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홈스캔, 홈케어 서비스

한국 와서 집을 구하면서 답답했던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나 professionalism이 너무 없고, 고객들을 호구로 보는 중개사들한테 너무 실망했다. 모든 중개사들이 이런 건 아니겠지만 – 그리고 미국도 이런 중개사들이 있지만 – 한국은 정말 무법천지였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 중개사들과 우리랑 같이 일하는 고생하는 창업가들을 비교해 보면 화가 날 정도다. 이건 나만 느끼는 건 아니고 한국에서 집을 구해 본 모든 사람들이 어느정도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또 다른 답답한 점은 – 이건 어쩌면 내가 미국에서 집을 구해봤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지는 못 할거 같다 – 나 같은 임차인은 집 주인한테 아무 말도 못 하고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는 “집주인이 ‘갑’인” 사회 분위기였다. 내 집이 아니더라도 내 돈 몇 억이 들어가는데 왜 임차인은 뭔가를 요구할 권리가 없을까. 이사 전에 이미 망가져 있거나 작동하지 않는게 있다면 당연히 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위해서 고쳐줘야 하는데 한국은 그 조차 집 주인의 눈치를 봐야하고, 협상을 해야 한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새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임차인이 전문 홈 인스펙터를(공간관리사) 통해서 그 집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검사 받을 수 있다. 주로 돈은 임차인이 내야하는데 공간관리사들은 2-3시간 정도 매우 꼼꼼하게 집의 상태를 전체적으로 검사해준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습도, 곰팡이 존재 여부 또는 가능성, 백개미 존재 여부, 수압, 전압, 전기 접지 상태 등 모든 걸 검사 해주고 전문적인 보고서를 만들어서 제공한다. 집을 사는 사람은 이 보고서를 가지고 집 값을 네고하거나 또는 집 주인한테 수리 요청을 할 수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내가 살 집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집의 파손으로 인한 예상치 못 한 봉변이나 피해를 최소화 할 수가 있다.

한국은 이사 당일 날 집 주인, 전 세입자, 그리고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은 돈을 돌리고, 입금하고, 출금하고, 그리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후다닥 이사 나가고 들어온다. 이렇게 하니 당연히 집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고, 전에 살던 사람이 고장낸건지 원래 그런건지 알 방법이 없으니 집 주인한테 정당하게 수리를 요청할 수가 없다. 더 당황스러운 건 집이라는게 살아보기 전에는 발견되지 않는 하자들이 있는데, 한 두 달 후에 이런 하자들이 발견되면 세입자는 곤란해진다. 정확히 누구 잘못인지 책임 소재도 애매해지기 때문에 매우 지저분한 싸움으로 끝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투자사 닥터하우스에서 새롭게 출시한 홈스캔 서비스는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아니, 당장 해결하지는 못 하겠지만 좋은 방향을 제공한다. 홈스캔을 통해서 닥터하우스의 full-stack 공간관리사/기술자 분들이 주거공간을 정확하게 검사하고 진단해서 주거자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을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새로 출시한 홈케어 서비스를 통해서 문제점 발견 시 바로 처리가 가능하다.

기존 프로세스에 뭔가 깨진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고쳐야 하는게 맞지만 우리 사회는 이런 것들을 그냥 “관행이니까 원래 그런거야” 로 넘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제동을 걸고 기술의 도움으로 투명성을 제공해야 한다. 닥터하우스의 서비스가 여기에 한 몫 하길 기대한다.

O2O 마켓플레스

o2o-marketplace바로 전 포스팅에서 우리가 투자한 몇 개의 O2O 서비스들에 대해 잠깐 이야기 했다. O2O 플랫폼들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집 수리/유지보수 서비스 닥터하우스의 경우, 시작은 마켓플레이스였다. 즉, 자신들이 직접 집 수리를 하는게 아니라 사용자와 집수리 업체를 연결만 해주는 비즈니스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연결만 해 줄 때 항상 발생하는 품질 문제 때문에 – 사용자들은 집 수리 결과에 대해 항상 불만이었고, 업체의 경우 일단 돈 만 받으면 “나 몰라라” 하고 발뺌한다 – 직접 자체 기술자를 고용해서 철저한 품질을 보장하는 in-house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부동산다이어트의 경우 자체 공인중개사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외부 공인중개사와 같이 일을 하기도 하는 일종의 hybrid 모델을 가지고 있다.

뭐가 정답일까? 나도 모르고, 솔직히 정답은 없다. 품질을 철저하게 관리하려면 모든걸 자체적으로 하는 in-house 모델이 정답이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그만큼 스케일하는게 어렵고 느려진다.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같이 순수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면 스케일 하는게 더 수월하지만,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품질의 리스크가 항상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우버의 택시기사가 손님을 강간하거나, 에어비앤비 손님이 남의 집을 빌려 마약파티를 하다가 경찰한테 발각되면 마켓플레이스의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다. 또한, 영어로 disintermediation 이라고 하는 ‘탈중개화’ 문제가 항상 존재한다(소비자와 공급자가 첫 거래는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을 이용하지만, 오프라인 상에서 만나기 때문에 두 번째 거래 부터는 마켓플레이스를 건너뛰고 서로 직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이렇게 해봤다).

그래도 시장은 스케일이 있고, 자체 재고나 인력 관리의 부담이 없는 마켓플레이스 형태로 흘러가고 있는거 같다. 만약에 O2O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 다음 몇 가지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보면 좋을거 같다:

1/ 단순 제품보다는 서비스에 집중
한 번 사거나 파는 제품보다는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O2O 마켓플레이스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버와 같은 택시 서비스는 한 달에 여러 번 사용하지만, 중고 옷을 거래하는 서비스는 일년에 한 두번만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용자 경험에 집중
우버와 같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O2O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한다면 사용자 경험을 향상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를 ‘없으면 안되는 습관과도 같은 서비스’로 만들어야 한다. 잘만 하면 LTV(Life Time Value) 또한 배로 늘어날 것이며, LTV가 배로 늘어나면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인 CAC(Customer Acquisition Cost)도 배로 사용할 수 있다(LTV와 CAC 관련 글)

3/ 여러 우물보다는 한 우물(=horizontal 보다는 vertical)
마켓플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동성(=liquidity) 이다. 즉, 내가 뭔가를 팔고 싶어서 특정 마켓플레이스에 물건을 올리면 이 물건을 살 사람들이 즉시 나타나야지만 마켓플레이스는 존재의 가치가 생긴다. 미국의 Craigslist가 그 후진 UI와 UX를 가지고 오랫동안 개인 대 개인 거래시장의 일인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중고장터앱의 UI가 아무리 이뻐도 팔 물건을 올렸는데 살 사람들이 없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너무 많은 분야에 걸쳐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면 수요과 공급에 유동성을 제공하는게 어려워진다. 어린이, 10대, 20대, 30대, 성인 남녀 모두를 위한 패션 중고거래 마켓플레이스 보다는 10대 여자들을 위한 중고 패션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게 유동성 확보 면에서는 훨씬 좋다. 이 플랫폼에는 그냥 아무 옷이 아닌, 10대 여자들 옷만 찾는 사용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4/ 탈중개화를 방지할 수 있는 온디맨드 서비스
위에서 이미 언급한 탈중개화 현상은 모든 마켓플레이스가 가지고 있는 리스크이다. 우리 투자사를 예로 들어보면, 집 수리가 필요해서 닥터하우스를 통해 좋은 기술자와 연결되어 좋은 경험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다음에 또 집 수리를 해야하면 굳이 닥터하우스를 이용하지 않고 – 수수료가 발생하니까 – 지난 번 기술자에게 직접 전화해서 예약을 하고 싶은게 사람의 심리이다. 즉, 플랫폼의 disintermediation이 발생한다. 하지만, 우버는 예약 기반이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즉시 사용하는 진정한 온디맨드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런 탈중개화가 일어날 확률이 매우 적다. 아니, 아예 없다. 왜냐하면 한 시간 안으로 공항에 가야하는데 집을 나와서 여기저기 택시회사에 내가 전화를 걸어 가격을 비교하고, 더 싼 택시를 부르고 할 시간도 여력도 없기 때문에 그냥 우버를 누르고 즉시 사용하기 때문이다.

5/ 시장의 양쪽을 다 신경써야 한다
마켓플레이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two-sided business 이다. 우버의 예를 또 들면, 택시 이용객도 우버의 고객이지만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 기사들도 우버의 고객이다. 어떻게 보면 택시기사들이 더 중요한 고객일 수도 있는게 많은 택시 기사들이 우버를 full-time 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O2O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면 수요와 공급 모두를 만족시켜야지만 비즈니스가 제대로 굴러가는데, 서로 원하는게 다르고 보는 방향도 다른 양쪽을 모두 같은 플랫폼 위에 태우려면 지속적인 실험과 수정을 해야한다.

6/ 수수료 이상의 비즈니스 모델

내가 아는 O2O 마켓플레이스들은 거의 모두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했다. 이들은 수요와 공급을 매칭해주고, 거래가 일어나면 일정 %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하지만, 이 비즈니스 모델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째는 위에서 언급한 탈중개화이다. 공급자의 신원과 연락처가 파악되면 사용자는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서 플랫폼 밖에서 공급자와 직거래를 하기 시작한다. 두 번째는 과다한 가격 경쟁이다. 시장이 존재하고 충분히 크다고 판단되면 동일한 경쟁 마켓플레이스들 여럿이 등장하는데 – 마켓플레이스의 또 다른 단점은 바로 진입장벽이 전반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 이렇게 되면 서로 가격을 낮추거나 수수료를 낮추면서 경쟁을 하게 된다.
이 두가지 이유 때문에 결국 어느 시점에 수수료는 ‘0’ 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미 우리가 잘 아는 배달의 민족도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수료를 없애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러면 마켓플레이스들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나? 바이어와 셀러들을 엄청나게 많이 모은 마켓플레이스들의 진정한 비즈니스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수수료가 아닌 다양한 부가서비스들을 유료로 제공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수수료 기반의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면 지속 가능한 궁극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끈임없이 고민을 해야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moduleapps.com/mobile-marketing/ufs-o2o/>

한국에서 Strong 개밥먹기

happy senior이 블로그를 꾸준히 읽으셨다면 내가 ‘개밥먹기‘를 상당히 많이 강조하는걸 잘 알 것이다.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대표이사나 팀원으로서 우리가 만들고 있는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사용해봐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 그런데 이 당연한 걸 많은 분들이 하지 않고 있다 – 투자자로서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의 서비스를 사용해 보는 것도 너무나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이다. 단순한 인터넷이나 모바일 서비스라면 미국에서도 한국의 서비스를 사용하는게 간단하지만, 오프라인 부분이 많이 가미된 O2O 서비스라면 미국에서 한국의 서비스를 사용할 수가 없다.

이제 한국 온 지 3 개월이 되었다. 집과 사무실을 찾은 후에 내가 가장 먼저 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 중 오프라인 프로세스가 비즈니스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들의 서비스를 사용한 것이다. 다는 아니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이용해 보고 있다.

일단 오자마자 집을 찾기 위해서 부동산다이어트와 같이 일을 해봤다. 일반 오프라인 부동산, 그리고 정말 “이렇게 땅 집고 헤엄치면서 돈을 거져 먹을 수 있는 직업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분노했던 일반 공인중개사들보다 너무나 책임감 있고 프로페셔널한 서비스에 나 스스로도 감탄했다. 집을 구한 후에는 간단한 인테리어 작업을 하기 위해서 닥터하우스를 사용해봤다. 역시 깔끔하고 책임감 있는 서비스, 그리고 괜찮은 가격에 매우 만족했다. 도서공유서비스인 국민도서관도 지금 사용하고 있는 중인데 사이트 업데이트가 되면 그 후기는 별도로 남길 계획이다(참고로 스타트업바이블 1과 2를 아직 안 읽으셨고,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분들은 무료로 빌려볼 수 있다. 국민도서관 내 서재로 가기). 그리고 계속 하나씩 우리가 투자한 오프라인 부분이 사용자 경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들을 사용해 보고 있다(원투웨어 같은 경우 subscription 기반 여성복 대여 서비스라서 내가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리고 와이프가 사용하기에는 옷의 종류가 맞지 않아서 주위의 젊은 여성분들의 피드백을 참고하고 있다).

수 십번, 수 백번 강조해도 부족하다. 창업자와 팀원들은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서비스를 1 부터 100까지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거지만, 놀랍게도 많은 창업가들이 자기 제품에 대한 기능이나 사용자들이 잘 알고 있는 버그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는 걸 나는 너무도 많이 봤다. 투자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투자사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항상 사용하면서 지속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고, 경쟁사와도 비교해보고, 이 시장에 대해서도 끈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두 회사의 이야기 – part.2(한인텔)

이 전 포스팅의 두 번째 이야기다. 테이크톡스를 운영하던 오현석씨와 김태호씨, 이 두 분 다 아주 맘에 들었다. 둘 다 좋은 엔지니어들이고, 성품도 너무 훌륭했다. 그리고 가진것도 없고, 경험도 없었지만 북미 시장에 도전하는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한때는 우리가 테이크톡스에 투자할까 검토를 했는데 이 와중에 비즈니스를 접고 둘이 각자의 길을 가게 된 것이다.

김태호 대표는 LA로 와서 레코미오를 창업했고 우리는 이 회사에 투자했다. 오현석 대표는 이전에 본인이 창업해서 이미 잘 운영되고 있던 한인텔로 돌아가서 여행 비즈니스에 집중하기로 결심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한인텔에도 투자를 했다. 워낙 탄탄한 비즈니스라서 한인텔은 레코미오 만큼은 힘들진 않았지만 중간 중간에 당연히 여러번의 고비도 있었다. 그리고 2014년 말에 옐로모바일의 여행부문 자회사 옐로트래블에 인수되었다. 현재 오현석 대표는 옐로트래블이 인수한 우리펜션, 한인텔, 플레이윙즈, 자리 4개사를 편입한 옐로트래블랩스의 대표이사로 한국 최고의 여행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고 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외대 컴공과 선후배 사이인 오현석 대표의 한인텔과 김태호 대표의 레코미오에 스트롱이 모두 투자를 했고, 이 두 회사가 2014년 말에 나란히 일주일 간격으로 좋은 회사들에 인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연의 일치이며, 타이밍과 운의 공이 매우 컸다. 하지만, 역시 이 재미있는 시나리오의 핵심에는 우리가 항상 강조하는 ‘사람’이 있었다. 제품도 중요하고, 계획도 중요하고, 회사도 중요하고, 모두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 모든게 ‘사람’이 없으면 다 소용없다. 우리는 좋은 사람들한테 투자를 했고 이들을 끝까지 믿었다. 예상치 못했던 장애물도 많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위, 아래 왔다갔다 하는 롤러코스터의 연속인 2년 이었지만 ‘사람한테 투자해라’는 정말로 절대불변의 진리라는걸 몸소 경험했다(이 두개의 exit 이후에 나는 한국외대 공대 출신 창업가들이라면 굉장히 적극적으로 만나려고 노력했다).

‘두 회사의 이야기’ part.1과 part.2는 실은 회사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것도 아주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두 분은 어쩌면 수 년 후에 다시 창업에 도전할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다면 둘이서 뭘 하든 그냥 무조건 투자하겠다.

두 회사의 이야기 – part.1(Recomio)

*이 포스팅은 얼마 전에 김태호씨가 블로그에 올린 글 ‘미국에서의 창업, 그 3년의 짧은 기록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올린다

2012년 비글로벌 – 당시에는 beLAUNCH 였다 – 최종 피칭 스타트업 20개 중 TakeTalks 라는 스타트업이 있었다. 뉴욕에 본사를 두었지만, 창업자들은 한국인들이었고 영어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한국인들과 미국 원어민 선생들을 동영상으로 연결해 주는 서비스였다. 당시 발표는 이 회사의 엔지니어 김태호씨와 사장 오현석씨가 했다. 둘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선후배 사이였고, 오현석씨는 한인텔의 창업자/대표이기도 했는데, 잠시 한인텔을 떠나서 테이크톡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두 분 한테서 긍정적인 인상과 에너지를 받았고 계속 연락을 하면서 지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안타깝게도 테익톡스는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나는데 실패했고 오현석 대표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서 한인텔 비즈니스에 집중하기로 결심을 했다. 그러면서 김태호씨가 free agent가 되었는데, 그의 개발 능력을 대략 알고 있었던 John과 나는 태호씨를 LA로 초청했다. 한 번 와서 LA 분위기도 보고, 가족들과 살기에 좋은 곳인지 확인해 보라는 차원에서, 당시 우리도 없는 살림에 비행기 표를 보내줬다(실은 American Airlines로 부터 협찬받은 마일리지를 활용했다).

태호씨가 봤을때도 따뜻한 천사의 도시 LA가 나쁘지 않았고, LA에서 다시 창업을 하라고 우리도 계속 설득을 했다. Strong이 많이는 투자하지 못 하지만 기본 시드머니를 제공하고 사무실도 제공할테니 일단 무조건 LA로 와서 뭐를 개발할지는 그때 정하자고 계속 설득을 했고, 몇 주 후에 태호씨와 와이프 지연씨, 그리고 두 애기들 이렇게 4 가족의 LA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게 2012년도 말이었을 것이다. 태호씨에게는 모든게 낯설었지만, 오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우리는 회사 설립, 취업 비자, 아파트 계약, 중고차 구입 등 ‘개발’과 관련되지 않은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원사격을 했다. 당시 태호씨가 하고 싶었던 분야는 추천, 개인화, 빅데이터 였고 우리는 회사이름을 Recom.io라고 지었다. 김태호 대표가 기술력은 뛰어났지만, 영어나 기획 그리고 비즈니스 스킬을 보강하기 위해서 내 어릴적 친구이자 뮤직쉐이크 동료였던 서철씨가 co-founder로 조인을 했다.

솔직히 그 이후 2년 간 레코미오의 스타트업 생활을 요약하자면 ‘투쟁’ 과 ‘살기위한 처절한 몸부림’ 이라고 하는게 맞을거 같다. 자세한 내용은 김태호 대표의 블로그를 참고하면 되지만 결론적으로 2년 동안 4개의 제품을 출시했지만 시장의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데에는 모두 실패했다. 1년 조금 지나서 회사는 돈이 떨어졌지만, 추가 투자를 받기에는 수치가 뒷받침 해주지 못했다. 그 이후 김태호와 서철은 거의 1년을 무보수로 일했다. 서철씨는 미혼이라서 김태호씨보다는 상황이 조금은 더 나았지만, 주말마다 결혼식 같은 행사에서 피아노를 연주해주고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서철씨는 피아노 전공자이다). 하지만, 처자식이 있는 김태호씨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의 블로그에서 발췌한 이 내용이 당시의 상황을 요약해 준다.

“LA 생활을 돌아보면 일을 떠나 감정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딜이 진행되는 동안 가족들을 먼저 한국으로 보내고 살던 집에서 짐을 빼 스토리지로 모두 옮겼는데 그 때 크지도 않은 집 구석구석에서 많은 수의 진통제 통들을 발견했다. 집사람이 집안에 소홀한 나 대신 타지에서 어린 아이 둘을 키우며 하루하루를 진통제로 버텨왔던 것이다. 나에게 티도 내지 않고.
하나는 좀 부끄럽긴 한데 우리 부부가 돈이 없어서 2년 간 옷도 못사고 살았는데 속옷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속옷 앞이 다 터져 나갔고 집사람은 뒤가 다 터져 나갔다. 당시 서로 이제 모든 팬티가 결국 찢어졌구나 하고 웃어넘겼지만 그 모습으로 아이를 안고 있는 집사람을 보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며 살고 있는건지 내 자신이 싸이코패스 처럼 느껴졌었다. 진통제통과 찢어진 팬티. 그 강렬한 이미지.”

뭐, 돈 없는 스타트업들의 창업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평생 경험할 수 없는 개고생을 하는 면에서 보면 레코미오 또한 다른 고생하는 스타트업들과 비슷하다. 하지만, 미국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영어도 유창하지 않은, 한국에서 교육받고 코딩 기술을 익힌 개발자 출신의 창업가가 미국에서 창업을 하면서 부딪히는 현실의 벽과 물가가 싸지 않은 캘리포니아에서 없는 살림으로 4 가족을 동시에 꾸려 나가야 하는 생활은 한국에서 창업해서 고생하는 회사들과는 확실하게 다르고,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나 또한 11개월 이상을 미국에서 무급으로 일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잘 알고 있다).

언젠가는 그 2년 동안의 에피소드들을 웃으면서 자세히 공개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코미오는 결국 아슬아슬하게 벼랑 끝에 몰렸다. 옆에서 이 안타까운 상황을 지켜보던 우리가 먼저 이들에게 회사 문 닫고 일단 다른 곳에 취직하라고 제안했다. 서철, 김태호 실력 정도면 모두 실리콘밸리나 LA의 왠만한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에 취직해서 억대 연봉을 받는 건 솔직히 어려운 일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아뇨, 조금만 더 해보죠. 우리야 그냥 다른 곳에 취직하면 되지만 그래도 투자자분들(스트롱이 유일한 투자자)에게 최소한 투자금은 돌려드려야죠.” – 먹고 살 돈이 없어서 와이프와 두 애들을 한국으로 보내고, 스트롱벤처스 사무실에서 6개월 동안 먹고 자고 있던 김태호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들이 많았는데, 이 때 나는 정말 이런 사람들과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했다. 너무 보람찼다. 그리고 반드시 이 상황을 역전 시켜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았다.

착하게 살고, 열심히 살고, 연예인처럼 자기 PR을 하지 않아도 능력이 있다면 하늘이 한 번은 도와 준다는 말이 정말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했다. 정확하게 3개월 후, 몇 몇 기업들이 레코미오 인수에 관심을 보였고 2014년 말에 레코미오는 아주 좋은 회사에 인수되었다. 스트롱벤처스한테는 첫번째 exit 이라는 훈장을 선물해준 너무나 고마운 인수였다. 이렇게 김태호, 서철은 LA의 생활을 정리하고 실리콘 밸리로 이사를 갔다. 둘 다 너무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새 보금자리에서 일하고 있고 나랑은 아직도 자주 연락하면서 지낸다. 큰 일을 할 친구들이다. 우리가 exit을 시킨것도 아니지만, 어쨋든 이런 좋은 팀을 초기에 알아보고, 투자하고, 같이 고생하면서 좋은 결실을 맺게 되어 즐거운 연말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모두 미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굴곡없는 성공 스토리 보다는 누군가 밑바닥에서 부터 성장하는 그런 growth story들을 더 좋아하고 공감을 한다. 이런 각도에서 봤을때 레코미오 이야기는 내가 아는 그 어떤 스토리 보다 극적이고 감동적이다. 어떻게 아냐고? 2년 동안의 그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바로 옆에서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2년 밖에 안 되었지만, (워낙 빠르게 변하는 동네라서)기억을 조금씩 더듬으면서 이 글을 쓰다가 혼자서 웃고 울곤 했다. 힘들어서 지금 포기하고 싶지만, 조금 더 버티고 있는 창업가들한테 조금이나마 영감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