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한국에서 미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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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dbgraphic / 크라우드픽

스트롱은 미국 법인이고, 우리 펀드도 미국 펀드이지만, 지금까지 한국에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했고, 앞으로 그렇게 할 계획이다. 2012년도에 존이랑 스트롱 1호 펀드를 만들었을 때, 우리가 정말 하고 싶었지만, 이게 될지 몰라서 증명해보고 싶었던 건,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들이 태평양을 건너서 LA를 발판 삼아 북미 시장에 진출, 그리고 확장해서 미국의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큰 회사가 되는 걸 도와주는 거였다. 그리고 그 반대로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한국/서울을 발판 삼아 아시아 시장에 진출, 확장해서 아시아 시장의 강자가 되게 도와주고 싶었다.

우리는 현재 9년째 이 시도를 계속하고 있고, 하면 할수록 한 나라의 회사와 창업가들이 다른 나라로 진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매일 느끼고 있다. 진출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후에 해외 시장에서 성장하는 건 또 다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항상 강조하듯이, 이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수많은 시도를 하면서 배움을 얻어야 하는 평생의 과제이기 때문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

이런 도전을 하면서 우리가 최근 2년 동안 직접 느끼고 체험하고 있는 트렌드와 가능성이 있는데, 이게 꽤 재미있고,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나온 유니콘 기업들의 비즈니스는 미국에서 이미 잘 되고 증명된 컨셉을 한국으로 가져와서 처음에는 동일하게 카피하지만, 사업이 발전하면서 한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도 이런 비즈니스에 많이 투자했고, 이들 중 몇 개는 한국의 대표 category leader들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과 미국 양쪽 시장을 최근 몇 년 동안 보다 보니, 이와 반대의 트렌드 또한 목격할 수 있었다. 오히려 한국에서 시작됐고, 한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증명이 된 비즈니스 컨셉을 미국으로 가져가서 북미 시장에서 창업하고, 한국형 컨셉을 글로벌 비즈니스로 만들려는 시도와 노력을 하는 몇몇 창업가들에게 우린 그동안 꽤 많이 투자했다.

뉴욕의 D2C 스타트업 Cardon이라는 회사도 스트롱 투자사인데, 이 회사는 기능성 남성 화장품을 만들고 섭스크립션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표는 한국 분인데, P&G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남성 제품 마케팅을 오랫동안 해서 이 시장에 대한 깊은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이 화장품을 잘 만들고, 한국 여성들이 화장을 매우 잘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국 여성 못지않게 요샌 한국 남성들도 화장과 외모에 엄청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요샌 강남의 웬만한 헬스클럽 남성 라커룸에도 화장을 할 수 있는 파우더룸이 구비되어 있고, 올리브영에 가면 이젠 남성 화장품 라인도 엄청 세분화되어 있다.

아직 미국의 남성 화장품 시장은 한국만큼 발달되어 있지 않다. 미국 남성은 주로 로레알이나 뉴트로지나와 같은 대형 브랜드의 화장품을 슈퍼에서 구매하고 있고, 많이 발라봤자 토너와 보습제, 두 개 정도의 화장품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 시장 또한 서서히 바뀌고 있다. 그리고 –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 남성들의 스킨케어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는 큰 요소 중 하나가 나는 케이팝이라고 생각한다. BTS나 EXO와 같은 보이밴드에 미국의 젊은이들도 열광하고 있는데, 이 젊은 소년들의 공통점은 모두 다 과거에는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성형수술과 세분화된 화장이다. 여기에 열광하는 미국의 MZ 남성들도 자라면서 이렇게 피부관리도 하고 화장도 하면서 시장이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Cardon이 궁극적으로는 한국(또는 아시아)에서 이미 입증이 된 아이템과 컨셉을 미국 시장으로 가져가서 큰 비즈니스로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실은 이런 플레이를 하는 스트롱 회사들이 이젠 꽤 많이 있다. 한국의 전통주 막걸리를 현대적으로, 그리고 미국적으로 재해석해서 캔 막걸리를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Makku, 고추장을 마치 케첩과 타바스코와 같은 글로벌 소스로 만들어서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KPOP Foods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모두 다 한국에서 입증된, 가장 한국적인 컨셉을 미국에서 현지화해서 글로벌 비즈니스로 만들고 있는 대단한 창업가들이다.

그리고 한국인의 감성으로 재해석되고 재탄생 된 자동차 바디킷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 에이드로 또한 이런 좋은 예시라고 생각된다. 자동차 튜닝이란 산업은 서양에서 먼저 만들어졌지만, 이걸 한국적인 아기자기한 감각으로 아주 깔끔하고 이쁘고 멋지게 만들어서 다시 미국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스타트업인데, 역시 한국인들이 가장 잘하는걸, 가장 한국적으로 재해석해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회사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진출하길 바란다. 어떤 형태로든.

믿습니다

iwanttobelieve

이미지 출처: https://www.slashgear.com/x-files-2015-guide-catching-up-with-mulder-and-scully-24375084/

투자금의 100배 이상의 수익이 생기는 사례를 보면, 주로 모두가 다 안 된다고 할 때, 이걸 된다고 본 소수의 VC가 투자했을 때,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모두 다 안 된다고 했기에 당시 이 비즈니스의 밸류에이션은 낮을 수밖에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투자해서 회사가 크게 잘 되면 100배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가 자주 있진 않지만, 우리도 경험했고, 다른 VC들의 성공 이야기를 가끔 듣게 된다.

이런 수익을 경험하는 투자자들에게 사적인 자리에서 그 과정과 경험에 관해서 물어보면, 모든 투자자와 창업가의 이야기는 항상 다르지만, 나름대로 내가 공통으로 뽑아낸 배움이 있다면, 바로 이런 투자자들은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비즈니스를 100% 이해하기 전에, 일단 100% 믿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 그는 앞으로 10년, 20년 후에 어떤 기술이 나오고,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유행할진 모르겠고, 이런 걸 예측하는데 별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본인은 기술자도 아니고, 미래학자도 아니고, 경제학자도 아니라서 미래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한다. 하지만, 이해는 못 하지만, 100% 믿음을 가질 수 있는 몇 가지 사실이 있는데, 그건 바로 시대가 아무리 바뀌고,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나와도, 소비자는 항상 더 많은 선택을 원하고(더 적은 선택이 아니라), 더 싼 제품을 원하고(더 비싼 게 아니라), 그리고 더 빠르게 배송받길 원한다는(더 늦게 받는 게 아니라) 것이다. 이 3가지를 100% 믿기 때문에, 이 믿음을 가능케 하는 기술, 제품, 팀에 주저 없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고, 아마존은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항상 경쟁사보다 다섯 발은 앞장 서는 것 같다.

나도 투자를 시작할 때는, 내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로 투자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실은 이건 내 원칙이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워런 버핏의 원칙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전략은 한동안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지만, 이제 너무 많은 창업가가 너무 대단한 비전을 갖고 창업하기 때문에, 내가 만나거나 검토하는 회사들의 절반 정도는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거나,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이제 나는 이런 회사를 볼 때,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주입시키는 건, “이해하기 전에 믿자” 이다. 믿는다면 언젠가는 이해할 것이고, 나도 이해하고 세상이 이해하게 되면, 그때 이 비즈니스는 대박 성공하고 우린 100배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꿈꾸는 미래를 믿는가? 믿는다면 과연 이 팀이 이걸 할 수 있나? 이게 미래에 투자하는 투자자로서 내가 물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다.

이제 나는 믿는다. 남들이 이해하기 전에 믿는다. 그리고 내가 이해하기 전에 믿는다. 아멘.

같이 성장하는 기쁨

2012년도에 스트롱을 시작했을 때, 왜 투자를 시작하냐고 나에게 물어봤다면 여러 가지 대답을 했겠지만, 그중 하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였다. 당시에는 VC는 남의 돈으로 투자하고, 운 좋으면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나에게는 꽤 쉬워 보이는 그런 직업이었고, 왠지 돈을 모으는 것도 그렇게 어렵진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순진하고 바보 같은 생각이었고, 당시 내가 갖고 있던 가설과 환상은 이미 박살 난 지 꽤 오래됐다.

그래도 나는 이 업을 좋아한다. 그리고 실은 지금도 이 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잘하고, 운이 좀 따르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걸 부인하진 않겠다. 하지만, 그만큼 어렵고 스트레스가 많이 따르는 직업이고, 다른 모든 창업가나 직장인처럼 나도 가끔은 이 일이 너무 힘들고, 내 힘과 능력이 따라주지 않아서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을 때가 있다. 그래도 이 일을 계속하고, keep going 하는 이유는 너무나 큰 보람과 만족감을 꽤 자주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 보람 중 하나는 나만 혼자 성장하는 게 아니라 같이 성장하는 즐거움이다.

주로, 우리가 투자한 분들이 초보 창업가에서 근사한 기업인/리더로 성장하는 걸 옆에서 볼 때 이런 보람을 많이 느낀다. 생각해보면, 처음 스트롱 시작할 때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나이만 먹은 건 아니고, 투자자로서 훨씬 더 많이 성장하고 스마트해졌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단편적으로 모든 걸 봤다면, 이젠 조금 더 느긋하고 여유롭게 특정 상황을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경험과 인내심이 생겼는데, 이는 우리가 투자하는 창업가들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학생 때 창업했거나, 직장 경험 없이 졸업 후 바로 창업한 대표들은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밸류에이션이 뭔지도 몰랐을 때 우리가 투자했는데, 이젠 100명 이상의 직원이 있는 조직을 리드하고 있는 어엿한 비즈니스맨이 됐고, 회사의 문화와 리더십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걸 보면, 이렇게 초짜 VC와 초짜 창업가가 만나서 좌충우돌하면서 같이 성장한 보람을 온몸으로 느낀다.

우리한테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을 주는, LP라고 하는 펀드 출자자분들과 같이 성장하는 보람도 자주 느낄 수 있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이, 한 번 만나서 투자가 성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우리도 수년 동안 알던 창업가분들한테 투자하는 걸 선호하는데, LP들도 비슷하다. 우리 LP들을 보면, 우리한테 바로 돈을 준 분들이 거의 없다. 스트롱이라는 회사와 나랑 존이라는 파트너를 최소 1년 이상 옆에서 지켜본 후에, 믿을 만한 투자자라는 확신이 들 때, 그때 비로소 투자했고, 어떤 LP들은 우리를 5년 이상 지켜보다가 투자했다. 그중 어떤 분들은 나랑 5년 전에 대화를 시작했을 때는 그 조직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었다. 회사에서 입지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힘이 없었고, 스트롱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부장이나 팀장님한테 자신 있게 큰 소리를 내지 못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회사에서 승진했고, 그동안 우리랑 계속 이야기하면서 우리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됐고, 본인이 힘이 어느 정도 생겼기 때문에 자신 있게 우리한테 투자 한 경우도 있다. 우리도 펀드레이징을 어느 정도 하다 보니, 이런 경험을 계속하게 되는데, 이것도 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큰 보람을 선사한다. 이분들이 만약 계속 회사에 남는다면, 그 조직의 리더가 되고 사장이 될 텐데, 스트롱과 같이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할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또 다른 특별한 개인적인 사례 하나를 여기서 공유하고 싶다. 내가 2008년도 미국에서 뮤직쉐이크 할 때 DCM Ventures라는 꽤 유명한 VC에게 피칭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우리 담당자가 Osuke Honda 라는 일본계 심사역이었다. 당시 이 분은 DCM에 조인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입 심사역이었고, 본인도 회사에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발로 뛰어다니면서 좋은 회사를 발굴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DCM 파트너쉽 단에서 투자는 결렬됐지만, 오스케는 우리를 엄청 많이 도와줬고, 내부에서 셀링해줬고, 이 딜을 잘 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우린 투자는 못 받았지만, 이 주니어 심사역에게 엄청 고마운 마음이 있었고, 그 이후로도 계속 가끔 소식을 전하곤 했다. 이제 10년 이상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오스케는 DCM의 메인 파트너가 됐다. 스트롱은 훨씬 규모가 작지만, 어쨌든 나도 작은 펀드를 운용하는 파트너가 됐고, 우리는 아직도 가끔 연락하면서 딜을 공유하고 웃으면서 당시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내가 일본에 가면 만나고, 오스케가 한국에 와도 만나는데, 그땐 아무것도 모르던 초짜 창업가와 심사역이었는데, 이렇게 둘이 같이 성장한걸 보면 상당히 뿌듯하다.

혼자 잘나가도 좋고, 혼자 성장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 성장하면 그 기쁨은 두 배 이상이 된다.

정확한 예측과 밸류에이션

2012년 런던에서 창업한 핀테크 스타트업 Checkout.com의 $450M(약 5,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 소식을 얼마 전에 접했다. 작년에 처음으로 이 회사에 대해서 알게 됐는데, 우리도 비슷한 분야의 한국 회사 페이플에 투자해서 그런지,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이번 라운드로 체크아웃닷컴은 창업 8년 만에 $15B의 데카콘이 됐는데, 이 회사의 초기 성장은 매우 더뎠다. 회사 대표에 의하면 창업 후 회사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성장하면서 매출이 조금씩 발생할 때마다 무리하지 않고 한 명씩 추가로 채용을 했다고 한다. 한 명 채용할 수 있는 수익이 나면, 한 명만 채용했고, 두 명 채용할 수 있는 수익이 나면 두 명을 채용할 정도로, 돈을 버는 대로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데 다 썼다고 한다.

이렇게 조금씩, 하지만 예측 가능할 정도로 회사는 계속 성장했고, 창업 7년 만인 2019년도에 처음으로 외부 기관 투자자에게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는데, 유럽 스타트업의 투자 규모로서는 역대 최고였던 $230M(약 2,500억 원)을 $2B 밸류에이션에 받았다. 이번 시리즈 C 투자로 체크아웃닷컴은 전 세계에서 4번째로 기업가치가 큰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등극했다.

워낙 조심스럽게 성장을 한 회사라서 그런지, 이미 회사는 돈을 벌고 있고, 이익이 발생하고 있어서, 연명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진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이번에 큰 투자를 받은 이유는, 좋은 사람을 더 많이 채용하고, 해외로 확장하면서 다양한 규제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현금 쿠션을 확보하고, 그리고 Insight, DST, Coatue, Tiger Global Management 와 같은 최고의 투자사들이 참여하면서 더 큰 고객사들과 대등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힘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이렇게 대단한 투자사들이 돈이 굳이 필요 없는 회사에 계속 높은 밸류에이션에 막대한 투자금을 투입한 이유였다. 대표이사에 의하면, 체크아웃닷컴의 비즈니스는 워낙 안정적인 B2B SaaS 모델이라서, 현재 영업하고 있는 잠재고객사 리스트를 기반으로 아주 정확한 미래의 매출을 예측할 수 있고, 이런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투자자들의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이 말을 조금 더 쉽게 해석해보면, 내년 비즈니스가 어떨지, 매출은 어떨지, 비용은 어떨지 등에 대해서 매우 정확하게 예측이 가능하다는 의미인데, Pousaz 대표에 의하면 현재 체크아웃닷컴의 잠재 고객 수 만을 기반으로 이 회사가 2021년도에는 최소 80% 성장할 것이 매우 확실하다고 한다.

실은 스타트업이 이렇게 정확하게 실적을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과거의 데이터가 많아야지만 이런 예측이 가능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대표들은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 계속 노력해야한다. 2020년 매출이 1억 원이었던 회사가 2021년도에는 100억 원 매출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 숫자가 어떻게 나오냐고 물어봤을 때 그냥 “열심히 하면 달성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 이 회사는 투자 받기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체크아웃닷컴과 같은 B2B 비즈니스는 매출 발동이 걸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면, 계속 고객이 생길 것이고, 기업 고객의 경우 예측이 조금은 더 수월할 수가 있다. B2C 비즈니스는 한 번 발동 걸리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예측이 조금은 더 어렵긴 하다. 하지만, 창업가들은 비즈니스를 공식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서 해야 하며, 데이터를 계속 보면서 다양한 실험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의 예측력이 비즈니스에 내재화되고, 이게 가능해지면 우리가 원하는 조건에 투자 받는 게 더 수월해진다.

사업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그 밸류에이션 또한 꽤 정확하게 예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생각 – 2021년 1월

2018년 초 이후부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분야에 관심을 껐던 많은 분들이 새해부터 나한테 비트코인 가격과 전망에 관해서 물어보는걸 보면 이 시장에 다시 한번 불이 붙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4만 달러를 잠깐 넘었다가 지금은 또 떨어지긴 했지만, 비트코인 3만 달러 시대는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진 나는 전혀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건, 2017년도의 가격 폭등은 미디어와 투기가 만들었는데, 이번 불장에서는 이 둘의 영향이 많이 줄었다는 점이다. 그럼 도대체 가격이 왜 이렇게 많이 뛰었냐고 물어본다면, 많은 전문가가 팔려는 사람은 적은 데, 사려는 사람은 많은, 전형적인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이 현상을 조금 더 깊게 본다면, 대량으로 구매하고, 오랫동안 팔지 않고 그냥 보관하고 있는, 그리고 이렇게 보관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등장도 한몫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투자에 대해 적용되는 FUD(Fear, Uncertainty, Doubt)의 영향이 이번에도 가장 크게 작용하는 거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렇게 올라가는 현상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블록체인과 크립토 분야의 회사에 다시 한번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건 여러모로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2013년 코빗 투자를 시작으로 그동안 한 번도 이 분야를 등한시한 적이 없고, 많진 않지만, 꾸준히 회사들을 검토하고 블록체인 관련 창업가들을 만났다. 지금까지 우리가 투자한 한국과 미국의 직접적인 블록체인/크립토 관련 스타트업과 간접적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서비스는 대략 10개 안팎이다. 암호화폐의 gateway 역할을 하는 거래소 고팍스, 비트코인 <-> 상품권 거래를 가능케 하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비트로와 암호화폐로 이자수익을 벌 수 있는 디지털 자산 은행 샌드뱅크가 최근에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이다. 이 밖에 송금이나 정품인증 등에 블록체인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투자사도 있고, 하여튼 이 분야에서 계속 다양한 실험을 하는 재미있는 팀들이 많다.

이런 작은 실험과 노력이 계속 쌓이다 보면, 어느새 이 기술과 시장이 주류로 들어오는데, 이게 올해가 될진 잘 모르겠지만, 미국통화감독청의(OCC – Office of the Comptroller of the Currency) 스테이블코인 승인으로 시작한 2021년은 꽤 재미있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