사를 썼다.

나도 이 분야에서 활발하게 일하고 있고, 실리콘밸리와 창업에 대한 책을 그동안 많이 읽었고, 실리콘밸리에서도 몇 년 살아서 이 동네 이야기는 웬만하면 다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되도록 실리콘밸리 관련 책은 더는 안 읽었다. 실은 “실리콘밸리의 xxx” 또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렇게 한다.” 부류의 책을 나는 정말 싫어한다. 그런데 이 책을 재미있게 끝까지 다 읽은 이유는, 다른 책들과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단 책의 독특한 전개 방식이다. 특정 회사 또는 특정 사건과 실제로 관련이 있는 인사이더의 대화, 대본 위주로 전개되는 방식인데, 매우 독특하다. 아마도 이 많은 사람을 한 번에 한 곳에 불러서 작가가 인터뷰한 것 같진 않고, 따로따로 각각 인터뷰했는데, 그 내용을 취합해서 나열한 방식은 마치 모두 한 방에 모여서 대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아직 미개봉된 영화나 연극의 대본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또 다른 점은 내용의 깊이 그 자체이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회사들이 어떻게 창업됐고,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한 많은 이야기는 이미 공개적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알려진 내용보다 훨씬 더 깊고 사실적인 내용이 실제 그 회사에 일했고, 그 역사를 만들었던 장본인들의 입으로 전달된다. 예를 들면, 트위터가 실제로는 Odeo라는 스타트업의 여러 가지 실험적인 제품 중 하나였고, 사장될 뻔한 제품이 어떻게 바이럴하게 펴졌는지에 대한 일반인들에게 이미 알려진 내용과는 다른, 그런 인사이드 이야기를 나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즉, 남들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창업가, 회사, 그리고 그들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실제 주인공 또는 내부자가 아니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그런 누구나 다 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에 대한 그 누구도 모르는 찐 이야기다.

내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또 다른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이 책은 큰 걸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 작게 시작해야 한다는 걸 잘 아는 사람들, 자신을 환경에 적응시키기보단 환경을 자신에게 적응시키려 했던 사람들, 천재지만 멍청이라는 소리를 더 많이 듣던 작은 사람들, 끝까지 괴짜로 남길 원했던 사람들, 대담한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매번 무시당하고 조롱받았던 사람들, 하지만 결국엔 이겼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렇다. 즉, 창업가에 대한 이야기다.

마지막 장의 주인공은 스티브 잡스다. 그의 파란만장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이 책의 엔딩과 딱 맞는 사람이다.

시장규모

사업할 때나 투자할 때나 시장의 규모는 매우 중요하다. 시장이 작으면 아무리 뛰어난 창업가라도 성장의 한계가 있고, 사업이 아무리 잘되도 명확한 상한선이 보이기 때문이고,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작은 시장에서 사업하는 회사에 투자하면, 모두가 원하는 좋은 exit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VC가 물어보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시장 관련된 질문이다. 시장이 창업가의 머릿속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그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등의 질문을 창업가라면 만났던 모든 VC에게 들었을 것이다.

즉, 누구나 다 조 단위 시장(billion dollar market)에서 사업하고싶어하고, 여기에 투자하고싶어한다. 나도 회사를 검토할 때 항상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있다면 이 문제가 큰 문제인지, 그리고 이 문제의 크기를 정량화 할 수 있는지인데 이 또한 쉽게 설명하면 시장의 규모에 대한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물어보지만, 그래도 또 마음 한 구석에서 항상 명심하고 있는 건, 시장의 규모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이다. 시장이 크면 좋지만, 그렇다고 작은 시장에서 사업하고 있다고 해서 회사가 가능성이 작다고는 판단하지 말자는 생각 또한 항상 하고 있다.

큰 시장규모에서 사업을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이미 조 단위 시장이 형성된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당장은 시장이 작지만 내가 들어가서 이 시장을 조 단위 시장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가 그냥 현재의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커야지 관심을 두지, 작은 시장이라고 하면 이 창업가와 팀이 이 작은 시장을 더 큰 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실은 작다못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서 시작해서, 이 시장 자체를 수백조 원짜리로 만든 사례도 우리 주변에는 수두룩 하다.

내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빌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이다. 빌게이츠는 1975년도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고, 세상의 모든 집에 PC를 하나씩 팔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실은 당시에는 개인이 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건 상상하기 힘든 시대라서 개인용 PC의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많은 전문가와 지식인들이 빌게이츠를 조롱하기까지 했다. 당시 최고의 컴퓨터 회사였던 DEC(Digital Equipment Corporation)의 대표 Ken Olsen은 “There is no reason for any individual to have a computer in his home(집에 컴퓨터가 필요한 사람은 없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퍼스널컴퓨터의 시장은 전무했지만, 이후 불과 30년도 안 되어 집마다 컴퓨터가 없는 집이 없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존재하지 않던, 또는 엄청 작았던 시장에 들어가서 이 시장을 키웠다.

아이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키보드가 없는 터치스크린과 소형컴퓨터와 같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손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폰은 당시에는 파격적이고, 당시 이 시장의 강자였던 블랙베리와 노키아는 시장이 없다고 하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지만,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라고 아이폰을 무시한 결과는 두 회사에게는 비참했다.

시장크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시장 크기가 작다고, 또는 특정 시각으로 봤을 때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 시장이 나중에 커지지 않는다는 보장 또한 없다. 내 짧은 경험에 의하면 수백조 원 짜리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해도 그 시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 하면 – 그리고, 시장이 크면 경쟁이 심해서 이렇게 될 확률도 높다 – 시장의 크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반면에 시장이 작아도 그 시장으로 들어가서 작은 시장을 수백조 원 짜리 시장으로 키울 수 있다면 이건 대단하다.

시장 크기에 너무 현혹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