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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해도 괜찮아

바로 이전의 포스팅을 읽고 몇 분들이 코멘트와 문의를 개인적으로 주셨다. 너무 공감하면서 읽었고, 창업가들에 대한 스트롱의 태도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의지는 참 따뜻하고 고맙긴 한데 솔직히, 사업하면서 그동안 너무 많이 자빠져서 이제 더 이상 일어날 힘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나에게 조언을 구한 분들도 있다.

좀 의외일 수도 있는데, 이분들에게 나는 그냥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너무 심하게 넘어져서, 또는 너무 지쳐서 그냥 누워 있고 싶다면, 나는 이분들에겐 그냥 누워있으라고 한다. 사업이 뭐라고, 이게 뭐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소중한 내 자신을 갈아 넣으면서, 육체와 정신이 망가질 때까지 스스로를 학대하는 건 우리도 바라지 않는다.

오롯이 투자자의 입장에서 말해 본다면, 우리도 힘들게 앵벌이 한 남의 돈을 창업가들에게 투자한다.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돈이다. 그리고 아주 냉정한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힘들어도 계속하라고 강요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돈과 사업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들도 많다. 사업보단 가족이 더 중요하고, 친구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가족과 친구보다 더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열심히 일하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해칠 정도로 열심히 할 필요는 없다. 이 정도의 상황까지 왔다면, 포기하는 것도 괜찮다.

포기. 이 말을 우린 정말 싫어한다. 특히, 창업가들에겐 사망 선고와도 같은 말이고, 지금까지 인생을 걸었던 단 한 가지에서 영원히 손을 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많은 창업가들에게 이 사업은 딸이나 아들을 낳기 전에 낳았던 첫 번째 자식이기도 하다. 그만큼 소중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그렇다고 사업을 위해서 목숨을 바칠 필요는 없다. 목숨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들이 우리 인생에는 많기 때문이다. 이까짓게 뭐라고.

너무 힘들어서 다시 못 일어날 것 같으면 그냥 푹 쉬어도 괜찮다. 포기해도 괜찮다. 포기한다고 실패자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평생 자빠져 있지 않길 바란다. 충분히 쉬고, 언젠간 다시 일어나고 싶으면, 그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나고, 다시 한번 도전해 보길.

미친년 미친놈들의 세상

우린 25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이 중 70% 이상이 아직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워낙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많다 보니, 모든 회사를 자주 따로 만나지 못한다. 대신, 우리만의 방법으로 조금 더 체계적으로 우리 도움이 필요한 대표님들을 지원하고 있고, 분기별로 모든 투자사 창업가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코로나 기간에는 못 모이다가 작년부터 다시 분기별로 모이기 시작했고, 많이 모이면 100명, 그리고 적게 모여도 60명 이상이 한자리에 모여서 같이 이야기하고, 밥 먹고, 그리고 힐링한다. 뭔가 특별한 활동을 해서 힐링을 하는 건 아니고, 다양한 고민을 가진 창업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이야기하다 보면,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훨씬 더 힘든 다른 대표도 있다는 걸 느끼면서 스스로 위로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2분기 모임은 5월에 했는데, 한 공간에 모인 60명 이상의 창업가분을 단상 위에서 보니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와, 미친년 미친놈들로 가득 차 있구나” 였다.

스타트업 바이블인 이 신성한 블로그에서 욕을 해서 미안한데, 나는 아주 건강하고 좋은 의미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렇게 똑똑하고, 일도 잘하는, 이 많은 남녀가 그냥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업에 취직해서 평범하게 살아도 아주 잘 살 텐데, 굳이 이 힘든 창업의 길을 택한 걸 보니까, 정말로 미치지 않고선 절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미치지 않은 정상적인 인간들은 어차피 세상이 만들어 놓은 틀과 규율에 스스로를 맞추기 때문에 정상인은 그 어떤 것도 바꿀 수가 없다. 미친 인간들만이 본인들이 만든 틀과 규율에 세상을 맞추려고 하므로, 성공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날 내 눈앞에는 본인들이 뭔가를 바꿔보겠다고 단단히 미쳐버린 인간들이 60명 이상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미친 인간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건 너무 힘들다. 간혹, 이 중 정말로 본인들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고 길들이고 있는 창업가들이 있다. 이분들은 이미 산 정상에 올랐고, 여기서 멈춰도 될 듯한데,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가서 하늘까지 가려고 한다. 이 또한 미친 짓이다. 하지만, 대부분 산 정상에 도달하지 못한다. 어떤 분은 입구에서 계속 넘어지고, 어떤 분은 중간에서 넘어지면서 넘어질 때마다 크게 다친다. 대가리가 깨지는 창업가도 있고, 다리가 부러지는 분들도 있고, 간혹 완전히 회복 불능의 불구가 되는 분들도 있다.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서 이 미친 짓을 계속할 의지가 있으면, 스트롱은 언제든지 손을 내밀어 일어나는 걸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 이게 우리가 하는 일이니까. 우린 언제든지 우리가 투자한 미친 인간들을 200% 지원해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역시 이번 주에도 여러 문제가 터져서 우리 투자사 대표와 이런저런 이메일을 교환했고, 통화도 하고, 나도 여기저기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 이분이 계속 나한테 죄송하다면서, 어떻게든 팀원들이 개인적으로 희생하면서 살려보겠다고 나한테 여러 번 말해주는데, 오히려 내가 너무 죄송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똑똑하고 젊은 친구들이 주말에 아무것도 못 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이렇게 스스로를 학대하는지…하지만 이분들은 크게 자빠졌지만, 분명히 일어날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나도 최선을 다해서 부축하고 다시 일으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미치지 않으면 못 할 짓이다.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 나는 이렇게 미친년, 미친놈들과 같이 어울리는 게 좋다. 서로 힘들긴 하지만, 이건 내 인생의 동력이기도 하다. 우리가 투자한 250개가 넘는 투자사 대표들, 그리고 코파운더까지 합치면 500명이 부쩍 넘는 미친년과 미친놈들이 한국의 대기업에 취직했다면 10년 안에 모두 다 임원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분들인데, 그렇게 하지 않고 세상을 본인들의 틀과 방식으로 바꾸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삽질하고, 산을 오르고, 기관차를 돌리고 있음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미친년, 미친놈들로 득실거리는 세상을 꿈꿔본다.

작은 것들

우리같이 초기 회사에 투자하는 VC의 업무에서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게 바로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VC 산업의 구조를 보면, 우리는 우리에게 자본을 제공하는 LP(출자자)와 우리가 자본을 투자하는 창업가 사이에서 다리와 접착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인데, 결국엔 양쪽 모두 다 사람들이다. 좋은 초기 투자를 하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는, 많은 회사에 투자하는 것인데, 워낙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많은 시점과 분야라서, 일단 가능성이 있는 최대한 많은 회사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고, 여기서부턴 확률 게임을 하는 게 어느 정도 필요하다. 또한, 우리도 남의 돈을 받아서 투자해야하는데, 펀드를 만들 때마다 약 70군데가 넘는 LP들과 이야기하고, 이 또한 확률 게임을 어느 정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1년 내내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내가 요새 사람들을 판단하는 기준이 하나 있는데, 바로 작은 행동과 태도이다. 우리의 사고방식은 작은 사고방식들이 쌓이면서 형성되고, 행동도 작은 행동들이 쌓이면서 형성되는데, 너무 많은 사람이 이런 작은 시그널보단 큰 것들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어떤 분과 미팅했는데, 사업도 지금까진 잘하고 있고 말도 상당히 잘하는 창업가였다. 그래서 첫 미팅을 하면서 호감을 많이 느꼈고, 끝나고 밥을 같이 먹으러 갔다. 그런데 이분이 식당의 종업원들에게 하는 말과 행동들을 – 실은, 아주 작은 것들이다 – 보니까 갑자기 투자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실은, 남들이 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고, 이분이 그날따라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이런 작은 것들이 이 사람에 대해서 많은 걸 말해준다는 걸 그동안 경험으로 직접 배웠기 때문에 더 이상 이 분을 만나지 않았다. 아니, 작은 것들이 한 사람에 대해서 많은 걸 말해주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말해주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에 어떤 잠재 LP와 미팅을 했다. 이분이 돈이 많고, 나는 돈이 없어서, 내가 돈을 받아야 하는 입장임을 나도 알고 그분도 알고 있었다. 말은 안 했지만, 미팅 룸에 들어가자마자 갑과 을의 구도가 형성됐고, 이분의 말투마다 이런 우월함이 배어 나왔다. 그렇다고 대놓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아주 미세한 것들에서 이런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미팅 내내 폰을 보면서 문자 확인하고, 전화가 오면 나가서 받고, 하여튼 이런 행동이 반복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돈을 못 받았지만, 이런 작은 것들을 통해서 이 사람이 어떤 분인지 충분히 짐작이 갔었고, LP가 됐어도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요새 사람들과 만날 때, 이들의 번드르르한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이들의 과거 업적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이들과 교류할 때, 그때그때 상황에 대한 아주 작은 표정, 반응, 행동에 초집중한다. 위에서 이미 말했듯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특히 본인보다 지위가 낮거나 약한 분들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이메일에서 어떤 미묘한 인상을 풍기는지, 남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어떤 표현을 사용하는지, 등과 같은,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내 경험상 그 사람의 모든 걸 말해주는 작은 시그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렇게 작은 것들이 자꾸 눈에 보이고, 이게 계속 반복된다면, 그땐 돋보기를 갖고 이 작은 것을 확대해서 봐야 한다. 내 경험상 이렇게 확대해서 보면, 그 밑에는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매우 심각한 문제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팀 셀링

사람과 팀의 중요성은 이 블로그를 통해서 내가 하도 많이 이야기하고 강조했지만, 이 부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충분치 않을 정도로 중요하다. 우리가 스타트업을 검토할 때 가장 자세히 보는 게 팀과 관련된 슬라이드이며, 가장 많은 질문과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 팀과 관련된 내용이다. 대표이사는 과거에 어떤 걸 했고, 어떤 사유로 창업하게 됐는지, 다른 팀원들은 어떻게 알게 됐고, 얼마큼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지, 등등, 사소한 이야기부터 중요한 이야기까지 모든 걸 물어보는 편이다.

회사가 성장해서 매출과 같은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는 단계에서 투자하는 투자자는 팀도 보지만, 숫자와 시장도 많이 본다. 우리가 들어가는 초기 단계에는 이런 숫자도 없고 어떤 시장으로 진입할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일단은 어떤 사업을 하냐 보단, 누가 이 사업을 하냐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고, 이 부분만을 보고 투자했을 때 우리도 성공적인 투자를 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경험에 더욱더 올인 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회사를 검토할 때 팀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고, 우리가 투자한 이후에도 좋은 팀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는데, 나도 요새 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몸소 체감하고 있다. 우리 같은 VC도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이걸 모두 스트롱 멤버들의 개인 돈으로 하면 좋겠지만, 우리도 그렇게 개인적으로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도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우리 같은 VC한테 펀딩받아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같은 펀드에 출자 – 펀드에 투자할 땐 “출자”라는 말을 사용한다 – 하는 LP 들에게 펀딩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스타트업 펀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도 일단은 기존 출자자들에게 새로운 펀드를 만들건대, 또 투자할 건지(=팔로우 온 투자) 물어보고 일단 이들의 축복이 있으면, 기존 LP들의 출자금을 마치 전쟁터에 나갈 때 사용하는 총알과 같이 보유하고, 새로운 LP 들에게 피칭을 한다. 우리도 지금 신규 펀드를 만들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데, 피칭해야 할 LP 리스트를 보면 거의 80개의 기관과 개인들이 있고, 결국 이들에게 미친 듯이 피칭하고 돈 달라는 앵벌이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러면 스트롱은 투자받을 때 뭐를 강조하고 뭐를 셀링하는가? 우리야말로 정말 팔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우리가 무슨 앱을 만드는 회사도 아니고, 컨설팅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도 아니라서, 매출, MAU 등의 KPI를 보여줄 수 없다. 물론, 투자를 어느 정도 하면 투자 수익률이라는 실적이 있지만, 이건 정말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항상 수익이 발생하는 게 아니다.

결국엔 스트롱이 투자유치를 할 때, 우리가 팔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은 바로 우리 ‘팀’ 그 자체이다. 스타트업이 펀딩 할 때도 결국엔 팀을 셀링하지만, 그래도 제품이 있고,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수치가 어느 정도 있다. 우리는 정말로 100% 우리 팀을 팔아야 하고, 유일한 투자 가부 결정은 스트롱 팀으로 판단된다.

항상 느끼지만, 요샌 정말로 우리 팀의 소중함과 중요함을 매일, 매 순간 느끼고 있다. Go Strong.

채용과 골든 타임

이 블로그에는 오늘 자로 1,395개의 포스팅이 개시되어 있다. 한때 외부 기고 글도 몇 개 올렸지만, 10개 정도를 제외하곤 전부 다 내가 직접 쓴 글이다. 메타태깅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각 주제나 소주제로 글의 내용을 분류하거나 검색하는 게 쉽지 않지만, 포스팅 중 많은 글들이 ‘사람’에 대한 내용이다. 모든 일에 있어서 사람은 매우 중요하고, 특히 스타트업에서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는 게 내 지론인데, 경험이 쌓일수록 사람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생각은 더욱더 강해진다. 스타트업의 시작도 사람이고, 과정도 사람이고, 끝도 결국엔 사람이다.

사람과 채용에 대한 고민은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매일 하고 있지만, 워낙 어려운 문제라서 정답이 없다. 스타트업의 매 단계마다 우리에게 채용 관련된 도움을 요청하지만, 나 또한 작은 조직이 큰 조직으로 성장하면서 각 단계의 골든 타임에 그 성장에 맞는 사람을 직접 채용하거나 관리해 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에는 한계가 있다.

얼마 전에 맨손으로 1,000억 원 매출 규모의 회사를 만든 대표님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회사의 역사를 보면 큰 성장이 일어났던 중요한 변곡점들이 있었는데, 그 변곡점에 맞는 사람들이 적시에 채용돼야지만 성장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잘 찾아서 회사로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의 기미가 보일 때,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너무 늦지 않게 이분들을 영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 골든 타임을 놓치면, 필요한 만큼 성장을 못 하기도 하고, 그 이후에 계속 성장 기회가 왔을 때를 대비한 최적의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이 계속 준비가 안 되기 때문에 좋은 인재들의 유출이 발생한다. 인재가 계속 유출되면, 성장의 변곡점도 줄어들 것이고, 여기서부턴 역성장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성장의 기회를 잘 포착하고, 이때마다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좋은 분들을 영입해서 지속적으로 성장한 기업의 대표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게 있다. 바로, 기업의 단계마다 다른 성향과 능력의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된 내용 중 내가 자주 언급하는 사례는 쿠팡 이야기다. 쿠팡은 정기적으로 경영진들을 교체하는 거로 유명한데, 이걸 나쁜 시선으로 보면 회사가 사람을 부품같이 생각하고, 쓸모없어지면 인정사정없이 버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은, 냉정하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니고,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임을 감안하면 욕먹을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이 현상을 위에서 내가 말한 성장과 골든 타임의 관점에서 보면, 회사를 창업한 사람과 이 회사를 1,000억 원짜리 기업으로 만들 사람의 경험과 능력치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때마다 지속적으로 인재를 내보내면서 새로 영입하는 건 당연하고, 오히려 꼭 해야 하는 일이다. 1,000억 원짜리 회사를 만들고, 이 회사를 1,000억 원짜리 회사같이 운영하는 인력은 이 회사를 1조 원짜리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 1조 원짜리 기업을 운영하는 인력이 10조 원짜리 기업을 만들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단계마다 여기에 맞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어떤 대표들은 이런 사람들을 계속 외부에서 찾는다. 왜냐하면, 1,000억 원 가치 기업이 1조 원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1조 원 기업의 성장을 경험해 본 인력이 필요한데, 이런 사람들은 현재 회사의 내부에서 충원하기엔 어렵기 때문이다. 쿠팡도 이런 각도로 사람들을 채용하는 거로 알고 있다. 그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선 이커머스 플랫폼을 크게 성장시켜 본 경험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데, 이런 사람들이 한국에 별로 없어서 아마존이나 월마트에서 조 단위의 성장과 운영을 경험한 인재를 적시에 채용해서 적소에 배치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렇게 더 큰 경험을 한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위험한 방법일 수도 있다. 회사의 변곡점에서 큰 성장을 만들기 위해선 경험도 중요하지만, 이 회사의 기업문화와도 잘 맞는 사람들이 필요한데,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면 이 부분에서 자주 시행착오를 겪는 스타트업을 많이 봤다. 그래서 어떤 창업가와 대표들은 다른 차원의 성장에 대한 경험은 없지만, 그동안 회사 내부에서 일을 잘했던 분들을 승진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기업 문화와의 fit은 더할 나위 없이 잘 맞는데, 내부 영입 전략의 리스크는 실력과 경험의 부재이다.

그래서 오늘도 많은 창업가들이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인재 영입에 엄청나게 노력하면서 계속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특정 단계마다 필요한 인재가 다르고, 이 다른 인재들을 내부든 외부든 영입해야 하는데, 영입하는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