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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와 시장의 크기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면, 한국은 다른 건 다 좋은데, 인구 감소, 그리고 이로 인한 경제력 감소가 가장 큰 걱정이라는 말을 너무 자주 듣는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말은 5,000만 인구가 사는 한국이 그렇게 큰 시장이 아닌데, 인구가 하락하면 시장이 더 작아져서, 한국에만 투자하는 스트롱벤처스에 본인들이 투자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과연 앞으로 한국에서 몇 개가 더 나올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즉, 이 분야에서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TAM(Total Addressable Market)이 점점 더 작아진다는 의미다.

며칠 전 대선후보 토론을 초반에만 잠깐 봤는데, 인구 감소가 아주 중요한 국가 아젠다였다. 각 후보들의 대책과 공략은 흥미로웠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봤을 때 현실성은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나는 국가의 정책을 만드는 사람도 아니고,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도 않고, 인구 감소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학술적으로 설명할 순 없다. 하지만, 초기 벤처 투자를 하면서 다양한 나라와 시장을 보고 듣고 느끼고 있고, 운용 자금이 상당히 큰 외국 투자자들과 이 주제에 대해서 꽤 오랫동안 이야기하고 논쟁하기도 했는데, 관련해서 내 개인적인 생각을 여기서 두서없이 공유해보고 싶다.

일단 한국의 인구 감소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점점 더 결혼을 안 하고 있거나, 그 시점이 늦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출산을 안 하거나 못 하므로, 우린 인구절벽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건 내가 봐도 명확하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의 출산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 그리고 출산 감소를 막기 위한 한국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은 이미 실패하고 있다고 난 생각한다. 아주 깊게 들어가진 않겠지만, 자녀를 많이 출산하면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는 건, 애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라는 일차원적인 사고에 근거한 정책이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로 애 낳는 걸 포기하는 부부도 있지만, 저출산의 원인은 실제론 매우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다. 출산율 감소는 전 세계 모든 선진국이 겪고 있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단지,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그 저조함이 더 심각할 뿐이다.

인구 감소를 해결할 방법의 하나는 남북통일인데, 이건 현재로선 쉽지 않다. 다른 방법은 – 그리고 이게 더 쉽고, 현실적이다 – 우리도 외국에서 사람을 수입하는 것이다. 지금도 지방이나 시골에 가면 외국인 노동자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보단 외국인 지식근로자를 한국으로 많이 수입해야 한다. 이들은 고용 창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은, 한국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외국인 체류 조건과 법이 상당히 까다롭고, 외국인 비자도 무려 50가지가 넘게 존재한다. 자국민의 고용 보호 때문에 생겨난 법들인 거로 알고 있는데, 이제 우리도 이런 법들을 빨리 없애고,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살면서 일할 수 있는 쉬운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서 이들이 한국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생산성을 높이면서 인당 GDP 증가에 기여해야 한다. 실은, 우리 주변을 잘 보면 이미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편의점에도 점점 더 많은 외국인들이 일 하고 있고, 가끔 미용실에도 보면 외국인들이 보조 미용사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투자한 창업가들도 외국인들이 몇 명 있다. 이들은 Korean 교포가 아니라 완전히 외국인들인데, 미국과 유럽에서 고등교육을 받았고, 직장 경력도 있는데, 창업하기 위해서 한국에 왔다. 현재 한국에서 수년째 살면서 연 매출 수십억 원의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한국에서 고용을 창출하면서 세금을 내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우린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아주) 장기적으론, 한국도 미국 같은 melting pot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인구가 감소하면 한국 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나는 완벽하게 동의할 수가 없다. 노동력이 줄면 생산성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지만, 이제 한국은 과거의 한국이 아니다. 우린 더 이상 물리적인 제품을 제조해서 생산하는 단순노동 체제에 의존하지 않는 나라가 됐고, 충분히 로봇이나 AI와 같은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인당 효율과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이 항상 더 강조하는 doing more with less 개념을 이젠 한국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도입해야 하고, 이 전환을 우리가 잘하면 더 적은 인구로 훨씬 더 높은 출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머릿수가 5,000만 명에서 2,500만 명으로 줄면, 국내 내수 시장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럴수록 우린 해외로 나가야 하고 수출해야 한다. 이미 한국 기업들은 일본, 동남아, 미국, 유럽 등의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소수 기업은 진출에 성공하고 있다. 즉, 한국의 TAM은 이제 한국인 5,000만 명이 아니라, 이보다 훨씬 더 큰 글로벌 시장이다.

약간 다른 각도로 보면, 우린 처음부터 작은 땅덩어리에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긴 하다. 한국의 인구밀도는 약 530명/km² 인데, 전 세계 인구 밀도 12위이고,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나라 중 인구밀도는 3위다. 솔직히 너무 숨 막히게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작은 땅에서 조금 더 여유롭게 살기 위해선 인구가 좀 줄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더 쾌적한 나라에서 여유롭고 쾌적하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 면에서는 더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사람이 더욱더 중요해진다. 줄어드는 인구지만, 이 줄어든 인구의 평균 교육 수준, 소득수준, 그리고 업무 몰입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야 한다.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지는 시기이다. 결국엔 이들이 이제 한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니까. 내가 과거에 주야장천 주장했던 것처럼, 이럴수록 우린 정말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투자, 그리고 바로 해고

2021년도에도 투자받고, 또 최근에 투자받은 대표들은 두 시점에서의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와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2021년도는 나의 짧은 VC 경력 중 가장 흥미로운? 한 해였고, 돈이 완전히 메마를 것 같았지만,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이 시장에 풀렸던 시기였다.

이때 투자 받은 창업가들은 대부분 회사의 실적이나 수치 대비 훨씬 더 높은 밸류에이션에 훨씬 더 많은 투자금을 받았고, 당시 투자자들 분위기는 투자금을 최대한 빨리 소진해서 더 높은 밸류에 또 투자받자는 게 지배적이었다. 회사가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로 건강한 매출을 만들 수 있는지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고, 최대한 많이 채용하고, 최대한 마케팅 많이 태우고, 최대한 직원들을 위한 복지에 돈을 많이 써서, 투자받은 돈을 최대한 빨리 쓰고, 내실보단 더 커진 외형으로 이전 가치보다 5배 이상의 밸류로 또 투자 받는데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을 것이다.

우리도 당시에 신기했던 게, 좋은 창업가들이지만, 매출도 없고, 비즈니스 모델도 없는, 창업한 지 3개월밖에 안 되는 회사들이 기업 가치 200억 원 이상에 펀드레이징을 하고 있었고, 이들에게 투자하는 VC들이 정말 많았다는 점이다. 이 VC들에게 뭘 보고 이렇게 비싸게 투자했냐고 물어보면, “몇 달 뒤에 더 높은 가치에 투자받으면 되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가 만났던 이런 회사들은 대부분 지금은 문을 닫았거나, 아직 살아 있다면 당시에 투자받았던 200억 원 이상의 밸류보다 훨씬 낮은 50억 원대 밸류로 다운 라운드를 하고 있다. 많은 회사들이 비즈니스 자체도 피봇팅을 하기도 했다.

요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VC들은 검토하는 회사가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최대한 빨리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이 있는지, 그리고 기업가치가 합리적인지, 여러 가지를 매우 꼼꼼하게 챙긴다. 투자금의 용도가 더 많은 사람을 채용하고, 유료 마케팅을 하는 거라면, 3년 전만 해도 이 전략에 손뼉 치던 투자자들은 이제 회의적인 시각으로 이 전략을 바라본다. 그래서 2021년 도에도 투자받고, 최근에 또 투자를 받았던 대표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온탕에 있다가 갑자기 냉탕에 들어온 기분이고, 같은 투자자 지면 그동안 분위기와 투자 전략이 어쩜 이렇게 달라졌는지 상당히 놀란다.

우린 2021년도에도 열심히 투자했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미친 밸류에이션에 투자는 가급적 자제했다. 아무리 좋은 창업가들이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해도, 우리가 원하는 밸류가 아니면 웬만하면 안 들어갔다. 실은, 이렇게 하고도 그 회사가 계속 성장하고 투자도 잘 받으면, 우리가 실수했는가 후회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잘한 것 같다.

요새 우리가 신규 투자를 하거나, 기투자사들에 후속 투자를 할 때, 내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투자하면서 대표들에게 이번 라운드의 목적은 이 투자금을 안 쓰는 것이라고 한다. 회사를 운영하고 성장시키려면 당연히 돈을 써야 하지만, 그만큼 돈을 소중하게 쓰고, 최대한 회사를 lean 하게 운영하면서, 가능하면 이번 투자금으로 흑자를 만들어 보라는 경고이자 부탁이다.

둘째는, 투자받아서 사람을 더 채용하는 전략이 아닌, 완전히 그 반대 전략을 구사하라고 한다. 즉, 이번 투자를 받으면서, 회사에 기여를 못 하는 직원들을 대량 해고하라고 한다. 투자를 받는 회사들은 나름 잘하는 회사지만, 계속 그 기조를 유지하려면, 최대한 lean 하게 회사를 운영해야 하고, 이걸 가능케 하는 건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하는 시스템이다. 내가 얼마 전에 채용에 대한 글을 썼는데,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채용하지 말고, 100% 기여를 못 하는 직원이 있다면, 과감하게 내보내라고 한다. AI도 좋아져서, 사람이 하는 low level 작업은 충분히 기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두 가지 경고이자 부탁이자 조언은 물론, 꼭 그렇게 하라는 말이 아니라, 최대한 회사를 lean 하게 운영하고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라는 말이다. 우리 포트폴리오 창업가분들뿐만 아니라, 모든 창업가가 명심해야 할 내용이다.
투자를 크게 받았다면? 그 돈을 최대한 쓰지 말아라. 최대한 채용하지 말고, 오히려 투자금이 납입된 그날 불필요한 인력을 해고해라.
투자를 적게 받았다면? 그 돈을 최대한 쓰지 말아라. 최대한 채용하지 말고, 오히려 투자금이 납입된 그날 불필요한 인력을 대량 해고해라.
투자를 못 받았다면? 돈을 더 아끼고, 사람 절대 채용하지 말고, 있는 적은 인력도 더 줄여라.

실제로 돈을 버는 사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로 온 것을 환영한다.

미친 사람들과 같이 일하기

미친 사람들. 이게 내가 요새 우리 투자사 창업가들과 만날 때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다.

우리가 투자한 창업가들은 본인들의 사업이 잘되든, 잘 안되든, 내가 지금까지 만난 모든 직장인 중 일 잘하는 순위를 매겨보면 상위 1%에 들어가는 분들이다. 일을 좀 하는 분들이 아니라, 오지게 잘하는 분들이고, 남이 만들어 놓은 회사에서 직장인 생활을 하면 날아다닐 정도로 야무지게, 그리고 진취적으로 일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결과를 만드는 그릿이 있는 분들이다. 아마도 이들이 대기업에 취직한다면, 대부분 초고속 승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분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똑똑하고 일 잘하는 사람들이 그냥 직장 생활을 하면 아주 잘 살 텐데, 굳이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힘든 창업의 길을 택한 걸 보면 정말로 미친 사람들인 것 같다. 솔직히 미치지 않았다면 이 진흙탕에 스스로 들어가서, 나오지도 못하면서 수년 동안 뒹굴지 못할 것이다. 어쨌든 내가 봤을 땐, 머리가 돌지 않고선, 이들이 선택한 ‘남이 덜 다닌 길’로 절대로 안 갈 것인데, 우리는 이미 280명이 넘는 이런 미친 사람들에게 투자했다니, 이것도 미친 짓이긴 하다.

작년부터 올해 내내 너무 힘들어하는 창업가분들과 매일 만나고 있다. 어떤 분들은 우리가 투자한 지 1년이 안 됐지만, 어떤 분들은 우리가 옆에서 10년 이상 진흙탕에서 구르는 걸 보고 있는 분들이다. 항상 돈 없고, 항상 사람 없고, 항상 모든 게 쪼들리는 스타트업의 대표로 10년 동안 살아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내 앞의 대표님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그들의 가족은 뭐라고 생각할까? 내가 이분들과 미팅하면 실시간으로 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는 몇 가지 공통된 질문들이다.

어떤 분들은 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고 하고, 어떤 분들은 내 앞에서 펑펑 울기도 한다. 나는 감정이 좀 메마른 인간이지만, 이런 분들을 보면 같이 펑펑 울어 주고 싶을 정도로 안쓰럽다. 그리고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이들에게 그렇게 힘들면 그만하라고 한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대표에게 사업 그만하라는 말은 투자자로서는 아쉽지만, 같은 인간으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인생을 살고 있는 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그렇게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그만하라고 해도 대부분 그 힘든 사업을 계속한다. 계속 한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힘든 것 같은데도 계속한다. 죽을 만큼 힘들어서 매일 포기하고 싶지만, 반대로 죽을 만큼 재미있어서 계속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이런 말을 나는 들을 때마다 이분들이 미친 사람인 건 확실하고, 여기에다가 변태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미친 인간들을 너무 좋아한다. 이런 분들과 항상 같이 일하고, 힘들게 사업하는 걸 가까운 곳에서 보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VC라는 직업은 나에겐 세상에서 가장 큰 특권이자 특혜라고 생각한다. 누가 보면 하찮은 사업이지만, 바퀴벌레같이 절대로 죽지 않고, 스스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시도를 하는,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나는 정말 좋다. 원래 내 성향이 그냥 뭐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좋아했는데 – 나도 그런 편이다 – 초기 투자를 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존경하고 사랑하게 됐다. 열심히 한다는 게 이렇게 글로 쓰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세상에서 우리 창업가들만큼 열심히 사는 사람이 그렇게 많진 않다.

이번 주도 이런 미친 사람들과의 미팅으로 일정이 빡빡하다. 솔직히 이렇게 힘들어하는 분들과 만나는 게 나도 육체적, 심리적으로 기가 많이 빨려서 힘들지만, 동시에 너무너무 즐겁다. 하시는 사업이 모두 다 잘 되길 바라지만, 이 중 대부분 망할 것이고, 실은 본인들도 그걸 알고 있다. 그런데도 편안한 길을 버리고 남이 덜 다닌 진흙탕과 가시밭을 맨발로 걸어 다니면서 아프지만 너무 즐겁다는 이 미친 인간들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을까?

이 글을 다시 읽어보니 나도 이제 미친놈이 다 된 것 같다. 오늘도 모두 파이팅.

면접의 허상

이 세상을 세상답게 돌아가게 하는 단 한 가지만 꼽으라면, 그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사람과 일하고, 사람이 사람과 교류하면서 이 세상은 돌아가고, 더 좋은 세상으로 발전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하고,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만 선택하면, 그건 당연히 사람이다. 대표이사는 시간의 50%는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데 사용해야 하고, 나머지 50%는 있는 사람들이 퇴사하지 않도록 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지금 내가 채용하는 사람이 우리 회사 그 자체라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린 면접에 많은 공을 들인다. 면접의 방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고,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면접의 횟수와 시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에 아는 분이 외국계 대기업의 시니어 매니저 레벨의 직책에 지원했는데, 6개월 동안 12번의 면접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판에 떨어졌다. 면접의 종류도 코딩하기, 케이스 풀기부터 술 마시기까지 정말 다양하게 세분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회사에 가장 적합한 인재 채용을 위한 면접 매뉴얼을 개발하기 위해 수억 원의 돈을 쓰면서 외부 컨설팅까지 받는다.

그래서 우린 이런 고도화 된 면접 방법을 통해서 정말 더 좋은 사람을 채용하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봤을 땐, 아닌 것 같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해 보면, 면접을 아무리 잘해도, 이분이 실무는 정말 못 했던 적도 있고, 혼자서는 일을 잘 하는데 팀원들과 같이 했을 땐 팀워크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졌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건 내 주변의,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면접하고 채용하는 매니저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면접을 20번 해도 그 사람이 실제로 일을 잘하는진 알 수 없고, 실제로 일을 잘해도, 우리 회사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진 알 수가 없다.

이게 면접의 현실이다. 면접은 단기간 안에 극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고 – 입시 학원처럼, 면접 학원도 있다 – 일은 못 해도 말발만 살아 있으면, 면접에선 100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사람을 어떻게 채용해야 할까? 내가 아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일단 내가 잘 아는 사람만 채용하는 방법이다. 오래된 친구, 대학교 룸메이트, 동아리 선후배, 직장 동료나 선후배가 좋은 사례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이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알고 지낸 분들이 공동 창업가나 동료로 일하는 곳들이 큰 불협화음 없이 잘하는 걸 자주 경험한다. 하지만, 사람의 네트워크라는 게 한계가 있고, 회사가 성장하면 잘 아는 사람의 인재풀은 바닥나기 때문에 이 방법은 회사 규모가 작을 때만 작동한다.

두 번째는, 6개월의 수습 기간을 갖고, 이후에 정식 채용을 결정하는 것이다. 면접을 아무리 잘해도 이분이 실제 일을 잘하는진 현장에서 확인해야 하는데, 2개월 정도의 수습은 약간 애매하다. 2개월 정도는 일을 잘하는 척 연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6개월을 연기하긴 어렵다. 6개월 같이 일해보면, 이분이 정말 일을 잘하는 분인지 충분히 파악된다. 또한, 일을 잘하는 분도 본인이 회사와 케미가 맞는지 판단해 봐야 하므로 6개월 정도의 수습 기간을 권장한다. 이런 제안에 격하게 반대하는 후보라면, 그리고 그 이유로 자존심과 모욕감 등을 언급하면 이건 적신호다.

마지막 방법은, 채용보단 보상에 대한 방법이다. 내가 전에 이 글에서 이야기했는데, 면접을 기반으로 직책과 연봉을 결정하는 게 너무 어렵고 위험한 방법이기 때문에, 입사 시 ‘one 직책 one 연봉’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컴공과를 막 졸업한 25살 엔지니어든, 15년 개발 경력이 있는 엔지니어든, 새로운 회사에 입사할 때 직책이 둘 다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면, 이 두 분의 입사 연봉은 무조건 동일하게 가는 전략이다. 같은 직책이라도 과거의 경험이 많으면 연봉이 더 높고, 특히나 면접 때 말을 잘하면 연봉이 훨씬 더 높아지는 게 현대 사회의 채용 전략인데, 나는 이건 완전히 틀렸다고 본다. 경력이 많다고 그 일을 잘하는 건 절대로 아니고 – 오히려 그 반대의 경험을 정말 많이 했다 – 면접 때 말발에서 이기는 사람이 일을 더 잘하는 게 절대로 아니다. 그래서 입사할 땐 모두 다 연봉을 동일하게 가져가지만, 일 년 후 업무 평가에서 실제로 일을 더 잘하는 사람에게 연봉을 드라마틱하게 인상해 주는 방법이 좋은 사람을 계속 회사에 남게 하고, 아닌 사람은 퇴사하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정답은 아니지만, 위 3개의 방법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피곤한 면접 횟수는 줄일 수 있고, 더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 실은, 어쩌면 한국은 사람을 해고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안 내보낼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서 면접을 더 중시하고, 더 신중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경직된 해고 정책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이렇게 면접하고, 다양한 채용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좋은 사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좋은 사람이란 일을 잘하는 사람인데,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일이 주어지면, 그 일을 직접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일이 주어지면,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사람을 또 채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교사와 용병

창업가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요새 내가 “이분은 이렇다. 저분은 저렇다.”라고 구분할 때 자주 사용하는 비유가 missionary와 mercenary 창업가다. 우리말로 딱 떨어지는 번역은 없지만, 편의를 위해서 나는 missionary 파운더를 사명형 창업가라고 하고, mercenary 파운더를 용병형 창업가라고 한다. 사명형 창업가는 어떤 깊은 목적이나 사명감 때문에 창업했고, 사업을 하면서도 결국 이 사명감을 실천하는 것에 집중한다. 용병형 창업가는 이 반대의 의미인데 단기적인 수익이나 큰 엑싯을 꿈꾸면서 창업했고, 사업을 하면서도 계속 돈에 집중한다.

쉽게 말하면, 사명형 창업가는 큰 비전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고, 용병형 창업가는 세상을 바꾸는 건 잘 모르겠고, 그냥 돈을 엄청 많이 벌고 싶어 한다. 실은, 막상 이 두 유형의 창업가들을 만나보면, 이런 사전적인 의미같이 흑백으로 이분들을 구분하기보단, 어떤 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냐,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사명형 창업가도 엑싯을 하고 싶고 돈도 벌고 싶어 하지만, 미션/비전 또는 돈 중 하나만 선택하자면 전자이고, 용병형 창업가도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미션과 비전이 있지만, 하나만 선택하자면 돈을 선택한다.

나한테 굳이 어떤 유형의 창업가를 선호하는지 물어본다면 나는 항상 용병형 창업가를 조금 더 선호했다고 할 수 있고, 최근 5년간 이런 내 선택은 더욱더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용병들 쪽으로 기울어졌다. 많은 투자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물질적인 욕심보단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창업가들을 선호하는데, 나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미션을 주장하는 창업가보단, 그냥 미팅에서 “어렸을 때 가난해서, 돈을 정말 많이 벌고 싶다.”라고 솔직히 말하는 창업가들을 좋아했다. 돈 벌기 위해서 사업하는 건 어떤 사람들이 보기엔 깊이가 없고 얕아 보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내 경험에 의하면 돈은 사업의 성공을 위한 최고의 동기 부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보고 느낀, 이 두 부류 창업가들의 또 다른 점은 바로 이들의 진화의 과정이다. 나는 오히려 용병형 창업가가 시간이 갈수록 사명형 창업가가 되는 걸 봤는데, 사명형 창업가는 계속 더 사명형 창업가가 되는 걸 경험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세상을 바꾸는 것과 미션 따위는 전혀 상관없이 그냥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창업한 분들이 시간이 흐르고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이들에겐 아직도 돈이 매우 중요하지만, 뭔가 세상에 좋은 기여를 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돈이 생기면 마음의 여유가 조금 더 생기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반대로, 사명형 창업가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세상을 바꾸겠다는 미션에 대해 더 집착하고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아는 많은 하드코어 사명형 창업가들은 이런 강한 개인적인 성향을 주장하면서 돈을 버는 것엔 관심을 덜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용병형 창업가들은 거창한 전략이나 로켓 성장하는 미래를 약속하기보단, 그냥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출을 만들고 사업을 잘 돌아가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대부분 학벌이나 경험이 그다지 대단하진 않지만, 무조건 돈을 벌고, 사업 놀이가 아닌, 진짜로 사업을 하겠다는 그릿(grit)이 다른 창업가들보단 강한데, 얼마나 강한가 하면 이런 용병 정신이 실제로 눈빛에서 보인다.

나는 미셔너리인가, 아니면 머서너리인가? 돈 버는 사업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업 놀이를 하고 있는가? 모두 한번 생각해 보자.