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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력, 디테일 그리고 자신감

한국의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은 이제 또 4년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까지 이번 월드컵 경기를 다 봤는데, 4년 뒤에도 한국의 16강 진출은 힘들거 같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는 든다. 온 소셜미디어는 절반은 홍명보 감독 욕, 나머지는 박주영 선수 비난하는 글로 가득차 있는데 솔직히 이 두사람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그냥 실력 때문이었다. 감독의 전술이나 선수 기용의 미스라기 보다는 세계 축구와의 실력 차이가 너무나 극명했던 3개의 월드컵 경기였다. 이건 솔직히 감독을 바꾸거나 단기적인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개선될 수 있는 문제라기 보다는 아주 장기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3 경기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비교를 해봤는데 회사들을 검토하면서 우리가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서 느끼고 이야기 하는 점들이 한국의 국가대표 축구팀에서도 똑같이 발견되었다. 일단 한국팀은 전반적으로 미드필드가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미드필드를 넘겨서 상대방 진영으로는 공을 잘 보낸다. 추진력도 나쁘지 않다. 상대방 골 근방까지는 공을 잘 가져간다. 그런데 항상 문제가 되는 부분은 골이다. 도대체 제대로 의도하고 집어넣는 골이 없다. 물론, 세계 무대에서 세계적인 골키퍼들로 부터 골을 빼앗는게 쉬운 건 절대로 아니다. 그렇지만 다들 그 정도까지 공을 몰고 가면 다 무난히 골을 넣는데 왜 우리만 못 할까? 올 초 한국에 다녀온 후 쓴 “마지막 10%“라는 글에서 지적했듯이 스타트업들이나 축구선수들이나 마지막 10%가 부족한 실행력과 디테일에 대한 세세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90% 까지는 남들보다 더 빨리 그리고 잘 만들지만 결국 돈을 버는 서비스를 만드는거나 게임을 이길 수 있는 골을 넣는 건 마지막 10%에서 결정이 난다.

조금만 더 덧붙여서 말하자면, 나는 개인적으로 이 실행력이나 디테일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자신감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내 개인적인 축구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면 좋을 거 같다. 나는 초등학교 절반/중학교를 스페인에서 보내면서 4년 동안 학교 축구 선수팀에서 뛰었다. 뭐, 축구 명문 학교는 아니라서 그냥 동네 축구단 이었지만 그래도 스페인 이어서 그런지 어린 친구들이 상당히 체계적인 축구를 구사했던 팀이었다. 나는 다른 친구들보다 빨랐고 드리블도 꽤 잘하는 편이라서 처음에는 라이트윙을 했지만, 몇 번의 시합 후 감독님은 나를 미드필더로 바꾸었다. 골대 앞 까지는 잘 가는데 골을 못 넣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었다. 골대 근처에서 공을 잡으면 다른 동료에게 공을 패스할지 아니면 내가 골대까지 그냥 공을 가지고 돌진할지 순간적으로 결정을 해야하는데 “내가 가지고 갔다가 못 넣으면 어떡하지? 공을 그냥 하늘로 차버려서 우리팀이 지면 나중에 욕 먹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거 같다. 그러니까 자꾸 다른 동료들이 올라 올때까지 기다리거나 뒤로 패스하면서 남한테 골에 대한 ‘책임’을 전가했는데 이러다 보면 항상 공을 뺏기게 된다. 이런 모습을 나는 우리나라 국가대표 공격수들의 스타일에서도 봤다.
빨리 결정해서 실행하고, 정교하게 공을 다루려면 세세한 디테일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내 경험에 의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감을 상실하면 모든게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한국 스타트업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이런 점들이 많이 발견되고, 이번 월드컵 축구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보니 비슷한 점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게 맞다면 실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실행력과 디테일에 대한 집중력을 키우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http://worldcupplayoffsbracket.com/blog/group-h-south-korea-warriors/>

Great partnerships

투자를 하다보면 다른 업종이 제공하지 못하는 많은 특권과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물론, 이와는 반대로 다른 업종이 제공하지 않는 많은 골치거리와 스트레스 또한 경험을 하지만…).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는 똑똑한 사람들과 일하면서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고 이 분들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의 좋은 파트너쉽들을 연결해주고 이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한테 혜택을 줄 수 있는 결과를 같이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뿐만이 아니라 모든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회사들간에 활발하게 이루어 지는데 얼마전 있었던 우리 투자사들인 Korbit(한국비트코인거래소)한인텔 간의 파트너쉽도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3월에 우리가 한국에 출장갔을때 한인텔 분들과 편안한 저녁 식사자리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 Korbit의 Tony 사장님도 합류하게 되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당시 코빗의 API를 적용해서 비트코인 결제를 가능케 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서비스들이 어디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한인텔에서 “우리가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라고 질문했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두 회사의 개발팀들이 한인텔에 비트코인 결제 기능을 구현했다. 좋은 만남으로부터 발생된 아주 좋은 파트너쉽의 시작이었다. 실은 한인텔의 비트코인 도입은 세계적인 온라인 여행사 Expedia의 비트코인 도입보다 한 발 앞선 결정이었다. 물론, 한인텔이 Expedia 보다 규모 면에서는 작기 때문에 결정이 더 빨랐지만 두 회사 모두 Strong의 투자사라는 점 또한 이런 빠른 결정을 가능케 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같은 투자사간의 활발한 파트너쉽은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스타트업들 한테는 매우 중요하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개밥먹기‘를 같은 식구들끼리 먼저 해보고 이를 통해서 좋은 기술이나 서비스의 도입과 확산을 서로 도와줄 수 있으며, 새로 출시된 서비스라면 대중이 도입을 하기전에 사전에 시장의 반응과 버그 같은 걸 먼저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인텔에서는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할 수 있으며 얼마전에는 현금없이 비트코인만을 가지고 2박3일 홍콩여행에 한인텔 오현석 대표가 직접 도전을 해봤다.

이와 같이 투자사간의 파트너쉽과 크고 작은 소개/만남은 거의 매일 이루어지고 있다. 특정 산업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이라면 같은 업계이기 때문에 투자사들의 협업이 더욱 더 많이 이루어 지지만, 우리같이 여러가지 업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다양한 소개를 통한 파트너쉽과 코빗/한인텔의 경우와 같은 우연한 파트너쉽들도 많이 경험한다. 앞으로 Strong 투자사 간에 이런 좋은 파트너쉽들이 더욱 더 많이 이루어 졌으면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867380>

이미지 트레이닝

Photo Jun 22, 10 53 24 PM2개월 전 인가 주말에 골프를 쳤는데 굉장히 느낌도 좋았고 스코어도 좋았다. 같이 친 분들은 내가 칼을 갈면서 연습을 엄청 열심히 한 줄 아는데 솔직히 연습을 많이 한게 아니라 내가 한 거라고는 골프 경기를 TV로 많이 봤을 뿐이다. 흔히들 말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는데 진짜 이게 효과가 있는가 보다 하고 그 이후로 계속 TV랑 유투브에서 골프 선수들 스윙을 많이 봤다. 하지만 지난 주말에 친 골프 스코어는 완전 개판이었다. 이미지 트레이닝이 아닌가?

그런데 오늘 서핑 잡지 SURFER를 보다가 재미있는 관련 글을 읽었다. “Watch + Learn“이라는 제목의 글인데 프로 서퍼들이 실제로 서핑 동영상들을 많이 보면 볼수록 실력이 늘어난다는 현상을 UC Santa Barbara 심리학과 Scott Grafton 교수가 과학적으로 연구를 한 결과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래프톤 교수는 우리가 육체적인 운동을 실제로 할때 활성화 되는 뇌의 한 부분인 ‘활성 관찰 네트워크 (activation observation network)’를 평생 연구한 전문가이다. 그는 무용수들에게 fMRI 기기를 (뇌를 스캔하고 뇌로 가는 혈류를 측정하는 기계) 연결한 후에 다른 무용수들이 춤추는 동영상을 보여줬다. 그러자 이 네트워크 부분에서 많은 움직임이 관찰되었고 이러한 발견을 기반으로 그의 연구팀은 실제로 육체적인 운동을 하지 않고 관찰만해도 미묘하고 복잡한 운동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2달 전에는 아마도 내가 골프 동영상을 보면서 이런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지난 주말에는 왜 잘 못 쳤을까? 이 글을 더 읽어보면 이해가 간다. 비슷한 이론을 기반으로 오레곤 대학의 Scott Fey 교수는 다른 실험을 해봤다. 두 그룹을 대상으로 어떤 배우가 장난감 블록을 (레고같은)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는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한 그룹은 그냥 동영상을 감상하라고 했지만, 다른 그룹한테는 동영상을 다 본 후에 본인들이 같은 장난감을 직접 조립해야 한다고 했다. 당연하겠지만 장난감을 조립하라고 지시한 그룹 사람들의 뇌의 네트워크 부분에서 훨씬 더 많은 움직임이 관찰되었다. 즉, 같은 동영상을 보더라도 그 동영상을 관찰하는 태도와 멘탈에 의도적인 변화를 줌으로써 몸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글을 읽은 후에 생각해보니 두 달 전에 내가 골프 경기를 시청할때는 선수들의 움직임과 동작 하나 하나에 엄청 몰입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특히, 나랑 비슷한 체격의 오른손잡이 선수가 백스윙을 할때는 내가 백스윙을 하는 이미지와 비교하고 퍼팅할때 그 선수의 스탠스와 손의 위치 등을 내 스탠스와 손의 위치와 머리속에서 비교해 보곤 했다. 이렇게 적극적이고 의도적으로 멘탈을 자극하고 변화를 주었기 때문에 그 다음날 몸이 그 걸 기억했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로는 그냥 별 생각 없이 골프 동영상을 눈으로 보기만 했기 때문에 지난 주말에는 효과가 별로 없었던 거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물론, 이 글을 읽고 억지로 끼워 맞추기 일 수도 있다.

그런데…그러면 타이거 우즈의 동영상을 1만 번 정도 아주 집중해서 보면 과연 우즈같이 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그래프톤 교수의 말에 의하면 관찰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데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한다. 집중해서 관찰을 하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걸 배울 수는 있지만, 단순 관찰을 통해서 얻는 운동 기술은 실제 육체적 운동과 이를 통해서 배우는 움직임을 절대로 능가할 수는 없다고 한다.

결론은 아무리 집중해서 관찰을 해도 결국 연습을 많이 해서 몸으로 익혀야 한다는 우리 조상들과 선배들이 하던 말이 맞다.

<이미지 출처 = SURFER 잡지 2014년 7월>

같이 창업하고 싶은 창업가들

이번에 한국에 꽤 오래 머물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하는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tech 창업자들과 예비창업자들을 많이 만났지만 non-tech 분야의 창업가들도 많이 만났다. 이들이 하는 비즈니스와는 별개로 이 중 절반은 개인적으로 좋아했고 나머지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분들 중 굉장히 재미있고 가능성이 많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분들이 꽤 있었지만 우리같은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사람들한테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내가 이 분들과 오래동안 재미있고 진지하게 같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인데 개인적으로 호감이 안 가는 사람들과는 이렇게 오래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내가 만약에 창업을 하게 된다면 개인적으로 co-founder로 모시고 싶은 분들의 몇가지 공통점들을 정리해 봤다(이건 매우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이다):

1.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 나는 일함에 있어서는 상당히 직설적이다. 좋으면 좋다고 하고, 싫으면 싫다고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건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그런건 아니다. 관련 글). 그렇기 때문에 내 피드백을 원한다면 어느정도 비난과 비판은 감안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의 성향이 다르고 사물을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비즈니스와 사람을 봐도 그 피드백은 모두 다르다. 어떤 이들은 칭찬만 하고 어떤 이들은 비판만 할 것이다. 창업가들은 이런 비판을 – 생산적이든 쓰레기 같은 비판이든 –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자기가 인생을 바쳐 하는 일을 누군가 비판하면 당연히 기분이 나쁘고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현실 또한 인정해야 한다.
비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서 피드백 달라고 찾아간 투자자가 조금 싫은 소리 했다고 그 자리에서 흥분하고 언성을 높이면서 방어적인 자세를 보일거면 투자자를 왜 찾아왔는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2.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할 수 있는 용기 – 창업가들이 자기가 하는 일과 분야에 대해서 모든 걸 다 알 수가 없다. 모르는 건 솔직하게 모른다고 인정하고 잘 아는 건 아주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내가 개인적으로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창업가들은 모르는게 없는 만물박사들이였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솔직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모르는거랑 나약한거는 완전히 별개이다.

3. 높은 지적 능력 – 창업해서 성공하려면 기본적으로 똑똑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똑똑함은 학교와는 완전히 별개이지만, 내가 좋아한 창업가들은 기본적으로 IQ와 지적 능력이 매우 좋은 사람들 같았다 (뭐, 내가 IQ를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게 아주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냥 공통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4. 팀플레이어 – 혼자서 모든 걸 하려는 사람들을 난 싫어한다. 모든 걸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팀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지 않는 창업가들은 위에서 말한 2번 카테고리에도 속하는데 벤처는 고독한 거라서 모든걸 혼자서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난 생각한다.

5. Oddity – 이걸 우리말로 직역하면 ‘이상함’ 또는 ‘특이함’ 이다. 내가 말하는 건 좋은 의미의 oddity 이다. 뭔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말한다는 건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본자세를 갖추었다는 뜻인데 이런 사람들이 하는 비즈니스가 성공하면 소위 우리가 말하는 대박이 될 확률이 크다. 이런 사람들은 대기업에서 일 잘하고 능력받는 사람들과는 많이 다른데 나는 이런 사람들을 좋아한다.

인수를 통한 성장


지난 주 한국 tech 업계의 가장 큰 소식은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아닐까 생각된다. 근거없는 소문이 돌 때부터 두 회사의 결혼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실제로 deal이 발표되니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실리콘 밸리의 가장 큰 소식은 애플의 Beats 인수가 아닐까 생각된다. 인수 가격은 30억 달러이고 아직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 딜의 소식을 듣고 나는 다시 한번 한국과 미국의 기업 문화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좀 의외였다. 음악이라면 애플이 좀 알고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했고, 음악관련 비즈니스라면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애플이 타 경쟁사 보다는 훨씬 많은 경험, 좋은 인력 그리고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해도 시장을 점유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서서히 죽어가는 음악 비즈니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준 건 iTunes라고 생각하고 디지털 음악 분야에서 돈을 버는 거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애플을 이기지 못한다고 항상 생각 해왔기 때문이다. 애플이 Beats를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 물론, 이건 업계의 생각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 다시 한번 디지털 음악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음반 시장이 죽으면서 MP3 시장이 커졌고 이 시장의 성장에는 애플이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은 다시 MP3에서 스트리밍, 그리고 무제한 스트리밍으로 – 유료 모델도 있지만 광고를 기반으로 한 무료 모델이 주를 이룬다 – 바뀌고 있다. Pandora나 Spotify가 현재 시장의 강자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도 뛰어들었고 (Xbox Music 솔직히 나쁘지 않다) 많은 기존 및 신규 플레이어들이 이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애플은 이 시장에서 강자가 되기 위해서 Beats를 인수했다고 한다. 실은 Beats Music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아직 걸음마 단계의 서비스이지만, 아마도 애플이 봤던 장기적인 비전은 Beats의 우두머리들인 음악계의 거장들 Dr. Dre와 Jimmy Iovine과 이들이 이끄는 Beats의 팀원들의 가능성이 아닐까 싶다.
나도 음악을 좀 해봤는데 음악만큼 재미있는 비즈니스는 없다. 하지만, 음악만큼 돈 벌기 힘든 비즈니스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 비즈니스를 할 줄 아는 Beats의 하드코어 팀원들만큼 스트리밍 비즈니스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 인력들을 이렇게 한 방에 인수한다는 건 애플한테 매우 중요한 전략일 거 같다.

이 소식을 접하고 역시 미국 기업들은 생각이 다르고 애플이 ‘통’이 크다라는 생각을 다시 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음악 스트리밍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한다는 건 몇 년 전까지만해도 애플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iTunes MP3 비즈니스를 스스로 잠식 하겠다는 뜻이다. 전성기 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상당한 매출을 발생시키는 이 비즈니스를 스스로 죽인다는게 상당히 어렵고 힘든 결정이지만, “스스로 잡아먹기“에서 언급했듯이 남이 내 시장을 잠식하는거 보다는 내가 내 시장을 스스로 잠식하는게 훨씬 낫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에서 보면 애플이 직접 해도 될 법한 음악 비즈니스를 굳이 3조원이라는 돈을 써가면서 Beats를 인수한 건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매우 명확하게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엣지를 애플이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 나는 해석한다. 본인들이 스스로 하는 거와 외부 업체를 인수했을 경우의 성공 확률, 투자비용, 시간, 서비스의 확장 가능성 등을 명확하게 비교했고 애플은 인수를 통한 성장을 택했다.

한국의 기업도 애플같이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안 그럴거 같다. 대기업들은 분명히 스스로 모든걸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직접 음악 서비스를 시작했을 것이다. 결과를 떠나서 한국 대기업의 정서 상 수조원을 들여서 다른 작은 회사를 인수한다는 건 대기업이 스스로 자신의 약점과 무능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 되어지기 때문이다. 아, 그렇다고 내가 대기업을 비난하는 건 아니다. 전에도 여러번 언급했듯이 한국의 대기업이 작은 스타트업을 인수하지 않고 뭐든 직접 하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큰 돈을 들여서 인수할만큼 매력적인 스타트업들이 한국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 http://defsounds.com/hip-hop-news/dr-dre-showcases-new-beats-by-dre-line-which-includes-a-wireless-mod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